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큰 수혜자라고?’ 심지우는 믿기지 않았다. 그녀는 협의서를 받아 들고 몇 장을 넘겨보았다. 그리고 표정이 점점 심각해졌다. ‘변승현,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개인 재산을 절반으로 나눈 것도 모자라 내 작업실까지...’ “2년 전에 네가 작업실 차리려고 했을 때, 난 네가 먼저 나에게 말을 꺼내길 기다렸어. 하지만 넌 끝내 나를 찾지 않고 은행 대출까지 받아 가며 혼자 하더라.” 변승현은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심지우는 눈살을 좁히고 협의서를 내려다보며 복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유지현은 그들을 이끌고 변승현의 사무실 문 앞까지 데려갔다. 그리고 가볍게 노크했다. “들어와.” 안에서 낮고 차분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지현은 문을 열고 안으로 몇 걸음 들어섰다. “변호사님, 심지우 씨와 온주원 씨가 오셨습니다.” 그 말을 들은 변승현은 통유리창 앞에서 몸을 돌렸다. 가늘고 긴 눈매가 살짝 좁혀졌고 먼저 온주원을 스쳐보더니 이내 심지우에게 시선이 고정되었다. “이건 우리 사적인 일이야. 외부인은 밖에서 기다리게 해.” 심지우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온주원 씨는 외부인이라고 할 수 없어
“로펌으로 와. 얼굴 보고 얘기하자.” 심지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변승현 씨, 설마 지금까지도 그 세 가지 조건을 들먹일 생각은 아니겠죠?” 변승현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 침묵이 곧 대답이었다. 심지우는 어이없어 헛웃음을 지었다.“저를 너무 코너로 몰아붙이면 진짜 죽기 살기로 덤빌 수도 있다는 거 몰라요?” “죽기 살기로라, 어떤 식으로?” 변승현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예전처럼 계정 만들어서 폭로하는 식으로? 심지우, 너 해봤잖아. 그런데 성공했어?” 심지우는 입술을 꽉 다물었다. 그녀는 손에 쥔 휴대
그 말을 들은 순간, 심지우의 표정이 한층 더 진지해졌다. “무슨 일이에요?” 온주원은 한숨을 내쉬며 이걸 말로 설명하긴 어려울 것 같아 차라리 휴대폰을 꺼내 포털 사이트를 열었다. “직접 보는 게 나을 거예요.” 그는 휴대폰을 심지우에게 건넸다. 휴대폰 화면을 내려다본 심지우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주승희, 사랑 위해 연예계 은퇴! 3월 말 재벌 남친과 결혼 예정!] [국민 여신, 팬 외면하고 재벌과 결혼 선언! 팬들 분노 폭발!] “오늘 아침에 터진 기사예요. 주승희가 인스타에 은퇴 선언을 올렸고 이어서 변승
고은미는 오늘 휴가를 내고 심지우의 임신 정기 검진에 동행했다. 새로 옮긴 곳은 공립 병원이었다. 정 교수의 대학 동창이 그 병원의 산부인과에서 일하고 있었고 정 교수가 미리 연락을 해두었다. 공복 상태에서 피를 뽑아야 했고 첫 검사라 한 번에 여덟 통이나 채혈했다. 피를 다 뽑고 나자 심지우는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워 얼굴이 창백해졌다 못해 푸르딩딩해질 지경이었다. 고은미가 황급히 그녀를 부축해 한쪽에 앉혔다. “물 좀 마셔. 네가 너무 마른 편이라 공복에 피 뽑으면 이런 반응 오는 거 당연해.” 심지우는 물을 몇 모금
병원 사무실에는 주민기, 변승현, 진태현, 그리고 주승희의 심리 치료사까지 모두 자리에 앉아 있었다. 분위기는 무겁고 침묵이 길었다. “현재로선 주승희 씨의 심리 상태는 매우 심각합니다. 변승현 씨가 말씀하신 내용을 바탕으로 판단했을 때 저는 심인성 기억 상실로 추정합니다. 우울증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고 뇌에 있는 종양이 영향을 준 걸 수도 있습니다.” 심리 치료사는 말을 마치고 진태현을 바라보았다. “진 교수님, 당신은 종양 전문의시니까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진태현은 헛기침하며 말했다. “제가 종양을 다루는 의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