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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너 쟤 좋아하냐?

Author: 서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6 23:18:46

한로로가 전학 온 지 한 달.

장혁에게는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장혁.”

“왜.”

“내 사물함 앞에서 뭐 해?”

“아무것도.”

로로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근데 왜 내 사물함 열고 있는데?”

“열려 있길래.”

“내 사물함이?”

“어.”

“비밀번호 걸려 있는데?”

“…….망할”

장혁의 손에는 분홍색 편지 한 통이 들려 있었다.

로로의 시선이 편지로 내려갔다.

“그거 뭐야?”

“쓰레기.”

“쓰레기가 왜 내 사물함에 있어?”

“누가 버렸나 보지.”

“미친놈인가. 남의 사물함에 쓰레기를 왜 버려?”

장혁이 대충 편지를 구겨 주머니에 넣었다.

“내가 버려줄게.”

“오.”

로로가 감탄했다.

“장혁.”

“왜.”

“너 진짜 착하다?”

“닥쳐.”

장혁은 그대로 교실 밖으로 나갔다.

복도 끝 쓰레기통 앞에 도착한 그는 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냈다.

[한로로에게.]

글씨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

장혁은 망설임 없이 쓰레기통에 편지를 처박았다.

그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던 사람이 있었다.

박승철이었다.

“야.”

장혁의 어깨가 움찔했다.

“뭐.”

승철이 쓰레기통을 내려다봤다.

“그거 고백 편지 아니냐?”

“아닌데.”

“분홍색 봉투에 하트까지 그려져 있던데?”

“요즘 쓰레기는 예쁘게 나오나 보지.”

승철이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 미친 새끼야?”

“왜.”

“남의 고백 편지를 왜 버려?”

“쓸데없는 거니까.”

“그걸 왜 네가 결정해?”

장혁이 승철을 노려봤다.

“시끄러워.”

그대로 돌아서는 장혁의 뒤를 승철이 따라붙었다.

“몇 번째야?”

장혁의 발걸음이 멈췄다.

“뭐가.”

“버린 거.”

“처음인데.”

“구라 치지 마.”

“…….”

“내가 지난주에도 봤어.”

장혁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승철이 안경을 밀어 올렸다.

“초콜릿.”

“무슨 초콜릿.”

“로로 책상 서랍에 있던 거 네가 먹었잖아.”

“배고파서.”

“편지는?”

“쓰레기라서.”

“그럼 그저께 사탕은?”

“그건 맛없어서 버렸어.”

승철의 입이 벌어졌다.

“와, 이 미친 새끼.”

“욕하지 마.”

“네가 할 말이냐?”

승철이 장혁을 위아래로 훑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하게 물었다.

“너 한로로 좋아하냐?”

“미쳤냐?”

대답은 지나치게 빨랐다.

승철의 눈이 가늘어졌다.

“수상한데.”

“뭐가.”

“내가 아직 좋아하냐고 끝까지 묻지도 않았는데 바로 발작하잖아.”

“안 좋아하니까.”

“그럼 고백 편지는 왜 버려?”

“…….”

장혁은 대답하지 못했다.

왜 버렸을까.

자기도 몰랐다.

그냥 싫었다.

모르는 새끼가 로로에게 편지를 주는 것도.

로로가 그걸 읽는 것도.

혹시나 읽고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것도.

전부 마음에 안 들었다.

“그냥.”

“그냥 뭐.”

“병신 같은 새끼들이 귀찮게 할까 봐.”

승철이 헛웃음을 쳤다.

“로로가 알아서 하겠지.”

“쟤가 뭘 알아.”

“너보다 똑똑해.”

“닥쳐.”

문제는 장혁이 버리는 속도보다 고백이 들어오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이었다.

점심시간.

“로로야.”

옆 반 남학생 급식실 문 앞에서 로로를 불렀다.

“응?”

“잠깐 나올래?”

장혁의 젓가락이 멈췄다.

승철이 그 모습을 발견하고 피식 웃었다.

“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근데 왜 쪼개.”

“그냥.”

로로가 남학생을 따라 복도로 나갔다.

장혁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따라갔다.

“야.”

승철이 불렀다.

“왜.”

“밥 먹어.”

“먹고 있어.”

“눈깔은 복도에서 먹고 있는데?”

“뒤질래?”

잠시 후 로로가 돌아왔다.

손에는 초콜릿 상자가 들려 있었다.

장혁의 표정이 대번에 구겨졌다.

“뭐냐.”

로로가 자리에 앉으며 대답했다.

“초콜릿.”

“그걸 몰라서 묻냐?”

“그럼 왜 물어?”

“누가 줬는데.”

“옆 반.”

“왜.”

“나 좋아한대.”

장혁의 젓가락이 탁 소리를 내며 식판에 떨어졌다.

승철이 고개를 숙였다.

