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훈은 강우연을 내버려두고 북랑의 시체 앞에 다가갔다.시체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그는 손을 뻗어 시체의 옷을 벗겼다. 작업복이 벗겨지자 상처가 적나라하게 눈앞에 드러났다.피부는 핏기가 없이 창백했고 이곳 저곳 멍이 들어 있었으며 가슴은 움푹하게 패여 있었다.강우연은 구역질이 나오는 것을 꾹 참으며 가만히 한지훈의 행동을 지켜보았다.자세히 살펴봤지만 시체에는 상처 외에는 그의 신분을 증명할만한 단서가 나오지 않았다.암살 조직이라면 문신과도 같은 그들만의 기호를 남기는 게 정석인데 왜 아무것도 없는 것일까?한지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기절한 벌매의 앞으로 다가가서 발로 툭툭 찼다.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벌매는 무릎과 어깨에서 전해지는 고통에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눈을 뜬 순간 그의 앞에 미소를 짓고 있는 한지훈의 얼굴이 보였다. 벌매는 즉각 경계 태세를 취했다. 상처가 벌어지며 피가 뿜어져 나왔다.“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야. 과다출혈로 죽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벌매의 상태는 심각했다. 무릎 뼈가 부서졌고 손바닥과 견갑골은 비수에 관통된 상태였다.이 모든 것이 한지훈의 작품이었다. 벌매는 처참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리고 자신을 향해 냉소를 짓고 있는 한지훈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는 이미 여기서 살아서 나갈 수 없을 거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북랑은 어떻게 된 거지? 실험 데이터는 확보했을까?’한지훈은 그의 속을 훤히 꿰뚫어본 것처럼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동료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한가 봐? 불행하게도 그는 이미 죽었어.”그 말을 들은 벌매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한지훈을 노려봤다.고개를 돌리자 피를 흘리며 쓰러진 북랑의 모습이 보였다.아니, 그것은 더 이상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닌 시체였다.벌매의 얼굴에 당황하는 기색이 스치나 싶더니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그는 완전히 반격의 생각을 포기한 상태였다. 상대는 이미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괴물이었다.
“질문해. 내가 아는 건 다 말할게.”잠시 머뭇거리던 벌매는 결국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 사내가 자신에게 또 어떤 짓을 할지 그는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았다. 다만 모든 것을 털어놓은 뒤에 그가 자비를 베풀기를 바랄 뿐이었다.하지만 벌매는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한지훈은 처음부터 그를 살려서 내보낼 생각이 없었다.“너희들은 누구지? 어디서 보내서 왔어?”한지훈은 잠깐 고민하다가 첫 질문을 던졌다.“우린 독가시 출신이야. 거대한 암살조직이고 전국 각지에 우리 세력이 분포되어 있어.”벌매의 생각은 간단했다. 조직의 이름을 알려주면 한지훈이 겁을 먹고 자신을 놓아줄 수도 있을 거라는 바람에서였다. 하지만 상대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벌매는 한지훈이 암살 조직이라는 개념을 전혀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과장해서 설명했다.“암살 조직은 길거리 깡패들이랑은 개념이 달라. 길거리 양아치들은 우리 같은 전문가들에 비하면 벌레 수준이지. 나랑 북랑은 조직에서 1, 2위를 다투는 엘리트야. 독가시는 용국 암살조직 랭킹 3위에 안착한 유명 조직이야. 백 명이 넘는 킬러를 보유하고 있고 금액만 맞으면 누구든 죽일 수 있어.”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한지훈은 설명을 듣고도 전혀 두려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한발 다가서서 그의 무릎을 살포시 짓밟았을 뿐이었다. 게다가 한지훈의 발길이 향한 곳은 조금 전 무릎 뼈가 아작난 바로 그 무릎이었다.벌매는 저도 모르게 또다시 처참한 비명을 내질렀다.한지훈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피가 스며 나오는 그의 무릎을 지그시 눌렀다. 부서진 뼛조각이 피부를 뚫고 나오면서 벌매는 죽기 보다 못한 고통을 맛봐야 했다.“거짓말은 널 지금보다 더 괴롭게 만들 뿐이야.”한지훈은 싸늘하게 말을 이었다.“너 같은 녀석이 암살조직에서 랭킹 1, 2위를 다투는 존재라면 너희 조직도 별볼일 없다는 얘기잖아. 너희 같은 녀석들이 랭킹 3위에 안착할 정도면 나 혼자 힘으로도 랭킹 1위를 차지할 수 있어.”자칫 오만해 보일 수 있
