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무슨 일 있어?”한지훈이 물었다.강우연이 훌쩍훌쩍 울며 말했다. “우리 엄마 아빠가 납치당했어요. 우리가 10억 원을 내놓지 않으면 엄마 아빠를 강물에 던져버릴 게래요... 어떡하죠? 지훈씨, 우리 어디 가서 10억을 구해요?......”이 말을 들은 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강우연을 끌어안고 위로했다. “괜찮아. 우선 조급해 하지 말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봐.”강우연은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저도 잘 몰라요. 며칠 전에 큰아버지가 저희 가족에게 여행권을 몇 장 주셨다는 것만 알아요. 경남의 작은 마을에 무료로 여행을 갈 수 있는데 숙식도 무료라고 했어요. 저는 회사에 일이 있어서 가지 못했고 부모님들만 가셨어요. 오늘 갑자기 어떤 사람이 저한테 전화를 걸어 부모님이 카지노에서 10억 원을 잃으셨다고 했어요. 돈을 주지 않으면 사람을 죽인다고 말했어요......”말을 마친 후 강우연은 울음을 터뜨렸다.결국 이런 일은 누구나 처음 접하면 쩔쩔매기 마련이다.한지훈은 강우연의 어깨를 툭툭 치며 위로했다. “괜찮아. 내가 있어. 내가 다 처리할게”한지훈은 신용전 사람들에게 연락했다. “차를 준비해. 강남의 작은 마을로 가.”“여보, 당신과 같이 갈래요.” 강우연은 한지훈의 팔을 덥석 잡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생각해보더니 한지훈도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하였다..오군은 강남의 작은 마을과 불과 40~50km 떨어져 있어 그리 멀지 않았다.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었다.강남의 작은 마을에 도착하자 강우연은 다급하게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우리 이미 도착했어요. 지금 어디로 가야 하죠?”전화기 너머로 음산하고 거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돈은 가져왔겠지?”“가져왔어요.” 강우연은 얼른 대답했다.한지훈이 가져온다고 했으니 강우연은 당연히 가져왔다고 생각했다.“좋다. 우리 사람들이 곧 데리러 갈거다.”말을 마치자 상대방은 전화를 끊었다.강우연은 몸을 부르르 떨며 휴대전화를 내려놓았고 눈물 자국이 가득한 채 그
바로 그 사람이 총을 쏘려고 소란을 피우고 있을 때 그 선두에 선 건장한 남자가 나서서 자기 수하의 총을 가리고는 냉랭하게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이보게, 배짱이 좋군. 감히 이곳에서 우리 오룡방한테 손댄건 네가 처음이야.”한지훈은 웃으며 말했다. “매사 순서를 지켜야지. 장인장모를 먼저 만나야겠어.”그 건장한 남자도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우리를 따라와.”말을 마치자 그들은 차에 탔고 한지훈도 차를 몰고 그들의 뒤를 따랐다.승합차에서 그 수하는 화가 잔뜩 난 얼굴로 하마터면 깨질 뻔했던 자신의 주먹을 주무르며 이를 갈았다. “형님! 방금 왜 그 놈을 직접 죽이지 않았습니까?”그 건장한 남자는 히쭉대며 말했다. “바보! 그 놈 보기만 해도 만만치 않찮아. 눈빛에서 아무것도 읽을수가 없었어. 만일 우리가 손해를 본다면 어떡해? 직접 보스한테 데려가서 보스더러 직접 처단하라고 하면 돼. 그놈 옆에 있던 그 여자는 괜찮던데......”그 말에 모두가 싸늘하게 웃었다.“하하하, 형님 말씀이 맞습니다. 그 계집애 너무 괜찮았어요!”“경남타운에서 이런 미녀를 본 적이 없어요. 헤헤헤. 며칠 데리고 논다면.....”몇몇 부하들이 음탕함과 환상을 품기 시작했다.곧 한지훈은 그들을 따라 유흥업소 문 앞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린 후 한지훈은 차가운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많은 무기를 지닌 졸개들이 있었다.강우연은 겁에 질린 듯 한지훈의 팔을 꼭 잡았다. “여보, 무서워요......”“무서워하지 마.”그러자 상대방은 한지훈에게 클럽으로 들어오라고 했다.한지훈도 지체하지 않고 돈가방을 들고서는 강우연을 데리고 클럽으로 들어갔다.그리고 그들은 웨이터를 따라 지하 도박장으로 향했다.대문을 여는 순간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쭉 둘러보니 전부 도박꾼이었다.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리고 상대방을 따라 로비를 가로질러 룸에 도착했다.지금 룸 안에는 이미 여러 사람이 앉아 있었다.맨 앞에 앉은 사람은 밍크털 외투를 입은 대머리 사나이였다. 목과 손
