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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그날 오후, 남가현은 일찍이 병원을 떠났다.

남용걸은 깨어난 후 남지훈에게서 시골집 땅이 재개발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 소식에 남용걸은 눈물만 흘렸고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않은 터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을 보자마자 남지훈은 아버지의 뜻을 알아차렸다.

남용걸의 눈빛엔 자책감이 느껴졌다. 어쩌면 그는 이번 교통사고로 인해 가족을 힘들게 한 것 같아 미안한 듯해 보였다.

한순간의 교통사고로 원래부터 부유하지 않았던 가정은 설상가상으로 더 힘들어졌다.

그가 흘린 눈물의 의미는 어쩌면 자신의 집이 재개발 구역으로 선정되어 속상함에 흘린 눈물이었다.

남용걸은 다시 잠들어 버렸고 남지훈은 최선정에게 약을 먹인 후 병원을 떠났다.

VIP 병실은 환자 가족들의 식사도 준비되어 있었기에 남지훈은 어머니의 식사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는 장을 본 후 스카이 팰리스로 돌아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남지훈은 싸늘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있는 소연을 발견했다.

소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남지훈이 그녀에게 물었다.

“오늘은 뭐 먹고 싶어?”

“식사에 관한 얘기는 나중에 해.”

소연은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남지훈을 봤다.

“양다리였어?!”

그녀는 몹시 화가 났다.

소한용이 남지훈을 미행한 것에 대해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소한용이 알아낸 정보는 더욱 그녀를 기분 나쁘게 만들었다.

소연은 그 한마디로 남지훈을 당황케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남지훈은 물건들을 주방에 내려놓더니 이내 소연의 곁으로 다가가면서 말했다.

“누구한테서 들었는데?”

소연은 입을 꾹 다물었다.

자신의 둘째 오빠가 그를 미행했다는 사실을 그녀는 말할 수가 없었다.

남지훈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날, 내가 너한테서 돈 빌려달라고 했을 때 넌 결혼을 제안했지. 난 그때 생각했어. 만약 내가 이효진이랑 관계를 정리하지 않는다면 그건 너에게 숨기는 것이라고.”

“그때 이효진은 우리 회사 사장 김명덕이랑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지. 난 당연히 헤어지자고 했고. 좀 전에 김명덕의 회사에 가서 퇴사 절차를 마쳤어. 이효진이랑도 이젠 더 이상 아무 사이도 아니야. 그냥 이효진이 나한테 일방적으로 질척대고 있는거지.”

“걔가 어딜 가서 무얼 하든 내가 상관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그의 말을 들은 소연이 입을 열었다.

“난 너랑 이효진이 무슨 사이인지 상관 안 해. 하지만 3년 동안은 조용히 지냈으면 해.”

남지훈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난 걔랑 키스한 적도 없는데 무슨 일이 생기겠어?”

그의 말을 들은 소연의 얼굴은 더욱 싸늘해졌다.

그녀의 싸늘함은 남지훈도 느낄 수 있었다!

남지훈은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난 가서 밥할게. 오면서 해산물 좀 사 왔거든.”

오늘도 역시 대화가 없는 밤이었다.

다음 날 아침, 남지훈은 아침을 만들어 놓고 먼저 집을 나섰다.

그는 병원으로 가 어머니 대신 병간호를 계속 이어서 하려 했고 어머니에겐 잘 쉬고 계시라고 했다.

스카이 팰리스 밖.

남지훈이 집을 나서는 모습에 소한용은 바로 따라갔다.

소연의 기사도 뒤에서 몰래 따라갔고 소한용을 발견하자마자 얼른 몸을 숨겼다.

그러나 남지훈을 몰래 미행하고 있던 사람은 그 두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소한용이 남지훈을 따라간 후 또 다른 차 한 대가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남지훈이 차에서 내렸고 김명덕이 보낸 사람도 차에서 내려 병원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누군가가 그를 막아섰다.

소한용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꺼냈다.

“스카이 팰리스에서부터 지켜봤는데, 왜 날 미행하지? 누가 보낸 거야?”

그 사람은 넉살 좋은 웃음을 짓더니 바로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소한용에게 주었다.

“형님, 오해를 하신 것 같은데요. 전 그냥 병문안 온 것뿐이에요!”

소한용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피식 웃었다.

“그래? 난 그렇게 쉽게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 아닌데. 이실직고하지 않으면 나 소한용의 손맛을 보게 해주지!”

소한용이라는 말에 그 사람은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아이고, 둘째 도련님이셨군요!”

그는 황급히 입을 열었다.

“도련님, 오해이십니다! 제가 미행하고 있는 사람은 도련님이 아니라 방금 병원에 들어간 사람이에요!”

“남지훈을?”

소한용은 미간을 찌푸렸다.

