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W백화점 5층 직원 대기실.유니폼 상의의 마지막 단추를 채운 설화는 거울 속 자신과 잠시 눈을 맞췄다. 면접을 통과하고 출근한 지 벌써 일주일째였다. 어색한 유니폼은 아직 몸에 겉돌았고, 구두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뒤꿈치를 파고들었다. 그래도 매장 입구에서 숨부터 고르는 일은 줄었다.“유설화 씨, 오늘은 이쪽 매장 서브로 붙어요. 점심은 한 시부터고, 중간 대기는 없습니다.”한아름 의류 상자를 끌어안고 움직이던 선배가 일정표를 내밀었다.“네, 알겠습니다.”설화는 짧게 대답하고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오늘 하루만 버티자. 속으로 한 번 되뇌고 매장 문을 열었다.후끈한 열기와 소음이 동시에 밀려왔다. 이른 시간부터 계산대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아이를 달래는 손님과 옷을 들고 매장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끼리 동선을 뒤엉켰다.“직원분, 이거 다른 색상 있어요?” “이건 교환은 가능한 거죠?” “얼마나 기다려야 해요?”질문이 사방에서 쏟아졌다. 설화는 입가에 미소를 걸고 차례로 응대했지만, 몇 번이나 창고와 매장을 오가는 사이 발등은 벌겋게 부어올랐다. 포스기 옆에는 정리하지 못한 영수증이 쌓였고, 한 손님이 물러나기도 전에 다음 손님이 옷을 내밀었다.설화는 바코드 스캐너를 다시 쥐었다. 숨이 가빠질 때마다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생각할 틈이 없는 건 오히려 나았다. 강현의 연락도, 보름 뒤의 일도 떠올릴 시간이 없었다.점심시간이 되어서야 설화는 매장 밖 벤치에 몸을 기대듯 앉았다. 구두를 살짝 벗어 보니 뒤꿈치가 붉게 짓물러 있었다. 손끝으로 상처 주변을 눌러 보던 설화가 짧게 숨을 내뱉었다.“아, 진짜….”스마트폰을 켜자, 달력 위로 보름의 절반이 지나 있었다. 강현이 허락한 시간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지만, 그동안 그의 연락은 한 번도 없었다. 보름을 달라고 한 건 자신이었으니 그가 찾지 않는 동안은 홀가분해야 했다. 그런데 퇴근할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알림창을 확인하는 버릇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뜨지 않은 화면을
저녁 일곱 시, 검은 세단이 한정식집 담초 앞에 멈췄다.“도착했습니다, 대표님.”김 기사의 목소리에 강현은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차창 밖으로 가지런히 손질된 정원과 묵직한 기와지붕이 보였다. 은밀한 회합 장소로 자주 찾는 곳이었지만, 담초의 고요한 분위기는 올 때마다 사람을 긴장시켰다.강현은 재킷 단추를 잠그고 차에서 내렸다. 한복을 갖춰 입은 지배인의 안내를 받아 가장 안쪽 별채로 들어서자, 박 회장이 상석에 먼저 앉아 있었다.“회장님.”박 회장은 손으로 맞은편 자리를 가리켰다. 직원이 찻잔을 내려놓고 조용히 미닫이문을 닫고 나갔다.“청일제지 건은 들었네.” “벌써 들으셨습니까.” “이 바닥에서 숨길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나. 숨소리 하나에도 값이 붙는데.”박 회장은 찻잔을 들어 향을 맡은 뒤 강현을 바라봤다. 속을 가늠하기 힘든 노련한 눈빛이었다.“청일제지를 넘겨받을 곳은 우리 계열사겠지?” “한성화학입니다. 지분 구조가 비슷해서 겉으로는 무리 없이 넘어갈 겁니다.” “말처럼만 되면 좋겠군.”박 회장의 시선이 찻잔 너머로 강현의 얼굴을 천천히 훑었다. 슈트의 소매부터 넥타이 매듭까지 흐트러진 곳 하나 없었고, 대답에도 망설임이 없었다.“정치권에서 냄새를 맡으면 거래는 끝이야. 청일제지 하나 정리하자고 우리까지 끌려 들어갈 순 없어.” “그럴 일 없습니다.” “확실해?” “네. 필요한 책임은 외부 법인에서 끝나게 해 뒀습니다.”수백억 원 규모의 회사는 이름만 남긴 채 사라질 예정이었다. 강현은 숫자와 지분율, 문제가 생겼을 때 잘라 낼 선까지 이미 계산해 둔 상태였다.박 회장이 그제야 마음에 드는 듯 짧게 웃었다.“좋아. 자네 실력은 알고 있으니까.”그는 빈 찻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대신 공식적으로 우린 이 일과 무관해. 자네도, 나도.” “알겠습니다.”원하는 답을 들은 박 회장은 식사도 하지 않은 채 별채를 나갔다. 드르륵, 문이 닫히고 발소리가 멀어졌다.강현은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예상대로 거
