登入진은 아이비의 보랏빛 눈을 흘긋거리다 시선을 떨구었다.
눈치가 빠르고 예민하다.
아까 하녀가 한 까탈스럽고 예민하다는 이걸 말하고 싶었으려나.
“죄송하지만, 하녀입니다”
진은 마른침을 삼키며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의뢰주의 추가조항은 절대 정체를 말하지 말 것.
무슨 이런 바보같은 조항이 있나 했지만, 뭐, 돈을 그만큼 주기로 했으니 따라야지.
“그래? 그럼 네 손에 난 굳은살에 대한 변명은?”
“손이 여려서 굳은살이 잘 베깁니다”
“허술해”
“이전에 정육점에서도 일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버지가 군인이십니다”
“그래서 군인이 받는 훈련을 받는다고?”
진의 단호한 얼굴에 아이비의 미간이 좁히며 책상을 툭툭 건드렸다.
어떤 인물이 또 보낸 걸까.
이력서까지 보내서 내 손으로 뽑게 할 정도라니.
내가 그렇게나 만만해 보인 걸까.
“너…”
유리창을 타고 반짝이는 무언가에, 진은 시선을 돌려 창밖 저 멀리를 바라보았다.
아, 오자마자 시작이라니.
부지런하다고 해야하나.
진은 곧장 책상을 넘어 그녀의 손목을 잡아 바닥에 엎드렸다.
“너 이게 무슨…!”
말이 나기도 전에 깨지는 유리창과 자신이 있던 자리에 박히는 화살에 아이비는 놀라 진을 돌아보았다.
습격!
얼마 전에도 하녀로 분장한 암살자가 왔었다.
이제는 이런 식으로 온다니!
아이비의 떨리는 몸에 진은 가만히 아이비의 어깨를 쓸어주곤 그곳을 바라보며 미간을 좁혔다.
아이비는 당황한 채 진을 올려다보았지만, 진은 아무런 말 없이 화살이 날아온 곳을 바라보았다.
화살이 꽂힌 모양새로 볼 때,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은 반대편 4층 옥상.
몇이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는데….
이곳은 허리까지 내려오는 거대한 창으로 이루어져 있고….
진은 창문 아래로 아이비를 숨긴후 작게 미소를 지었다.
“여기 얌전히 계세요. 저 녀석들 실력이 좋으니까.”
진은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벽에 장식된 석궁을 들고 아까의 화살을 꽂아 그곳을 향해 조준했다.
화살이 빠르게 날아가 옥상의 장식을 건드리자, 무언가 움직이는 모양새가 보여왔다.
아마 반대편은 경비대가 줄 서 있을 테니, 앞으로 내려와야겠지.
변수는 경비가 저들과 결탁하는 것.
결탁해도 대놓고 봐줄 수는 없을 테니 앞으로 내려와야 할 것이었다.
눈을 가늘게 뜬 채 한 곳만 바라보는 진에 아이비는 입술을 깨물었다.
저 애는 대체 뭘까.
자연스레 위치를 파악하고, 장식용 석궁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거지?
“너 정말 정체가 뭐야!”
곧 아래로 뛰어 내리는 그들에 진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 유리창을 열고 그 위에 올라섰다.
“뭐, 걱정하지 마십쇼. 곧 돌아오겠습니다.”
뛰어내릴 준비를 하던 진은 다시 아이비를 돌아보았다.
“아, 제가 돌아오기 전까지 아무도 방에 들이지 마십시오”
말을 마치자마자 발돋움을 하곤 가볍게 바닥에 착지한 진은 그들의 방향으로 가로질러 달려갔다.
곧 눈에 들어온 그들에 진은 조형물에 발돋움하곤 다리를 감아 사내를 넘어트려 그위에 올라갔다.
“남의 사업장에서 깽판을 치면 쓰나”
다른 사내들이 검을 뽑고 진에게 겨누자, 진은 사내의 위에서 한 사람씩 천천히 시선을 옮겼다.