“적염왕! 저 녀석이 조금 전에 말한 적 있어요. 배후는 적염왕이라고요!”여태까지 조용히 있던 강우연이 북랑의 시체를 가리키며 대화에 끼어들었다.적염왕?익숙한 이름에 한지훈의 눈빛이 살벌하게 바뀌었다.“또 녀석이야? 이런 망할 자식이!”한지훈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벌매는 그에게서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 마치 분노한 맹수가 먹이감을 눈앞에 두고 으르렁거리는 모습과도 같았고 또한 지옥에서 온 사자처럼 보이기도 했다.한지훈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적염왕, 내가 조용히 있으려고 했는데 또 이렇게 선수를 치네?”상대가 또 다시 마수를 뻗쳤다면 한지훈도 더 이상 참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강우연을 지키기로 마음먹었다.그게 모든 암살자 조직을 적으로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상관은 없었다.섬뜩하게 빛나는 한지훈의 살기가 벌매를 두렵게 했다.그는 가볍게 팔짱을 끼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독가시? 너희 조직은 이제 존재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내 와이프를 건드렸으니 그 대가를 치러야지.”만약을 대비하기 위해 한지훈은 암살조직을 처리해 버리기로 마음먹었다.담담한 말투로 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벌매는 그의 눈에서 진한 살기를 보았다.순간 벌매는 차라리 그의 밑에 들어가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오만방자하게도 암살조직을 날려버리겠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어쩐지 그의 말에서 신빙성이 느껴졌다.독가시는 벌매가 말한 것처럼 그렇게 대단한 조직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국제적으로 이름을 올린 조직인 것만큼 쉽게 날려버릴 수 있는 존재도 아니었다.한지훈의 강력한 카리스마에 잠깐 정신을 놓았던 벌매는 가까스로 정신을 추스르고 믿을 수 없는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왜? 내 말 못 믿겠어?”한지훈은 벌매를 바라보며 싸늘하게 물었다.벌매는 순간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당황한 얼굴로 변명하듯 말했다.“내가 아는 건 다 말해줬으니까 목숨만 살려줘.”한지훈은 담담한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내가 아
그 시각 용린은 느긋하게 전화를 받으며 한 별장 대문을 나서고 있었다.곧이어 그의 등 뒤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순식간에 별장 내부는 불바다가 되었고 간간이 인간의 살점 같은 것들이 허공에 흩뿌려졌다.용린은 검은색 코트에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담배를 피우며 느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알아냈습니다. 칠룡산 근처에 별장이 하나 있는데 적염왕의 비밀기지였습니다. 다만 알아낸 정보에 따르면 보안이 아주 삼엄하다고 합니다.”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강중의 풍경을 내려다보며 답했다.“알았어. 일단은 계속 주시하고 있어. 3일 뒤에 칠룡산으로 출발할 거야. 적염왕 목을 따야지!”“알겠습니다, 주군!”전화를 끊은 용린은 별장 근처에 세워둔 오토바이에 올라 타오르는 불바다를 잠시 감상한 뒤에 피식 미소를 짓고는 시동을 걸었다.통화를 마친 한지훈은 북양 전쟁부에 있는 용일에게 전화를 걸었다.“용일, 독가시라는 조직에 대해 좀 알아봐.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놈들의 모든 정보를 알아야겠어!”“네, 사령관님!”용일은 곧바로 상관의 명령을 전쟁부의 정보부에 전달했다.잠시 후, 독과시와 연관된 정보들이 한지훈의 핸드폰을 전송되었다.자료를 대충 훑어보니 독가시라는 조직은 국내 암살조직 랭킹 16위에 2백 명이 좀 넘는 멤버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들의 보스는 4성 천급 전신의 실력을 가진 무인이었다.조직 내에는 여섯 명의 엘리트가 있었는데 준전신급의 북랑이 그들 중 한 명이었다.서류를 확인한 한지훈은 다시 용일에게 전화를 걸어 지시를 내렸다.“5천 북양 사병을 집결하고 네가 직접 병사들을 인솔하여 오늘 밤에 독가시의 소굴을 치도록 해!”“예, 사령관님! 바로 준비하겠습니다!”용일은 공손히 대답한 뒤, 부랴부랴 전쟁부로 가서 직접 5천 사병을 집결하여 검열까지 마쳤다.그 시각, 사무실로 돌아온 한지훈은 만면에 수심이 가득한 강우연을 보며 말했다.“여보, 안색이 안 좋아. 오늘은 일단 돌아가서 쉬고 있을래?”강우연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으며