다음 날 아침 일찍, 설화는 강현에게 받은 서류 봉투를 품에 안고 집을 나섰다. 지정된 주소에 물건을 두고 오는 것뿐인 익숙한 일이었지만, 전달하고 돌아서는 순간 손끝이 떨림은 항상 있었다.대신 너도 하나는 내놔야겠지.전날 라운지에서 들었던 강현의 목소리가 귓가에 남아 있었다. 그는 보름을 허락했지만, 그 시간조차 필요하면 언제든 거둬 갈 수 있다고 못 박았다. 거래라고 부르면 간단했지만, 설화는 자신이 조금씩 그 방식에 익숙해지는 것이 더 두려웠다.그래도 이번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남의 지시가 아니라 제 시간표대로 움직이는 며칠. 그 정도의 평범함은 가져도 된다고 생각했다.돌아오는 길에는 일부러 버스를 타지 않고 오래 걸었다. 봉투를 내려놓은 순간부터 제시간이 시작됐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누구의 연락도 기다리지 않고, 어디로 가는지 보고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길가 카페 앞에 멈춰 메뉴판을 들여다보고, 약국에서 값싼 비타민 한 통을 사는 것만으로도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워졌다.하지만 가방 안의 회색 카드가 걸을 때마다 옆구리에 닿았다. 강현에게서 완전히 벗어난 시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표시처럼 느껴졌다.땀에 젖은 채 여기저기 불려 다니던 여름은 어느새 끝나가고 있었다. 버티는 동안 계절 하나가 통째로 넘어간 셈이었다.며칠 뒤, W백화점 여성의류관 단기 아르바이트 면접일이 됐다. 설화는 새로 산 흰 블라우스와 검은 슬랙스를 입고 거울 앞에 섰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단정했고, 적어도 강현의 옆에 세워진 사람이 아니라 유설화로 보이고 싶었다.머리를 묶은 뒤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섰다. 여름의 열기는 한풀 꺾여 있었고, 지하철역을 나서자 선선한 바람이 뺨을 스쳤다.백화점으로 향하던 설화의 걸음이 버스정류장 옆 신문 가판대 앞에서 멈췄다.『미래인재, 추석맞이 장학금 수여식』굵은 제목 아래 한복 차림의 인사들 사이로 검은 슈트를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날이 선 턱선과 단정하게 넘긴 머리. 이름을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서
진우는 두 손을 가볍게 들어 항복의 제스처를 보인 뒤, 미련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야, 서운하네. 안 그래도 갈 참이었어.”그는 라운지를 떠나기 전 설화를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나중에 밥 사기로 한 약속, 잊지 말아요.”그 순간 강현의 시선이 곧바로 설화에게 꽂혔다. 설화는 뺨을 스치는 따가운 눈기를 느끼면서도, 대답 대신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이라 부를 만한 대화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그의 눈치를 보며 그 알량한 호의마저 없던 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진우가 라운지를 빠져나간 뒤에도 강현은 한동안 출입구 쪽을 응시했다. 그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입술 사이로 짧은 마찰음이 새어 나왔다.“쯧.”별일 아니라는 듯 가벼운 소리였지만, 가라앉은 눈빛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설화가 먼저 시선을 피하지 않자, 강현은 맞은편 의자에 깊숙이 기대앉으며 재킷 단추를 하나 풀었다.“낮에 꽤 귀엽게 굴던데.” “……무슨 말씀이세요?” “기왕 긁을 거면 좀 더 세게 긁지 그랬어.”강현은 잔을 들어 천천히 한 모금 마셨다. 느긋하고 여유로운 말투가 오히려 사람의 속을 긁어놓기 충분했다.“제가 왜 그랬는지, 알고 계셨어요?”