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한쪽 눈에 검은 안대를 착용한 채 매서운 위엄을 뿜어내는 사내, 세도르였다.
그가 이끄는 기사단이 교정 외곽을 유유히 순찰하던 중, 은발을 단정하게 빗어 넘긴 젊은 부하 기사 하나가 급박한 기색으로 말을 몰아 다가왔다.
“세도르 단장님! 조금 전 이스트 에어리어 마구간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버 경, 상황은?” “다행히 진압은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인명 피해도 없으며, 안에 있던 말들도 모두 무사하다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마구간을 관리하는 자들은 도대체 무얼 하고 있었기에 불이 나도록 방치했단 말이냐!” “그게······ 마구간지기들이 하필 그 시각에 단체로 심한 배탈이 나는 바람에, 모두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고 합니다.”세도르의 이마에 짙은 주름이 패었다.
레투카 제국의 황족과 고위 귀족 가문의 영식, 영애들이 모여드는 최고의 학당이자 장차 제국을 짊어질 인재들의 요람인 아카데미에서 화재라니. 단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어서는 안 될 곳이었다.
마침 그들이 향하던 순찰로가 이스트 에어리어 강의동 근처였기에, 세도르는 망설임 없이 말고삐를 잡아채며 기마대를 돌렸다.
“일단 내 눈으로 현장을 직접 확인해 봐야겠다. 전 대원, 나를 따르라!”
아카데미 호위 기사단장인 세도르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강렬하게 스쳤다. 그 이스트 마구간에는 다른 귀족들의 명마뿐만 아니라, 황태자가 지극히 아끼시는 애마가 계류되어 있었다.
만약 불길이 조금만 더 번졌더라면 상상조차 하기 싫은 비극이 벌어졌을 터. 아카데미의 안위를 책임지는 기사단장으로서 결코 유야무야 넘어가서 될 일이 아니었다.
세도르는 눈빛을 더욱 차갑게 빛내며 마구간을 향해 말을 내달렸다.
*** 같은 시각, 아카데미 중앙 카페테리아는 오후의 나른하고 부드러운 햇살로 눈부시게 물들어 있었다.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 아래, 고급스러운 은제 찻잔과 찻받침이 부딪히며 내는 정갈하고 우아한 소리만 울렸다.
그 한가운데에는 아카데미 모든 학생들의 우상이자 모범으로 추앙받는 존재가 자리하고 있었다.
빛을 머금은 듯 매끄럽게 넘긴 찬란한 금발, 일반 학생들의 복식과 다른 황실의 위엄을 과시하는 화려한 제복과 어깨 위로 웅장하게 늘어뜨린 황금빛 망토를 입은 이 사내는 다름 아닌 레투카 제국의 황태자, 아쳐 가를리아 폰 레투카였다.
그리고 그의 맞은편에는 제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귀족인 밀레 백작가 영애가 고혹적이고 수줍은 미소를 띤 채 앉아 있었다.
“제국의 작은 태양, 아쳐 전하. 오늘도 참으로 아름다우십니다. 전하와 함께하는 이 차회가 꿈만 같군요.”
“레무르 영애와 함께 나누는 차 한 잔이 제게는 더없는 휴식이지요.”아쳐는 속으로 고루한 귀족 영애들의 사교적 언사에 지루함을 느끼면서도, 겉으로는 완벽한 각도와 다정한 눈빛으로 미소를 머금었다.
도도하면서도 한없이 신사적인 그의 눈빛이 닿자, 레무르의 뺨이 발그레하게 물들었다. 그녀는 섬섬옥수로 찻잔을 조심스레 내려놓으며 가슴 설레는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전하, 얼마 전에도 도른 국경 지역의 위험한 마물 토벌에 직접 나서셨다고 들었습니다. 제국과 백성들을 향한 전하의 숭고한 애국심에 매번 감복할 따름이에요.”
“과찬이십니다. 그곳에는 영애의 오라버니이신 렘브란트 경도 함께 있었지요. 황제 폐하께서 내린 임무를 수행했을 뿐입니다.”아쳐의 낮고 매혹적인 음성이 카페테리아 안에 깔리자, 주변 테이블에 가득 차 있던 학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두 사람에게 쏠렸다.
귀족 영애들은 숨을 죽인 채 황태자의 잘생긴 측면 라인을 바라보며 낮게 탄성을 질렀고, 남학생들 역시 깊은 경외심이 담긴 속삭임을 주고받았다.