그녀는 달려가 아빠 엄마를 부축했다.이때 강학주와 서경희는 눈앞의 강우연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었다. “딸, 드디어 왔구나. 우리가 요 며칠 무슨 날을 살았는지 아니? 그야말로 생지옥이었어. 이 사람들이 매일 우리를 때리고 밥도 주지 않고 물도 주지 않고 나와 네 아버지는 그들이 버리는 개숫물을 먹을 수 밖에 없었어...”말할수록 서경희는 더 비참하게 울었다.강학주는 마지못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 내 탓이다. 내가 저들에게 속지 말았어야 했다. 원래 네 엄마와 나는 딱 두 게임만 하려고 생각했는데 누가 알았겠니? 돈을 땄는데 저들이 가지 말라고 우리를 계속 놀라고 강요했어. 결국, 점점 더 많은 돈을 잃었어......”“아빠, 엄마, 괜찮아요. 저와 지훈씨가 구하러 왔어요. 곧 집에 가요.”강우연은 가슴 아픈 듯이 말했다.그러자 대머리 남자가 말했다. “어이, 돈은 가져왔어?”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가져왔어. 근데 먼저 장인장모님을 내보내.”이 말을 듣고 그 대머리 남자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어이, 여기는 내 구역이야. 내가 보내고 싶으면 보내고 보내고 싶지 않으면 지금 니들을 모두 잡을 수도 있어!”그의 한마디에 경호원들은 허리에 손을 얹고 총을 뽑을 준비를 했다.이 말을 들은 강학주와 서경희는 모두 깜짝 놀랐다.하지만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만약 네가 이렇게 한다면 앞으로 경남 마을에서는 너희들이 규칙을 지키지 않고 일을 한다는 추잡한 소문만 퍼질 거야. 그렇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감히 네들 도박장에 올 수나 있겠어?”이 한마디에 맞은편 대머리 남자는 침묵했다.그는 생각하더니 손을 저으며 말했다. “저들을 내보내 줘.”“네.” 몇몇 부하들이 응수했다.이 말에 강우연은 다급하게 한지훈을 붙잡고 말했다. “여보, 싫어요. 당신과 함께 있을 거예요.”한지훈은 강우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걱정마. 나한테 다 생각이 있어. 당신이 나간 후 바로 부모님을 모시고 운전해서 오군으로 돌아가면 누군
하지만 상자를 열어본 순간, 오룡의 안색은 굳어졌다.상자안에 든것은 모두 성묘 지폐였기 때문이었다.오룡은 진노해서 소리 질렀다. "네 놈이 감히 날 농락해?"말이 끝나자 그의 뒤에 있던 모든 부하와 경호원들이 모두 한지훈을 향해 총을 겨눴다.반면 한지훈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이 돈은 목숨을 걸어야 가질수 있다고. 믿지 않은건 너야.""이 10억 정도면 너희의 목숨 값으론 적당하겠네.""씨발 놈이 죽으려고 환장했나?" 오룡는 크게 화를 내며 손을 흔들었다. 총을 쏘라는 뜻이었다.그러나 이때 한 갈래, 한 갈래의 은색 빛이 그들의 눈 앞을 스쳐지나갔다.한지훈이 순식간에 손에서 무수개의 비침을 날려 그들의 손목을 찔렀다. 순식간에 그들의 손목은 마비 되었고, 들고 있던 총들도 속속히 떨어졌다.어떤 사람은 애를 써서 총을 주으려 했으나 곧 차가운 빛을 뿌리며 날아오는 은색 빛에 어깨가 잘려 붉은 피를 사방에 뿌렸다."아아악!"그는 비명을 지르며 이유도 알 수 없이 잘린 어깨를 붙들고 피 웅덩이 속에 쓰러졌다.한지훈은 여전히 덤덤하게 자리에 앉아있었으나 그의 손에 쥐어져 있는 오릉군 가시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졌다.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모두 놀라 멍을 때렸다.이렇게나 무서운 실력이라니.방금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그들은 아예 보지도 못했다.민머리 노인은 얼굴을 구기며 식은 땀을 흘리고서 급히 물었다. "넌 도대체 누구냐, 뭘 하려는 거야?""허허, 내가 누구냐고?"한지훈은 냉소하며 말했다. "너희들이 내 장모님이랑 장인어른 납치 했잖아, 왜, 이제 무서워?"말을 들은 민머리 노인의 눈엔 차가운 빛이 어렸다. "젊은이, 여기는 경남 마을이야. 난 여기 우두머리와 마찬가지고, 근데 내가 널 무서워 할것 같아? 그렇게 죽고 싶다면 어쩔수없지. 내가 독하다고 원망하지 마라!"말을 마친 그는 테이블을 뒤집어 엎은 뒤,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어 테이블 맞은편에 있는 한지훈을 향해 총을 쐈다.탕탕탕!그는 연속으로 총을
