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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4화

Author: 청연
소설아는 두 무릎을 꿇고 세 번 절을 올린 뒤, 두 손으로 공손히 옥 장식을 받아 들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그녀는 '양어머니'가 아닌 '어머니'라 부르며 한층 살가운 태도를 보였다.

위원후는 흐뭇한 미소로 소설아를 바라보았다.

‘역시 설아는 눈치가 빠르군. 잘 가르친 보람이 있어.’

소설아는 자신이 직접 수놓은 손수건과 버선을 예물로 올리며 말했다.

“어머니의 크신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소녀, 어머니의 은혜를 잊지 않고 정성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인사를 마친 소설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절을 올리는 동안 소명주는 줄곧 그녀의 손에 들린 옥 장식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옥의 재질도 훌륭했지만 조각 솜씨 또한 빼어나, 보기 드문 보물임이 한눈에 느껴졌다.

‘나도 곧 저런 걸 받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소명주는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었다.

이어서 소명주가 연화 군주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연화 군주가 웃으며 말했다.

“명주야, 방향이 틀렸단다. 내게 절할 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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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비는 그제야 목소리를 낮추고 흐느끼며, 오늘 오후에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털어놓았다.“현정이가 워낙 시원시원하고 행실도 반듯한 아이라 영우도 좋아하고, 저 역시 그 아이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처음 현정이를 만났을 때부터 유난히 마음이 잘 맞았지요. 그래서 예전에 폐하께서 제게 내려 주신 옥패를 그 아이에게 물려주었습니다. 현정이와 영우가 부부가 되어 화목하게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말을 채 반도 잇지 못했는데, 용비는 이미 목이 메어 더는 말을 이어 가지 못했다.옥패에 관한 일은 동 상궁이 미리 태후에게 아뢴 바 있었다. 태후 역시 용비가 진심으로 설현정을 받아들인 것이라 믿고 있었다.“그래서, 그다음은?”태후가 재촉하듯 물었다.“그다음에는 제가 현정이를 붙잡아 함께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식사를 하던 중 현정이가 측간에 다녀오더니, 돌아왔을 때 눈빛이 몹시 불안해 보였습니다.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어보고서야 알았지요. 그 아이가 옥패를 깨뜨렸다는 것을요… 저는 그 아이가 풀이 죽어 있는 것을 보고 달래 주었습니다. 이 일은 덮어 두겠다고, 옥패를 깨뜨린 일로 벌을 주지도 않겠다고 말했지요. 그런데 그 아이가 그토록 마음을 놓지 못할 줄은 몰랐습니다…”“용비 마마, 너무 상심하지 마시옵소서. 결코 마마의 잘못이 아닙니다.”만옥 상궁이 앞으로 나서 용비를 위로했다.“설 아가씨께서 너무 심란하셨던 나머지, 그 복을 감당하지 못했을 뿐입니다.”용비와 만옥 상궁은 미리 입을 맞춘 듯했다. 설현정이 하사받은 귀한 물건을 깨뜨리고 벌을 받을까 두려워한 데다, 집안 어른들에게 꾸지람을 들을까 걱정한 나머지 호수에 몸을 던진 것이라고 둘러대고 있었다.태후가 용비를 똑바로 응시하며 엄한 목소리로 물었다.“용비, 네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이냐?!”용비는 고개를 숙여 눈물을 닦았다. 그 순간, 그녀의 눈빛에는 슬픔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듯한 가련한 모습으로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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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광전.용비는 거울 앞에 앉아 눈썹을 그리고 있었다. 거울 속에는 맑고 순한 눈매와 티 없이 깨끗한 얼굴이 비쳐 있었다. 누가 보아도 해칠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무해하고 순진한 모습이었다.눈썹을 다 그린 용비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어딘가 뒤틀리고 기괴했다.문득 그녀가 손을 휘둘러 청동 거울을 바닥에 내던졌다.“늙었구나. 결국은 늙었어.”아무리 연지를 짙게 발라도 젊은 여인의 뺨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생기 어린 홍조만큼은 따라갈 수 없었다.“아이를 낳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빨리 늙지도 않았을 텐데. 모두 영우 탓이야. 내 젊음을 빼앗아 가더니, 이제는 폐하의 총애까지 잃게 만들었구나…”용비는 화장대 앞에 조용히 앉아 방 상궁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 상궁이 돌아왔다.“마마, 모두 처리했습니다. 순조롭게 끝났습니다.”용비는 손에 들고 있던 먹을 내려놓았다. 얼굴에는 안타까운 기색을 띠었다.“아깝게도 내 옥패가 그리되었구나. 그것은 폐하께서 내게 내려 주신 정표였는데…”한때 황제의 총애를 한몸에 받던 시절에는 그녀의 기세를 감히 따라올 자가 없었다.황제는 밤마다 그녀의 처소를 찾았고, 두 사람은 함께 애틋한 시간을 보내곤 했다.그때만 해도 그녀는 자신이 황후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그러나 신분을 문제 삼은 조정 대신들의 반대에 부딪혀, 끝내 황후의 자리에 오르지는 못했다.그렇다고 그녀는 원망하거나 화를 내지 않았다.황후가 된다고 해서 반드시 황제의 가장 큰 총애를 받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폐하의 마음속에서 가장 사랑받는 여인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후궁은 날이 갈수록 늘어났고, 젊고 아름다운 여인들도 끊임없이 궁에 들어왔다.어떤 때는 한 달이 넘도록 황제의 얼굴조차 뵙지 못했다.그렇게 그녀에게 남은 것은 결국 추영우 하나뿐이었다.그런데 이제 그마저도 장성하여 제 뜻대로 움직이려 하고 있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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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604화