“역시 황태자 전하는 위엄부터가 다르다니까.”
“맞아, 귀족으로서의 품위와 제국을 향한 저 투철한 사명감은 감히 아무나 따라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진정한 고위 귀족의 귀감이 되는 분이야. 저 기숙사 지하에 처박혀 있는 캔도르 대공하고는 차원이 달어도 한참 다르지.” “아, 그 망나니 거지 대공? 말만 대공이지, 가르나르 영지만 포기하면 이제 스틸 대공도 비참한 자유민 신세가 되는 거 아니야?”학부생들의 존경 어린 찬사와 칭송이 쏟아지는 와중에, 못난 스틸 대공의 이름이 언급되자 아쳐의 아름다운 입꼬리가 찰나의 순간 슬쩍 올라갔다. 아쳐는 여전히 고고하고 품격 있는 태도를 유지한 채, 우아한 손짓으로 찻잔을 들어 올렸다.
“오늘따라 차 향이 참으로 깊고 우아하군요.”
“전하, 바쁘신 국정 업무와 아카데미 일정 와중에도 이렇게 사사로이 시간을 내어주셔서 정말 영광스럽습니다.”아쳐는 달콤한 미소로 대답을 건네며, 시선을 카페테리아 창밖으로 한가롭게 돌렸다. 푸르른 봄 하늘 아래 펼쳐진 아카데미의 장엄한 전경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는, 타인이 보기엔 더없이 차분하고 다정해 보였다.
그때, 레무르가 문득 떠올랐다는 듯이 손수건으로 입가를 살짝 가리며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전하, 오늘 아카데미 이스트 에어리어 쪽에 소란스러운 화재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마구간 쪽이라던데······ 전하의 소중한 명마는 무사한지 걱정입니다.”
그 순간.
창밖의 풍경을 유유히 관망하던 아쳐의 짙은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하지만 분명하게 툭 꿈틀거렸다.
하지만 찰나의 동요조차 외부로 누설하지 않겠다는 듯, 그는 즉시 완벽하게 정돈된 무결점의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며 차분하게 말을 받았다.
“······저런, 큰 피해가 없어야 할 텐데요. 불길에 마구간지기들이나 학생들이 다치지 않았어야 할 텐데 걱정이 앞서는군요.”
“다행히 불은 금방 꺼졌고 다친 사람도 없다고 들었습니다.”입가에는 여전히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성군의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그가 쥐고 있는 잔의 찻물만이 미세하게 파동을 그리며 떨리고 있었다.
“······아, 참으로 다행이군요.”
아쳐의 표정에 다정함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오직 서늘한 한기만이 깊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오늘도 스틸에게는 꽤 괜찮은 하루였다.가르나르 영지 캔도르 대공가 저택으로 돌아온 그녀는 스틸, 리노와 회포를 풀고는 잠자리에 들었다.주말이면 마도구 생산을 하고자 군수산업 시작을 위해 오스카가 보내준 바르트라는 루카스크 대공가 사람이 오게 된다.영지 개발을 위해 도로 정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견고한 기반 위에 세워질 주거지와 상업구역이 벌써부터 눈에 선했다.“지니, 10월 말이 빨리 왔으면 좋겠군.”“주인님, 성격도 급하네. 아직 9월이야.”10월 말부터는 축제가 열리니 아쳐를 때려눕힐 절호의 찬스라 D-데이로 잡아 놓은 상태다.그런 다음 올겨울은 제논을 뭔 수를 내서라도 처단하는 게 스틸의 목표였다.오늘 비가 와서 그런지 지니는 힘들어했다. 그래도 램프 속에서 잠들라고 해도 스틸 품에 더 오래 있고 싶었기에 이리 침대에 누워 있었다.그는 지니를 품고 잠시 가르나르 제 영지를 바라보았다.