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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مؤلف: 청연
소명준은 왕 태의 댁에서 한 시진 넘게 기다렸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너희 하인들은 대체 어떻게 된 거냐? 감히 본 세자를 이렇게 홀대하다니!"

어린 하녀가 깍듯하게 대꾸했다.

"세자 저하, 저희 주인님께서는 오늘 시간이 없으셔서 손님을 받지 않으십니다."

소명준이 욕설을 내뱉었다.

"정말 예의라곤 없구나. 본 세자 앞에서 감히 '노비'라 자칭하지도 않고 예의를 밥 말아 먹었느냐!"

하녀가 코웃음을 쳤다.

"공자님이 대체 누구신데요?"

소명준은 모욕감을 느꼈다.

"나는 위원후부 세자 소명준이다!"

하녀가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소 공자님, 저희 주인님께서 하신 말씀이, 당신 같은 사람은 모른답니다. 그만 돌아가시지요!"

'위원후부의 주인이 아파도 왕 태의는 직접 왕진을 가지 않는데, 하물며 기녀의 병을 고치겠다며 세자가 직접 찾아와 태의를 청하다니,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해.'

"공자님께는 태의가 아니라 도사를 불러 몸에 붙은 잡귀나 쫓아내시는 게 좋겠습니다!"

소명준은 분노로 가슴이 들썩였다.

"무례하다! 당장 본 세자 앞에 무릎 꿇지 못할까!"

하녀는 그를 힐끗 보고는 말없이 가버렸다.

'진료를 구걸하러 온 몰락한 양반 주제에 감히 태의부에서 기세등등하다니.'

하녀의 눈빛에는 노골적인 조롱이 담겨 있었고, 소명준은 분노로 온몸을 떨었다.

'왕 태의, 이 괘씸한 놈. 지난 생에 은혜를 베풀어 목숨을 구해줬건만, 하녀를 시켜 나를 모욕하다니!'

'이번 생에 왕 태의가 위기에 처해도 절대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

소명준은 소매를 휘두르며 자리를 떴다.

임현에게 어의를 불러주겠다고 큰소리쳤건만 어의를 부르지 못했으니 기방으로 돌아가기도 민망하여, 연서를 시켜 의원에서 의원을 불러오게 한 뒤 후부로 돌아갔다.

소명준은 회귀했지만 지난 생의 과거 시험 문제는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 할 듯 싶었다.

지난 생에 그는 이 대유(大儒)의 문하로 들어가 그의 마지막 제자가 되었었다.

왕 태의 댁에서의 일을 떠올리며 소명준은 당장 찾아가 제자로 받아달라고 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일단 후부로 돌아가 준비하기로 했다.

이 대유는 아무나 제자로 받아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지난 생에 그는 명문을 지어 올려 이 대유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덕분에 그의 제자가 되는 데 성공했었다.

소명준은 이번 생에도 돌아가서 그 명문을 다시 써낸 뒤 직접 이 대유에게 갖다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

한편, 소명준이 임현 낭자를 위해 어의를 부르려 한다는 소식을 들은 소설아는 그저 헛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계산해보니 지난 생의 이맘때쯤, 소명준은 이 대유를 스승으로 모셨어야 했다.

이 대유는 태자의 스승이었으며, 제자를 거의 받지 않는 분이었다.

이 대유는 바둑광이라, 지난 생에 소설아는 거금을 들여 양지옥으로 만든 바둑알을 사고 기보를 수집해 선물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유는 소명준을 제자로 받아주기는커녕, 글 세 편만 봐주기로 했을 뿐이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소설아가 이 대유의 딸을 구해주고 나서야 소명준은 겨우 이 대유의 마지막 제자가 될 수 있었다.

이 대유의 제자가 된 건 순전히 소설아의 덕분인데, 소명준은 자기가 쓴 <추국부>가 이 대유를 감동시켰다고 떠들고 다녔다.

사실 그가 쓴 글은 개도 안 읽을 수준이었다.

이번 생에 소명준이 이 대유의 제자가 되는 일은 물 건너갔다.

그 직후, 소설아는 원씨 가문의 정표를 돌려보내며 파혼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원태준과의 혼사는 일찌감치 정리하는 편이 좋았다.

원씨 가문은 정표를 받자마자 즉시 사람을 보내 민씨에게 알렸다.

잠시 후, 하녀 하나가 찾아와 말했다.

"아가씨, 부인님께서 오라고 하십니다."

"금방 가마."

소설아는 들고 있던 장부를 내려놓으며 차가운 말투로 답했다.

춘경원(春景園)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익숙한 단향 냄새가 풍겨왔다.