웃음을 참는 게 분명했다.

로로가 초콜릿 상자를 열었다.

“먹을래?”

“안 먹어.”

“승철이는?”

“난 먹지.”

승철이 손을 뻗는 순간 장혁이 상자를 낚아챘다.

“야!”

로로가 눈을 크게 떴다.

“뭐 해?”

“이거 유통기한 지났어.”

“뭔 개소리야. 방금 받은 건데.”

“방금 샀다는 보장 있어?”

“내놔.”

“싫어.”

“장혁.”

“배 아프면 어쩌려고.”

“내 배가 아프든 말든!”

둘이 초콜릿 상자를 사이에 두고 실랑이를 벌였다.

결국 로로가 장혁의 팔에 매달렸다.

“내놔!”

“안 돼.”

“왜!”

“몸에 안 좋아.”

“아까 매점에서 초코우유 사준 새끼가 할 말이야?”

“그거랑 다르지.”

“뭐가 다른데!”

승철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책상에 얼굴을 묻은 채 웃었다.

“미친 새끼들…….”

“박승철, 웃지 말고 얘 좀 잡아!”

“싫어. 난 오래 살 거야.”

“배신자!”

결국 장혁은 초콜릿을 돌려줬다.

대신 로로가 하나를 입에 넣을 때마다 못마땅한 얼굴로 쳐다봤다.

“진짜 맛있는데?”

“안 궁금해.”

“하나 먹어봐.”

“싫다고.”

로로가 초콜릿 하나를 집었다.

그리고 장혁의 입 앞에 내밀었다.

“아.”

“뭐 하냐.”

“먹어봐.”

“싫어.”

“아아.”

“한로로.”

“빨리.”

장혁은 한참 로로를 노려보다 결국 입을 벌렸다.

초콜릿이 쏙 들어왔다.

로로가 웃었다.

“맛있지?”

“별론데.”

“하나 더 먹을래?”

“……줘봐.”

“맛없다며?”

“확인해보게.”

승철이 한숨을 쉬었다.

“지랄들을 한다.”

며칠 뒤.

체육시간이 끝난 운동장.

세 사람은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 들고 스탠드에 앉아 있었다.

로로는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평소와 달랐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도 잊은 채 한쪽만 빤히 보고 있었다.

장혁이 물었다.

“뭐 봐?”

“축구.”

“축구 싫어하잖아.”

“오늘부터 좋아해.”

“갑자기?”

로로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응.”

승철이 로로의 시선을 따라갔다.

축구부가 연습 중이었다.

그중 한 남학생이 공을 몰고 운동장을 가로질렀다.

키도 크고 얼굴도 제법 잘생긴 축구부 주장이었다.

승철이 눈치를 챘다.

“설마.”

로로가 배시시 웃었다.

그 표정을 보는 순간 장혁의 기분이 이상하게 가라앉았다.

“뭔데.”

로로가 아이스크림 막대를 입에 물고 말했다.

“나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장혁의 손이 멈췄다.

승철이 천천히 옆을 바라봤다.

장혁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져 있었다.

“누군데?”

로로가 운동장 한가운데를 가리켰다.

“저기.축구부주장.”

장혁의 시선이 남학생에게 꽂혔다.

“잘생겼지?”

“……별론데.”

“뭐가 별로야. 존나 잘생겼는데.”

“눈이 이상한가.”

“네 눈이 이상한 거겠지.”

로로는 다시 운동장을 바라봤다.

그 얼굴에 여태 장혁이 본 적 없는 수줍은 미소가 걸렸다.

장혁은 말없이 아이스크림 막대를 깨물었다.

빠직.

승철이 옆에서 흠칫했다.

“야. 그거 나무야.”

“알아.”

“근데 왜 씹어.”

“시끄러워.”

승철은 장혁을 한참 바라봤다.

그러고는 확신했다.

이 새끼 한로로 좋아한다.

그것도 본인만 모르게 제대로.

승철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앞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로로가 축구부 주장을 보며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나 고백해볼까?”

장혁이 즉시 대답했다.

“하지 마.”

로로가 돌아봤다.

“왜?”

“그냥.”

“이유가 뭔데?”

장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디 가?”

승철이 물었다.

장혁은 운동장을 내려다봤다.

정확히는 축구부 주장을.

“화장실.”

“화장실은 반대쪽인데?”

“……매점 갔다가.”

장혁이 계단을 내려갔다.

승철은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 새끼 사고 치겠네.”

“뭐라고?”

“아무것도 아니야.”

그리고 다음 날.

축구부 주장은 갑자기 한로로를 피해 다니기 시작했다.

로로는 이유를 몰랐다.

박승철은 대충 짐작했다.

그리고 장혁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로 로로의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물론,

그 전날 장혁이 축구부 주장을 찾아갔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은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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