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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화

Author: 용용자
주승희는 변현민을 놓아주고는 소파 옆에 놓아둔 선물들을 가져왔다.

“이건 다 엄마가 너 주려고 산 거야. 마음에 드는 게 있을까?”

변현민의 눈이 반짝였다.

“아이언맨이다!”

“현민아, 마음에 들어?”

주승희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건 한정판이야. 엄마가 친구들한테 부탁해서 겨우 구한 거야.”

“고마워요, 엄마.”

변현민은 아이언맨을 안고 환하게 웃으며 외쳤다.

“엄마 최고예요!”

주승희는 눈물 섞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 아가, 드디어 엄마라고 불러주네.”

“아까 아빠가 말해줬어요. 엄마가 나 낳을 때 아주 힘들었다고.”

변현민은 아이언맨을 내려놓고 휴지를 뽑아 주승희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엄마, 미안해요. 아침에 엄마한테 화내서... 앞으로는 안 그럴게요.”

그 말에 주승희는 눈물을 쏟으며 더욱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

“아가, 네 잘못이 아니야. 다 엄마가 부족해서 그래. 앞으로 엄마도 노력해서 정말 좋은 엄마가 될게.”

“엄마는 하나도 부족하지 않아요.”

변현민은 주승희를 꼭 안았다.

“아빠가 엄마는 날 정말 사랑한다고 말해줬어요. 나도 이제 엄마 많이 사랑할 거예요.”

주승희는 변승현을 바라보며 더욱 애처롭게 눈물을 흘렸다.

“고마워요, 승현 씨.”

변승현은 다가와 손수건을 건넸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 이제 울지 마. 현민이가 속상해하잖아.”

“맞아요, 엄마. 엄마는 예쁘니까 울면 안 돼요. 울면 못생겨져요!”

그 말에 주승희는 웃으며 손수건을 받아 눈물을 닦았다.

“응, 엄마 이제 안 울게.”

모자는 그렇게 훈훈하게 재회했고 변현민은 받은 선물 중 하나를 꺼내 들고 소파에서 신나게 놀았다.

주승희는 그 곁에 앉아 따뜻한 시선으로 아들을 바라보았고 변승현은 옆 소파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핸드폰으로 업무를 처리했다.

잠시 후 주승희는 그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심지우 씨 쪽은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그 말을 들은 변승현은 고개를 들며 무표정하게 답했다.

“알아서 잘 정리할게.”

“지우 씨가 그동안 현민이도 잘 돌봐줬는데... 사실 마음이 좀 불편해요.”

“그게 네 잘못은 아니잖아.”

변승현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현민이는 원래 네 아들이야.”

“맞아요, 엄마.”

변현민이 장난감을 껴안은 채 고개를 들며 꿀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엄마가 나를 낳았으니까 엄마랑 다시 만나는 건 당연한 거예요! 그리고 아빠가 말해줬는데 엄마가 예뻐서 내가 귀엽게 태어난 거래요!”

“이 귀여운 아부쟁이!”

주승희는 웃으며 그의 코끝을 톡 건드렸다.

“그런 말 지우 엄마 앞에서 하면 화내실지도 몰라.”

“아니에요!”

변현민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지우 엄마는 나한테 화 못 내요.”

그때 변승현의 전화가 울렸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잠깐 사무실 좀 다녀올게.”

“네. 일 보세요. 현민이는 제가 잘 돌보고 있을게요.”

주승희는 잠시 머뭇거리다 물었다.

“저녁은 와서 먹을 거예요?”

변승현은 고민하다가 답했다.

“일 끝나면 올게.”

“운전 조심하세요.”

“아빠 잘 다녀오세요!”

변승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떠났다.

...

깊은 밤, 복원실의 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여인의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은 비녀로 단정히 묶여 있었고 하얀 장갑을 낀 손엔 정밀한 도구가 들려 있었다.

심지우는 신경을 집중해 복원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퇴근해 작업실은 조용했고 심지우가 조각할 때 나는 작은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삶이 점점 더 버거울수록 그녀는 일에서만큼은 흐트러지지 않으려 했다.