춘경원에는 작은 불당이 있어 민씨는 매일 향을 피우고 기도했다.

소설아가 들어갔을 때 민씨는 불경을 베껴 쓰고 있었다.

"부인님, 큰 아가씨께서 오셨습니다."

민씨는 손을 멈추지도, 고개를 들지도 않았다. 소설아가 반 시진 가까이 서 있자 그제야 붓을 놓았다.

"설아야, 아직도 이 어미에게 서운한 마음이 남아 있는 게냐?"

"그럴 리가요."

소설아는 고개를 숙였다.

민씨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미도 그러고 싶진 않았지만, 네 동생의 명예가 걸린 일이라 홧김에 손이 나갔구나."

"이리 와 보렴, 아직 많이 아프냐?"

민씨가 손을 뻗었고, 소설아는 멍하니 있었다.

지난 생에도 이랬다. 민씨는 매를 때리고는 사탕 하나를 주는 식으로 그녀를 철저히 조종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이제 아프지 않습니다."

소설아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민씨는 다시 염주를 집어 들고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아프지 않다니 다행이구나. 그런데 원씨 가문에 정표를 돌려보낸 건 무슨 일이냐? 다음엔 명주의 험담이라도 하고 다닐 셈이냐?"

소설아는 웃음이 났다.

민씨는 그녀의 혼사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파혼 소문이 퍼져 소명주의 명예가 깎일까 봐 전전긍긍하는 것이다.

민씨는 지금 소설아를 길들이려 하는 것이었고, 민씨의 편애는 정말 끝이 없었다.

소명주가 자신의 친딸이 아니라 위원후가 밖에서 낳아온 자식이라는 걸 알게 되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했다.

지난 생에 억울하게 죽은 뒤, 소설아의 혼은 성불하지 못하고 유령이 되어 후부 주변을 맴돌았다.

그때 그녀는 어떤 중년 미인이 소명주를 찾아와 자신이 친어머니라고 말하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소명준이 소명주를 부축하며 푸른 비단 가림막 뒤에서 걸어 나왔다.

소명주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는데 울었던 모양이었다.

"소설아, 네가 어떻게 그런 헛소문을 퍼뜨릴 수 있느냐!"

소명준은 사람이라도 잡아먹을 듯 사납게 노려보았다.

"원태준과의 사이가 틀어진 걸 왜 명주 탓으로 돌리는 것이냐?!"

'지난 생에도 소설아는 원태준 일 때문에 사사건건 명주를 괴롭혔었는데, 명주가 너무 불쌍하네.'

"오늘 당장 명주에게 사과하거라. 그렇지 않으면 어머니께서 가법을 집행하실 테고, 나도 말리지 않을 것이다!"

민씨가 거들었다.

"설아야, 어미를 원망하지 말거라. 네가 명주에게 누명을 씌운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지 않느냐. 계속 이런 식이면 명주가 어떻게 시집을 가겠느냐. 그 아이는 이미 충분히 고생했는데…"

"네, 사과하겠습니다."

소설아는 고개를 숙이고 순종적인 척했다.

민씨는 그녀의 태도에 흡족해하며 계속해서 깎아내리고 억눌렀다.

"너와 원씨 가문의 혼사는 노부인께서 정하신 거지만, 따지고 보면 원래 명주의 혼사였다. 명주야말로 후부의 적통 아가씨인데, 네가 억지를 부려 뺏은 것이 아니냐. 온 집안이 너를 봐주고 있는데, 명주가 원태준과 말 몇 마디 나눴다고 이렇게까지 몰아세우다니…"

"걱정 마십시오, 함부로 말하고 다니지 않겠습니다."

소설아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그 어떤 감정도 섞여 있지 않았다.

"그저 이 혼사를 원치 않을 뿐입니다."

"언니, 제발 이러지 마십시오!"

소명주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발을 굴렀다.

"언니, 전 언니와 형부의 사이를 갈라놓을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혼인도 안 했는데 무슨 형부라는 것이냐."

소설아의 목소리는 매우 차분했다.

"이 혼사는 원래 어른들의 농담에서 시작된 것이니 진지하게 생각할 것 없다. 혼서도 오가지 않았으니, 나와 원씨 가문의 혼사는 다시는 입에 올리지 말거라."

소명주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언니, 정말 이 혼인을 안 할 생각이십니까?"

솔직히 그녀는 이런 편애를 받는 생활을 즐기고 있었고, 소설아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을 빼앗는 것은 꽤나 재미있었다.

특히 원태준이 자신에게 푹 빠져 소설아가 애타게 안달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즐거웠다.