순식간에 룸 안에서 총알이 사방으로 날아다니고, 각종 테이블, 마작, 트럼프, 술병들이 부서졌다.그리고.총소리가 멈추는 동시에 민머리 노인은 누군가에 의해 부축되어 일어났다.그는 허리를 감싸고 험상궂은 눈빛으로 눈 앞의 난잡한 룸 안을 쳐다보았다.바닥에는 총알이 빽빽히 박힌 시체들이 몇구 쓰러져 있었는데 형체 조차 제대로 알아볼 수 없었다."그 놈은?!"민머리 노인은 노호했다.바로 이때, 시체 한 구가 갑자기 들어 올려졌다.한지훈은 시체 아래에서 일어나서 손에 권총 두 자루를 들고 입구에 서 있는 십여 명을 향해 신속하게 총을 쏘았다.탕탕탕!총소리는 매우 컸다.입구의 십여 명은 전혀 반응할 겨를 조차 없이 총을 맞았는데, 마치 폭죽이 튀는 것 같았다.순식간에 입구에 있던 십여 명이 모두 쓰러졌다.이 장면을 보고 민머리 노인은 오줌을 지렸다.왜냐하면, 방금 모든 총알이 그의 몸을 스쳐 자신의 양쪽에 있던 부하들을 관통했기 때문이었다.총소리가 멈추자 민머리 노인은 바로 풀썩하는 소리와 함께 무릎을 꿇었다. 그의 온몸은 심하게 떨렸으며 아래에선 누런색 액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한지훈은 담담하게 민머리 노인의 앞으로 다가가 총을 들고 그의 머리를 짚으며 싸늘하게 물었다. "말해봐, 누가 너희들에게 이렇게 하라고 했어?"이 일은 처음부터 이상했다.민머리 노인은 너무 놀란 나머지 멍해져서 더듬거리며 말했다. "가, 강문복이 아, 아니, 저더러 이렇게 하라고 시켰습니다. 저한테 20억을 주고 강학주와 서경희를 납치한 다음에 당신들을 여기로 오게끔 유도한 뒤 모두 잡아들이라고 했어요."그의 말을 들은 한지훈은 대충 사건의 전말을 깨달았다."왜 그러라고 했지?" 한지훈이 물었다.민머리 노인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형님,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는 단지 돈을 받고 일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어떤 외국 상인과의 합작을 독식하려고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들었습니다. 무슨, 당신들한테 일만 생긴다면 그 합작은 반드시 그들이
사무실 문이 세게 걷어차이더니 곧 싸늘한 표정의 한지훈이 들어왔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강문복의 멱살을 잡고 차갑게 경고했다. "강문복, 경고하지. 한번 더 우연이랑 우연이 가족한테 손 대면 그땐 널 죽여버릴거야!"매우 차가운 말이었다.사무실 전체의 온도도 곧 빠르게 내려갔다.멱살이 잡힌 강문복은 숨이 쉬어지지 않아 띄엄띄엄 말했다. "지훈아,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난 모르겠구나. 먼저 이것 좀 놔봐라, 여긴 강운그룹이야!"흥!한지훈은 차가운 콧방귀를 뀌며 바로 강문복을 던졌다. 강문복은 땅에 세게 부딪친 뒤, 원망 어린 눈빛으로 한지훈을 쳐다봤다."강문복, 시치미 떼지 마.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는 네 스스로 잘 알고 있겠지. 내가 이번에 온 것은 단지 경고를 해주기 위해서야. 물론 이건 마지막 경고야. 만약 다음이 있으면, 그땐 내가 직접 너를 황천길로 보내주지."한지훈은 차갑게 말하면서 바로 몸을 돌려 강운그룹을 떠났다.그가 떠나자 강문복은 땅에서 기어일어나 어두운 낯빛으로 찻잔을 깨뜨리며 노여워했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화가 나 미치겠네! 파관된 전임 북양구 총사령관이 뭐가 자랑스럽고 득의양양할 게 있어? 감히 나에게 경고한다고? 아니야, 내가 저따위한테 질리가 없어!"한편, 한지훈은 강운그룹을 떠난 뒤, 곧장 별장으로 갔다.그리고 강우연은 강학주와 서경희를 돌보러 병원으로 갔다.그가 별장에 들어서자마자 신룡전의 사자가 한지훈의 뒤에 나타나 한쪽 무릎을 꿇고 말했다. "용왕님, 강북의 기영증권과 원씨 가문의 원지용이 움직였습니다."이 말을 들은 한지훈은 미간을 펴고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알았어."원씨 가문, 결국엔 움직였구나.그날 저녁, 한지훈은 용린과 용일한테 연락하여 함께 강북성 H 시로 갔다.H 시에 도착한후 길씨 가문의 가주, 길종문은 사람을 파견하여 그들을 맞이하게 했다."백 선생님, 가주님께서 백 선생님을 취향루로 모시라고 하셨습니다."한지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알았다, 좀 이따가 가지.
