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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Author: 청연
순이는 단번에 두 자매 사이의 앙금을 눈치채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큰 아가씨께서 오해하셨습니다. 영비 마마께서는 진심으로 두 분께 식사를 대접하려 하셨습니다. 다만 세자빈 마마 쪽에 일이 생겨 부득이하게 다녀오셔야 했던 것뿐이지요. 두 분께서 잠시만 앉아 계시면, 제가 가서 마마께서 일을 다 마치셨는지 살펴보고 오겠습니다.”

순이는 그렇게 말하며 소설아의 손을 이끌고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소설아는 남몰래 주위를 살폈다. 문 앞에는 궂은일을 하는 나이 든 하녀들이 여럿 지키고 서 있어서 억지로 나가려 해도 빠져나갈 수 없는 노릇이었다.

소설아가 웃으며 부탁했다.

“번거롭겠지만 세자빈 마마께 내가 문안 인사를 올리고 싶다고 전해줄 수 있겠느냐? 공왕부에 오면 반드시 세자빈 마마께 문안을 올려야 한다고 부인께서 신신당부하셨거든.”

순이는 소명주를 힐끗 보고는 승낙했다.

“알겠습니다. 잠시 앉아 계시지요. 당장 가서 말씀 전해 올리겠습니다.”

“그래, 고맙구나.”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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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207화