강현은 잔을 내려놓으며 테이블을 손끝으로 가볍게 두드렸다.“내 신경 좀 건드려 보고 싶었던 거 아냐? 그 정도는 훤히 보였어.”설화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애써 흔들어 놓으려던 시도가 그에게는 투정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비참하고도 얄미웠다.“그래서요. 짜증은 나셨어요?”강현은 잠시 말없이 설화를 내려다보았다. 표정은 무심한 듯 서늘했지만, 그녀의 흔들림 하나 놓치지 않겠다는 듯 시선은 집요했다.“전혀.”짧고 건조한 대답 뒤로 옅은 웃음이 스쳤다.“다음 알림이 언제 오나 기다리긴 했지. 마지막이 구천 원짜리 노트라서 좀 웃기긴 했고.”설화는 숨을 천천히 들이마셨다. 나름대로 던진 반항이 저 오만한 남자에게는 귀여운 장난쯤으로 소비되었다는 사실이 자존심을 긁었다. 따져 묻고 싶었지만, 그럴수록
설화는 양손에 든 쇼핑백을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가방 안에는 화장품과 단정한 옷, 책 몇 권이 들어 있었다. 서강현의 이름이 박힌 카드로 사들인 작고 사적인 전리품이었다. 소심한 복수인지, 상처받지 않은 척하기 위한 허세인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현관문을 닫자, 집 안의 공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아침 내내 쓸고 닦은 덕분에 좁은 방은 평소보다 말끔했지만, 오히려 남의 집처럼 낯설었다.이런다고 그 사람이 눈 하나 깜빡일까.수십억 단위의 자금을 움직이는 서강현 대표에게 고작 몇십만 원의 결제가 타격이 될 리 없을 것이다. 그 사실에 헛웃음을 지으며 설화는 테이블 위에 짙은 회색 카드를 내려놓았다.그 카드가 두 사람의 관계를 가장 정확하게 보여 주는 것 같았다. 서류로 묶인 채무자와 채권자. 필요할 때 불려 가고, 그의 변덕이 닿는 순간에만 잠시 곁을 허락받는 관계.설화는 벽시계를 확인했다. L호텔 더 라운지에서 만나기로 한 시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새로 산 블라우스와 바지를 꺼낸 뒤 거울 앞에 서자, 흐트러진 마음부터 다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 남자 앞에 설 때마다 같은 일을 반복했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꺼내 쓰고, 흔들리는 속은 끝까지 감추는 일.***L호텔 정문 앞에서 설화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예전 같았으면 화려한 로비와 도어맨의 인사만으로도 어깨부터 굳었겠지만, 이제는 샹들리에의 빛도 서늘한 시트러스 향도 낯설지 않았다.자동문이 열리자, 설화는 차분하게 로비를 가로질렀다. 프런트 직원의 시선이 스쳤지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새로 산 검은 슬랙스와 흰 블라우스는 비싸지 않았지만 단정했고, 적어도 이곳에서 주눅 든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더 라운지 안쪽을 훑어봤지만, 강현은 보이지 않았다. 스마트폰 화면에는 오후 4시 45분이 떠 있었다. 설화는 창가 쪽, 시선이 덜 닿는 자리를 골라 앉았다.오후 5시 10분.약속 시각이 지나도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서강현은 늦는 법이 없는 남자였다. 분 단위
그때였다. 책상 위에 올려둔 스마트폰이 짧게 진동했다. 잠금 화면 위로 서강현의 이름과 문자가 떠올랐다.[지금쯤이면 일어났겠지.][오후에 시간 돼? 할 일이 있어.]똑같은 말투, 똑같은 거리감.언제나 ‘시간’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통보였다.방금 가족사진을 덮으며 애써 다잡았던 마음이, 그의 메시지 하나에 속절없이 현실로 곤두박질쳤다.늘 이런 식이었다. 자신이 필요할 때면 기가 막힌 타이밍에 손을 뻗어왔다. 하지만 그 손끝이 구원일지 벼랑 끝일지는 매번 부딪혀 보기 전엔 알 수 없었다.설화는 한참 동안 메시지를 내려다보다 통화 버튼을 눌렀다. 몇 번의 신호음 끝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자 봤어? 왜 답이 없어.재촉인지 다그침인지 모를 건조한 어조였다. 설화는 마른침을 삼켰다. 