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온송현의 차림은 어민경과 거의 비슷했다. 커다란 모자, 마스크, 선글라스...어민경은 단번에 그를 알아봤다.정확히 말하면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서로를 알아보았다.온송현은 주변을 한 번 둘러본 뒤 천천히 어민경 쪽으로 걸어왔다.어민경은 숨을 죽인 채 온송현이 자신의 옆자리, 즉 조금 전까지 변영준이 앉아 있던 자리에 앉는 모습을 지켜봤다.어민경은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모자를 더 깁게 눌러썼다.이제 그녀는 상대도 연예계 사람이라는 것을 확신했다.그녀는 업계에서 친구가 거의 없었고, 지금까지 동료들에게 견제당하거나 악의적인
어민경은 그 눈빛이 너무 무서웠다.그래서 서둘러 배를 감싸며 말했다.“아, 배고프다! 저 밥 먹으러 나갈게요!”변영준은 낮게 웃으며 그녀를 안고 있던 팔에 힘을 조금 풀었다.어민경은 그 틈을 타 재빨리 그의 품에서 빠져나와 허둥지둥 밖으로 달려나갔다.변영준은 그녀가 도망치듯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손으로 미간을 문지르며 무력하게 한숨을 내쉬었다.순진하다고 하기엔 이것저것 아는 것 같고, 안다고 하기에는 또 제대로 아는 게 없는 것 같았다.아직은 너무 어렸다. 좀 더 천천히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어민경
어민경은 식탁 앞으로 걸어가 테이블 위의 아침 식사를 둘러봤다.만두도 있고, 간단한 볶음요리도 준비되어 있었다.가사도우미가 뚝배기를 들고나오다가 어민경을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좋은 아침이에요. 어민경 씨.”어민경은 잠시 멍해졌다가 가사도우미를 바라보며 조금 민망한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안녕하세요.”“대표님도 곧 돌아오실 거예요. 열 시에 아침을 준비하라고 하셔서 죽이 다 끓으면 내놓고 어민경 씨를 깨우러 가려던 참이었어요.”어민경이 물었다.“영준 씨는 회사에 갔어요?”“네. 대표님께서 회사에 회의
익숙한 집으로 돌아온 어냥이는 무척 신이 난 모습이었다. 어민경이 아끼는 카펫 위로 달려가 벌러덩 드러누운 채 하얀 배를 하늘로 향하게 하고 통통한 몸을 이리저리 비벼댔다.웃음을 터뜨린 어민경은 어냥이를 가리키며 변영준에게 말했다.“저것 좀 봐요.”변영준도 미소 지었다.“역시 네가 얘를 제일 잘 아네. 확실히 익숙한 환경에 있으니까 더 행복해 보여.”“안성에서는 매일 갇혀 있었고, 고향에서는 매일 맞기만 했잖아요. 이제 자기 영역으로 돌아왔으니 당연히 좋죠.”어민경은 안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먼저 고양이 화장실부터 정
안국, 프레지덴셜 스위트룸.변영준은 차성현에게 전화를 걸어 다음 날 오후 안성행 비행기 표를 예약하라고 지시했다.전화를 끊자마자 변승현의 전화가 걸려왔다.변영준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아버지.”“변영준, 네 엄마가 나를 안 상대해 준다.”변영준은 어리둥절해졌다.“너 말해 봐. 내가 왜 이렇게 너 때문에 피해를 봐야 하냐?”변승현의 목소리에는 불만이 가득했다.“오늘 밤은 서재에서 자게 생겼어.”변영준은 더욱 어이가 없었다.“이번에는 왜요?”“너 때문이지.”변영준은 또다시 침묵했다.“다른 말은 안 할 테니까 잘
심지우는 고개를 돌려 변승현을 한 번 바라본 뒤 입술을 감빨다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당신 그 잘난 아들 때문이지 뭐.”변승현은 잠시 멈칫하더니 곧바로 물었다.“영준이 그래도 정신 차리고 그 여자애를 쫓아갔다며?”“그래, 정신은 차렸지!”심지우는 코웃음을 쳤다.“겨우 사귀게 되자마자 여자애를 해외로 데려가 버리고 또...”뒷말은 끝내 직접 입에 담지 못했다. 아무래도 어민경을 생각하면 차마 노골적으로 말할 수 없었다.대신 다른 방식으로 말했다.“어민경이 워낙 순진한 편이라 걱정이야. 영준이 과연 그 아이를 제대로
심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진태현 씨 좀 설득해 줘. 지금 은미가 술을 마셔서 정신이 온전치 않아. 그러니 너무 따지지 말라고 해줘.”“알겠어.”변승현은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멀티룸 안에서는 한때 그렇게 사랑스럽고 다정했던 부부가 이제는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고은미는 소파에 앉아 얼굴을 감싸 쥔 채 울고 있었고 진태현은 제자리에 서서 허리에 손을 짚은 채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그는 아직 화가 삭지 않았는지 숨을 거칠게 내쉬고 있었다.이 싸움에는 승자가 없었다.한때 서로를 그렇게 아꼈던 두
심지우는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다가 결국 눈물이 터져버렸다.그녀가 울자 변승현은 완전히 당황했다.“지우야, 울지 마, 나...”“왜 나한테 말 안 했어?”심지우는 변승현을 바라보며 물었다.“변승현, 그건 내 목숨이야. 난 당신이 이런 식으로 날 구하길 바라지 않았어...”변승현의 심장이 세차게 조여왔다.“지우야, 난 네가 살아 있는 게 제일 중요했어.”그는 손을 들어 심지우의 눈물을 닦아주려 했지만 심지우는 몸을 피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은 10년짜리 결혼으로 내 목
하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심지우의 미간은 점점 더 깊게 찌푸려졌다.위민정은 그녀의 표정을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눈썹의 미세한 움직임과 동공의 흔들림까지.그렇게 5분이 지났다.심지우는 계약서를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고 두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맞닿았다.위민정은 그녀의 놀란 얼굴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확인했어요?”심지우는 미간을 더 찌푸렸다.“그러니까 저에게 골수를 기증한 사람이 당신이라는 거네요.”위민정이 입꼬리를 올렸다.“맞아요. 그러니까 이론적으로 따지면 제가 당신의 생명의 은인이죠.”심지
위민정의 전화가 걸려 오기 전, 심지우는 막 인터넷 기사로 그 뉴스를 본 참이었다.결혼식은 없었지만 혼인관계증명서 사진을 공개한 것만으로도 북성 전체가 떠들썩해지기에 충분했다.사진 속의 변승현은 여전히 표정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으며 위민정은 차갑고 아름다운 얼굴에 흠잡을 데 없는 이목구비를 자랑했다.그들은 누가 봐도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하지만 심지우와 변승현은 달랐다.그들의 결혼은 처음부터 불균형했다.스물한 살의 심지우와 스물다섯의 변승현이 나란히 혼인관계증명서 사진을 찍었을 때, 심지우는 너무 어리고 미숙했다.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