아름답게 가르나르 영지 꽃밭은 마정석 밭이어서 그런지 반짝반짝 빗물을 받아 빛을 뿜어냈다.마르바스에게 도발했는데, 확실히 그는 경멸을 품고 있었다.‘정말 우린 신의 선택을 받은 걸까? 능력도 올라가고 있고 원하는 대로 점점 변하고 있지만 왜 이리 불안한 걸까.’점점 스틸도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고 있었다. 아무리 대단해져 가도 인간이기에 또 새드 엔딩을 맞이할 것 같아 매사가 불길하기만 했다.오늘만 해도 그는 마르바스가 연금술이라고 속이면서 학생들을 현혹할 때 그를 비웃을 정도의 탐지 능력을 키워냈다.사실 지금도 손에 연금술을 활활 일으켜냈다. 그는 이리 쉬운데 뭘 얼마나 더 채워야 아쳐와 레투카 황가, 도른까지 다 쓸어 버릴 수 있을까.불과 4월
빗방울이 칼날처럼 내리 꽂혔다.스펙터는 이 폭우가 ‘억수 같다’는 표현을 실감 나게 한다고 생각하며 젖은 옷깃을 여몄다.원스 마이너를 기억하는 여자.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와 닮아서 혹시나 하고 와봤더니 그녀의 동생이라니.스산한 마음만큼이나 하늘이 뚫린 듯 빗줄기는 거세어져갔다.“살아계셔서 다행이에요. 언니께서 이 소식을 들으셨다면 기뻐하셨을 텐데… 저는 그저 죄인일 뿐입니다.”자드키엘 입에서도 잠시 고개를 숙여 눈물을 뚝뚝 흘려내었다.죽고 나서 혼령이 된 이후로 이상하게 자신은 그저 스펙터로 살고 있었지만, 오로지 원스 마이너로 바라봐주는 사람을 만나니 그는 기분이 이상했다.스틸도 원래 이름은 강철신이라고 했던가. 그 녀석 역시 현생의 몸뚱어리의 이름대로 사는 게 속 편하다면서 지금의 세월에 충실할 거라고 했다.그리고 자신도 지금은 원스 마이너를 버리려고 했다.“지금은 스펙터라고 다들 부르고 있다.”“그래요? 그래도 예전 모습 그대 로시군요.”자드키엘은 그리 눈물을 머금고는 스펙터를 응시했다.하긴 원념만 남은 데다가 지금도 마력으로 그리 껍데기를 입힌 것뿐인데, 일일이 설명하긴 날이 좋지 않았다.잠시 들러 확인하고자 했을 뿐인데, 뭔가 스펙터는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그렇다면 자드키엘이 언니를 언급한 이유도… 그녀의 죽음을 알리는 신호였던가.“난 그저 예전의 나를 지우고, 제논에게 복수만 하면 사라질 거다. 그대는?”그때 자드키엘은 제 입을 달싹거렸다.그녀도 할 말이 많은 듯 눈시울을 붉히더니 크게 한숨
스틸은 지니를 위해 천천히 설명을 이어 나갔다.소환술과 연금술의 차이.‘그건 바로 냄새야.’그때 지니는 아하 하면서 박수까지 치면서 스틸에게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스펙터도 마찬가지였다.-세상에! 어머 어머![금방 간파했구나. 스틸, 대단한 감지 능력이다.]그때 스틸은 자신은 사실 연금술을 자유자재로 쓰지만 그저 치트키를 다 내보일 필요는 없던 상황이었다.마르바스의 경계심만 돋울 뿐이었기 때문이었다.-어머, 그러네. 주인님이 만들어 낸 것은 주인님 냄새가 나는데. 다른 건 무취야.[그래, 마르바스가 만들어 낸 것은 더러운 냄새는 전혀 없고 그냥 물건 자체 고유의 냄새나 주변의 냄새만 묻어 있군.]바로 그것이었다.자리에 돌아온 스틸은 많은 학생들의 관심을 받고 있었기에 평범하게 행동했다.마르바스도 수업은 흥미롭게 고안하여 능숙하게 잘 이끌어갔다.그때, 스틸은 다른 도전을 해보고 싶은지 갑자기 손에 마력을 피워 올렸다.-주인님, 뭐 해?‘교수님 추적 좀 해보게.’역시 공간 지배 능력에 영상 구현 스킬이 있으니 이리 유용할 수가 없었다.-재미있겠군. 어디 해봐. 저자가 어디를 다녔나.아니나 다를까. 스틸은 지니와 스펙터의 눈에만 보이도록 영상도 투명화를 시켜 마르바스의 마력을 추적하기 시작했다.-어머, 역시 황실을 뻔질나게 다녔어. 이 사람 저 사람도 만났네.머리 위로 영상화를 시도한 스틸의 흐뭇하게 웃으며 그가 배신자라는 것도 감지하는 증거를 보여주었다.***자드키엘은 비가 오는 밤 무작정 그리 망토 하나만 뒤집어쓰고