한지훈의 말을 들은 원지용은 안색이 굳어졌다. 그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한지훈을 보며 물었다. "백 선생, 그것은 저희 원씨 가문의 비밀인데, 대체 어떻게 알았습니까?"한지훈은 담담하게 술 한 잔을 마시며 웃었다. "이 세상에 제가 모르는 일은 아직 없습니다. 제가 알고 싶은 것은 조금만 방법을 대거나 돈 좀 쓰면 다 알아낼수 있어요. 당신네 원씨 가문은 말할 것도 없고, 영국의 황실 소식이라도 전 살 수 있죠."이 말을 듣고 원지용의 안색은 매우 보기 흉하게 굳어졌다. 그는 한지훈을 자세히 바라본 다음에 침음했다. "당신 말이 맞습니다. 저희 원씨 가문은 확실히 고서의 잔권이 한 권 있어요. 그 고서의 이름은 《천생서문》이며 많은 신비로운 비밀들을 기록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고서의 잔권은 저희 가문에서 쉽게 보여줄 수 없네요.""더군다나 저도 그럴 권리가 없어요.""만약 제가 잘못 기억하지 않았다면, 고서의 잔권은 저희 원씨 가문의 다섯 장로가 관장합니다. 그들의 허락이 없다면 누구도 접촉할 수 없어요. 얻을 생각은 더더욱 할수 없고요."여기까지 들은 한지훈의 얼굴색은 약간 굳어졌다.그는 이어 말했다. "그럼 저희 사이에는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네요."말을 마친 한지훈은 일어나 용린과 용일을 데리고 떠나려 했다.원지용은 한지훈이 떠나는 것을 보고 달갑지 않아하며 말했다. "백 선생, 반드시 그《천생서문》의 잔권을 참관해 봐야 하겠습니까?"한지훈은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았다. "네, 전 각종 고서와 골동품들을 소장하기를 좋아합니다. 그 고서의 잔권도 제가 이번에 용국에 온 이유 중 하나입니다. 만약 원 선생이 방법이 없다면 저는 다른 사람을 찾아 합작할 것입니다. 제가 잘못 기억하지 않았다면 이《천생서문》의 잔권은 나머지 3대 가족도 있을테니까요."말을 들은 원지용은 순식간에 긴장하기 시작했다.그는 생각을 한 후에 결심을 굳힌 것처럼 말했다. "백 선생, 이 일은 제가 바로 허락할 수 없습니다. 장로들께 야쭤봐래 합니다. 만약 그들이 동의
약 10분 후에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원지용이 서둘러 전화를 받자 사 장로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네명의 장로의 뜻에 의하면 백 선생을 참관시킬 수는 있지만, 반드시 저희 가문이 지정한 곳에 가서 참관해야 한답니다. 그리고 시간은 30초밖에 안되고요.""알겠습니다." 원지용이 대답했다.이와 동시에 한지훈도 자신이 묵는 호텔로 돌아왔다.방 안에서 용린과 용일이 좌우에 서서 물었다. "용왕님, 언제 손을 쓸까요?"한지훈은 손에 든 오릉군 가시를 가지고 놀면서 담담하게 웃었다. "급하지 않아. 내일 심천하한테 한 번 오라고 해.""예." 용린이 대답했다.이튿날, 심천하는 기세드높게 호텔에 와서 한지훈을 만났다.그리고 이 일은 곧 길씨 가문과 원씨 가문의 귀에 전해졌다."원 선생, 어떡하죠? 백 선생이 심천하와 합작하려는건 아니겠죠?"길종문은 매우 조급해나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원지용은 담담하게 차를 한 모금 마시며 그에게 말했다. "당황하지 말고 더 기다리죠.""원 선생, 원씨 가문에서 백 선생의 요구를 승낙하지 않았습니까? 왜 더 기다려야 합니까?"길종문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원지용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당신은 모르시겠지만 백 선생은 제게 그가 쉽게 간파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고 조금만 더 기다리죠. 곧 소식이 올 것이니."말이 끝나자마자 입구에서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들어왔다.그는 한쪽 무릎을 꿇고 두루마리 같은 원통을 손에 들고서 원지용에게 건네주었다. "선생님, 방금 받은 소식입니다."원지용은 격동되여 일어나 재빨리 그 원통을 열어 그 속에서 기밀서한을 꺼냈다.그는 빠르게 몇 눈 훑어보았다. 내용을 다 본 뒤 그의 눈빛은 어두워졌을 뿐만 아니라 의혹도 어렸다. "정말 아니네..."길종문은 그의 행동이 의문스러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원 선생, 무엇이 아니라는 겁니까?"원지용은 손에 든 서한을 책상우에 놓았다. 서한의 내용은 백 선생의 신분에 관한 것이었다.백