그 말을 들은 적염왕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더니 기침도 더 심해졌다.우연그룹에서 개발한 최신 항암약물은 적염왕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손에 넣어야 하는 것이었다.그의 몸은 하루가 다르게 암세포에 침식되고 있는 중이었다.약물치료와 방사선치료로 어느 정도 억제하고는 있지만 그는 자신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하고 있었다.그리고 우연그룹에서 개발한 최신 항암약물은 적염왕에게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다.그래서 그가 이런 큰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우연그룹에 사람을 보내 내부 연구자료를 강탈하려 시도한 것이다.암살자를 보낼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의 예상에는 실패가 존재하지 않았다.“독가시의 두 엘리트 모두 사망했습니다.”사내가 말했다.“하지만 저희는 또 다른 수도 준비해 두었죠. 아직 세 사람 남았습니다. 성공의 여부는 그들에게 달렸지요.”그 말을 들은 적염왕은 고개를 들고 싸늘한 눈빛으로 사내를 바라보았다.저녁 열한 시 무렵.직원들이 퇴근한 우연그룹 건물은 텅 비어 있었고 한지훈이 조기 퇴근을 지시했기에 연구소의 문도 굳게 닫혀 있었다.왕조현은 보안팀원들과 함께 컴컴한 복도에서 순찰을 돌고 있었다.오늘 오전 사건도 있고 해서 왕조현은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 그 역시도 이 시점에 또 다른 사고가 나는 건 바라지 않았다. 다시 오전과 같은 사고가 발생한다면 보너스가 날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일자리를 보전할 수 있을지도 문제였다.그래서 오늘 그는 여느 때보다도 더 진지하게 순찰에 임하고 있었다.메인 건물 순찰을 마친 그는 부하직원들에게 말했다.“연구소 건물로 가보자고.”말을 마친 그는 직접 부하들을 데리고 연구소 대문 앞으로 가서 지문과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문을 열었다.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안에서 코를 찌르는 피냄새가 풍겨왔다.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방 안의 피냄새는 지워지지 않은 모양이었다.왕조현은 저도 모르게 오전에 처리한 두 구의 시체가 떠올라 구역질이 올라왔다.시체를 처리하는 일은 왕조현에게 있어서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 모습이 마치 귀신과 흡사했다.순찰자들이 확인하고 다녀간 연구소에 다른 존재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왕조현 일행은 샅샅이 둘러본다고 했지만 갑자기 나타난 존재를 발견하지는 못했다.사실 그들은 왕조현이 연구소를 순찰하고자 대문을 열었을 때 조용히 잠입했던 것이다. 그리고 허공으로 몸을 날려 천장에 바짝 붙어 있었기에 아무도 그들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한편, 순찰을 마친 왕조현 일행은 당직실로 가서 휴식을 취했다. 한번 순찰을 끝낸 곳은 다시 순찰할 이유도 없고 어차피 통제실에 CCTV를 살피는 직원이 있으니 연구소에 문제가 생긴다면 통제실에서 연락이 올 것이기 때문에 그들 모두 안심하고 잠을 청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 시각 통제실에서 CCTV를 주시하던 직원은 누군가가 이미 CCTV 화면을 손봤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스크린에는 정지된 화면만 돌아가고 있었기에 통제실 직원은 연구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갑자기 연구소에 잠입한 이들은 조용히 실험실로 향했다.발걸음이 어찌나 가벼운지 발걸음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았다.며칠 간의 조사를 통해 그들은 연구소의 모든 데이터가 이 실험실에 있는 메인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이곳에서 하루동안 지켜본 결과, 한지훈 부부가 컴퓨터를 다른 곳으로 가져가지 않았다는 사실도 확인하였다.컴퓨터의 비번만 풀면 그는 임무를 완수하고 약속한 거액의 보수를 받을 수 있었다.게다가 동료들은 다 죽음을 마주했으니 보수는 그가 혼자 독식하게 된 것이다.북랑과 벌매가 임무에 실패한 것은 안타깝긴 해도 그에게는 오히려 기회이기도 했다.만약 셋이서 살아서 임무를 완수하게 된다면 셋이서 보수를 나눠야 했을 것이다.하지만 북랑과 벌매는 운이 안 좋게도 죽음을 맞이했으니 혼자서 보수를 독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동료의 죽음을 그는 단지 그들이 무능해서 죽은 것으로 받아들였다. 모든 것은 오늘 밤의 행동을 위한 발판인 것이다.그의 코드네임은 화사, 알려
