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심윤영은 그 여자를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여기...”여자는 자신의 오른쪽 허리 쪽을 가리켰다.“신장 하나가 없어. 그 좋은 아버지께 드렸거든.”심윤영은 멍해졌다.그 반응이 마음에 드는지, 여자는 웃었다.“그 사람은 완전 이득이지. 신장 하나 받아서 10년, 20년은 더 살게 됐고, 덤으로 딸도 하나 더 생겼잖아.”“이제 나는 엄유미가 아니야. 궁신아야.”“그 사람 말로는 내가 감사해야 한대. 자기가 나를 찾지 않았으면 그날 비행기를 타고 사고로 죽었을 거라고. 그러니까 평생 고마워하며 살라고. 그리고
심윤영은 한 걸음씩 다가가 찻상 앞에 멈춰 섰다.눈앞의 낯선 얼굴을 바라보며, 창백한 얼굴에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다만 코트 주머니 속으로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앉지 않을래?”여자가 고개를 들며 말했다.“차 괜찮은 거야. 위준하 씨가 직접 고르고 보내준 거거든. 나, 외국에서 다도 배웠어. 한 번 마셔볼래?”따뜻한 김이 올라오는 찻잔이 심윤영 앞에 놓였다.심윤영은 잠시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앉았다.차 향이 은은하게 퍼졌다.그녀도 차를 조금 아는 편이라, 좋은 차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여자의 차 내리는 솜씨는
병원에서 CCTV를 확인한 결과, 심윤영은 스스로 병원을 나간 것이 확인됐다.병원 정문 앞에서 택시를 잡아탄 모습이었다.위준하는 곧바로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는 연결되었으나 심윤영은 받지 않았다.‘불과 30분도 안 된 시간, 아직 몸도 완전히 낫지 않은 상태에서 왜 혼자 병원을 떠난 걸까?’분명 점심까지만 해도 괜찮았다.재판에서 이긴 뒤로 눈에 띄게 기분도 좋아졌고, 병원에 돌아와서도 상태가 한결 나아 보였다.도무지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없었다.눈꺼풀이 계속 떨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빨리 찾
“네, 괜찮아요.”심윤영은 고개도 들지 않고 집중하고 있었다.위준하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발바닥을 살짝 문질렀다.간질거림에 심윤영이 움찔하며 피하려 했지만 그의 손에 다시 잡혔다.“가만있어.”심윤영은 자료를 내려놓고 그를 바라봤다.“간지러워요...”“참아.”위준하는 눈썹을 살짝 올리며 말했다.심윤영은 그가 일부러 그러는 걸 알았다.‘발바닥이 약한 걸 뻔히 알면서!’“계속 그러면 물 튀겨버릴 거예요!”실제로 그런 적도 있었다.처음 발을 씻겨줄 때, 위준하가 무심코 발바닥을 건드리자 심윤영이 매우 놀라 발을 움직이
어느새 날은 완전히 어두워졌다.위준하가 병원에 돌아왔을 때, 심윤영은 막 수액을 다 맞고 있었고 간호사가 바늘을 정리하고 있었다.“위 대표님 오셨네요.”간호사가 웃으며 말했다.위준하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물었다.“제 아내 상태는 어땠나요?”“괜찮아요. 방금 항생제 한 병 다 맞았고, 저녁에 수액 하나 더 있어요. 저녁 식사 후에 다시 오겠습니다.”“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별말씀을요.”간호사는 정리하고 병실을 나갔다.문이 닫혔다.위준하는 심윤영 곁에 앉아 그녀의 얼굴을 손으로 살짝 만졌다.“미안해, 내가
그 말을 듣고 위준하는 웃으며 말했다.“네 말 들으니까 정말 로맨틱하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라는 게 가끔은 이렇게 신기한 법이지.”심윤영은 두 아이가 집에서 어른들과 함께 있다는 사실에 한결 마음이 놓였다.치료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도, 모레 있을 재판을 잊지 않았다.점심 무렵, 위준하는 심윤영에게 죽과 약을 먹여주고 그녀가 잠든 것을 확인한 뒤에야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는 급하게 나갔고, 전우빈의 차는 이미 아래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심윤영은 오래 자지 못하고 깨어났는데, 병실은 텅 비어 있었다.위준하는 쪽
변승현은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심지우를 바라보더니 얼굴빛이 어두워졌다.심지우는 카펫을 밟으며 변승현 앞까지 걸어갔고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았다.“놀랐어요?”심지우는 피식 웃으며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처음부터 날 도와줄 생각이 없었던 거지?”“제가 협조를 안 한 건가요?”심지우의 목소리가 갑자기 냉랭해졌다.“꼬박 5년이에요. 전 충분히 협조했다고 생각하는데요? 승현 씨의 합법적인 아내로, 현민이의 합법적인 보호자로서 전 부끄러울 게 없어요. 그런데 그 대가로 제가 얻은 게 뭐가 있죠?”변승현은 아무 말도 못 하
한편, 주승희는 요월 팰리스에서는 결혼식을 준비하기 위해 주민기의 특별 허락을 받아 병원에서 퇴원했다. 요 며칠은 임혜주 역시 요월 팰리스에서 머물며 변현민을 돌보거나 결혼식 준비를 돕고 있었다. 저번에 병세가 급격히 악화했을 때 주민기는 해외에서 몇억짜리 특효약을 황급히 공수해 왔고 그 덕분에 주승희는 간신히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올 수 있었다. 특효약을 복용한 후 주승희의 기력은 눈에 띄게 좋아졌고 안색도 한층 건강해졌다. 변승현은 요즘 업무 때문에 출장을 다니고 있었지만 주승희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그에게 영상통화를 걸었
하지만 임혜주의 기억 속엔 오늘 이전까지 심지우를 만난 적이 없었다. 다만 심지우의 엄마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무식하고 무능하며 재벌가에서 버림받은 여자.’ 임혜주는 강미란이란 존재를 단 한 번도 신경 쓴 적이 없었다. ‘하지만 강미란의 딸이라면?’ 임혜주는 내밀었던 손을 거두고 가지런히 올린 쪽머리를 손으로 매만지며 심지우를 다시 한번 살폈다. 부정할 수 없었다. 강미란과 비교하면 심지우는 외모나 기품 모두 훨씬 뛰어났다. 머리도 잘 돌아가는 눈치였다. ‘하지만 그게 뭐 어때? 결국 내 딸한테 졌잖아! 강미란
그러자 변현민은 금세 기분이 풀려 환하게 웃었다.“엄마, 얼른 열어 봐요!”심지우는 조용히 선물 상자를 열었고 그 안에는 연보랏빛 크리스털 팔찌가 들어 있었다.요즘 유행하는 액세서리였다.“엄마, 백화점 이모가 올해는 뭐 구자리화 운이래요. 하여튼 엄청 복잡하게 설명해 줬는데... 아무튼 팔찌 파는 이모가 올해는 이런 보라색 크리스털이 좋다고 해서 엄마 건강해지라고 엄마 주려고 샀어요!”변현민의 순수한 말투가 심지우의 마음을 툭 건드렸고 심지우는 팔찌를 내려다보며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예전 같았으면 이런 선물을 받으면 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