이놈까지 네 명이라.
많이도 보냈네.
살리는게 좋겠다만, 그게 더 어려운데!
“누구냐!”
“어우, 지긋지긋한 대사.”
허벅지를 쓸던 진은 비어있는 그것에 잠시 손을 멈추었다.
아오, 단검 챙기는 거 깜빡했네.
사내들 중 하나가 석궁을 장전하려 들자, 진은 발아래 사내의 턱을 쳐 기절을 시켰다.
너무 세게 쳤나.
죽지만 않으면 다행인데.
“근데, 너네들은 나 여자인 건 안 보이나 봐?”
말이 끝남과 동시에 진은 가장 가까이의 사내의 머리에 발을 날리곤 그의 검을 빼앗아 옆의 사내에게 집어 던졌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쓰러지는 그에 진은 쩝 하며 입안을 가다듬었다.
“이제 너뿐이네.”
검을 든 채 벌벌 떨며 뒷걸음질을 치는 그에 빠르게 달려간 진은 검을 든 손을 발로 차곤 바로 몸을 돌려 사내의 가슴 한가운데에 발길질을 했다.
쓰러진 채 일어나지 못하자 진은 옷을 탁탁 털며 쓰러진 사내에게 시선을 천천히 다가갔다.
“아이고, 힘들다.”
“너…! 누가 보낸 거냐!”
“내가 할 대사를 자기가 하고 있어.”
가슴팍에 발을 날리자, 요란하게 넘어가는 사내에 진은 작게 미소를 지었다.
더듬거리며 몸을 피하는 그에 진은 사내에게 다가가 가슴에 한쪽 발을 올렸다.
이 녀석이 말을 해주려나.
“누가 보냈냐?”
“이….정신 나간!”
꺽꺽이며 말을 이어가는 그에, 진은 허리를 숙여 복면 아래 가려진 눈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녀석이 말을 해주면 참 좋을텐데 말이지.
“정중하게 물어 볼때 말해.”
진은 천천히 체중을 실어 사내의 가슴을 압박했다.
“얌전히 물어볼 때 대답해.”
“이…!”
“지금이라도 말하면 널 풀어주겠어.”
“이러나저러나 결과는 매한가지야”
사내의 말에 진은 미간을 좁혔다.
이 녀석, 그냥 암살자가 아니다.
설마…!
“너!”
순간 눈을 까뒤집는 사내에 진은 놀라 그의 입안에 손을 집어넣어 약을 빼내었다.
또 그녀석들이었다.
대체 무슨 이유에서 이놈들이 아이비를 노리는거지?
“공녀님, 걱정되십니까?”아리엘의 물음에 창밖을 바라보던 아이비는 애써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입안이 마르는 것만 같았다.만일, 거절을 하러 온다면 그때는 무어라 말해야 할까.“진이 거절을 하면 어쩌지?”“그래도 진이 공녀님의 동생이심이 변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하지만….”“진은 공녀님을 언니로, 가족으로 이미 받아 들였습니다. 공녀님이 알지 못해도, 그 옆에서 묵묵히 지켜주었습니다.”“그게 꼭 나를 언니로 생각해서 그런 게 아닐지도 모르잖아.”웅얼거리는 아이비에 아리엘은 조심스레 아이비의 손에 자신의 손을 포개었다.진이 그럴 녀석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있었지만, 그대로 공녀님께서는 계속 걱정을 했으니.어떻게 말을 해야 그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까.“사실 이번 의뢰에서 진이 이상한 행동을 많이 보였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진이 공녀님께 정이 들어 그랬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진이?”“평소에도 장난치며 일하긴 하지만, 이번에는 공녀님을 유독 신경 쓰면서 움직였습니다.”“아리엘, 난….”“공녀님이 그 사실을 몰라도, 진은 최선을 다해 공녀님을 지켰습니다.”