하지만 현실은 그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가 휘두른 단도는 공기만 가르고 상대의 손에 손목을 잡히고 말았다.당황한 화사는 다시 품에서 비수를 꺼내 휘둘렀다.하지만 조금 전과 똑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화사는 상대에게 두 손이 묶인 채,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한지훈이 어둠 속에서 슬며시 손에 힘을 주자 화사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질렀다. 비수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넌 누구야? 원하는 게 뭐야? 너도 실험실 데이터 때문에 온 것이라면 우리 협상을 좀 해보자고!”공격이 막힌 화사는 협상을 시도했다.“곧 죽을 놈이 나에게 협상이라?”한지훈은 그대로 다리를 들어 화사의 머리통을 향해 쭉 뻗었다.머리를 정통으로 맞은 화사는 시야가 흐릿해지고 머리가 어지러웠다.그러더니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그대로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그는 쓰러지는 순간까지도 상대의 일격에 자신이 이 정도로 힘없이 쓰러졌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사람 맞아?’아무리 그래도 조직에 몸담은 암살자이고 1성 준전신급 실력을 가진 자신인데 상대의 한방에 이 정도로 쓰러졌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한지훈은 바닥에 쓰러져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화사를 힐끗 보고는 한쪽으로 가서 전등을 켰다.순식간에 실험실이 환해지고 화사의 시야에 한지훈의 모습이 나타났다.화사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며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어리둥절한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다가 소리쳤다.“너였구나!”“말하는 걸 들어보니 날 아나 본데?”한지훈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알아. 그 여자 남편이잖아.”화사가 굳은 목소리로 답했다.말하는 사이 녀석의 손은 바닥에 떨어진 비수로 향하고 있었다.“네가 내 얼굴을 봤을 리가 없는데?”한지훈은 화사의 그런 움직임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 싸늘한 목소리로 되물었다.“우연그룹의 유명인사지. 오전에 실험실에서 있었던 일, 난 똑똑히 보고 있었거든.”화사는 북랑, 벌매와 같이 연구소 직원으로 위장하고 연
한지훈은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고는 말했다.“네 주제에 내가 원하는 걸 줄 수 있다고? 네가 나한테 뭘 줄 수 있지? 난 네 목숨을 원하는데 그것도 줄 수 있어?”협박이 아닌 진심이 담긴 말에 화사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 떨었다. 상대는 처음부터 그를 살려서 내보낼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그는 애써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목숨 말고 다른 건 줄 수 있어. 내 창고에 많은 보물과 보석, 골동품, 명화들이 쌓여 있거든. 네가 원한다면 그걸 전부 너에게 줄게. 그거 하나만 가져다 팔아도 평생 부를 누릴 수 있을 거야!”“꽤 끌리는 조건이네. 고민 좀 해볼게.”한지훈이 피식거리며 말했다.그리고 이때, 고민에 잠긴 듯한 한지훈의 모습을 주시하던 화사는 비수를 꽉 잡고 공중으로 몸을 날리더니 무서운 속도로 한지훈의 가슴을 향해 비수를 휘둘렀다.“죽어!”비수가 한지훈의 가슴 가까이에 날아간 순간 화사의 얼굴에는 회심의 미소가 피어났다.하지만 그의 그런 바람과는 다르게 이번에도 비수는 한지훈의 가슴을 스치지는 못했다.비수는 한지훈의 가슴 5cm 간격을 두고 멈추었다.허공에서 커다란 손이 담담하게 예리한 칼날을 잡고 있었다.화사가 더 깊숙이 찌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비수는 거기서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한지훈은 단 두 손가락으로 손쉽게 비수를 잡아버린 것이다.대체 얼마나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자면 이 정도까지 할 수 있을까?충격에 빠진 화사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한지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그의 암살자 인생을 통틀어 처음 벌어진 광경이었다.서서히 공포가 그를 옥죄이기 시작했다.상대는 여전히 만사 귀찮은 얼굴을 하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화사는 그 순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우연그룹 내부에 이런 고수가 존재했다니!그런데 왜 받은 정보에서는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던 것일까!“꼭 너처럼 현실파악을 못하는 놈들이 있단 말이지.”한지훈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화사를 덤덤히 바라보며 비수를 빼앗아 바닥으로 던졌다.“아직도 도망칠 생각이라
