ホーム / 로맨스 / 이별전문가! 신나리 / 2. 안녕을 위한 리허설

共有

2. 안녕을 위한 리허설

作者: 데이지
last update 公開日: 2026-03-05 20:37:42

점심 무렵, 회사 주변 카페의 공기는 갓 내린 샷의 향과 

사람들의 일정으로 바쁘게 진동했다. 

앞치마를 묶고 카운터에 서자 손동작이 금세 일의 리듬을 찾아갔다. 

설탕 두 스푼은 줄이고, 거품은 어제보다 살짝 더 가볍게. 

문이 열릴 때마다 종이 울렸고, 열 번째 종 뒤에 도윤이 들어왔다. 

단골의 동선으로 카운터에 섰고, 무심하게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오늘은 조금 달게 가보실래요?”

그가 의아한 눈으로 나를 봤다.

“아침에 단단히 달리셨잖아요. 몸이 당을 찾고 있어요.”

웃음이 한쪽 입가에 살짝 걸렸다. 

“정확하네요.”

“오늘만 예외.” 

나는 더티초코를 내밀며 재빨리 별 모양 시나몬을 그렸다. 

“내일부터 다시 고지식하게 쓰게 가셔도 되니까요.”

첫 모금 뒤 그의 어깨가 아주 조금 풀렸다. 

사람은 스스로 선택했다고 느끼는 변화에 호의를 갖는다. 

축하 인사를 건네며 자연스레 결혼 얘기를 꺼내자, 

그의 눈빛에서 안도와 불안이 동시에 반짝였다 사라졌다. 

나는 더 묻지 않았다. 장면은 이만큼이면 충분하다.

해가 기울 무렵, 민하의 집은 서랍 하나만 열려 있어도 

마음의 지도를 보여주었다. 카드가 한쪽으로 밀려 있고, 

계약서 모서리에 손톱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우리는 식탁에 마주 앉았다.

물컵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풍경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결혼식 말고, 당신이 진짜 원하는 건 뭐예요?”

민하는 오래 침묵했다. 답을 찾지 못해서가 아니라, 바른 자리를 찾고 있는 사람의 침묵.

“빚이 없는 내일.”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내일은 누군가가 대신 떠받치는 미래가 아니어야 해요. 

당신 스스로 서는 내일. 오늘 우린 그걸 배우는 첫날이에요.”

“이별은… 누가 대신 말해줄 수 있나요?”

“말은 대신할 수 있어요.” 

나는 단호했지만 목소리를 낮췄다. 

“하지만 그 말 이후의 생활은 누구도 대신 못 해요. 

연락 끊는 법, 공동 지인 대응, 가족 설득, 

재무 동선 정리, 주거 계획. 설계도를 함께 만들죠.”

화이트보드에 항목이 늘어났다. 

공동계좌 정리, 기한과 절차. 반환해야 할 선물

감정선의 매무새. 양가 대응. 질문 예상 리스트와 모범 답안. 

SNS - 댓글 원칙과 비공개 전환 타이밍.

재정 - 새 통장, 자동이체 분리, 소득 대비 고정비 비율 재설정. 

민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왔다. 

내 말이 크고 어렵지 않도록 최대한 ‘생활 언어’로 풀어냈다.

마지막으로 작은 종이에 한 문장을 적어 건넸다. 

오늘 밤, 방의 불을 끄고 휴대폰은 거실에. 

무릎 위에 손을 올리고 숨을 다섯 번 센 뒤, 

‘내가 진짜 원하는 건…’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적으세요.

그녀는 종이를 반으로 접고, 다시 반으로 접었다. 

접힌 자국이 결심의 주름처럼 또렷했다.

제하가 현관에서 신발끈을 고쳐 묶으며 말했다.

“내일은 회사 카페에서 우연한 스침 한 번 더. 그다음 날 한강변에서 마지막 리허설.”

나는 끄덕였다.

“장면은 말보다 오래가니까.” 

제하가 내 말을 먼저 덧붙이며 웃었다. 

“이제 그 말, 네 트레이드마크 된 거 알아?”

“유행어처럼 들리면 안 되는데.”

“듣는 사람은 매번 처음 듣는 표정이야. 그게 너라서 가능해.”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하늘은 숨을 고르는 사람처럼 잔잔했다. 

불 꺼진 창문들 사이로 어느 집의 거실등만 유난히 밝았고, 

그 안에 누군가는 싸우고, 누군가는 화해하고, 누군가는 혼자 밥을 데웠을 것이다. 

나는 내 방의 스탠드를 켜고 책상에 앉아 다시 계획표를 확인했다. 