    용비는 손수건으로 과일을 집었던 손끝을 닦으며 말했다.“휘를 들라 하여라.”설현정이 의아한 듯 물었다.“휘요?”용비가 웃으며 말했다.“휘는 영우의 아명이란다. 나는 영우를 늘 그리 불러왔지. 아무리 다 큰 성인이라도, 내 눈에는 여전히 어린아이일 뿐이란다.”'휘.' 설현정은 마음속으로 그 한 글자를 몇 번이고 곱씹었다.혼례를 치르는 날 밤에는 추영우를 그 아명으로 한번 불러 보고 싶었다.전하께서 좋아하실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궁녀 한 명이 추영우를 데리고 전각 안으로 들어왔다.“소자, 어마마마께 문안 인사 올립니다.”용비가 웃으며 말했다.“오늘 공무가 있어 오지 못한다고 들었는데?”추영우는 곁눈질로 설현정을 흘끗 살피더니 이내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숙였다.“어마마마께서 뵙고 싶어 하신다기에 특별히 문안드리러 왔습니다.”용비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말이 갈수록 달콤해지는구나. 부디 정말 어미를 뵈러 온 것이기를 바란다.”설현정은 모자간의 대화가 어딘가 묘하다고 느꼈지만, 정확히 무엇이 이상한지는 알 수 없었다.그때 화친왕이 이따금 자신을 힐끗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설현정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혹시 전하께서 일부러 자신을 보러 오신 것은 아닐까.설현정은 그 묘한 위화감을 애써 머릿속에서 떨쳐 냈다. 대신 심장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얼굴도 순식간에 새빨갛게 달아올랐다.용비는 그런 설현정의 모습을 지켜보며, 소맷자락 속에 감춘 손으로 자단목 의자를 힘껏 움켜쥐었다. 손톱에 끼운 가리개가 나무에 깊이 자국을 남길 정도였다.역시 방탕하고 파렴치한 계집이었다.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아릿했다.영우는 어쩌다 저런 얄팍한 여자에게 홀렸단 말인가.분명 인물도 그저 평범하고, 속에는 잔꾀만 가득한 데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종잡을 수도 없는 아이인데 말이다.어째서 저런 여자에게 마음을 두었을까. 이 또한 자신이 영우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탓이라 생각하였다. 지금이라도 손을 쓴다면 늦지 않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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