손을 다잡아 주는 아리엘에 아이비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내가 저에게 해준 것이 무어라고 그렇게 까지 했을까.자신을 알아봐 주지도 못한 언니에게.본인의 존재를 지워버린 이 공작가에 무슨 좋은 감정이 있다고.“진에게 너무 미안해.”“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진의 성격이라면 뒤도 돌아 보지 않고 떠나는 아이 아닙니까.”“…그렇지.”“늘 최선을 다하는 아이 이니까요.”창밖을 바라보는 아리엘에 아이비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진이라면, 확실히 그럴 아이였다.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이런 못난 나를 감싸 주었으니.“하지만 언니는….”“엘리라면 그리 걱정 마십시오.”“아리엘도 언니를 본적이 있나?”“아무래도 스승님과 엘리가 함께 살았으니, 자주 만났었습니다. 이제는 대공녀님이라고 불러야겠지만, 너그러이 이해해주십시오.”“그런 건
헤이든은 입을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방금 내가 한 생각을 이렇게나 빨리 번복할 줄이야.얘는 확실히 생각이 나보다 짧다.아까 생각이 깊다고 한 건 그냥 길가다 돌에 맞은 그런 확률일 게 분명하고.얘는 정말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무슨 동대륙 같은 소리를 해?“안돼”“언제는 고민하라며! 다 해준다며!”“위험해. 거기가 어딘 줄 알고 가냐? 동대륙이 무슨 옆집인 줄 알아.”“아 왜! 말 바꾸는 게 어딨어!”고개를 젓는 헤이든에 진은 미간을 잔뜩 좁히고 그를 바라보았다.쫌생이 같기는.이랬다 저랬다.완전 지 맘대로잖아!“그럼 나 혼자 갈 거야. 나 정도면 동대륙 가는 거 얼마든지 구해.”“진, 거기는 왕복으로 1년이야.”“그래서 지금까지 안 갔잖아. 지금까지 길어 봤자 석달짜리 일만 계속한 것도 언니가 있으니까 그런 거고.”“네 몸으로 가는 건 무리야. 알잖아.”“아직 해류 타려면 한참 남았어. 그때까지 회복한 다니까?”“그게 말처럼 쉬운 줄 알아? 방금전 만해도 너 떨어질 뻔 했잖아!”“안 떨어졌잖아! 너는 내가 어린애인줄 알아?”빽빽 소리를 지르는 둘에, 벤은 숨을 헐떡이며 문을 벌컥 열었다.이것들이 나이를 쳐먹어도 저러고 싸워?언제는 좋아 죽더니, 지금은 또 왜 이러고 싸우는 건지!“이 정신나간 것들아! 조용히 해!”“벤! 헤이든이 나 괴롭혀!”벤을 돌아보며 헤이든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는 진에 벤은 한숨을 뱉으며 고개를 저었다.싸우는 꼴은 왜 하나도 안 바뀌는 건지도 모르겠네.저 나이를 먹고 편들어 달라고 일러다 바치다니.“내가 언제 널 괴롭혔다고 그래!”“시끄러 이것들아!!”얼굴을 붉힌 채 손을 꼭 잡고 있는 둘에, 벤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이놈들은 사랑놀이를 하는 건지, 싸우는 건지.좀 조용히 싸우면 뭐가 덧나는줄 아는 건가.“똑같은 놈들끼리 잘 만났다 그냥.”“벤! 내 편 들어줘!”진의 투정에 벤은 혀를 차며 진을 바라보았다.또 보나마나 진이 헛소리하는 걸로 헤이든이랑 싸웠겠지.별일