    공왕 세자는 소명주의 얼굴을 똑똑히 확인하고는 감쪽같이 속았다는 기분에 휩싸였다.'어찌 이리 추하게 생겼단 말이냐! 기겁한 탓에 흥마저 싹 가셔버렸구나!' 그는 재빨리 겉옷을 걸쳐 입고 침상에서 일어났다.공왕 세자는 본래 눈이 높은 자였다. 소명주의 외모는 영비 처소에 있는 반반한 하녀들만도 못해 보였다.방금 전까지 소명주를 천상의 선녀인 줄 알고 애무했던 것을 떠올리자, 공왕 세자의 눈빛에는 실망과 혐오가 가득 찼다.사실 소명주가 아주 못생긴 것은 아니었으나, 소설아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였다.미인이 아님이 드러나자 공왕 세자는 더 이상 가련한 여인을 아끼듯 대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는 침상에서 내려와 이불을 대충 집어 소명주에게 휙 던지며 말했다. “세자빈, 이 계집은 나도 모르는 자다. 어디서 굴러들어온 도둑년인지 모르겠으니 그대가 잘 심문해 보고 내쫓도록 하여라. 그럼 나는 이만 가보도록 하지. 참으로 재수가 없구나! 예쁜 처제인 줄 알았더니 이리 추녀일 줄이야!”공왕 세자는 옷을 추스르고 허리띠를 매며 투덜거리더니 이내 자리를 떴다.침상에 누운 소명주는 눈앞에 드리운 휘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온몸에는 소름이 돋았고, 차가운 기운이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했다.공왕 세자가 남기고 간 모욕적인 말들이 귓가에 맴돌자, 그녀의 눈가에서 두 줄기 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대체 어찌 된 일인가? 약에 당한 건 분명 소설아이지 않은가? 어째서 공왕 세자에게 농락당한 것이 자신이란 말인가?설마 영비 마마의 짓인가? 영비 마마께서 우리 자매가 한 지아비를 모시기를 바라신 건가?소설아는? 소설아는 대체 어디로 간 거지? 자신이 이런 꼴을 당했으니, 소설아는 반드시 자신보다 더 비참한 꼴을 당해야만 했다.공왕 세자가 떠나자, 세자빈이 사람들을 이끌고 들어오며 말했다. “설아야, 한번 보거라. 침상에 있는 저 사람이 네 동생이 맞느냐?”그제야 소설아는 고개를 들고 무리 속에서 걸어 나왔다.그녀는 재빨리 침상으로 다가가 장막을 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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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왕 세자는 벗들과의 약조도 마다하고 바깥출입도 삼간 채, 처제의 거처가 정리되면 함께 이야기를 나눌 생각으로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하녀가 찾아와 여쭈었다. “세자 저하, 영비 마마께선 왕비 마마께 문안 인사를 올리러 가셨다가 저녁 식사까지 들고 오시게 되었습니다. 영비 마마께서 당장 자리를 뜰 수 없는 처지인데, 부에 갓 당도한 마마의 여동생분께서 갑자기 앓아누우시어 어찌해야 할지 몰라 저하께 여쭈러 왔습니다.”공왕 세자는 그 말에 아랫도리가 후끈 달아올라 벌떡 일어났다. “병이 났다고? 어쩌다 병이 났단 말이냐? 뭣들 하느냐, 어서 길을 안내하거라. 내가 직접 가보아야겠다.”하녀는 공왕 세자를 방문 앞까지 안내하고는 총총히 물러갔다.마당은 쥐 죽은 듯 고요했고, 시중드는 하인 하나 보이지 않았다.공왕 세자가 어찌 이 상황을 눈치채지 못하겠는가.그는 속으로 영비가 참으로 현숙하고 눈치가 빠르다고 칭찬하며, 방문을 열고 별채로 들어섰다.별채 문 앞의 커다란 나무가 잎이 무성해 창문을 가린 탓에 방 안은 한층 더 어두컴컴했다.창문은 굳게 닫혀 바람 한 점 통하지 않았다.방 안에는 얼음 대야 두 개가 놓여 있어 서늘하고 쾌적한 기운이 감돌았다. 이 정도면 약간의 ‘운동’을 하더라도 땀범벅이 될 일은 없을 터였다.공왕 세자는 마음속에서 걷잡을 수 없는 욕정이 타올라 침상으로 다가가며 음흉하게 속삭였다. “처제, 어쩌다 병이 난 게야? 마차를 오래 타서 여독이 쌓인 게로구나. 형부가 어디 한번 살펴봐 주마.”침상에는 장막이 낮게 드리워져 있어 누워 있는 사람의 얼굴은 선명히 보이지 않았고, 그저 앳된 소녀라는 것만 간신히 분간할 수 있었다.공왕 세자는 급히 장막을 걷어 올리고는 미처 옷을 벗을 새도 없이 침상으로 기어 올라갔다.공왕 세자가 침상에 오르자, 침상 밑에 쓰러져 있던 순이가 번쩍 정신을 차렸다.순이는 화들짝 놀라 몸을 떨었다. 기절하기 전의 일이 떠오르자 속으로 '아차' 싶었다.소명주가 쓰러진 후 자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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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을 팽개친 후, 추영우는 훌쩍 뛰어올라 다시 종적을 감추었다.소설아가 미처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전에 구황자는 또다시 사라져 버렸다.