LOGIN창문에 기대어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던 밀로투스는 메스메리아와 입술을 겹친 채 서로의 열기를 탐닉했다.
이번 학기 들어 이 교수실은 학문의 장이라기보다, 두 남녀의 은밀한 갈증이 해소되는 탐욕의 공간에 가까워져 있었다.
밀로투스는 상체를 압박해오는 그녀의 탄력 넘치는 가슴에 이성이 끊기는 것을 느꼈다. 그는 참지 못하고 메스메리아의 엉덩이를 거칠게 움켜쥐며, 그녀의 타액을 집어삼킬 듯 키스를 이어갔다.
오늘도 서류 핑계를 대며 찾아왔지만, 그녀의 목적이 서류가 아님은 서로가 잘 알고 있었다.
‘백작가의 장남과 장녀. 가문 배경도 적당하고, 뒤끝도 없으니 이보다 깔끔할 순 없지.’
비 때문에 훈련도 취소되어 몸이 근질거리던 차에, 적당히 땀을 흘리며 유희를 즐기는 것은 밀로투스에게도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어머, 절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처럼&midd
“······뭐?”그때 오스카는 스틸에게서 댄 손을 거두고 놀라 지니만 빤히 바라보았다.“대공비 전하께서는··· 선대 대공께서 목숨을 대가로 소환한··· 초월자입니다.”“초······ 초월자? 그럼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이유가······.”오스카는 그 사실을 그동안 몰랐는지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지니의 설명에 스틸도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크게 숨을 몰아 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스펙터는 오스카에게 천천히 입을 열었다.“선대 대공이 당신의 광증을 막기 위해 목숨을 대가로 소환한 자가 네 아내다. 그리고 그 쓰임이 끝나자 죽어가는 중이지.”쐐기를 박아 버리듯 그리 말하자 주변은 흉흉한 분위기만 흘러갔다.스틸은 숙연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오스카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도움이 못 되어 미안합니다. 의식이 없어 그렇지, 대공비가 깨어나도 본인은 초월자인 것을 모릅니다. 수명이 1년 남았다고 합니다. 현재 치유약은 없습니다.”스틸은 자신이 초월자니, 전생에 그녀와 아는 사이니 말하지 않았다.하지만 대충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은 뭘 눈치는 챈 것 같았고 그들 역시 자세한 건 묻지 않았다.오스카는 얼굴이 흙빛이 되어 실례가 많았다며 그래도 와 주어서 고맙고 사업은 계속 이어 나가자는 말을 건넸다.지니는 절
모두의 시선은 다시 누워서 중얼거리는 라이엔에게로 향했다.그녀는 지금 전생의 조종사였던 이신 대위라는 것을 기억했고, 지금 스틸 대공이 강철신 소령이라는 것도 인지한 듯 보였다.즉,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다른 세상에서 온 초월자의 대화를 듣고 있었고, 둘이 친분이 있었다는 것에도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둘의 모습을 보던 오스카는 너무 놀라 그 자리에서 입을 벌린 채로 굳었다.지니와 스펙터는 물론 바르트까지도 정지 화면처럼 모두 멈춤 상태였다.이 공간에는 스틸과 라이엔만 있는 것처럼 그렇게 공기가 둘 주변엔 변화가 일었다.모두의 살기 돋친 공격을 위한 마력은 스멀스멀 옅어져 갔고, 스틸과 라이엔의 대화가 천천히 오갔다.“4월 1일! 나도 추락했어! 이 대위! 그럼 넌······.”“전 그 뒤로······ 서해안 북방 한계선까지 갔는데······ 그만······.”비몽사몽 희미하게 말하는 라이엔은 확실히 예전에 만났을 때는 스틸을 알아보지 못했다.그러나 지금 그녀는 달랐다. 가물가물 눈을 떴다 감았다 하면서도 의식을 차리기 위해 온 얼굴에 힘을 주고 숨을 헐떡거렸다.“기다려! 잠시만! 아, 어쩌면 좋지······.”지금 스틸은 누가 보고 있는지 아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m'aider』프랑스어에서 유래한 이 단어는 1923년 영국과 프랑스의 항공 통신에서 최초로 사용되었다.조종사나 선장이 생명이나 선박, 항공기에 치명적인 위험을 감지하면 ‘메이데이’를 세 번 반복해 외치는 것이 국제 조난 신호다.이것은 모든 통신 채널이 우선순위를 두고 응답해야 하는 긴급 신호로, 주변 기기들은 즉시 통신을 중단하고 구조 작업에 협력해야 한다.지금 이세계에서 이 말을 썼다는 것은, 라이엔 역시 강철신처럼 초월자라는 것을 의미했다.“잠깐. 뭐?”“메이데이······, 추락한다······.”이럴 수가.역시 맞았다. 라이엔이 자신이 알고 있던 전생의 그 이신이라는 여인임이.그 음성은 마치 얼음송곳으로 스틸의 가슴을 후비는 듯 날카로웠다.-이럴 수가······. 주인님? 뭔가 이상해![그럼! 전생의 그녀가 맞다는 건가!]지니와 스펙터도 눈치를 챈 듯했고, 스틸 역시 당연히 놀라 라이엔에게 안 다가갈 수가 없었다.“이신!”스틸은 반사적으로 라이엔의 어깨를 붙잡았다.그러자 놀란 오스카도 스틸에게 다가왔다.“스틸 대공? 뭐 하는 겁니까?”스틸의 시야는 라이엔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어깨를 붙잡은 채 절박하게 이름을 불러댔다.“이신 대위! 일어나! 이신 대위!”어서 일어나라며 정신이 나간 듯 소리만 쳐댔다.
