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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화

Author: 용용자
올블랙 슈트를 입은 변승현은 고귀하고 냉정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심지우의 얼굴을 스치듯 지나가더니 곧바로 울음을 터트리고 있는 변현민에게로 향했다.

“현민아, 이리 와.”

그가 변현민을 향해 손짓했다.

이 말을 들은 도우미들은 당황한 얼굴로 서둘러 손을 놓았다.

변현민은 곧장 변승현에게 달려갔다.

“아빠, 흑... 드디어 오셨네요.”

변승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빠한테 말해 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변현민이 입을 열기도 전에 주승희가 걸어왔다.

그녀는 얼굴의 눈물을 닦고 자책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너무 성급하게 나타나서 현민이가 제가 엄마라는 걸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감정이 격해졌어요.”

“원래부터 내 엄마 아니야!”

변현민은 손을 들어 주승희를 세게 밀쳤다.

“이 나쁜 여자! 너는 우리 엄마 아니야!”

주승희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휘청거렸다. 하이힐이 한쪽으로 틀어지며 넘어질 듯했다.

그 순간 변승현이 재빨리 다가가 그녀를 품에 안았다.

“괜찮아?”

“발을 삐끗한 것 같아요. 전 괜찮아요. 현민이 감정이 더 중요하죠.”

변승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허리를 굽혀 주승희를 번쩍 안아 올렸다.

“병원에 가서 검사받아 보자.”

몸을 돌린 변승현은 심지우와 눈이 마주쳤다.

심지우는 눈가가 붉게 물든 채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저 여자가 정말 현민이 생모예요?”

“승희가 현민이 생모가 맞긴 해.”

변승현은 냉철한 눈빛으로 심지우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심지우는 그의 얼굴에서 그 어떤 죄책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차갑게 식어버린 마음이 점점 더 깊게 가라앉고 있었다.

“현민이는 네 말을 더 잘 들으니까 일단 데리고 돌아가서 잘 설명해 줘.”

그렇게 말한 변승현은 주승희를 안고 차에 올랐다.

검은색 벤틀리가 저택을 빠져나갔다.

고개를 숙인 심지우는 눈가가 시큰거리고 입술은 하얗게 바랬다.

그녀는 몇 번의 심호흡을 하고서야 눈물을 억눌렀다.

“엄마.”

변현민이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엄마, 눈이 빨개요. 울었어요?”

심지우는 무릎을 굽혀 그의 작은 얼굴을 쓰다듬으며 힘겹게 웃어 보였다.

“엄마 안 울었어. 이제 우리 집에 가자.”

심지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진숙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변승현 씨 말 들으셨죠.”

진숙희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심지우를 노려보았다.

비록 내키지 않았지만 변승현이 직접 지시한 이상 더 이상 변현민을 붙잡아 둘 명분은 없었다.

‘승희가 돌아왔으니 승현이도 곧 이혼하겠지. 그렇게 되면 심지우도 더 이상 현민이를 이용해 우리 변씨 가문에 남아 있지 못할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진숙희는 기분이 좀 나아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심지우는 조심스럽게 주승희의 정체를 설명하려 했지만 변현민은 강하게 거부했고 몇 마디 하기도 전에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심지우는 어찌할 바를 몰라 안타까운 마음으로 달래주었고 변현민은 울다가 지쳐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잠들어버렸다.

심지우가 그를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줄 때 아래층에서 차 소리가 들려왔다.

아래로 내려온 그녀는 마침 문을 열고 들어오는 변승현을 마주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며 공기가 싸늘해졌다.

“현민이는?”

“위에서 자고 있어요.”

변승현은 고개만 끄덕이고 심지우를 지나쳐 위층으로 향했다.

심지우는 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주먹을 꼭 움켜쥐었다.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결국 그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5년을 함께한 부부였고 수많은 밤을 함께하며 나눈 시간이 많았기에 그녀는 최소한 설명 한마디쯤은 들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2층에 도착한 변승현은 방문을 열고 들어가 자는 변현민을 안아 들어 말없이 돌아서 나가려 했다.

문밖에 서 있던 심지우가 물었다.

“현민이 데리고 어디 가려는 거예요?”

“승희가 우울증이 있어. 지금 현민이가 필요해.”

그 한마디만 남기고 변승현은 변현민을 안고 떠났다.

심지우는 멍하니 문 앞에 서 있다가 멀어지는 자동차 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는 항상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왔다가 떠났고, 그녀는 단 한 번도 그에게 따질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심지우는 텅 빈 집안을 둘러보다 웃었다.

그녀는 한참을 웃다 끝내 눈물을 쏟았다.

...

북성의 땅값 비싼 곳에 보안 시스템과 고급 관리 서비스로 유명한 별장 단지에 검은 마이바흐가 산기슭에서부터 정상에 위치한 최고급 주택 요월 팰리스까지 올라가 멈췄다.

차 안에 있던 변현민은 이미 잠에서 깨어 있었다.

변승현은 아들을 안고 주승희가 생모이며 심지우는 지난 5년간 그를 돌봐준 양육자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변현민은 더 이상 떼쓰지 않고 조용히 물었다.

“그럼 나 이제 엄마가 두 명이에요?”

변승현은 담담하게 맞다고 대답하고는 다시 강조했다.

“승희 엄마는 널 낳기 위해 많은 고생을 했고 널 정말 많이 사랑해. 그러니까 꼭 먼저 사과하고 엄마라고 불러야 해. 알았지?”

변현민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 주승희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다리에는 담요가 덮여 있었고 삔 발목에는 두툼한 붕대가 감겨 있었다.

그들을 본 주승희의 아름답고 정교한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가 번졌다.

“승현 씨, 현민아. 왔어?”

변현민은 변승현의 손을 잡고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

변승현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가 봐.”

변현민은 조심스럽게 주승희 쪽으로 걸어갔다.

주승희는 손을 내밀며 말했다.

“현민아, 이리 와서 엄마가 안아봐도 될까?”

변현민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결국 그녀에게 다가갔다.

주승희는 아이를 꼭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아가, 미안해. 엄마가 널 일부러 떨어뜨린 건 아니야. 엄마는 지난 5년 동안 매일 너를 생각했단다.”

변현민은 그녀에게 안겨 있었지만 어린 몸은 다소 굳어 있었다.

아이에게는 주승희의 몸에서 나는 향수 냄새가 났다.

심지우의 은은하고 달콤한 냄새와는 사뭇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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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2025. 12. 12. AM.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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