다만, 커다란 맹수에게 노려지는 듯한 그 으스스한 감각만은 몸에서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몸을 돌려 시선이 느껴지던 방향을 향해 가볍게 예를 갖추며 인사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소설아는 침상 휘장을 내리고 소명주에게 이불을 덮어준 뒤, 돌아서서 별채를 나섰다.별채 밖에는 문을 지키는 하녀가 단 한 명도 없었다.영비는 참으로 치밀하게도 일을 꾸몄구나.만약 그녀가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며 지키는 이를 남겨두었더라면, 도리어 소설아가 움직이기에 이토록 수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소설아는 전생에 공왕 세자부에 와본 적이 있었기에, 전생의 기억을 더듬어 세자빈의 처소를 찾아갔다.처소 입구를 지키던 어멈이 그녀를 보고는 욕설을 퍼부었다. “어디서 굴러먹다 온 천한 것이냐! 썩 꺼지지 못할까! 여기는 세자빈 마마의 처소다.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란 말이다!”소설아는 다가가 은자 두어 개를 슬쩍 쥐여주며 말했다. “나는 위원후부에서 온 소설아라 한다. 세자빈 마마께 문안을 올리고자 왔으니, 수고스럽겠지만 말씀 좀 전해다오.”문지기 어멈은 은자를 보더니 안색을 확 바꾸고는 그녀더러 기다리라 이른 뒤, 몸을 돌려 방 안으로 들어가 말을 전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어멈이 다시 나왔다. “아이고 아가씨, 어서 이 늙은이를 따라 들어가시지요. 세자빈 마마께서 마침 아가씨 말씀을 하고 계셨답니다!”세자빈은 이연주와 규방 시절부터 절친한 벗이었고, 장공주의 화연에서 한 번 마주친 적이 있었다. 비록 말을 길게 나누진 않았으나 안면은 튼 사이였다.세자빈은 다소 의아해하며 물었다. “네가 여긴 어쩐 일이냐? 어찌 혼자 온 게야? 뒤에 따르는 하녀나 어멈도 없이.”소설아가 다가가 단정히 예를 올렸다. “세자빈 마마,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저와 제 동생은 영비 마마께 선물을 전해드리러 왔습니다.”“영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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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명주가 참지 못하고 작게 투덜거렸다. “세자빈 마마께서 언니를 왜 만나주시겠어요?”순이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두 분께서는 잠시 앉아 차라도 한잔 드시지요. 조금만 기다리시면 그쪽에서 전갈이 올 것입니다.”순이가 손뼉을 치자 어린 하녀가 차를 내왔다. “이것은 올해의 공물인 우전 용정차 입니다. 세자 저하께서도 딱 두 통만 얻으셔서 그중 한 통을 저희 영비 마마께 나누어 주신 것입니다. 마마께서도 평소 아까워 입에 대지 못하시는데, 특별히 두 분께 맛보시라 내어주셨습니다.”차가 나오자, 소명주가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두 눈을 반짝였다. “과연 공물이라 부를 만하네요. 정말 맛있어요. 언니도 맛보세요.”소설아는 그녀를 힐끗 보더니 미동도 하지 않았다.소명주가 바보같이 천진한 척하며 알랑거렸다. “언니도 한입만 맛보세요. 정말 맛있어요. 언니 말씀이 맞아요. 제가 식견이 얕아서 그래요. 식견 얕은 제가 이 차를 다 마실 테니, 고고하신 언니는 딱 한입만 드셔보세요.”그녀는 소설아의 팔을 감싸 안고 흔들며 더없이 순진한 태도를 보였다.소설아는 그 가증스러운 꼴만 봐도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훤히 꿰뚫어 보았다. “이거 놓거라. 나도 마실 테니.”그녀는 오른손으로 찻잔을 들고 왼손 소매로 얼굴의 절반을 가렸다. 겉보기엔 얕게 한 모금 축인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소매에 찻물을 살짝 쏟아버렸다.소명주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재촉하듯 물었다. “언니, 어떠세요? 맛있지 않나요? 어서 말해보세요, 무슨 맛이 나나요?”소설아가 답했다. “맑고 담백하며, 끝맛이 달구나.”소명주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언니, 입에 맞으시면 더 드세요. 저희 둘뿐이니 언니가 식탐을 부린다고 비웃지 않겠습니다.”그 뒤로 소설아는 찻잔에 다시 손을 대지 않았다.반면 소명주는 차를 마시고 다과를 집어 먹으며, 일부러 쩝쩝 소리까지 내고 있었다.이윽고 소설아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손을 들어 머리를 짚고는 점차 몸을 가누지 못한 채 스르르 쓰러졌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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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이는 단번에 두 자매 사이의 앙금을 눈치채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큰 아가씨께서 오해하셨습니다. 