“미안하지만, 정말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건 의도적으로 체면을 구기려는 것도 아니었고, 정말로 진천국이라는 인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한지훈이 귀담아들을 만한 사람이라면, 최소한 오대명산의 각 원장 정도는 되어야 했다.그 외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이름조차 들을 필요가 없었다.국제적으로 유명한 인물이라 해도, 한지훈 앞에 오면 누구 하나 예를 갖추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심지어 국가 원수들조차도 한지훈은 이름을 외울지 말지 고민할 정도였다.전 세계에 백여 개국이 있는데, 한지훈이 언제 그들 이름을 다 외우겠는가?한지훈의 경지에 이르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덧없게 느껴지며, 신분이나 지위 따위는 그저 덧없는 한때일 뿐이었다.“당신이 지금 누구와 얘기하는 줄 아는 거요?!”옆에 있던 소 씨 노인은 즉시 분노에 차서 책상을 치며 차갑게 소리쳤다.진천국은 산성에서 손꼽히는 인물인데, 한지훈이 그런 인물을 모른다고 하다니?이건 노골적으로 진천국의 체면을 짓밟는 행위였다!하지만 소 씨 노인이 말끝을 맺기도 전에, 진천국이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젊은이, 나도 젊었을 땐 거만하긴 마찬가지였지. 하지만 세상을 우습게 보면 안 돼.”진천국은 상위자의 태도로 차갑게 훈계했다.“용건이 뭡니까?”한지훈은 진천국을 전혀 상대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한지훈이 이렇게 직설적으로 나오자, 진천국은 속으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한지훈이 거만하긴 했지만, 그만큼 기개가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그럼 나도 본론부터 말하지. 처음엔 당신이 그냥 작은 가게 주인인 줄만 알았는데, 아까 당신의 태도에서 뭔가 좀 특별함을 느꼈소.”“하지만 나씨 가문에서 어떤 이득을 줬든 간에, 당신 따위가 우리 진씨 가문의 일을 망칠 순 없소. 내 딸도 당신 같은 사람이 넘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오!”“그러니 우리 서로 체면 구기지 않으려면, 하나의 제안을 제시하지. 지금 당장 가능한 한 멀리 떠나시오, 그리고 다시는
온갖 옥기들이 진열된 이 옥기 상점은, 얼핏 보기엔 평범한 옥들뿐이었고 그 흔한 최상급 옥도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이렇게 별 볼 일 없는 가게를 지키며 겨우 연명하고 있는 사람이 대체 무슨 대단한 배경이 있겠는가?한눈에 보기에도 이 가게의 주인은 겨우 입에 풀칠하며 살아가는 밑바닥 인생일 터였다!어차피 영기가 되돌아온 이후, 조금이라도 배경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각 대종문에 의탁했고, 일부는 오대 명산의 외부 제자가 되기도 했다.장사를 한다 해도 영기 회복 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됐다.그런데 지금까지도 이런 이름 없는 작은 가게를 지키고 있다는 건, 딱 하나를 의미했다. 이 가게 주인은 아무런 배경도 의지도 없는 인물이라는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한지훈이 뒷마당에서 현관으로 나왔다.한지훈이 소박한 옷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진천국의 미간은 더 깊이 찌푸려졌다.한지훈의 옷차림만 보고도, 진천국은 그에 대한 인상이 한두 단계 더 추락했다.“휴, 저 사람은 너무 평범해 보이지 않소! 요즘엔 병왕계에 오른 사람도 널렸는데, 저런 사람은 정말 보기 드문 케이스지요!”진천국은 한숨을 쉬며 소 씨 노인에게 말했고, 소 씨 노인도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물론 영기 회복 이후에도 세계 각국에는 여전히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존재하긴 했지만, 용국은 유독 달랐다. 용국은 기운을 품은 나라였기에, 용국 대지 전체가 거대한 변화를 겪은 것이다!심지어 일반 백성이라도 체력이 조금만 받쳐주면, 저절로 병왕계로 돌파하는 것이 가능해졌다.즉, 용국의 거리에서 젊은이 하나를 아무나 붙잡는다 해도, 무종에 입문했든 아니든 최소한 병왕계의 실력은 가지고 있었다!그런데 한지훈은 어쩐지, 완전한 일반인인 것 아닌가?그때, 한 젊은 여자 직원이 조심스레 진천국 쪽을 흘끗 바라보았다.진천국이 처음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부터 그녀는 이 두 사람이 결코 선량한 손님이 아니라고 느꼈다.이 사람들이 한지훈에게 조금이라도 해를 끼치려 한다면, 그녀는 분
진천국은 바로 이러한 고려 끝에, 갑작스럽게 이 일에 진지하게 대응하게 된 것이었다.“음, 진 씨 형님 말씀도 일리가 있습니다. 진씨 가문이 부흥한다면 손해를 보는 건 나씨 가문일 테니까요. 하지만 제 생각엔 그 옥기점 사장은 나계홍 손에 놀아나는 한낱 졸개에 불과할 겁니다!”“만약 진 씨 형님께서 부적절하다고 느끼시면, 저는 형님과 함께 그놈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소 씨 노인이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가 보기엔, 그 작은 옥기점 사장은 분명 나씨 가문 쪽에서 무언가를 받아먹고, 나씨 가문 사람들과 짜고 이 한바탕 연극을 벌이고 있는 것뿐이었다. 단지, 진씨 가문과 장씨 가문의 혼인을 방해하기 위해서 말이다!“좋습니다. 장씨 가문 쪽에서도 이미 사람을 보내 소식을 전해왔고, 장 도련님이 선이를 꽤 마음에 들어 한다더군요. 지금 모든 준비는 끝났고, 이제 바람만 불어주면 됩니다. 이 중요한 시점에 절대로 어떤 변수도 생기게 해선 안 돼요!”