시세르 영지의 밤은 빗방울이 대지를 두드려 만드는 은은한 선율로 가득했다.한밤중에 도착한 일행의 발걸음은 젖은 흙길에 묻혀갔고, 스틸의 망토 자락은 차가운 습기에 젖어 무겁게 늘어졌다.스틸의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졌다. 폭우 탓일까, 아니면 전생의 그녀와 닮은 라이엔이 사경을 헤매고 있기 때문일까.이런 느낌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인간의 생명이 꺼져가는 순간의 주변 풍경 말이다.저택 문을 열고 들어서자 늦은 시각이지만 많은 가신이 깍듯하게 자신을 향해 인사했고 매 앞에는 오스카가 마중을 나와주어 고개를 숙였다.“이렇게 빨리 와주시다니요. 정말 고맙습니다. 스틸 대공. 자, 이쪽으로 오십시오.”“네, 어서 안내해 주십시오.”오스카의 얼굴은 수척해져 있었지만, 오히려 그 눈빛에는 절박한 희망이 담겨 있었다. 그는 스틸을 보자마자 침실로 안내했다.주말에 올 줄 알았는데 당장 달려와 주니 오스카의 눈빛은 그래도 조금씩 희망으로 가득 차오름이 느껴졌다.그러나 금방 이곳의 분위기가 바뀌지는 않았다.라이엔이 누워있는 침실로 가는 동안 서로 말은 없었다. 저택 곳곳에 많은 고용인들도 마찬가지였다.-주인님, 우리가 간 이후로 저택은 계속 이 분위기였나 봐.누군가 아프다는 것, 병색이 짙은 환자가 있는 집은 결코 웃음이 허용되지 않는 특유의 무거운 분위기가 있다.[늘 있는 일처럼 굴고 있군.]투명화를 한 스펙터의 말에 스틸은 속으로 탄식이 흘려졌다.가신들은 고요하게 특별할 것 없지만 웃음기 없는 없는 무거운 표정으로 제 할 일을 익숙하게 해내는 모습이었다.“여기입니다.”이곳입니다.&rs
아쳐는 지금 너무 무기력해져서 아무 의욕도 나지 않았다.렘브란트와 레무르가 음식을 갖다 주어도 별로 입에도 안 대고 술과 타바만 손에 쥐고 연기를 들이마셨다.그리고 구겨진 소식지만 힐끔힐끔 보고 또 보면서 말문을 꾹 다물고 있었다.그때 밀레가의 남매는 타바 연기를 내뿜으며 서로를 외면했다. 그들의 눈빛엔 혐오와 체념이 교차했다.“오라버니······ 너무 지독해. 냄새가 왜 더 고약하게 느껴지지?”“이거 더 순도 높은 타바래. 이래야 마력이 채워지지. 고통도 옅어지고.”“하긴··· 그런 것으로 보면 이게 만병통치약이네. 어후···. 그런데 이제 그 미친 제논이 우리 버린 거 맞지?”“그래. 다행이야. 그나마 마지막 정보는 쓸만했다고 하니까. 높아 줬잖아.”뻐끔 뻐끔.두 남매가 요란하게도 떠들어댔다.“이게 효과가 있긴 있나 봐. 조금 전 보다는 나아. 아, 몽롱하다.”“당연하지, 이거 1개가 금화 1개야. 제대로 마력도 채워지는 것 같아.”“그런데, 어떻게 마지션 교수님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다니······.”“나도 몰랐어. 신변을 비관하셨다잖아······.”그때 렘브란트와 레무르 역시 시선은 소식지로 향
깊은 밤, 달빛조차 사라진 어둠이 깔렸다.스틸은 침대에 몸을 묻으며 오늘의 피로를 씻어내고 싶었지만, 마도구에서 신경이 쓰이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 평화는 산산조각났다.오스카와 통화를 나누는 마도구를 쥔 손에서는 힘줄이 불끈거렸다.“···대공비가 많이 아프군요.”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대공비가 아프다는 것, 그것도 이토록 간절히 도움을 청할 정도라면 위독한 상태라는 뜻이었다.평소의 단호함은 온데간데없고, 깊은 절망이 오스카의 목소리에 묻어 있었다. 마도구 너머에서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가 그래서 스틸의 신경을 곤두세웠다.-네, 이젠 헛소리까지 해서··· 두렵습니다. 