소설아가 스스로 파혼해 버리면 삶의 재미가 줄어들 터였다.

소설아는 고개를 숙이고 웃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안 할 것이다."

이 후부 자체가 이제는 필요 없었다.

민씨가 말했다.

"원씨 가문과의 혼사를 깨면, 어디 가서 원씨 가문보다 더 좋은 가문을 찾겠느냐?"

즉, 원씨 가문에 시집가는 것은 분수에 넘치는 복이라는 뜻이었다.

소설아는 담담하게 웃었다.

"기녀도 후부의 세자를 남편으로 맞이하는데, 몸이 깨끗한 제가 왜 짝을 못 찾겠습니까?"

소명준이 폭발했다.

"소설아,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그가 달려들며 주먹을 치켜들었지만, 소설아는 태연하게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세자께서 저를 다치게 하시면, 당씨 가문과의 파혼 문제는 누가 나서서 해결해 줍니까?"

그 말에 눈앞까지 날아온 주먹이 멈췄고, 소명준은 이를 악물고 주먹을 거두었다.

"당씨 가문 문제는 네가 알아서 잘 말해 보거라. 절대 기분 상하게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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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4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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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427화

    안덕수는 안성주를 양아들로 들여 경성으로 데려와 애지중지 보살폈다.안성주는 그의 평생 유일한 혈육이었다.안성주의 부고를 듣고 안덕수는 애간장이 끊어지는 듯한 슬픔에 빠져, 그날 밤 곧장 추영우를 찾아갔다.“구황자 전하, 부디 소인을 좀 도와주십시오! 성주 그 녀석이 조금 막돼먹긴 했어도 나쁜 마음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억울하게 죽어서는 안 됩니다!”눈물범벅이 된 안덕수를 보며 추영우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안 태감, 그 사건은 형부에서 조사 중이시다. 형부는 셋째 형님의 영역이니, 내가 함부로 끼어들 수는 없다. 차라리 셋째 형님께 부탁드리는 게 나을 것이다.”형부 쪽에서는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했다.위원후부의 화연에는 애초에 안성주를 초대하지 않았다. 안성주가 평소 못된 짓을 많이 하고 다녔던 터라, 형부에서는 그가 밖에서 누군가의 원한을 사서 살해당한 뒤, 범인이 시신을 위원후부에 던져 넣어 누명을 씌운 것으로 판단했다.이 일은 위원후부와 무관하다는 결론이었다.안덕수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구황자 전하, 소인은 그저 진상만 알고 싶습니다.”금의위가 사건을 맡는다면 형부보다 훨씬 철저하게 진상을 파헤칠 터였다. 구황자 전하의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안덕수였기에,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구황자 전하께서 이번 일을 도와주신다면, 소인이 반드시 그 은혜를 갚겠습니다.”안덕수는 폐하께서 아직 황제위에 오르시기 전부터 곁을 지켜 온 최측근이자, 황제의 총애를 한몸에 받는 대태감이었다. 때로는 그의 말 한마디가 태후의 뜻보다도 더 큰 힘을 발휘할 정도였다.안덕수의 도움이라면 태자조차 탐낼 정도였다.추영우의 표정은 여전히 담담했다.“안 태감, 나는 바라는 것이 없다. 그대의 도움을 얻어봐야 크게 쓸모도 없고.”“구황자 전하, 부디 소인을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솔직히 말씀드리면, 성주는 소인의 유일한 혈육입니다… 성주가 떠나고 나니, 소인은 이제 이 생에 아무런 여한도 남지 않았습니다…”안덕수가 애원을 거듭하자, 추영우는 마지못해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426화