수많은 세월을 거치며 그녀는 사람은 믿을 수 없고 마음은 갈대처럼 흔들리기 쉽지만 돈과 일은 스스로 노력하면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5년 전 북성에 남아 변현민을 돌보기 위해 그녀는 지도교수의 추천을 포기했다.

그 일로 지도교수는 그녀와 인연을 끊었고 그것이 그녀에게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죄책감을 떨치지 못한 그녀는 이후에도 자료를 사서 공부하며 자신을 계속 갈고닦았다.

대학 졸업 후 대출을 받아 스튜디오를 연 심지우는 현재 안정적인 운영으로 받는 의료비도 점점 높아졌다.

이제 그녀와 어머니의 삶을 꾸리기에 충분한 돈도 모았다.

모든 것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셈이었다.

그녀는 붙잡을 수 없는 사람들에겐 미련 두지 않기로 했다.

그것이 진짜 어른이 되는 길이라 믿었다.

복원 작업을 마친 후 유물을 보관 용기에 넣고 개인 사무실로 돌아온 그녀는 물 한 잔을 마셨다.

컵을 내려놓은 그녀는 책상 위 달력을 보고 펜을 들어 오늘 날짜에 큰 X표를 쳤다.

이제 8일만 지나면 그녀의 어머니가 출소하는 날이었다.

기상청 예보로는 맑은 날이라고 했다.

그때 주머니 속 핸드폰이 진동했다.

발신자는 변승현이었다.

심지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한숨을 쉰 뒤 전화를 받았다.

“언제 와?”

전화기 너머로 변승현의 낮고 무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새벽 두 시였다.

지친 그녀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30분 동안 운전해서 집에 가고 싶지 않았다.

심지우는 뻐근한 목을 주무르며 담담하게 답했다.

“무슨 일이에요?”

“현민이가 네가 와서 동화책 읽어주길 기다리고 있어.”

그 말에 심지우의 손이 멈췄다.

하지만 변승현이 주승희를 위로하기 위해 변현민을 데리고 간 사실이 떠오르자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오늘은 안 갈 거예요.”

그녀는 담담한 말투로 답했다.

“알아서 잘 달래주세요.”

말을 마친 그녀는 전화를 끊었지만 곧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

짜증이 밀려온 심지우는 핸드폰을 꺼버리고 책상 위에 내던진 뒤 휴게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복원가로서 밤샘 작업은 일상이었기에 스튜디오를 만들 때부터 그녀는 사무실 안에 휴게 공간을 따로 마련해 뒀다.

휴게 공간에는 욕실과 일상용품, 여벌 옷까지 다 갖춰져 있었다.

가끔 바쁠 때는 변현민을 데려와서 먼저 재운 뒤 다시 복원 작업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곳엔 변현민의 생활용품도 있었다.

샤워를 마치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그녀가 막 누우려던 순간 밖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엄마, 문 열어줘요.”

변현민의 목소리에 심지우는 깜짝 놀랐다.

‘현민이?’

그녀는 사무실에서 나와 급히 현관문 쪽으로 향했다.

유리문 너머 변승현이 울음을 터뜨리는 변현민을 안고 서 있었다.

변현민은 두꺼운 패딩을 입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얇은 잠옷뿐이었고 맨발엔 양말조차 신지 않고 있었다.

북성의 겨울밤 기온은 영하 30도 가까이 되었다.

‘면역력도 약한 아이인데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화가 치밀어 오른 심지우는 급히 문을 열며 말했다.

“이 시간에 애를 왜 데리고 나온 거...”

“엄마!”

변현민이 변승현을 뿌리치고 심지우에게 달려들자 그녀는 반사적으로 변현민을 받아 안았다.

변현민은 그녀의 목을 꽉 끌어안고 고개를 파묻으며 오열했다.

“엄마, 나 버린 거예요? 엄마, 제발 나 버리지 마요. 흑...”

심지우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고 얼굴이 하얘졌다.

이미 사라졌던 복부 통증이 다시 묵직하게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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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2025. 12. 12. AM.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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