길게 하품을 한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기지개를 폈다.시끌벅적한 것이, 역시 우리집이라니까.조용하지가 않으면 오히려 의심을 해야하니 원….어째 이 집으로 옮겨도 아침은 이렇게나 시끄럽냐.“아침부터 뭘 저렇게들 싸우는 거야”중얼거린 진은 창문에 걸터앉아 창밖을 내려다보았다.정원에서 소리를 지르며 헤이든을 쫓아가는 벤에, 진은 픽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저 영감탱, 아프다는 것도 다 거짓말이라니까.저렇게 팔팔하면서 맨날 아프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건지.“야이 미친 것아!”“그걸로 때리지 마라고요!”“용병단을 그만둬? 이 정신 나간 놈!”흐릿하게 들리는 그들의 목소리에 진은 귀를 기울이다 중심을 잃고 놀라 창틀을 잡았다.“으앗!”소리를 지른 진은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하마터면 떨어질 뻔했네!“와, 진짜 죽을뻔했네.”“진! 너 위험해! 안으로 들어가!”진은 벌렁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와 바닥에 주저 앉았다.어후, 이런 것도 조심해야 해?미친 독, 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이걸 뭘 어째야하냐….”요란한 소리를 내며 방으로 들어오는 헤이든에 진은 어색하게 손을 흔들었다.발한번 빠르네.그걸 듣고 여기까지 올라온거야?“벌써 왔어?”“안 다쳤어?”“다치진 않고, 그냥 깜짝 놀란정도.”“너는 진짜 조심 좀 해. 애가 왜이렇게 조심성이 없어.”헤이든은 진을 일으켜 세워주며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아무리 2층이었어도 지금 진의 상태면 많이 다칠 뻔했다.얘는 진짜 누구 죽는 꼴 보고 싶은 건지.제발 좀 조심하라고 해도 내 말은 어디로 듣는 거야?“놀라기만 한거지? 거긴 왜 올라가 있었어?”“너랑 벤이랑 싸우는 거 구경하려고 그랬지. 왜 그렇게 벤이 화가 난 거야?”“별일 아냐”“별일 아닌데 벤이 널 죽이려고 하냐?”침대에 진을 앉힌 헤이든은 혀를 차며 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얘는 경각심 이라고는 죽었다 깨어나도 없는 건가.본인 다칠 뻔 한 것보다 그게 더 궁금하다
진이 휘청이자, 헤이든은 진의 팔을 단단히 잡아주었다.“괜찮아?”“아, 힘이 빠져서. 이거 언제까지 이러냐”“열심히 운동하고 약 먹어야지. 앉아서 좀 쉴까?”벤치에 앉은 진은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주변을 둘러보았다.풀벌레가 찌르르 우는 정원에는 이제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복잡했던 머리가 이제는 제법 많이 비워진 것 같기도 하고.언니도, 아이비도. 모두들 이제는 잘할 수 있겠지.“공기 좋다.”“안 쉬고 가도 되겠어?”“조금만 이러고 있을래.”가만히 몸을 흔들전 진은 눈을 감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나뭇잎이 시각이는 소리와 밤부엉이의 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것 같았다.이렇게 마음 편하던 날이 또 있었나.앞으로의 일은 전혀 모르겠지만, 좋지 않은 결과는 아닐 것이라는 막연한 확신이 있었다.뭐, 라파도 부인은 어떨지 모르겠지만.“헤이든”“응?”“언니의 선택이 옳겠지?”“글쎄. 누님의 생각이잖아.”“언니의 말 대로 한다면 그들이 언니와 나를 다시 공녀로 삼으려 할거야. 신분을 복위 시키겠지. 