    소설아는 의란거로 돌아와 뜨거운 차를 연거푸 두 잔이나 마셨다.눈을 감자 안성주의 일그러진 얼굴이 떠올랐다.그녀는 안성주가 정란헌에 숨어 있다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방 안에는 최음향이 피워져 있었고, 안성주는 침상에 누워 그녀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문을 연 소설아는 마당의 돌의자에 앉은 채 오랫동안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참다못한 안성주가 먼저 문을 열고 나왔다. 방탕한 청년은 음흉하게 웃으며, 최음향을 너무 많이 들이마신 탓에 흐리멍덩한 눈빛과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말했다.“낭자, 어서 들어오시지요. 마당 문은 이미 잠겼으니 나가지도 못할 겁니다. 얌전히 굴면 이 몸이 아주 다정하게 대해주지요. 말만 잘 들으면 아프지도 않고 기분만 좋을 겁니다. 한 번 맛보면 또 생각날 텐데…”안성주가 소설아를 붙잡으려 하자, 소설아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그를 향해 걸어갔다.“도련님. 누가 도련님을 사주해서 저를 찾아오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가 시킨 일인지 말씀해 주시면 안으로 들어가겠습니다.”안성주는 소설아의 말 따위는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했다. 흐릿하게 풀린 눈으로 그녀를 훑어보며,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음탕한 말을 늘어놓았다.“안 대인께서 아가씨의 목욕도를 보여주시더군요. 피부가 어찌나 희고 고운지, 밤낮으로 그 모습이 떠올라 애가 탔습니다. 게다가 낭자와 혼인하게 해주겠다고 약조까지 하셨지요. 그러니 어서 이리 오십시오. 더는 참을 수가 없으니! 아아, 낭자… 정말 매혹적입니다.”점점 더 흥분하는 안성주의 눈에는 핏발이 섰다.소설아는 픽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문가에 다다른 소설아는 먼저 손을 뻗어 안성주의 가슴에 얹었다.“도련님의 심장이… 무척 빨리 뛰네요.”안성주는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소설아를 바라보았다. 그의 심장도 덩달아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제 심장은 이보다 더 빨리 뛸 수도 있답니다…”그 순간, 소매 속에 숨겨 두었던 다섯 발의 암기가 일제히 날아들었다. 푹, 하는 소리와 함께 화살촉이 그의 가슴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425화

    '요망한 년, 네년이 언제까지 기고만장한지 두고 보자!'관원들이 들이닥치자 위원후부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밖으로 불려 나왔다. 월 이낭 역시 하녀의 부축을 받으며 모습을 드러냈다.소설아는 마치 선심이라도 쓰듯 그녀의 자리를 연화 군주 곁으로 마련해 주었다.“이낭께서는 홀몸이 아니시니 군주 마마 곁에 앉으세요. 그래야 안전하지요. 눈먼 것들에게 부딪히기라도 하면 큰일이잖아요.”“고맙습니다, 큰 아가씨.”월 이낭은 연화 군주 곁에 앉았지만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다. 배를 감싸 안은 채 잔뜩 경계하는 모습이었다.연화 군주는 그런 그녀의 모습이 어딘가 이상하다 여겨 고개를 돌려 몇 번이나 힐끔거렸다.이연주가 연화 군주의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그 연 어멈이라는 자 말이야. 원래 안 대인 댁 노비였다며? 그런데 대체 어쩌다 위원후부에서 일하고 있는 거지? 성이 연씨인 걸 보면 안 대인 댁에서 대대로 부리던 노비였을 텐데. 경성으로 돌아와 일자리를 구했다면 마땅히 안 대인 댁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니야? 그런데 어째서 위원후부로 기어들어 온 걸까?”연화 군주 역시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집으로 돌아가면 한번 알아봐야겠어. 부군 댁에 연 어멈을 아는 사람이 있는지 말이야.”이연주가 조용히 당부했다.“아무도 모르게 알아봐. 안 대인에게는 말하지 말고.”연화 군주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왜, 언니?”이연주가 대답했다.“노부인의 은혜를 입어 노비 신분에서까지 벗어난 자라면 십중팔구 충성을 인정받은 측근이었을 거야. 네가 안 대인 댁에서 오래도록 충성을 다한 사람을 때려죽인 셈이니, 안 대인의 마음이 어떻겠어? 물론 연 어멈이 스스로 화를 자초했고, 후작 어르신께서 사정을 헤아리지 못할 분도 아니시지만, 아무리 그래도 남의 사람을 건드릴 때는 그 주인까지 생각해야 하는 법이잖아. 혹여 누군가 중간에서 이간질이라도 했다가 너와 안 대인의 사이가 틀어질까 봐 하는 말이야.”연화 군주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언니.”이연주는 씩 웃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4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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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423화