모든 이들은 그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믿고 있었다.그러나 그가 나타나는 순간, 모든 이들이 경외심에 찬 시선을 드러냈다.앨러스의 긴장된 마음도, 그 순간 조금은 누그러졌다.보아하니, 고대 인디언들이 결국 움직인 모양이었다.하지만 한지훈은 허공에 떠오른 그 거대한 얼굴을 단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그저 가볍게 손을 들어 올리자, 하늘에서 눈 부신 별빛이 쏟아져 내렸다!눈 깜짝할 사이에, 미륙 전역에 퍼져 있던 앨러스 족속들이 무수한 별빛에 온몸이 꿰뚫리며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그들 중엔 전신계나 사령관 경지의 강자들도 많았고, 본능적으로 반항하려 했지만 천신계 강자 앞에서는 저항이란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단 한 호흡의 시간도 지나기 전에 모두가 가루가 되어 버린 것이다. “한지훈! 네… 네놈은 어째서 우리를 노리는 건가!”눈앞에서 하나둘 동족이 죽어 나가자, 앨러스의 눈동자는 충혈되어 터질 듯 부릅떴다.심지어 하늘 위에 떠 있던 그 거대한 얼굴조차 노기가 서리기 시작했다!비록 앨러스의 족속들이 죄를 저질렀다지만, 한지훈이 이때 손을 쓴 것은 그의 위엄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이었다!“한지훈! 경고한다. 이 땅에서 더 이상 행패를 부리지 말아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찬란한 별빛이 다시 한 번 하늘을 덮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이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허공에서 사라졌고, 이국 전체는 순식간에 피바다로 변했다.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냉랭한 눈으로 하늘의 얼굴을 쏘아보며 말했다.“너희는 모두 죽어 마땅하다!”“그들이 인류 멸망 계획을 실행하려고 망상한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인류를 멸종시키겠다는 그들의 야망이 있다면, 먼저 그들 자신부터 사라져야겠지.”“만약 불만이 있다면 언제든 용국으로 찾아와라.”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하늘 위 거대한 얼굴이 잠시 멍해졌다.그렇다, 앨러스 족은 분명 전 인류를 죽이고, 오직 자신들의 후손만 남겨 지구를 지배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엘러스는 한지훈이 정말로 이국과 결전을 벌이려 한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지금의 한지훈은 이미 전 세계의 꼭대기에 선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비록 머지않아 역외 강자들이 돌아오면 한지훈도 다시 미미한 존재로 전락할 것이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부터 몇 년 후 그들이 완전히 귀환하기 전까지는, 한지훈은 신화 같은 존재였다.그가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얻은 이익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뻔히 알고 있었다. 부와 절세의 미녀들, 모두가 그의 손짓 한 번에 오고 갈 수 있는 존재에 불과했다.“한지훈, 우리는 네 실력을 매우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난 여전히 우리가 앉아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해.”엘러스는 결연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이국 최고위층을 대표할 뿐 아니라, 유다 민족 전체를 대표해 한지훈과 조건을 논의하고 있었다.역사적으로 2천 년 넘게 떠돌던 이 민족은 겉보기보다 훨씬 복잡하고, 최후의 순간까지 절대로 비장의 수를 꺼내지 않으며 그들의 속셈과 진짜 저력을 세상에 드러내지도 않았다.반면 한지훈은? 말 그대로 혼자뿐이었다. 용국에서 도와줄 수 있는 건 얼마나 될까?하지만 엘러스의 말을 들은 한지훈은 비웃을 뿐이었다. “너희가 나랑 조건을 논할 자격이 있나?”“한지훈, 잘 생각해. 오늘 여기 모인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겠지?”엘러스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건 이국 고위층뿐만이 아니었고, 미륙 전체의 최고위 인사들과 이스렐 국가 원수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세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이들이 전부 이곳에 모인 것이다.게다가 현 세계에서 가장 정예의 무기들이 이미 주변에 배치되어 있었고, 엘러스는 한마디 명령만 내리면 한지훈을 중상 입힐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비록 중상에 불과할지라도,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용국의 여러 명산들이 한지훈이 다쳤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오히려 이국에 협력해 그를 제거하려 들지도 모른다.엘러스의 계략은 음흉했지만 시국 판단에 있어서는 매우 정확했