언니는 적통성 있는 적장녀니까.”“그렇겠지.”“물론 공작부인이 어떻게 받아 들일 지는 모르겠다만.”눈을 감은 채 이야기하는 진에 헤이든은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살이 빠져 아직은 수척했지만, 제법 얼굴에는 혈기가 돌았다.바람에 머리칼이 날러 진의 얼굴을 간질이고 있었다.아름답고, 강인한 나의 연인.이토록 아름다운 사람을 지금까지 본적이 있었을까.“그래서 언니가 원한다면, 언니는 공작가의 일원으로 받아 질거야.”“너는?”“나?”진은 슬적 눈을 뜨고 헤이든과 눈을 마주쳤다.진짜 헤이든은 나만 보이는 걸까.항상 내가 모든 일의 중심인 것 마냥 나를 대했다.집착이나 이런 것보다는, 그냥 나만을 따라다니는 것처럼.“넌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 거야?”“내가 물어 본거나 대답하지?”픽 웃음을 터트린 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헤이든의 무릎위에 앉았다.“또 뭘 하려고 그러는 거야?”“앉아 있어보니까 자리가 차가워서.”“이
고개를 푹 숙이는 엘리에 진은 작게 한숨을 뱉으며 쇼파에 등을 기대었다.뭐, 싫다고 하면 어쩔 수 있나.섭섭해도 언니가 싫으면 끝인데.“언니가 싫으면 거절할거야. 우선 공작저에 아는 건 아이비뿐 이니까.”“아이비만 알아?”“응. 내가 비밀 지켜 달라고 했어. 아무래도 아이비라면 언니의 선택을 존중할 거야. 아, 멜리나한테는 들켰지.”“멜리나?”“걱정말아. 멜리나는 말 안할거니까.”엘리를 바라보던 진은 쓰게 웃으며 레이먼드와 눈을 마주쳤다.이사람도 뭐라고 한마디 얹을 게 없는 건가.우선 아이비는 언니를 보고 싶어했다.그렇다고 싫다는 언니를 억지로 끌고가서 만나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그냥, 언니의 마음이 중요하니까.“언니는 아이비 안 보고 싶어?”“…보고싶지.”“언니의 어머니 이신 공작부인께서도 언니를 그리워해.”“어머니께서는, 건강하셔?”“병약하시긴 하셔도 정정 하시더라. 레이먼드도 알잖아요?”“여전히 무서우신 분이시지.”레이먼드의 말에 엘리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이전부터 다들 어머니를 무서워했다.나에게는 다정하셨던 분이었지만, 다른 이들은 어머니를 어렵게 대했으니까.달라 진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일까.시간이 이렇게나 지났는데.“여전하시구나. 어머니는.”“언니, 어떻게 부탁을 하면 공작…그러니까, 아버지께는 귀에 안 들어갈 것 같아.”“진”“난 아버지는 용서할 생각이 없어. 그건 어떻게 안되겠네.”힘없이 웃는 진에 헤이든은 진의 손을 잡아주었다.지금까지 들은 말로도 진은 공작에게 상처를 많이 받았을 것이었다.애써 티 내지 않는 것이겠지.“괜찮아?”“뭐, 한두 번 생각한 것도 아닌 걸.”진의 대답에 벤은 혀를 차며 팔짱을 꼈다.“아무리 생각해도 맹추 같은 놈이야. 가문 하나 살리겠다고 자식을 내다버리다니.”“별수 있나. 권력이라는 게 더럽고 그런 거잖아.”“그래서 너랑 네 언니가 이 개고생을 해?”“또, 화내신다. 화 좀 그만 내. 그러다 진짜 고혈압 온다니까.”진의 투덜거림에 벤은 쯧,
