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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결벽증 이사님의 굴욕

Author: 6ja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6 10:11:36

비상 공조 각서를 체결했지만, 당장 퇴근 시간까지 남은 3시간의 갤러리 업무가 거대한 난관이었다. 10m 룰을 준수하기 위해 태혁은 42층 본사 집무실로 돌아가지 못했다.

결국 그는 미술관 지하 1층 수석 큐레이터실 바로 맞은편에 딸린 작은 유리벽 소회의실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둔 두 사람의 거리는 4m 남짓. 안전거리 안쪽이었지만, 그것이 결코 평화와 안정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하아…… 빌어먹을."

태혁은 책상 위에 결재 서류를 펼쳐둔 채 만년필을 쥔 손을 바들바들 떨었다. 은재가 건너편 사무실에서 서류를 찾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날 때마다, 얇은 스타킹과 정장 스커트 안감이 허벅지 사이를 스치는 바스락거림이 고스란히 그의 아랫배를 긁어댔다.

스륵, 스르륵-

사소한 옷자락의 마찰음조차 태혁에게는 가장 예민한 살점을 깃털로 간질이는 듯한 미열로 번졌다. 평소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정갈함과 품위를 유지하던 그의 호흡이 자꾸만 거칠어졌다. 그는 결국 인터폰 수화기를 거칠게 낚아채 버튼을 눌렀다.

"한 큐레이터."

- 네, 이사님. 무슨 일이세요?

"걸어 다닐 때 보폭을 절반으로 줄여. 치맛자락 스치는 소리 때문에 결재 서류에 집중을 못 하겠어."

- 저 지금 최소한의 반경으로 조심조심 움직이고 있거든요? 숨도 쉬지 말라는 겁니까?

"잠깐만 앉아 있어. 이 서류에 서명할 때까지만이라도."

태혁이 신경질적으로 인터폰을 쾅 내려놓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벌컥-!

예고도 없이 소회의실 문이 활짝 열리며 중후한 목소리가 복도를 쩌렁쩌렁 울렸다.

"강 이사, 여기 있었군 그래!"

해강재단 감사위원장인 박 전무와 본사 감사팀 원로 임원 3명이 불시에 들이닥쳤다. 태혁은 반사적으로 척추를 꼿꼿이 세우며 가면 같은 차가운 미소를 입가에 걸었다.

"박 위원장님, 사전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십니까."

"갈라쇼에 출품될 해외 특별 소장품 관리 상태를 점검하러 왔네. 마침 한 큐레이터도 저기 있군."

박 위원장의 시선이 맞은편 사무실 유리문 너머의 은재를 향했다.

"한 큐레이터, 이번에 반입된 소장품 도록 10종 묶음과 보험 평가서 원본철 전부 이리 가져와 봐요."

"네, 위원장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은재는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자료실 대형 캐비닛으로 향했다. 문제는 그 자료철이 두꺼운 하드커버 양장본 도록 10권이 묶인 15kg짜리 쇳덩이 같은 무게라는 점이었다. 은재가 심호흡을 한 뒤 무거운 도록 묶음을 양팔로 힘껏 번쩍 안아 들었다.

그 순간. 하복부 골반저근에 묵직한 하중이 가해졌고, 무게를 버티기 위해 은재의 허벅지 안쪽 근육이 팽팽하게 조여들었다.

쿵-!

소회의실에서 감사위원들과 마주 서 있던 강태혁의 눈앞이 순간 아찔해졌다. 은재의 하복부에 쏠린 압박감이 태혁의 사타구니를 거대한 바위로 짓누르듯 묵직하게 강타했다.

"……크윽!"

태혁의 입술 틈새로 억눌린 신음이 새어 나왔다. 바지 안쪽의 남성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르며 단단한 수트 벨트를 거칠게 밀어냈다.

골반을 쥐어짜는 압박감 뒤에 찾아온 은밀한 쾌락의 전율에 태혁은 다리에 힘이 풀려 회의용 원목 테이블 모서리를 힘껏 움켜쥐었다.

"강 이사? 왜 그러나? 안색이 왜 이리 붉어?"

박 위원장이 의아한 눈빛으로 태혁의 얼굴을 살폈다. 태혁의 이마에는 굵은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있었고, 입술은 터져 나오려는 신음을 참느라 피가 나도록 짓씹혀 있었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점심에 가벼운 체기가 좀…… 있었던 모양입니다."

태혁은 테이블 뒤로 하체를 필사적으로 숨기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때, 은재가 땀을 흘리며 무거운 도록을 테이블 위에 쿵 내려놓았다. 하중이 풀리자 태혁의 막혔던 숨통도 겨우 트였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었다. 감사위원들이 서류를 검토하고 나간 뒤, 문이 닫히자마자 태혁은 넥타이를 거칠게 잡아 뜯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의 눈은 이미 분노와 억눌린 성적 흥분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 상태로는 회사에서 더는 못 버텨."

태혁이 성큼 다가와 은재의 가느다란 손목을 낚아챘다.

"자료 챙겨. 수장고에서 그 유물부터 다시 확인한다."

은재는 잡힌 손목을 내려다보다 책상 위의 유물 자료로 시선을 옮겼다. 집으로 가기 전에 확인할 것이 남아 있었다. 태혁의 억센 손아귀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열기가 은재의 맥박을 타고 심장까지 사납게 파고들었다.

맞닿은 손목 안쪽에서 번지는 미세한 전율이 두 사람의 호흡을 또다시 가쁘게 뒤흔들었다.

복도 너머로 퇴근하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은재는 자료를 품에 안고 태혁의 옆에 섰다. 두 사람 사이에는 한 사람이 더 지나갈 틈도 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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