진천국은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나계홍이란 자는, 워낙 생각이 치밀해서 아무나 선택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설령 위장이라 해도, 나계홍이 그렇게 쉽게 누군가에게 예를 갖추는 성격은 아니잖습니까.”“그러니 저희가 만일을 대비해서 준비를 또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소 씨 노인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고, 이에 진천국은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말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저는 줄곧 그 사람을 몰래 감시하게 해왔고,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적어도 그가 오대명산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는 건 확실합니다.”“설령 자잘한 종문들과 조금 교류가 있다 해도, 우리 진씨 가문은 그런 것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요.”“더군다나, 장씨 가문을 감히 거스를 수 있는 종문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장령풍은 단순히 장씨 가문의 재능 있는 젊은이일 뿐만 아니라, 믿을 만한 정보에 따르면 장령풍은 반보 인왕계 강자의 자손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장도령이 사망한 뒤, 장씨 가문이 장령풍을 온 힘을 다해 양성하고
진선은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 들어선 이가 소 씨 노인임을 확인했다. 그녀는 이어질 상황을 짐작하며 아버지와 소 씨 노인이 또다시 자신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끝없는 잔소리를 늘어놓을 것을 예감했다.그래서 그녀는 황급히 말을 꺼냈다. “아빠, 옥기점에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많아요. 전 먼저 갈게요!”진선은 말을 마치고는 바로 뒤돌아 나가 버렸고, 진천국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지난 반년 동안 그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진선과 장령풍의 혼인을 성사시키려 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진선은 장씨 가문의 이 절세 천재에게 전혀 호감을 보이지 않았다.진천국이 아무리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설득해도, 진선은 전혀 꿈쩍하지 않았다.사실 진씨 가문 역시 무도 세가였다.수십 년 전, 용국의 무종이 조정의 억압을 받으면서 진씨 가문은 무도를 버리고 상업으로 전환한 것이다.그러나 영기가 부활하고, 역외의 강자들이 속속 돌아오면서 세상은 다시 수백 년 전 무종이 독주하던 시대로 회귀하는 듯한 기세였다.이에 진천국은 다시 무종 문파에 의지해보려는 생각을 품었다.하지만 오대 명산이나 장씨 가문 외의 다른 무종 문파들은 그에 비해 전혀 쓸모가 없었다.게다가 진씨 가문 조상 대에 이미 장씨 가문과 인연이 있었기에, 장씨 가문에 기대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선택이었다!진선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해도, 진씨 가문은 장씨 가문의 위세를 빌어 재기할 수 있다.그때가 되면 진씨 가문은 틀림없이 비상하여, 더는 이 산성 같은 촌구석에서 연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소 씨 어르신, 사실 지난 1년 동안 선이는 한 옥기점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제가 알기로는 그 옥기점의 주인에게 약간의 감정이 있는 듯합니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진천국은 평소 소 씨 노인과 허물없이 대화하곤 했기에, 이 일 역시 숨김없이 털어놓았다.사실 이 일이 장씨 가문과 관련이 없더라도, 그는 체면이 깎여 몹시 불쾌했다.무엇보다 그 옥기점의 사장은 이미 아내와