진이 헤이든의 부축을 받으며 마차에서 내리자, 벤과 벨라는 다급하게 진에게 다가왔다.그런 그들에 진은 어색하게 웃으며 헤이든을 돌아보았다.벤한테 또 혼날 거 같은데.하루이틀 혼나는것도 아니다만, 아씨. 벌써 무섭잖아?“그…. 생각한것보다는 안다쳤어.”“안다치기는! 며칠째 거기 있었는데! 소식 듣고 얼마나 돌랐던지! 하여튼 너는 진짜….”“아, 아버지, 진정부터 하시고. 진, 몸은 이제 괜찮은 거야?”“많이 좋아졌어. 진짜 괜찮아.”진의 말에 벤은 미간을 좁힌채 진을 바라보다 한숨을 뱉었다.또 무모하게 몸으로 막았을 게 분명했다.앞뒤 안 가리고 달려드는 게 늘 문제라고 말했는데.“헤이든, 치료는 다 한 거 맞냐?”“약만 먹고, 운동만 잘하면 된데요. 후유증도 있을 수도 있고….”“후유증?”벨라의 물음에 진은 뒷머리를 긁적였다.다들 혼을 내는 건지 걱정을 하는 건지.헤이든도 말을 잘 해야지 걱정하게 굳이 저런 말까지 하고 그러냐.“없을 수도 있고. 진짜야. 의사가 그랬어. 근육 쪽 독이라서. 가끔 힘이 좀 안 들어 갈 수 있다 던데?”“진, 너는 그걸 그렇게 가볍게 말해?”“그야 다들 걱정하니까 그러지. 진짜 괜찮아. 나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니까?”벤은 진의 얼굴을 바라보다 작게
“너 이 빵 어디서 샀어!”짜증 섞인 벤의 호통에 엘리를 안고 내려오던 진은 머리까지 새빨개진 벤에게 시선을 옮겼다.또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들어서 저러신데.“뭐가?”“빵 말이다. 빵!”“베이커네. 거기 빵이 맛있잖아. 생각나서 기껏 사 왔더니?”계속해서 소리를 지르는 벤에, 진은 엘리를 앉혀주곤 옆에 앉아 턱을 괴었다.저 성격에 어떻게 전 용병단 단장인 건지.옛 명성이 하나도 소용이 없단 말이야.“또 뭐가 그리 마음에 안드는건데?”“내가 두 블록 더 가서 쿠퍼네 가서 사라고 했잖아!”벤의 짜증에 진은 깊게 숨
“이제 누나 만나고 좀 쉬어야지.”“아, 너 바로 자지 말고 저녁 먹고 자.”헤이든의 말에 진의 몸이 굳었다.설마. 아니겠지.“뭐..?”“너 사막 가서 고생했잖아. 내가 보양식 만들어 줄게”해맑은 그의 미소에 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춤 뒷걸음질을 쳤다.“거짓말”“튕기기는. 내가 몸에 좋은 거 만들어 줄 테니까 딱 기다려”“나 방금 사막에서 돌아왔잖아! 석 달 동안 개고생을 했는데 내가 왜 그걸 먹어!”자리에 주저앉아 울부짖는 진에 헤이든은 미소를 지으며 진의 손을 잡았다.“해준다고 할 때 먹어. 너 진짜 감동할
“파말라 공녀?”헤이든의 외침에 진은 머리를 뜯으며 한껏 울상을 지었다.아씨, 이자식도 그소리 할줄 알았다.“그냥 포기할까? 근데 한두 푼이 아니란 말이야.”“너 진짜 어쩌려고 덥석 받은 거야?”“나 없는 동안 뭔 일 있었냐?”헤이든은 괜히 아무도 없는 주변을 한번 두리번거리곤 진에게 다가와 낮게 속삭였다.“거기 공녀의 하녀가 암살 시도했다잖아. 한두번이 아냐.”“내가 내 발로 사형장에 들어가는 거구나”“너무 그러진 마라. 위험하긴 한데, 너를 콕 집어서 찾으니까.”울상을 짓는 진에 헤이든은 한쪽 눈썹을 올렸다.
“뭐?”짜증 섞인 그의 말에 진은 괜히 손톱을 바라보다 다시 그에게 시선을 옮겼다.“그냥 하기 싫어서요. 딱 듣기만 해도 위험할 것 같은데.”“위험하다고 안 하는 타입이 아닐 텐데. 타말 사막에도 다녀왔다고 들었네”“소식도 빠르셔라. 전부 다 알고 오신 겁니까?”“중요한 일에 아무나 쓸 것 같은가?”“영광이라고 해야할지는 모르겠는데요.”사내는 혀를 차며 가만히 진을 바라보았다.이 녀석에 대한 평가같은 걸 들었을때 가장 쓸만 했는데.공작가와 안 좋은 일이라도 있던건가.이러면 귀찮아 지는데.“자네에 대한 경력과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