“그자 혼자서 정말로 한 나라 전체를 멸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소! 영륜은 멸망했지만, 우리 이국은 광활한 국토가 방패가 될 것입니다!”“게다가, 아직 고대 인디언의 강자들도 우리가 부르지 않았습니다. 역사적으로 우리와 그들 사이에 충돌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지금은 이미 같은 배를 탄 처지이니 그들도 분명 우리를 도와줄 것입니다!”앨러스는 차갑게 말했다. 그에게 있어 평화 회담은 절대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다. 누군가 먼저 화해를 입에 올린다면, 그건 곧 그쪽이 절대적인 열세에 놓여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이국은 수백 년에 걸쳐 세계의 정상에 올랐는데, 어찌 그 패권을 고스란히 용국에게 넘길 수 있겠는가?게다가 이국이라는 나라의 진짜 주인은 사실 유다인이었고, 이국은 유다인의 도구이며 세계를 지배하는 중요한 무기였다.만약 이국이라는 강력한 후원자를 잃게 된다면, 유다 민족은 순식간에 다른 나라들에 의해 찢기고 짓밟힐 것이다.뿐만 아니라, 이국의 51구역은 유다인과 일부 선사 문명이 거래를 진행하는 구역이며, 이 51구역을 통해 이국은 수많은 첨단 과학기술을 얻어낼 수 있었다.이런 점들 또한 앨러스가 결코 용국을 위해 조연 역할을 맡고 싶어 하지 않는 중요한 이유였다.“다들 잊지 마십시오, 우리는 모두 유다인의 후손입니다. 만약 이국이 세계의 주도권을 잃는다면, 우리 유다 민족의 나라 역시 곧 전 세계의 청산 대상이 될 것입니다!”“솔직히 말하자면, 우리 유다 민족의 국가는 이미 주변국들의 영토를 침범하고, 수많은 노동력과 여성들을 약탈했습니다. 만약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면, 우리의 나라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을 것입니다!”앨러스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스렐과 유다 민족이 공수해 만든 나라는 이미 오래전부터 주변국들에게 눈엣가시였고, 이국의 강력한 보호가 아니었다면 벌써 지워졌을 이름이었다.하지만, 만약 용국이 세계 패권의 자리에 오른다면 그들도 이 혈투의 나라를 계속 보호할까?정답은 반드시 부정적일 것이다. 그때가 되
빌은 처음에는 노인의 말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지 전혀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노인이 일깨워주자마자 그는 즉시 상황을 이해하게 되었다.노인의 말처럼, 지금은 단순히 한지훈이 혼자 힘으로 각국의 강국들을 쓸어버렸다는 것만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다.무엇보다, 용국의 해군이 이미 이국 서해안에 도착해 있었다.이 순간, 세계를 뒤흔들 전쟁이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건 더 이상 열무기가 아니었다. 이제는 용국과 이국 양측의 고수들이 최후를 결정하게 될 것이었다.특히, 세계 무도 연맹이 한지훈의 행동을 전면적으로 묵인했다는 사실은 엄청난 시사점을 담고 있었다.한지훈이 세계의 일극이라 불리는 이국을 상대로 손을 쓰더라도, 세계 무도 연맹은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다시 말해, 지금의 용국은 이미 그 누구도 상대할 수 없는 위치에 도달했다는 뜻이었다.그리고 앞으로 세계를 통제하는 능력 또한 미륙을 훨씬 뛰어넘게 될 것이 분명했다.이대로라면, 세계 곳곳의 아주 미세한 영역조차도 용국의 뜻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심지어 미륙 쪽의 경제 생명줄마저도 전부 용국의 손아귀에 들어갈 날이 머지않았다!로저스 가문이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용국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하며, 반드시 용국의 국왕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야만 했다!“이제야 네가 이해했겠지. 이번 전쟁이 전 세계에 어떤 의미인지 말이야.”이 시점에서, 로저스 가문에겐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하지만 할아버지, 제가 알기로는 이국 쪽에서도 이미 전면적인 전쟁 준비에 돌입했고, 수많은 핵무기 발사 기지가 용국 쪽을 향해 조준을 마친 상태입니다!”“만약 용국이 정말로 이국의 패권을 빼앗으려 든다면, 그 핵무기들이 용국에게 엄청난 피해를 안길 수도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용국도 세계를 장악하긴 어려울 텐데요?!”빌은 이 점을 가장 크게 걱정하고 있었다. 핵전쟁이 시작된다면, 이 세상에 승자는 없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한순간에 온 나라가 떠들썩해졌고, 더 이상 감히 사죄나 화평 따위의 말을 꺼내는 공지는 단 한 명도 남지 않았다. 반대로, 용국의 또 다른 부류의 공지들은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그들은 직접 이 전쟁을 지켜봤고, 용국이 멸망 직전에서 순식간에 반전을 이루어 세계의 정상으로 올라서는 장면을 목도했기 때문이었다!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의 가슴은 벅찬 감동으로 요동치고 있었다.백여 년 전, 용국이 열강에게 얼마나 참혹하게 짓밟혔던가?!