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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Author: 김파초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5-06 12:38:48

“너 이 빵 어디서 샀어!”

짜증 섞인 벤의 호통에 엘리를 안고 내려오던 진은 머리까지 새빨개진 벤에게 시선을 옮겼다.

또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들어서 저러신데.

“뭐가?”

“빵 말이다. 빵!”

“베이커네. 거기 빵이 맛있잖아. 생각나서 기껏 사 왔더니?”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는 벤에, 진은 엘리를 앉혀주곤 옆에 앉아 턱을 괴었다.

저 성격에 어떻게 전 용병단 단장인 건지.

옛 명성이 하나도 소용이 없단 말이야.

“또 뭐가 그리 마음에 안드는건데?”

“내가 두 블록 더 가서 쿠퍼네 가서 사라고 했잖아!”

벤의 짜증에 진은 깊게 숨을 내뱉었다.

빵 하나가지고 짜증을 저렇게나 내는 심보 고얀 영감이 되다니.

분명 15년 전에는 엄청 멋있고 진중한 사람이었는데 말이야.

이게 세월의 무상함인가.

“아니, 베이커네가 왜 베이커겠어? 거기가 빵집이니까 베이커지.”

“누가 그걸 몰라! 쿠퍼네로 가야! 잼을 준다고!”

진은 에휴, 하는 소릴 내며 고개를 저었다.

저렇게 화를 내는 게 고작 잼이라니.

“구두쇠”

“실버 하나라도 아껴야지! 이것아!”

“그렇게 돈 아끼면 대머리 된다니까”

“이미 대머리야! 이 버릇없는 것아!”

반짝이는 벤의 머리에 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난 아직 한참 멀었어.

저 정도는 해야 구두쇠 소리를 듣지.

“눈이 부셔서 안보였네. 미안!”

진의 장난 같은 말에 벤이 다시 진에게 소리를 지르자 음식을 들고나오던 벨라는 고개를 내저었다.

“꼭 아버지는 진에게 그러셔요.”

“저 버르장머리 없는 것!“

“나에게 버르장머리를 수업해 주신 스승님은 없어서요. 난 저러다가 고혈압 올까, 그게 더 무섭다.”

주방에서 나오던 헤이든은 둘을 번갈아 보며 쯧쯧 혀를 찼다.

“싸워라 싸워. 고모, 진 거는 제가 만들었으니까 안 줘도 돼요.”

“어머나…. 또 그런 일이 생겨버렸구나”

어두워진 진의 얼굴에 벨라는 담담하게 진의 어깨를 토닥였다.

“다들 탐내도 혼자 먹어”

“누나 빼고 다른사람에게도 나눠 주고싶은데.”

“그럴순 없지.”

“저거 봐라. 마음을 곱게 안먹으니까 천벌을 받는 거야”

낄낄거리며 손가락질 하는 벤에도 진은 시선을 떨구고 고개를 숙였다.

결국 내가 또 먹게 되다니.

분명 사막에서 돌아올 때만 해도 즐겁고, 행복했는데.

“꿈만 같아”

“아냐. 현실이야. 기대해도 좋아”

“아니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그럼 깨기라도 할 거 아니냐”

헤이든은 진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는 듯, 자랑스럽게 음식을 건네었다.

곤죽의 형태를 가진 알 수 없는 형태의 무언가가 다소곳하게 그릇에 들어있는 모습에 진은 두 눈을 감고 기도를 올렸다.

아직 당신의 곁으로 가기에는 너무 할 일이 많습니다.

저 말고 쟤 데려가세요.

“왜 맨날 음식이 보라색이냐”

“몸에 좋은 비트를 넣었어”

“그러니까 왜”

“널 위해서”

“제발 날 그만 위해”

“부끄러워하지 마. 남기지 말고 먹어야 해”

크게 한숨을 쉰 진은 가만히 그것을 바라보았다.

“대체 뭘 만들려고 한 거냐?”

“서쪽 지방에서 유행하는 면 요리야”

“너 혹시 면 같은거 안 먹어 봤냐”

스푼으로 보라색의 그것을 한번 떠본 진은 고개를 저었다.

저 미친녀석은 면을 안먹어 봤나?

어떻게 하면 이게 면으로 보이는 건지.

“생면이라고 들어봤냐”

“안 듣고 싶어”

“그게 맛있다길래 내가 만들었거든. 근데 삶으려고 넣었는데 사라지더라고?”

“그래서 듣고 싶지 않다고.”

허망하게 중얼거리는 진에도 헤이든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

“어차피 요리에 들어가는 면수니까 거기다가 해물 육수도 넣고 채소 육수도 넣었어. 그래서 색이 보라색이지. 색감도 좋아. 영양가도 좋아”

“죽기에도 좋겠지”

진의 중얼거림이 다시 이어지자, 벤은 음식을 보며 킥킥 웃음을 터트렸다.

“보양식이랜다”

“스승님”

“이럴때만 스승이지.”

“이거 먹고 만수무강한 건 어때?”

“야! 내가 너 먹으라고 만들었잖아!”

헤이든의 외침에 진은 다시 시선을 떨구었다.

사형대로 끌려가기 전, 그들에게 최후의 만찬을 준다던데.

차라리 그건 맛이라도 좋겠지.

난 왜 이걸로 사형집행을 당하는걸까.

“누나, 난 행복했어.”

“아이참. 진, 넌 가끔 반찬 투정을 하더라”

엘리가 숟가락을 쥐여주자, 진은 떨리는 손으로 음식에 숟가락을 꽂아 넣었다.

두 눈을 꼭 감고 한입 먹은 진은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안았다.

“맛있지? 어때?”

헤이든의 밝은 목소리에 진은 숟가락을 대충 놓은 채 의자에 기대어 앉아 천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더 있어. 더 먹어도 되니까 걱정하지 말고, 맛 평가해 봐”

“…너 문학 중에 수미상관이라고 아냐?”

헤이든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지. 앞뒤를 똑같이 만드는 거”

“그런 맛이야. 지금 먹은 거랑 이걸 먹고 배출한 거랑 같은 맛일 거 같아.”

“그렇게 문학적으로 말하다니. 역시 맛이 좋구나”

헤이든의 말에 진은 입을 다물고 주먹을 꾹 쥐었다.

“무슨 맛인데? 나도 먹어 볼래”

엘리의 말에 진은 고개를 다급하게 손을 올려 그녀를 막았다.

“누나. 내가 다 먹고 남으면 먹어. 이딴 걸 누나에게 먹일 수 없어”

“나도 궁금한데…”

“가끔은 궁금한 걸 해결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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