영비 마마께서는 진심으로 두 분께 식사를 대접하려 하셨습니다. 다만 세자빈 마마 쪽에 일이 생겨 부득이하게 다녀오셔야 했던 것뿐이지요. 두 분께서 잠시만 앉아 계시면, 제가 가서 마마께서 일을 다 마치셨는지 살펴보고 오겠습니다.”순이는 그렇게 말하며 소설아의 손을 이끌고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소설아는 남몰래 주위를 살폈다. 문 앞에는 궂은일을 하는 나이 든 하녀들이 여럿 지키고 서 있어서 억지로 나가려 해도 빠져나갈 수 없는 노릇이었다.소설아가 웃으며 부탁했다. “번거롭겠지만 세자빈 마마께 내가 문안 인사를 올리고 싶다고 전해줄 수 있겠느냐? 공왕부에 오면 반드시 세자빈 마마께 문안을 올려야 한다고 부인께서 신신당부하셨거든.”순이는 소명주를 힐끗 보고는 승낙했다. “알겠습니다. 잠시 앉아 계시지요. 당장 가서 말씀 전해 올리겠습니다.”“그래, 고맙구나.”하지만 순이는 세자빈에게 가지 않고 영비 쪽으로 가서 상황을 보고했다.영비는 순이의 말을 듣고 픽 웃었다. “말없이 얌전하기만 해서 속내 모를 고지식한 아이인 줄 알았더니, 뜻밖에도 제법 영악한 구석이 있구나.”순이가 물었다. “마마, 소씨 가문 큰 아가씨는 성정이 꽤나 불같아 보여, 결코 자발적으로 온 게 아님이 분명합니다. 제가 보기에 소씨 둘째 아가씨가 실상을 알려주지 않은 듯합니다. 조금 전에도 세자빈 마마를 뵙겠다고 소란을 피우지 않았습니까. 세자빈 마마 쪽에서는 늘 마마를 주시하며 흠잡을 틈만 노리고 계십니다. 앙큼한 데다 저리 꼿꼿한데, 그대로 두시겠습니까?”영비는 상석에 앉아 위세 등등하게 콧방귀를 꼈다. “당연히 둬야지! 영악해야지, 영악하지 않으면 사내를 붙잡아 둘 수 없단다. 그저 얼굴만 반반하면 세자도 사흘이면 물릴 게야. 저렇게 성깔이 좀 있어야 더 끌리는 법이지. 이미 내 처소에 발을 들였는데, 지가 별수 있겠느냐?”공왕 세자와 동침하여 정조를 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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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락해 가는 후부의 수양딸 따위가 밖에서 제아무리 대단하다 한들, 공왕부에 들어오면 그저 이리저리 휘둘리는 신세가 될 뿐이다.영비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 아이에게 똑똑히 일러두었으냐? 부에 들어오더라도 통방(通房: 정식 첩이 아닌 시첩)조차 되지 못할 것이며, 신분상으로는 그저 내 먼 친척 동생으로서 왕부에 머무는 것뿐이다. 얼마나 오래 머물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본인 재주에 달린 것이지.”속된 말로, 본처보다 첩이 낫고 첩보다 몰래 만나는 여인이 더 끌린다 하지 않던가.게다가 사촌 동생이라는 신분은 따지고 보면 처제나 다름없었다.신분 자체만으로도 뭇사람의 엉뚱한 상상을 불러일으키기 십상인데, 거기다 소설아의 빼어난 미모까지 더해지면 공왕 세자는 매일같이 그녀의 처소에 들지 않고는 못 배길 터였다.영비는 이 계획이 몹시도 흡족했다. “만약 오늘 바로 이곳에 남게 된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겠구나.”소명주는 속으로 생각했다. 영비가 총애를 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구나. 사내의 마음을 옭아매는 수완이 실로 대단했다.“영비 마마, 염려 마십시오. 제가 지금 당장 언니에게 가서 말하겠습니다.”영비가 손을 내저었다. “그래, 가서 잘 구슬려 보거라. 나는 함께 식사하지 않을 테니, 이야기가 끝나면 순이를 시켜 내게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 설아가 우리 부에 들어오겠다고만 한다면, 네 오라버니가 금오위에 들어가는 일은 내가 책임지고 성사시켜 주마. 게다가 설아가 세자를 잘 모시기만 한다면, 훗날 네 오라버니가 통령(統領: 군대의 지휘관) 자리에 오르지 말란 법도 없지 않겠느냐.”“감사합니다, 영비 마마.”확답을 얻어낸 소명주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걸음을 옮길 때도 저도 모르게 몸을 들썩거리며 걸었다.소설아는 그녀가 흡사 우스꽝스러운 광대처럼 촐랑거리는 꼴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마치 하늘의 구름이 피고 지는 것을 감상하듯, 얼굴에는 한 점의 동요도 일지 않았다.두 사람이 반 시진 정도 앉아 있자, 순이라는 하녀가 와서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1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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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1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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