하지만 지금, 한지훈이 오롯이 혼자 힘으로 천지를 뒤집고 열강을 쓸어버리며 용국의 한을 풀었다!이런 인물은 용국의 영웅이라는 다섯 글자만으로는 결코 담아낼 수 없었다!“휴우, 난 예전부터 한지훈이 그저 무지한 젊은이일 뿐이라 여겼네. 하지만 이렇게도 놀라운 위업을 이룰 줄이야!”“오늘 이 전투는, 우리 용국의 위세를 세운 전투라 불릴 자격이 있구만 그래!”이때, 동방 가문의 한 노인은 두 손을 등 뒤에 지고 하늘을 우러르며 탄식했다.동방 가문은 한지훈과 불구대천의 원수가 맞지만, 이번 한지훈의 전쟁은 국위를 드높이며 용국을 세계의 정상에 세웠다!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여전히 한지훈을 향한 증오가 가득했지만, 이 순간만큼은 한지훈을 향해 경외의 마음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온 나라에 고하노니, 다시는 화평을 운운하는 자가 있다면, 그는 곧 우리 동방 가문 불구대천의 원수이니, 반드시 멸할 것이다!”“우리 무신종은, 절대로 화해를 인정할 수 없다! 다시 누군가가 화해를 제안한다면, 그것은 곧 우리 무신종과 적이 되는 것이다!”“천산에서 용국 내 온갖 서양 숭배의 잡것들에게 고하노니, 다시 화해를 운운하는 자가 있다면, 우리 천산은 결코 그들과 함께 설 수 없다! 그 문족을 모조리 도륙하겠다!”한순간, 사대 가문과 여러 명산들이 잇달아 목소리를 내며, 한지훈을 지지했다!같은 시각, 로저스 가문.노인은 무거운 표정으로 빌을 바라보며 말했다.“봤느냐, 한지훈은 과연 대승을 거두었다. 그리고 영륜은 이번 전투로
영륜 전역이 황무지로 변한 광경을 본 이국 고위층마저도 충격에 말을 잃었다.영륜을 포함해, 사실상 세계 주요 세력은 전부 한지훈의 손에 피로 물들었다.웅국은 그중에서도 가장 참혹했고, 수도가 파용군에게 함락되었으며 성내 모든 이들이 몰살당했다!그러나 용국 측 지휘관은 전 세계 언론 앞에서 공개적으로 선언했다.용국은 오랫동안 웅국에게 양보해 왔지만, 웅국은 늘 용국의 영토를 침범하려 했으니 오늘 그들을 멸족한 것은 용국을 침범하는 자는 반드시 멸한다는 경고였다! 한편, 이국 서부 해안에는 이미 용국 정예군이 빠르게 진격 중이었다. 이국 또한 웅국과 같은 운명을 맞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었고, 이 모든 사태의 시작은 단 한 사람, 한지훈이었다!“한지훈 혼자서 어찌 세상을 떨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절대로 그를 멋대로 날뛰게 놔둘 수 없다!”정 중앙에 앉은 중년 남자가 한 청년의 말을 듣고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비서에게 물었다.“용국 측의 답변은?”“있습니다. 용국 국왕께서 구두로 전하셨습니다. 전쟁을 원한다면,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입니다!”그 말을 들은 중년 남자는 무의식적으로 숨을 들이켰다!가까운 백 년 동안, 용국이 이토록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은 처음이었다.이것은 분명 전 세계를 향한 하나의 메시지였다. 과거 모든 것을 참아내고, 대의를 앞세우며 늘 물러섰던 용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신호인 것이다! 오늘날 용국은 세계의 정상으로 다시 돌아왔고, 어떤 이에게도 더는 숨거나 굴복하지 않을 것이었다!이 시각, 충격적인 소식들이 연달아 전해지고 있었다.오륙 인구의 4분의 3이 목숨을 잃었고, 영륜 전역은 완전히 함락되었다.또한 영륜 최고의 명수인 하드레이는 전사했으며, 시신조차 남지 않았다!순식간에, 이국 각계는 패닉에 빠졌다!한지훈의 행위는 너무도 잔혹하고도 과감했다.과거 용국은 언제나 참는 입장이었고, 가장 먼저 협상 테이블에 앉던 나라는 늘 용국이었다.그러나 이번만큼은, 용국은 협상의 문을 닫고 군대와 고수들을 총
하드레이는 잔혹한 방식으로 한지훈을 고통스럽게 짓밟고 싶었다. 그래야만이 한지훈이 오륙에서 저지른 죄악을 씻을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그러나 한지훈이 어찌 그 음험한 속셈을 눈치채지 못하겠는가?“아직도 모르나 보군. 난 이미 분명히 말했고, 네놈의 깨달음은 여기까지다.”“네 그 번개란 것도, 내 눈엔 별거 아니다. 오늘 진정한 용의 위엄이 어떤 건지 보여주지!”말을 마치자, 한지훈이 갑자기 주먹을 날렸다.“쾅!”주먹이 뻗어나가자, 허공에 떠 있던 금룡이 천지를 뒤흔드는 울음을 내지르며 구천을 향해 솟구쳤다!이윽고, 금룡은 날개를 접고 급강하하며 하드레이를 향해 매섭게 내리꽂혔다!그 충격의 기세는 너무도 강력해 대지마저 수십 미터 깊이로 가라앉을 정도였다!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아홉 개의 찬란한 별이 밤하늘에 일렬로 떠올랐다!지극히 강렬하고 냉엄한 기운이 일순간 영륜 전역을 휩쓸었다! 그 순간, 하늘 위의 둥근 달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수많은 별들 또한 감쪽같이 자취를 감췄다.이 모든 기이한 현상을 마주한 하드레이는 처음으로 멍해졌다.이 얼마나 무서운 힘인가? 그는 오직 한 사람에게서만 이와 같은 힘을 느낀 적이 있다. 바로 호천 창세!그러나 지금 이 힘은, 그조차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었고 감히 넘볼 수도 없었다!그의 막강하던 힘도 이 압도적인 기세 앞에서는 한낱 미물에 불과했다.그 순간, 모든 보라빛 번개가 사라지며 하드레이는 피를 한껏 토해냈다.그의 번개 감옥이 무참히 산산이 깨져버린 것이다!그때, 한지훈이 금빛 광막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고, 아홉 개의 찬란한 별들이 극도로 밝은 빛을 발산하며 진동하기 시작했다!요란한 굉음과 함께, 아홉 개의 별이 동시에 파괴적인 섬광을 쏘아냈다!“한지훈, 네놈이 감히…! 여긴… 여긴 오륙의 기원이다! 네놈이 이곳을 파괴한다면, 머지않아 역외 강자들이 돌아왔을 때, 널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다!”하드레이가 분노의 절규를 터뜨렸다.그가 느낀 건 단지 죽음이 아니었으며, 한지훈이