이 둘과 비교하면, 기자인 그녀는 마치 한 줌 모래처럼 미미한 존재였다.임설의 얼굴에 두려움이 떠오르자, 유 씨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아, 사실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지금의 용국은 이미 몇 년 전의 용국이 아니야. 너도 알겠지만, 내 뒤에는 오대 명산이 있단 말이지.”“우리 오대 명산이 널 지지하는데, 뭐가 두려운 것이냐? 설령 용국 조정이라도 감히 우리를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그날의 대화는 줄곧 내가 한 말이었으니 잡으려면 나를 잡는 거지, 널 잡을 일은 없다.”임설은 그 말을 듣고 다소 안심한 듯 보였으나, 여전히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지만…… 유 씨 어르신, 그건 전부 어르신의 추측일 뿐이에요. 우리 손엔 아무 증거도 없잖아요!”“증거? 증거가 그렇게 중요해?”유 씨 노인은 냉소하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무종 전체가 내 말에 동의한다면, 그게 바로 증거지!”비록 천릉자가 대량산에서 비참하게 죽임을 당했지만, 한지훈의 명예를 실추시키기만 한다면 국왕은 가장 중요한 의지를 잃게 된다.바로 이때, 국왕의 자리를 노린다면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이때, 산성시.산중에 위치한 호화로운 별장에서, 검은색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마주 앉아 있는 젊은 여인에게 말했다.“선아, 며칠 전 장 도령께서 놀란 일이 있었단다.”“우리 천산 장씨 가문과는 대대로 교류가 깊었지. 어떤 의미에서든, 넌 가서 한 번은 그를 봐야 하지 않겠니?”“그리고 네 신분도 좀 자각해야 해. 진씨 가문의 큰 아가씨가 어찌 그리 속된 백성들처럼 옥기점 같은 데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냐!”이 중년 남자의 이름은 진천국, 산성 진씨 가문의 가주였다!진천국이라는 이름은 산성 전체에서 거의 군왕이나 다름없는 존재다.특히 영기가 되돌아온 이후, 진천국의 사문은 현재 산성 최대의 종문인 천앙종이었다!게다가 진씨 가문은 지금 천산 장씨 가문과 우호 관계를 다져가며, 혼인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만일 혼인이 성사된다면, 진씨 가문은
사실, 한지훈이 산에 들어서는 길목에서 이미 유 씨 노인의 말을 다 듣고 있었다.오대명산과 무종 사람들이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어찌 한지훈이 모를 수 있을까!최근 이 시기 동안 천릉자의 기세가 드높다는 건, 곧 오대명산이 천릉자를 내세워 한지훈이 용국에 세운 공적을 지우려는 의도임을 뜻한다.게다가 이 기회에 국왕의 지위마저 위협하려는 것이었다.개인의 영예나 치욕 따위는 한지훈에게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지만, 누구든 국왕의 권위를 흔드는 일만큼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오대명산의 계략을 깰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천릉자의 기세가 가장 드높을 때 정면으로 한방 먹이는 것이었다!그리고, 천릉자가 살해당한 사건은 과연 큰 파장을 일으켰다!그 전에 오대명산은 이 일을 공개적으로 보도하게 하려고 수많은 언론 기자들을 초청했다.하지만 정작 결과는, 제 발등을 찍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현장에 와 있던 언론사 수가 너무 많았고, 모두가 생중계로 현장을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수많은 인플루언서들까지 합류하며 정보를 봉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이 사건은 마치 다리가 달린 듯, 하룻밤 사이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흥! 정말 웃기는군. 그 따위가 어찌 한지훈과 견줄 수 있단 말인가? 한지훈보다 깨달음이 뛰어나다고? 타고난 자질이 낫다고? 결국 누가 죽였는지도 모른 채 죽어버렸잖아!”“흥, 내 보기엔 그냥 날뛰는 광대였을 뿐이지!”“날뛰는 광대? 그래도 광대는 멀쩡한 머리를 잃진 않겠지! 하하하…”온라인에서는 조롱이 난무했고, 항산의 사람들은 아예 모습을 드러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한순간에 오대명산의 기세는 급격히 꺾이고 말았다.그 뒤 한 달 동안, 모든 이들의 화제는 이 사건에 쏠렸다.오직 한지훈만이 조용히 천생서문에 기록된 내용을 따라 진지하게 약제를 조합하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그에게는 강우연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이런 화제들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게다가 천하 정세는 이미 크게 변하고 있었고,
그들은 누군가가 도중에 강탈할 거라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고, 오히려 장령풍이 자소화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는 약속대로 천릉자에게 져주지 않을 가봐 걱정됐다. “여러분, 드디어 가장 관건적인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됐을지 함께 알아봅시다!”한 인터넷 BJ는 생방송을 켜고는 팬들을 향해 말했다. 그렇게 시간은 1분 1초가 흘렀고, 모두들 손꼽아 승패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 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산 길에서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걸어 나왔다. 