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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비상사태 선포

Author: 6ja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6 10:11:32

차가운 대리석 복도 바닥에서 서로를 부축하듯 겨우 몸을 일으킨 두 사람은 비틀거리며 다시 접견실 안으로 들어왔다. 태혁은 문을 닫자마자 이중 잠금장치를 철컥 소리가 나도록 걸어 잠갔다.

적막한 실내에는 오직 두 사람의 헐떡이는 가쁜 숨소리만이 거칠게 울려 퍼졌다. 가죽 소파에 쓰러지듯 걸터앉은 은재는 떨리는 손으로 헝클어진 옷매무새를 수습하려 했지만, 손가락 끝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10m를 벗어났을 때 겪었던 그 지옥 같은 감각 폭주의 공포가 여전히 등골을 서늘하게 훑고 지나갔다.

"……거리 반비례의 저주로군요."

은재가 파랗게 질린 입술을 달싹이며 메마른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그런 기록이 있는지 확인해 봐야겠어요. 멀어졌을 때 심해지고, 다시 붙으니까 가라앉았잖아요. 지금 확실한 건 그거예요."

"그딴 미신 따위가 진짜로 우리 몸에서 작동할 줄은 몰랐군."

태혁은 테이블 위의 생수병을 거칠게 따서 단숨에 목구멍으로 들이켰다. 턱선을 타고 흘러내린 물방울이 쇄골과 가슴을 적셨지만, 그는 닦아낼 여유조차 없어 보였다. 태혁은 빈 생수병을 내려놓고 테이블 위 메모 패드를 바라봤다. 누가 잘못했는지 따지는 것으로는 이 방을 나갈 수 없었다.

"상황을 명확히 정리하지. 첫째, 우리의 감각과 물리적 마찰 자극은 거의 그대로 실시간 동기화된다."

태혁이 서늘한 손가락 하나를 꼽아 올렸다.

"둘째, 거리가 10m를 넘으면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어진다. 아까 복도에서 봤잖아. 밖에서 또 그러면 둘 다 응급실 신세야."

"셋째."

은재가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받았다.

"다음 주에 재단 30주년 VIP 갈라쇼가 있고, 그룹 회장님과 이사진, 정재계 주요 인사들이 전원 참석합니다. 만약 우리가 공식 석상에서 이런 추태를 잠깐이라도 드러낸다면……."

"해강그룹 후계 구도에서 내 이름 석 자는 그날로 영구 제명이야."

태혁이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은재의 말을 잘랐다.

"한 큐레이터도 무사할 줄 알아? 쌓아온 경력보다 재벌가 스캔들이 먼저 따라다니겠지. 이 바닥에 남아 있는 것부터 어려워질 거야."

두 사람 모두 잃을 것이 너무나 많은 지독한 완벽주의자들이었다. 사회적 매장. 그 말은 죽음보다 더 끔찍한 공포이자 실질적인 파멸이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

태혁이 테이블 위의 만년필과 가죽 메모 패드를 끌어당겨 거침없이 글씨를 써 내려갔다.

[비상 공조 협약서]

"제1조, 유물의 완전한 해제 방법을 찾을 때까지 24시간 서로의 직선거리를 10m 이내로 유지한다."

사각거리는 날카로운 펜촉 소리가 적막한 방 안을 갈랐다.

"제2조, 상대방의 사전 승인 없는 자의적 자극 일체 금지. 사적 신체 접촉은 물론이고, 샤워, 속옷 착용, 거친 운동, 맵고 뜨거운 음식 섭취까지 전부 사전 통보 후 진행한다."

"……샤워까지 일일이 보고하라고요?"

은재가 기가 차다는 듯 쏘아붙이자, 태혁이 서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똑바로 응시했다.

"옷자락만 스쳐도 이 꼴인데, 샤워타월로 온몸을 문지르면 어떻게 되겠어. 그때도 서로 모른 척할 건가?"

은재는 수치심에 얼굴을 붉히며 입을 꾹 다물었다.

"제3조, 직장 내에서는 완벽한 상사와 부하 직원 관계를 유지하며 사내에 단 한 치의 의심도 사지 않는다."

태혁이 단호하게 서명을 마친 종이를 은재의 앞으로 밀어냈다. 은재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떨리는 손으로 제 이름을 정갈하게 적어 넣었다. 공조 협약이 완성되자 은재가 문득 가장 치명적이고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다.

"그런데…… 24시간 10m 안쪽에 머물려면, 밤에는 대체 어떡합니까? 전 갤러리 근처 10평짜리 자취방 원룸에 살고 있는데요."

태혁의 짙고 서늘한 시선이 은재의 얼굴에 박혔다. 그는 재킷 안주머니에서 묵직한 검은 키 카드를 꺼내 테이블 위에 툭 던졌다.

"해강그룹 임원 사택으로 회사 명의로 계약된 청담동 펜트하우스야. 방 세 개에 복층 구조니 서로 얼굴 붉히며 마주칠 일은 없을 거다."

"이사님 집에서 동거를 하라고요?!"

"동거가 아니라 24시간 감시 밀착 격리다. 당장 오늘 밤부터 짐 싸서 들어와."

태혁의 명령은 절대적이었고, 두 사람에게 거부권은 존재하지 않았다. 은재는 테이블 위에 놓인 검은색 키 카드를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평생 결벽에 가깝게 원칙과 체면을 지켜온 자신의 삶이, 한순간에 가장 증오하던 남자의 사적인 영역 한가운데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거부할 방법은 없었다. 10m라는 물리적 한계선은 두 사람의 목줄을 쥔 보이지 않는 족쇄였으니까.

"……퇴근하면 같이 이동해요. 혼자 짐 챙기러 갔다가 또 떨어질 수는 없으니까."

은재의 가라앉은 대답에 태혁은 말없이 턱을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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