하지만 그다음 순간, 그 수많은 보라색 천둥번개는 여전히 사라지고 말았다!이 장면을 본 하드레이는 잠시 얼어붙었고, 마치 진흙에 빠진 소 같은 느낌을 처음 받아봤다. 하지만 그 황금빛 광막의 균열을 그는 역시 확인했다.이는 바로, 한지훈이 특수한 진법을 사용해 위기를 모면했지만, 그의 방어도 이미 붕괴 직전이라는 것을 의미했다!“흥, 네놈의 실력은 정말 예상 밖이지만, 이제부터 네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이 말을 한 하드레이는 다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이번에는 하늘에 떠 있는 보라색 번개가 몇 배 더 굵어졌고, 심지어 허공에도 왜곡이 나타났다! “우르르!”하드레이는 다시 한지훈에게 온 힘을 다해 일격을 날렸고, 그 황금빛 광막의 균열이 점점 더 커져가는 듯했다.비록 그 일격은 다시 그 황금빛 광막 속으로 사라지며 보이지 않았지만, 하드레이는 확신했다.최대 세 번의 공격이 더 있으면, 한지훈을 보호하는 방어 진법은 완전히 붕괴될 것이다! 그의 모든 일격은 천지를 울렸고, 각각의 일격마다 무서운 보라색 전광이 터져 나왔다!그리고 그 보라색 번개는 끝내 검은색으로 변했고, 오륙 전역에서 모든 사람들이 떨림을 느끼며 경외심으로 무릎을 꿇었다!이때 하드레이는 점점 더 강해졌고, 그의 기운은 오륙을 가득 채우며 마치 천신이 내려온 모습처럼 위엄을 드러냈다!그 균열이 이미 손바닥만큼 넓어지고 있었을 때, 하드레이의 얼굴에는 조롱하는 미소가 떠올랐다.“한지훈, 이제 끝이다! 네 목숨은 여기까지다!”하드레이는 차가운 코웃음을 치고, 다시 검을 들었다!하늘에 수십 개의 보라색 번개가 나타나며, 마치 감옥처럼 그 번개는 한지훈을 번갯불 속에 가둬 놓았다!“네 천성구요는 어찌 된 것이지? 그렇게 자랑을 하더니 이제 현실에서 증명해 봐라! 네 성신이 더 강한지, 아니면 내 천둥번개가 현세를 압도하는지 보자꾸나!”이 번개 감옥은 바로 하드레이의 절학이었다.긴 세월 동안 하드레이는 이 전술로 수많은 강자들을 처치해 왔고, 그
곧이어 하드레이의 몸에서는, 전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다시 한번 한지훈을 덮쳐들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칼을 휘둘렀다. 이내 수많은 칼빛이 두 사람을 겹겹이 에워쌌다. 한편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일일이 망원경까지 들고는 공중을 바라보았다. 공중에서는 두 사람에게서 나오는 눈부신 빛만 보아낼 수 있었고 격렬하게 교전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지만 전혀 사람의 그림자는 찾아낼 수 없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람은 공중에서만 수백 차례의 공격을 퍼부었다. 한지훈은 천신계를 돌파한 이래, 처음으로 누군가와 오래된 대결을 펼치게 됐다. 이 사실로만 보아도, 하드레이는 그야말로 유럽 최강의 실력자로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맹렬하게 싸우던 두 사람의 거리는 잠시 벌어졌고, 다시 한번 공중에서 맞붙게 되는 순간 하드레이는 저도 모르게 약간 비웃는 듯한 기색을 드러냈다. “보아하니, 넌 내가 듣던 소문과는 달리 실력 차이가 좀 있네. 네가 고작 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앞으로 이 세상에 더 이상 한지훈이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아. 더욱이는 용국도 사라지게 될 거고!”방금 한바탕 싸움을 거친 하드레이는 이미 대충 실력이 파악되었다. 그가 보기에 지금의 한지훈은, 진법에 대한 이해가 아직 매우 부족했다. 전에 그가 줄곧 천신계 고수들을 참살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좋은 운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행운은 영원히 한 사람만을 도와주진 않는다. 오늘, 하드레이는 한지훈에게 주어진 그 행운을 끝낼 작정이었다. “번개야!”그 순간, 하드레이는 한 손으로 검을 든 채 하늘을 가리켰다. 쾅! 천지를 뒤흔드는 큰 소리와 함께, 보라색의 번개가 그의 검을 감쌌다. 이내 보라색 번개는 구름 위로 이어졌고, 한편으로는 하드레의 손에 들린 장검에 스며들게 됐다. 그 모습을 아래에서 지켜보던 영륜 사람들은 모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역시, 영륜 강자는 남달랐어! 이것이야말로 천신과 같은 위세지! 이 정도 위세 앞에서, 한지훈은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