“네네네! 맞습니다!”

김명덕의 사람이 큰 소리로 말했다.

“김명덕이 미행하라고 했거든요. 저 사람 배후에 도대체 누가 있나 알아보라고 하셨어요! 도련님께서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 사람은 김명덕에게 단단히 찍혔어요!”

김명덕의 이름을 듣게 된 소한용은 웃음을 지었다.

소한용은 그 사람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면서 말했다.

“남지훈은 그저 일반 사람이야. 그런 사람을 굳이 미행할 필요 있을까? 가서 김명덕에게 전해. 남지훈의 배후에는 아무런 사람도 없다고, 걘 그냥 평범한 일반인이라고.”

“네! 당장 가서 전하겠습니다!”

그 사람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소씨 가문 둘째 도련님의 말은 그에게 있어 마치 성지 같았다.

다른 한 편, 남지훈은 방금 하마터면 구급차에 치일 뻔한 어르신을 구해주었다.

어르신에게 별다른 상처가 없는 것을 확인한 그는 서둘러 VIP 병실로 올라갔다.

그가 자리를 뜬 후 중년 남자가 황급히 달려왔다.

“아버지! 왜 여기에 계세요! 얼른 병실로 돌아가요!”

“아버님 잘 지켜봐 드리세요.”

누군가가 그에게 귀띔해주었다.

“방금 구급차에 치일 뻔하셨거든요. 어떤 젊은 청년만 아니었다면 아마 어르신께서는 크게 다치셨을 거예요!”

중년 남자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더니 이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 원장! 우리 아버지가 하마터면 당신들 병원 앞에서 돌아가실 뻔했어! 이게 어떻게 될 인지 제대로 설명해야 할 거야!”

순간 병원엔 난리가 났다!

남지훈은 자신이 방금 누구를 구했는지 알지 못했고 그는 자신의 두 손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의 속도와 민첩도가 전보다 많이 빨라진 것 같았다!

어르신이 구급차에 치일 뻔한 그 순간, 그는 심지어 자신의 신장에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것 같았다!

그가 생각에 잠기고 있었을 때 누군가가 그의 이름을 부르더니 이내 그를 끌어당겼다.

또 이효진이었다!

남지훈이 다시 제 갈 길을 가려고 하자 이효진이 황급히 그의 길을 막으며 말했다.

“지훈아, 제발 내 얘길 좀 들어주면 안 돼?”

“그래, 말해 봐. 할 말 끝내면 꺼지고!”

남지훈은 더 이상 이효진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

이효진은 순간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내가 명덕 오빠랑 바람난 건 다 너 때문이잖아?!”

남지훈은 순간 어이가 없었고 이내 그는 크게 웃어버렸다!

그녀는 지금 모든 잘못을 그의 탓으로 돌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이효진이 계속 이어서 말했다.

“난 네가 승진하고 월급도 많이 받길 바랐어! 더 많은 월급을 받게 할 생각이었다고! 그렇지 않으면 굳이 내가 왜 김명덕 같은 개가식이랑 붙어먹었겠어?!”

“난 널 위해 이 정도까지 했는데 날 용서할 생각이 없는 거야?!”

“이효진 그만해!”

남지훈은 분노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날 속일 생각하지 마. 우리는 이미 끝난 사이라고! 꺼져!”

남지훈은 더이상 그녀의 속셈에 넘어가지 않았다.

이효진과 김명덕의 대화 기록으로 그는 이미 큰 상처를 받았다.

그러나 남지훈은 이효진을 너무 쉽게 봤다.

이효진은 성큼성큼 앞으로 따라갔다.

“남지훈! 너 결혼한 거, 그거 다 나 화나게 하려고 만든 거짓말이지? 혼인신고서! 그래, 우리 지금 당장 혼인신고서 작성하러 가자! 난 아무것도 필요 없어! 너만 있으면 돼!”

남지훈은 이효진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꺼지라고! 난 이젠 너만 보면 역겨워! 토할 것 같아!”

그는 성큼성큼 다시 걸어갔다. 이효진의 등장에 그는 기분이 잡쳐버렸다.

그 자리에 서 있던 이효진의 표정은 점점 굳어져 갔다.

지금의 남지훈은 아주 분수를 모르고 있었다!

자신의 자존심을 뭉개버린 것도 모자라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넘어오지 않는 남지훈이 더 싫어졌다.

방금 전 이효진과 남지훈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소연의 기사가 보고의 문자를 보냈다.

문자의 내용은 대충 이효진이 남지훈에게 질척대며 다시 잘 되려고 한다는 내용이었다.

소한용이 전에 보낸 문자내용과 확연히 달랐다.

소연은 기사에게 답장을 보냈다.

“스카이 팰리스로 저 데리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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