    연 어멈은 세 명의 건장한 노파에게 붙들린 채, 물이 가득 담긴 대야에 머리가 푹 처박혔다.그녀는 이연주가 이토록 독하게 곧장 제 목숨을 거두려 할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정신을 차리자마자 격렬하게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체구도 워낙 큰 데다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기까지 하니, 세 하녀도 그녀를 제대로 붙잡아 두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하녀들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오고 말았다.이연주가 매섭게 쏘아붙였다.“포박해서 다시 처박아라. 남을 모함하려 드는 저런 버러지 같은 년은 기필코 죽여야 한다!”막일을 하던 노파가 밧줄을 가지러 마당 쪽으로 몸을 돌렸다.연 어멈은 두 눈에 핏발이 선 채 동공까지 풀려, 찢어질 듯한 목소리로 소리쳤다.“군주 마마, 군주 마마! 저를 죽이시면 아니 됩니다! 저는 안 대인, 안씨 가문 사람입니다!”연화 군주가 미간을 찌푸렸다.“거짓말하지 마라. 난 널 본 적도 없다!”연 어멈은 바닥에 납작 엎드려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군주 마마, 소인은 본래 노부인을 모시던 사람입니다. 군주 마마께서 안씨 가문으로 시집오시기 전, 노부인께서 저에게 은혜를 베푸시어 노비 신분을 면해 주셨습니다. 그 뒤 타지로 시집을 갔다가 최근에야 경성으로 돌아왔습니다. 부디 노부인의 체면을 보아서라도 저를 살려주십시오!”연화 군주는 차갑게 그녀를 내려다보았다.“노부인의 얼굴에 먹칠을 한 주제에, 감히 그분의 체면을 들먹여? 더더욱 죽어 마땅하구나!”노파가 밧줄을 가져와 연 어멈을 꽁꽁 묶은 뒤, 다시 물대야에 머리를 짓눌러 처박았다.소설아는 연 어멈이 격렬하게 발버둥 치다가 서서히 움직임을 멈추는 모습을 싸늘한 눈으로 지켜보았다.연 어멈의 숨이 완전히 끊어지고 나서야, 소설아는 그제야 몸을 부들부들 떨며 가냘픈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군주 마마, 연주 언니. 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이에요?”연화 군주는 소설아를 품에 안고 등을 토닥였다.“험한 일이니 너는 몰라도 된다.”이연주는 하인들에게 연 어멈의 시신을 치우게 한 뒤, 입을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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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씨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명주야, 이 집안의 살림은 역시 설아가 맡는 게 좋겠구나."노부인이 세상을 떠난 후 민씨가 후부의 안살림을 이어받았으나, 불과 몇 년 만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적자가 났다.처음에는 자신의 혼수품을 팔아 몰래 메꿨지만, 나중에는 후부가 밑 빠진 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계속 메꾸다가는 혼수품이 바닥날 판이라 아예 소설아에게 전부 넘겨버렸다.소설아는 살림을 아주 잘 꾸려나갔다. 적자를 모두 메웠을 뿐만 아니라, 후부 주인들의 체면까지 세워주었다.소설아가 살림을 맡고는 있었지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4화

    대청에서 나온 소설아는 거처를 새로 옮겼다.그 연놈이 더럽힌 곳에는 단 한 발자국도 들여놓고 싶지 않았다.이 후부도 이제는 더는 머물 곳이 못 되었다. 하지만 조정의 법도상 여인은 홀로 호적을 가질 수 없으니, 혼인도 하지 않은 몸으로 그녀가 갈 수 있는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후부를 떠나기 위해서는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야 했다.소설아가 하녀들을 시켜 이삿짐을 옮기게 하고, 거처를 옮긴 지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았을 때, 소명주의 시녀가 찾아왔다. "큰 아가씨, 둘째 아가씨께서 노비를 보내 물어보라 하셨습니다. 아가씨께서 이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3화

    "소명주,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고나 있느냐?!"민씨는 염주를 쥔 손끝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을 주었고, 눈앞이 캄캄해지며 하마터면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했다.소명주는 민씨의 표정에 겁을 먹었다."어머니, 제 설명을 들어보십시오…"민씨는 무의식적으로 소설아를 붙잡으려 손을 뻗었으나 허공만을 휘저었다.미간을 살짝 찌푸린 민씨는 소설아가 오늘따라 왜 저러나 싶었다.'후부의 세자가 기녀를 아내로 맞겠다는데, 이토록 큰일 앞에서 소설아가 이토록 침착하다니?''가장 격렬하게 반대해야 할 사람은 바로 소설아가 아닌가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6화

    민씨는 소명주의 명예를 함부로 훼손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원태준과의 혼사는 소설아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약속했다.춘경원에서 나오자, 소명주가 소설아를 불러 세웠다."언니."소명주가 한 걸음 다가서며 탐색하는 눈빛으로 소설아를 바라보았다."언니, 태준 오라버니를 마음에 들어 하더니, 어찌 그리 쉽게 포기하시는 겁니까? 설마 화가 나서 하는 말은 아니겠지요?"그녀는 소설아 역시 회귀한 것이 아닐까 의심했다.지난 생에서 소설아는 이 혼담을 무척이나 중요하게 여겼었다. 원태준의 어머니가 소설아를 극도로 싫어함에도 소설아는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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