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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화

Penulis: 용용자
문 앞에 서 있는 변승현의 깊고 또렷한 이목구비엔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듯 무표정했다.

“며칠 출장이야. 승희 혼자선 현민이 감당 못 해. 이틀 정도만 현민이 좀 부탁할게.”

몸이 좋지 않았던 심지우는 그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도 건네고 싶지 않았다.

“그래요. 출장 끝나고 데리러 올 땐 이혼 서류도 같이 가져와요.”

말을 마친 그녀는 변현민을 안고 그대로 사무실로 걸음을 옮겼다.

변승현은 한참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다가 이내 작업실 문을 조용히 닫고 돌아섰다.

...

휴게실에서 심지우는 변현민을 조심스럽게 눕히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외투 벗고 자자.”

변현민은 아주 얌전했다.

그는 스스로 외투를 벗어 건네며 말했다.

“엄마, 이거 옷장에 걸어주세요. 감사합니다.”

변현민은 말을 아주 이쁘게 하는 아이였다.

심지우는 작게 웃으며 외투를 받아 옷걸이에 걸어두고 나서 함께 침대에 누웠다.

변현민이 심지우의 팔을 끌어안으며 물었다.

“엄마, 저 그 여자 보러 가서 화났어요?”

심지우는 잠깐 멈칫하다가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아이를 품에 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사람은 널 낳아준 엄마야. 네가 당장은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겠지만 그분이 없었다면 너도 없었겠지. 그러니까 앞으로는 그 여자라고 부르면 안 돼.”

그 말을 듣고 나니 변현민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불안감이 조금 가라앉았다.

저녁이 되어도 심지우가 집에 오지 않자 변현민은 심지우가 혹시 자신을 버린 건 아닌지 걱정했었다.

‘역시 내가 괜한 생각을 했어.’

변현민은 만족스럽게 눈을 감으며 말했다.

“엄마, 난 언제나 엄마가 제일 좋아요. 날 낳은 엄마가 누가 됐든 엄마는 제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울컥한 심지우는 변현민의 작은 얼굴을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엄마도 알아. 그리고 약속할게. 네가 엄마를 필요로 할 땐 언제나 곁에 있을게.”

“이건 진짜 약속이에요?”

변현민은 하품하며 말했다.

“약속 어기면 안 돼요. 거짓말하면 코 길어져요.”

심지우는 아이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가슴 속 답답함도 조금씩 누그러지는 듯했다.

그녀는 변현민의 이마에 조심스레 입을 맞췄다.

“엄마는 절대 널 속이지 않아. 잘 자.”

그녀의 대답에 돌아온 건 변현민의 고른 숨소리뿐이었다.

...

지금은 겨울방학이라 변현민은 유치원에 갈 필요가 없었다.

다음 날, 심지우의 스튜디오는 또 하나의 유물을 의뢰받았다. 보수가 꽤 컸지만 마감 기한도 그만큼 촉박했다.

이틀 동안 변현민은 내내 심지우와 함께 작업실에 있었다.

심지우가 작업에 몰두할 때면 우영지와 다른 직원들이 번갈아 아이를 돌봐주었다.

변현민이 이곳에 자주 오다 보니 이미 모두와 친해져 있었다.

사흘째 되는 날 오후 두 시쯤 심지우는 마침내 복원 작업을 마무리했다.

복원실에서 나와 사무실로 향하던 심지우는 산부인과에 근무 중인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다.

[오후에 근무해?]

[하지. 왜? 무슨 일이야?]

[그럼 나 진료 좀 봐줘. 3시 반쯤 갈게.]

[응? 무슨 상황이야? 너 혹시 임신한 거야?]

[확실치는 않아. 생리가 열흘쯤 미뤄졌고 요 며칠 아랫배도 좀 불편해서.]

[열흘이나 됐으면 얼른 테스트기 써보지 그랬어!]

그녀의 말에 심지우는 그제야 사놓고 가방에 넣어둔 채 잊고 있었던 임신 테스트기가 떠올랐다.

심지우는 조용히 한숨을 내쉰 뒤 답장을 보냈다.

[사놨는데 바빠서 까먹었어.]

[대단하다, 진짜... 어떻게 사놓고도 까먹을 수가 있어? 또 야근했지? 심지우, 너 저주하는 건 아닌데 난 네가 복원실에서 과로로 쓰러져도 하나도 안 놀랄 자신 있어. 얼른 테스트부터 해!]

[알았어.]

...

심지우가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변현민은 소파에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고 덮어준 작은 담요는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테이블 위엔 다 먹지 못한 도시락도 놓여 있었다.

심지우는 다가가 담요를 다시 덮어주고 도시락을 정리해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녀는 책상도 깔끔히 닦고 난 뒤에야 다른 소파에 앉아 이마의 땀을 닦았다.

그때 또다시 아랫배가 찌르듯 불편해졌다.

가방 안의 테스트기를 챙기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우영지가 방으로 들어왔다.

“언니, 아래층에서 누가 언니 찾는데요?”

...

작업실 1층에는 작은 카페가 하나 있었다.

심지우가 들어섰을 때 가장 구석 자리에 앉아 있는 주승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주승희는 선글라스를 낀 채로 심지우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심지우는 크림색 원피스에 연한 핑크빛 퍼 코트를 걸치고 있었고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는 매끈하게 흘러내려 있었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눈처럼 희고 맑은 피부와 부드러운 인상 때문에 말없이 서 있기만 해도 묘하게 차가운 분위기를 풍겼다.

주승희는 그녀가 다가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부드럽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지우 씨, 앉으세요.”

주승희와 사적으로 마주할 이유를 느끼지 못한 심지우는 앉지 않았다.

“하실 말씀이 있으면 바로 하시죠.”

주승희는 선글라스를 벗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지우 씨는 절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는 것 같네요. 이해합니다. 저도 오늘에서야 승현 씨가 지우 씨에게도 진실을 숨겼다는 걸 알았거든요. 하지만 승현 씨도 저를 생각해서 그랬던 거니 너무 미워하진 말아 주세요.”

심지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누굴 원망할 생각은 없어요. 저랑 변승현 씨는 애초에 서로 거래로 이루어진 관계예요. 그리고 변현민은 당신이 열 달 품고 낳은 아이죠. 만나고 싶으면 당연히 만나셔야죠.”

“지우 씨,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심지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인내심을 잃은 듯 물었다.

“제 생각을 확인하려고 절 찾아온 건 아니겠죠?”

주승희는 심지우를 바라보았다.

‘예상보다 훨씬 단단한 여자네. 이런 여자가 5년 동안이나 승현 씨 곁에 있었다고?’

솔직히 주승희도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돌아왔으니 심지우는 물러날 차례였다.

주승희는 가방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놓으며 심지우 앞으로 밀었다.

이혼 서류였다.

“승현 씨 뜻이에요. 남호 팰리스는 지우 씨한테 넘기고 100억은 지난 5년 간의 위자료래요. 받아들이신다면 여기 사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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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2025. 12. 12. AM.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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