교수님한테 무례하다는 둥, 스틸이 저러는 건 다 이유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소리도 있고 뭔가 강의실 공기는 바뀌었다.“내가 설명한 사과 연금술 구현은 아직 스틸 대공에게는 어려웠던가 봅니다.”스틸은 콧방귀가 절로 뀌어졌다. 확실히 마르바스는 수업 태도를 빌미로 스틸에게 정보를 캐내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주인님, 조심해. 마르바스는 더 이상한 방법으로 주인님을 현혹시킬 수도 있어.지니는 악취에 괴롭다고 중얼거렸고, 마르바스의 부패한 마력이 스틸도 참기 힘든 고통으로 와닿았다.‘강해지는 것도 좋지만, 냄새나는 건 질색이야. 지니, 요즘도 내게 고약한 냄새는 안 나지?’혹시나 하고 지니에게 물어보자.-물론이야. 주인님에게서는 기분 좋은 향기만 나. 스펙터 님도 그렇고 벤시나 듀라한, 데스 나이트 모두 썩은 내는 안 나.가르나르는 부정하게 얻은 마력을 정화하는 힘이 있기에 타인의 마력을 착취해 강해진 자들은 그곳에서 힘은 무력해지는 원리가 스며 있는 것 같았다.[더러운 걸 흡수해서 강해진 자들은 가르나르에서 반대로 제일 능력 발휘를 못하게 되는 것이니 거기서 싸우면 이제 필승일 것이다.]스펙터의 말에 동의하던 스틸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음을 느끼며 이 상황을 부감했다.언젠가 다들 초대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하던 그때, 마르바스가 스틸에게 무언가를 지시했다.“자, 일단 오늘 설명한 것을 스틸 대공은 어렵다고 하니 도와주겠습니다. 시전해 보십시오.”마르바스는 인자하게 웃더니 자신의 갈색 마력을 피워 올렸다.혹시 스틸을 간 보려고 하는 것인가. 못하겠다고 하면 수업을 안 들었다고 하고, 잘한다고 하면 마르바스가 자신의 마력을 탐
과일 제공이 끝난 뒤 더 강력한 것을 선보이고자 마르바스는 쿠퍼를 만들기 시작했다.학생들의 분위기는 더 달구어져만 갔다.중얼중얼 영창을 되뇌자 댕그랑 탁자 위에는 쿠퍼 1개가 떡- 하고 놓였다.박수갈채가 쏟아졌다.저게 대단한가. 고작 쿠퍼 하나가.스틸은 그저 코웃음만 흘러나왔다.강의실에는 귀족 몇 명이 섞여 있었지만, 대부분은 평민 학생들이었다. 『던전의 세계』 수업 때와 비슷한 분위기였다. 그들에게 이 강의는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듯 보였고 환상을 심어주듯 모두의 눈과 마음을 현혹시켰다.-주인님, 너무 어지러워.‘그래, 하지만 수업은 들을만 하군.’하지만 옆에 있던 스펙터는 다른지 건조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저자는 불온한 목적으로 여기에 온 게 틀림없다. 믿어서는 안 된다.]당연했다. 스틸은 절대 그를 믿을 마음이 일도 없었다.‘지니를 데려가고 싶어 안달인 눈이야.’학생들에게 환심을 사면서도 계속 스틸만 의식하는 게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교과서의 내용에서는 맨 처음 수업은 저렇게 사과나 금화로 시작하지는 않았다.연금술 자체가 철학적인 의미를 더 많이 담고 있었다.진리가 무엇이고, 세상 만물에 대한 근원이 무엇이며 마력을 구성하는 기본 원소에 대해 변환되는 것이 있는 데다가 마력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물론 스틸은 이것저것 연금술로 지금 뭔가 단순한 것들은 다 만들어 낼 수 있었다.지금 마르바스는 일단 즐겁게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기에 뭔가 위화감이 들었다.‘누구나 다 연금술을 쓸 수 있다는 듯 즐겁게 알려 주잖아?