지금 후회하는 중입니다. 그때 스틸 대공이 치유해준다고 했을 때 부탁드릴 것을···. 죄송합니다.성마르게 중얼중얼 정신없이 오스카가 뱉어내는 절박한 심경이 스틸에게도 그대로 와 닿았다.그때, 스틸은 한숨을 쉬면서 머리를 쓸어 넘기며 가슴이 갑갑해 스펙터도 소환했다.잠시 스펙터가 도착하자 대화는 이어졌다.“루카스크 대공비의 병이 악화된 건가?”자신이 전생에 만났던 여자와 닮은 라이엔을 신경쓰고 있다는 것을 스펙터도 알기에 진지한 눈빛으로 다가와 주었다.“라이엔은 많이 아픈지 마력이 대단하다고 들었지만, 본인 병은 어찌 안 되는 듯 싶어.”한숨을 흘리듯 그리 스틸이 말을 하자 스펙터도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을 건넸다.“가서 보는게 낫겠군.”그게 정답이긴 했다. 순간이동이면 아무리 멀어도 이젠 갈 수 있으니 말이다.
30대 중반의 노련한 호위 기사단장, 세도르는 한쪽 눈을 가린 검은 안대를 거칠게 휘감은 채 말을 달리던 중이었다. 묵직한 말발굽 소리를 뚫고 은발의 젊은 부하 기사가 다급하게 다가와 앞을 가로막자,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고삐를 홱 잡아챘다. “세도르 단장님! 방금 이스트 마구간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이런 황당할 데가. 세도르는 황망함에 굵은 어깨를 움찔거렸다. 황실의 심장부나 다름없는 아카데미 안에서 화재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이버 경, 지금 뭐라고 했나?” “진화는 방금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인명 피
자신이 알고 있는 ‘소원을 말해 봐!’라고 하는 램프의 요정이 그건가?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어서 빨리 이 소녀를 전문가에게 보여줘야 하는데.“어이, 내가 나이가 많아 보이니 말은 좀 편히 할게. 엘프야, 일단 내가 눈 떠보니 다른 세상에 소환되어 환생한 것 같아서 얼른 적응해야 하거든? 그러니 그쪽도 정신 차려.”넋두리하듯 그리 스틸이 말을 내뱉고 몸을 돌리라 하자, 엘프는 제 두 어깨를 꼭 부여잡더니 밝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어머! 시간과 공간을 넘나든 초월자인가? 나 횡재했잖아? 초월자를 주인님으로 맞이하다니!”
주인님은 무슨. 불이 난 연기 때문에 제정신이 아닌 스틸은 우선 잠시 목걸이를 들여다보았다.3초 잠깐 고민한 그였다. 누가 봤나? 참 CCTV는 없는 세상이지? 하지만 목숨까지 내던지며 대한민국 영공을 지키던 천하의 파일럿 강철신이 이런 목걸이 하나의 움찔하다니.게다가 망한 영지기는 해도 고위 귀족 대공 인생에 뭘 주워서 넙죽- 꿀꺽할 수 없는 법.일단 이 화재부터 진압하고 주인이나 찾아줘야겠다 싶어 주변을 훑었다.강철신은 일단 구유통이 아닌 우물을 찾기 위해 시선을 돌렸다.불길에 쫓겨 물을 찾던 그의 눈에 목걸이가 들어
한 달 전, 20XX년 4월 1일 오전. 인생 2번째라 공군 소령 강철신은 오늘이 당연히 올 줄 알았다. 그리고 당연히 적국기 등장으로 출격 명령을 받았다. 전생의 기억이 혈관 속을 맴돌았다. 오늘, 그는 죽을 각오로 전투기에 올라가야 하는 날이다. 분명 적국의 전투기에는 망할 아쳐가 타고 있을 터.정밀유도폭탄(SDB)까지 무장하고 스텔스 전투기로 출격 30분 만에, 지금 그는 사선을 넘나들게 되었다. 여전히 그는 대한민국 영공을 휘저어 놓았고, 심지어 서울 한복판에 미사일을 터트릴 요량으로 북방 한계선을 넘었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