다만,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의 종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사고라도 난 건 아니겠죠? 장 사부님이랑 천릉자 사부님은 왜 여태까지도 나오지 않는 거죠?”임설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사실 또 다른 가능성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두 사람이 너무 격렬하게 싸운 나머지 모두 중상을 입어 전혀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지는 않을 거야. 필경 모두 동문 사람이기에 두 사람이 한판 붙게 된다 하더라도 반드시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둘 거야!”유 씨 어르신은 확신에 가득 찬 말투로 말했다. 알다시피 이번 대결은 5대 명산이 함께 손을 잡고 벌인 판이다. 게다가 천산 장 씨 집안도 이 계획에 얽혀있었기에, 절대 어떠한 실수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위에는 또 수많은 고수들이 지켜보고 있을 텐데, 의외의 사고란 발생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유 씨 어르신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산길에서는 어두운 안색의 항산 제자 4명이 단대 하나를 들고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내려오고 있었다. 이내 카메라들은 일제히 그 단대에 초점을 뒀고, 모든 기자들은 순간 숨을 죽였다. 단대 위에는 머리 없는 시체 한 구가 누워 있었고 옆에는 웬 동그란 물건이 놓여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바로 천릉자의 머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른 한편, 몇 명의 장 씨 집안 자제들 역시 단대 하나를 들고는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장령풍
그러나 한지훈은 장령풍을 투명 인간 취급한 체 눈 깜짝할 사이에 숲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여전히 깊은 공포 속에 빠져 있었다. 사실 천릉자는 실력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방금 그와의 정면승부에서, 그는 천릉자의 털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두 사람의 실력은 그야말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천릉자의 촘촘한 검망을 깨뜨려 그의 머리를 아작 낸다는 건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최선을 다해봤자 기껏해야 천릉자에게 상처만 입힐 거라 확신했다. 천릉자를 죽이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더욱 어려웠다. 모두들 알다시피 검망 아래에서는, 수천 갈래의 검의 습격을 마주해야 했다. 그 검망을 피해 사람을 죽이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 검방을 피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설사 2성 천신계 강자라 하더라도 밀집된 검망을 마주하게 되면,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게 되고 더욱이는 천릉자를 사지로 몰아넣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오직 나뭇잎 하나만으로, 마치 어린애 장난처럼 닥치는 대로 나뭇잎을 던져 천릉자의 머리를 아작 냈다. 지금 이 순간, 산 전체는 비할 데 없이 조용했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줄곧 조용히 땅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고 있었다. 그는 심지어 감히 고개 한번 들어 앞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렇게 30분이 흐르고 나서야 장령풍은 고개를 살짝 들었다. 한지훈의 자취가 더 이상 보이지 않자, 그는 비로소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익숙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장령풍, 오늘 벌어진 일을 소문내면 장 씨 집안은 멸망하게 되는 줄 알아!”“네... 저는... 아무것도 못 본겁니다!”크게 놀란 장령풍은 벌벌 떨었다. 한지훈의 경고는 그에게 있어서 성지였다. 한지훈은 뱉은 말은 무조건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유럽은 용경과는 80리 정도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오직 용국을 위해 복수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