늘 그렇듯 알겠다고 대답하려다, 이번에는 입술을 다물고 손끝에 힘을 줬다.“대표님, 오늘은 제가 급한 일이 있어서요.”순간, 수화기 너머의 숨소리가 멎었다.— 급한 일?짧은 침묵 끝에 낮은 웃음이 짧게 섞여 있었다.— 내가 시키는 일보다 더 급해?질문처럼 들렸지만, 선택권을 묻는 말은 아니었다. 설화는 창가에 기대선 채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거절 한 번으로 채무와 생활이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몇 시에 어디로 가면 되나요?”— 문자로 보낼게.일방적으로 전화가 끊기고 곧이어 메시지가 도착했다.[오후 5시. L호텔 더 라운지.]설화는 화면을 끄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방금 전까지 쥐어짜 낸 용기는 아무 흔적도 남기지 못했다. 자신이 그의 세계에 들어간 게 아니라, 한쪽 발목만 붙잡힌 채 끌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도 하루를 전부 내줄 수는 없었다.설화는 낡은 맨투맨 대신 대학 시절 입던 셔츠를 꺼내 다림질했다. 오후 약속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지원한 백화점 아르바이트가 확정되면 입고 갈 옷도 필요했다.***여름의 끈적한 열기는 한풀 꺾여 있었고 대학가 거리에는 부드러운 바람이 불었다. 작은 샌드
밖으로 나오자 낮의 열기는 간데없이 습하고 차가운 밤공기가 훅 끼쳐왔다. 오늘따라 유독 부치는 몸에 남은 것은 뼈마디를 파고드는 피로와 공허함뿐이었다.조금만 더. 진짜 조금만 어떻게 버티면…….그렇게 되뇌면서도, 정작 버티고 난 끝에 자신에게 뭐가 남아 있을지는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텅 빈 미래를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쪽이 툭 꺼져 내리듯 아팠다.가방끈이 젖은 어깨를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러나 그 무게보다 마음 한구석에 뚫린 구멍이 더 무겁고 저릿하게 가라앉았다.어느새 멈추었던 비가 다시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비 오는 거리를 걷고 또 걸어, 마침내 목적지인 고깃집 앞에 도착했다. 설화는 낡아빠진 우산을 접고, 눅눅해진 옷을 추슬렀다. 기름진 유리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후끈한 열기와 고기 냄새, 연기가 한꺼번에 얼굴을 덮쳤다.사장님이 설화를 보고 눈짓으로 인사했다. 가게 안은 이미 손님들로 북적였고, 빈 테이블 위에는 아직 치우지 못한 굳은 고기와 빈 소주병, 흩어진 쌈 채소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불판을 들고 움직이던 지원 언니가 설화를 보자 장난스럽게 볼을 한 번 잡아당기며 피식 웃었다."왔어? 오늘따라 손님 오지게 많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낯선 남자의 사무적인 목소리. 정중한 척했지만, 그 안에 숨기지 못한 냉랭함이 섞여 있었다. 설화는 허리를 들고 돌아서 남자를 올려다봤다. 서류가방을 든 남자가 슈트 차림 그대로 서 있었다. 딱 봐도 용건이 무엇인지 말해 주는 얼굴이었다."네, 맞는데요.“남자는 설화를 위아래로 훑어본 뒤 입안 볼을 혀로 밀었다.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은 채 가방에서 하얀 종이를 꺼내 설화 앞으로 내밀었다."내용증명입니다. 확인해 보시죠.“흰 종이 위에는 채무자 유설화라는 이름이 박혔고, 그 아래로 선명하게 찍힌 주식회사
경기도 외곽에 자리한 사설 장례식장은 한산했다. 빈소 안에는 향 냄새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조문객보다 빈 곳이 더 많았다. 한때는 아버지에게 어떻게든 잘 보이고 싶어 안달 나던 사람들조차 아무도 없었다. 이름도 낯선 몇 명만이 어색한 얼굴로 다녀갔다. 설화는 영정 사진 앞에 오래 서 있었다. 사진 속 아버지는 웃고 있었다. 생전에 집 안에서 쉽게 보여주지 않았던 얼굴이었다. 온화한 미소가 이상하게 낯설어서, 설화는 헛웃음만 나왔다. 이렇게 허무하게 갈 거면서. 이렇게 다 놓고 갈 거면서. 그동안 엄마와 나를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