레투카 제국의 그것도 신성한 지성의 학당 아카데미에는 원래 결계가 쳐져 있었다.하지만 그것을 지금 마르바스는 도른에서 침투한 세작들과 함께 겨우 걷어내어 이리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게 되었다.강의실에 들어서는 순간.마르바스는 거대한 마력이 물결이 치는 듯한 두꺼운 막이 스틸 주변에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순도 높은 청량한 기운은 분명 빛의 요정이 저자 몸에 붙어 있다는 뜻일 터.‘이런! 빛의 요정은 어디 갔지? 게다가 근처도 못 가겠어. 에잇!’스틸에게서 흘러나오는 정화의 기운이 너무 강력해 마르바스의 흑마력 자체가 다 소멸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까지 들어 그는 숨이 막혀왔다.게다가 스틸 자체도 본인 마력뿐만 아니라 다른 이질적인 존재가 그에게 가득 붙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스틸 주변에 투명화한 대단한 무언가 들도 덕지덕지 붙어 있는 기분이었다.속에서 욕만 흘러넘쳤지만, 다른 학생들도 경계심을 갖고 자신을 보고 있어 분노를 억눌렀다.그런 다음 표정을 관리하면서 인자한 교수상을 보여주기 위해 얼굴에 가면부터 씌웠다.“자, 반갑습니다. 난 마르바스 디 군터라고 합니다. 제가 도른 출신이라 좀 편한 눈빛들은 아니군요. 저도 적국이라 두려운 건 마찬가지입니다. 하하,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또박또박 신뢰감 있는 말투로 마르바스가 사람 좋은 척 순한 웃음기로 학생들을 응시했다.스틸만 따로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계속 눈길이 갔다.그에게서는 향기로운 마력으로 인해 온몸에 피가 끓어올랐다자신도 이런데, 제논이 봤다면 정말 당장 사지를 찢어서라도 끌고 가고 싶을 만큼 탐을 낼 것 같았다.
스틸은 죽음과 동시에 이세계로 떨어졌다. 환생을 겪으면서 이렇게 기사들에게 끌려가 본 적은 없었는데 그 대단한 경험을 지금 하게 되었다. 스틸을 체포하러 왔을 때만 해도 살기등등하던 기사들은 그가 순순히 항복하자 머쓱한 듯 거리를 좁히며 따라붙었다.나름 고위 귀족이라 그런지 포박은 안 하고 수 미터 거리만 둔 채 걷는 수준이었다.전생에는 죄짓고 산적이 없어 이런 자들도 만난 기억이 없었다.스틸은 현재 자신이 마구간 방화범으로 몰려 있긴 하지만, 사실 별로 걱정은 되지 않았다. 딱 봐도 건초만 탄 정도지 어디가 무너져 내린
스틸은 군중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아카데미 광장을 둘러싼 대리석 건물들은 마정석의 푸른 빛으로 반짝였고, 학생들은 걸어서 이동하는 반면 귀족들은 마차에 올라탄 채 지나갔다.이곳 건물은 현대 건축 양식처럼 꽤 잘 정비된 데다가 전기라는 개념은 없는 대신 마정석이라는 마력을 이용하여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도 알게 되었다. 확실히 자신이 기억하는 전생의 레투카 제국과는 차이가 있었다. 눈앞의 풍경에서 낯선 위화감을 느꼈다.현생의 이 몸이 지닌 기억 따윈 전혀 없었기에 스스로 이 상황을 살펴야 하니 그건 머리가 복잡
30대 중반의 노련한 호위 기사단장, 세도르는 한쪽 눈을 가린 검은 안대를 거칠게 휘감은 채 말을 달리던 중이었다. 묵직한 말발굽 소리를 뚫고 은발의 젊은 부하 기사가 다급하게 다가와 앞을 가로막자,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고삐를 홱 잡아챘다. “세도르 단장님! 방금 이스트 마구간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이런 황당할 데가. 세도르는 황망함에 굵은 어깨를 움찔거렸다. 황실의 심장부나 다름없는 아카데미 안에서 화재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이버 경, 지금 뭐라고 했나?” “진화는 방금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인명 피
주인님은 무슨. 불이 난 연기 때문에 제정신이 아닌 스틸은 우선 잠시 목걸이를 들여다보았다.3초 잠깐 고민한 그였다. 누가 봤나? 참 CCTV는 없는 세상이지? 하지만 목숨까지 내던지며 대한민국 영공을 지키던 천하의 파일럿 강철신이 이런 목걸이 하나의 움찔하다니.게다가 망한 영지기는 해도 고위 귀족 대공 인생에 뭘 주워서 넙죽- 꿀꺽할 수 없는 법.일단 이 화재부터 진압하고 주인이나 찾아줘야겠다 싶어 주변을 훑었다.강철신은 일단 구유통이 아닌 우물을 찾기 위해 시선을 돌렸다.불길에 쫓겨 물을 찾던 그의 눈에 목걸이가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