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우는 너무 번거롭다고 느꼈다.“굳이 기사님을 번거롭게 할 필요 없어요. 제가 직접 데려다주고 데려올 수 있어요.”“그래요? 그렇다면 그렇게 하죠. 기사님에게는 제가 다시 말해둘게요.”전화를 끊은 심지우는 휴대폰을 넣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오늘은 토요일이라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날이었다.두 아이는 이미 가장 먼저 붙어 앉아 함께 놀고 있었다.심지우는 남매가 사이좋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놓였다.영준은 예전보다 훨씬 밝아졌고 말수도 많아졌다.특히 이번에는 보름 만에 다시 만났는데 살이 오른 것 같았다.
‘약혼?’심지우는 고개를 숙여 자기 앞에 내민 초대장을 내려다보았다.그러나 손을 뻗어 받지는 않았다.“송해인 씨가 다시 가져가세요.”심지우는 고개를 들어 송해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저와 변승현은 이혼 후에도 계속 연락할 사이가 아닙니다. 초대장을 받으면 축의도 해야 하고 번거롭잖아요.”“심지우 씨, 저한테 그렇게 큰 적대감을 가지실 필요는 없어요.”송해인은 옅게 웃었다.“저는 아이를 가질 수 없어요. 승현이에게도 영준이가 유일한 아들이고 훗날 변씨 가문은 영준이가 이어받게 될 거예요. 저도 노후를 영준이에게 의지해야
“송해인 씨, 그걸 아신다면 앞으로 아이 앞에서 말할 때는 선을 지켜주셨으면 해요. 저는 영원히 영준이의 엄마입니다. 비록 양육권은 못 가져왔지만 아들을 보살피고 사랑하는 건 언제까지나 제 책임이자 권리예요. 송해인 씨가 신경 쓸 일도, 동의를 해줄 필요도 없죠.”그 말에 송해인은 살짝 눈썹을 치켜올렸다.심지우는 몸을 돌려 차 앞쪽으로 걸어가 운전석 문을 열었다.장은희는 송해인과 간단히 인사한 뒤 차에 올랐다.차는 곧 남호 팰리스를 벗어났다.송해인은 몸을 돌려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다.거실 전면 유리창 너머, 변승현의 시
남호 팰리스에 도착했지만 심지우는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장은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잠시 후, 장은희가 해열 패치를 붙인 영준을 안고 나왔다.송해인도 함께 따라 나왔다.심지우는 장은희의 품에서 영준을 받아 안았다.영준의 볼을 만져보니 아직도 열이 조금 남아 있었다.“영준아, 많이 힘들지?”영준을 바라보는 심지우의 눈빛엔 걱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영준은 얌전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의사 선생님이 약만 먹으면 괜찮아진대요.”아들이 이렇게까지 철이 드니 심지우는 오히려 더 마음이 아팠다.그녀는 부
홍운학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변현민의 울음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그는 아이를 내려다보다가 문득 머릿속에 하민혁의 해맑고 준수한 얼굴이 떠올랐다.“홍운학, 좋은 소식 하나 알려줄게. 나 아빠가 된대!”“뭐야, 그 표정은? 내가 이렇게 젊어서 아빠 되는 게 부러워서 그래? 하하. 이번 작전 끝나고 돌아가면 승희에게 청혼할 거야!”“야, 그렇게 얼굴에 써 붙일 정도로 티 낼 거야? 됐어, 나중에 아이 태어나면 널 아이의 의붓아버지로 삼아 줄게. 어때?”홍운학은 눈을 감으며 가슴속에서 요동치는 감정을 억눌렀다.이후 그는 몸
송해인은 진태현의 얼굴빛을 보고 대강 짐작이 갔다.그녀는 고개를 숙여 영준에게 말했다.“들어가서 아빠랑 있어.”영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스스로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진태현은 문을 닫았다.송해인이 물었다.“변승현은 어때요?”진태현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송해인의 미간이 잔잔히 찌푸려졌다.진태현은 시계를 보고 말했다.“저는 이만 가볼게요. 해인 씨가 좀 더 잘 설득해 봐요. 내일 다시 올게요.”“알았어요.”진태현이 떠난 뒤, 송해인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변승현은 반쯤 누운 채 왼손은 이불 속에 감춰져 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