손끝이 조금 차가워, 머그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그때, 또다시 진동. 이번에도 이름 없는 번호. 보고 싶다. 

다섯 글자도 안 되는 두 단어가 방 안의 공기를 움켜쥐었다가 놓았다. 

나는 휴대폰을 뒤집어 놓고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렸다. 

숨을 한 번 길게 들이켰다 내쉬며 스스로에게 말했다. 

오늘은 다른 사람의 내일을 데려다주자. 내 과거는 내일 다시 다루자.

그렇게 마음을 매만지고 있는데, 팀 채팅창에 제하가 새로운 파일을 올렸다.

-예비신랑 루틴 요약: 

기상 6:10 / 러닝 6:40–7:15 / 출근 8:50 / 점심 카페 B, 

주 4회 / 퇴근 후 수요일·금요일 카페 C 20:10 / 주말 오전 한강.

그 아래에 ‘주의’ 항목이 덧붙었다. 

성실형은 죄책감을 자원으로 쓰는 경향 있음. 

‘내가 떠나야 그녀가 산다’로 착각하지 않게, 

‘우리가 멈춰야 둘 다 산다’ 프레임 유지.

나는 엄지로 ‘확인’을 눌렀다.

창문 너머로 바람이 커튼을 살짝 들어 올렸다 내렸다. 

예전 생각이 아주 짧은 그림자처럼 스쳐갔다. 

결혼식장 리허설장, 하얀 조명의 냄새, 

하객 석에 앉아 마음의 위치를 어쩌지 못했던 그 오후. 

그리고 이틀 뒤, 한 문장으로 무너진 시간표. 

사라진 남자. 병원 기록을 통해 전해 들었던 늦은 사실. 

간암. 말기. 그가 건넨 잔혹한 말들이 사실은 둔탁한 방패였다는 걸

깨달았을 때 이미 관계는 폐허가 되어 있었다.

나는 그 잔해 위에 이 일을 세웠다. 

누군가의 마지막 장면을 안전하게, 품위 있게, 다음 장으로 이어지게 돕는 일. 

가끔은 그 과정이 나를 거꾸로 끌고 가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의 의뢰인은 나였다가 민하였다가, 그리고 다시 나리 자신이었다.

누구의 이름으로 부르든, 우리는 모두 미안하지 않은 내일을 원했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며, 내일 있을 우연을 머릿속으로 리허설했다. 

카페 유리창 위로 떨어지는 오후빛의 각도, 의자의 위치, 

음악의 볼륨, 얼음이 녹아 내리는 속도, 대화의 리듬. 장면은 디테일 위에서 완성된다. 

그 디테일을 쌓아 올리다 보면, 사람은 이상하게도 스스로 정답을 향해 걸어간다.

눈을 감기 직전 마지막으로 떠오른 얼굴은 온유의 것이 아니었다. 

창가에 앉아 컵을 두 손으로 감싸던 민하의 얼굴이었다. 

도망치려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를 구하려는 사람의 표정. 그 표정이 오래 남았다.

다음 장면을 준비하는 밤, 나는 아주 조용히 내 이름을 불렀다.

“신나리. 놓게 만들자. 그런데 누구도 부서지지 않게.”

방 안의 공기가 한층 얇아지는 느낌 속에서, 잠이 모래처럼 천천히 내려앉았다. 

다음 날의 장면은 이미 어딘가에서 빛을 받아 반짝이는 중일 것이다. 

내가 할 일은 그 빛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정확히 필요한 만큼만 비치도록 컵받침을 돌려놓는 것. 

그렇게 끝을 데려다주면, 어떤 사람의 시작이 비로소 도착하리라.

この本を無料で読み続ける
コードをスキャンしてアプリをダウンロード

最新チャプター

  • 이별전문가! 신나리   END. 이별은 사람의 목소리로 남는다

    아침시간. 센터 문 앞엔 아무도 없었다.그런데 바닥 위엔 낡은 열쇠 하나와 짧은 쪽지 한 장이 놓여 있었다.'잠시, 숨 좀 고를게.' - 나리그 두 줄이 전부였다.수경은 한참 동안 그 글을 읽었다.글씨는 익숙했지만, 그 문장이 낯설게 느껴졌다.‘숨 좀 고른다는 게… 얼마나 긴 건데요, 선배.’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렸다.“선배가 떠난 게 아니라… 잠시인 거죠.”스스로에게 반복해서 말했다.하지만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올 때마다 점점 그 확신이 희미해졌다.그날 오후, 수경은 평소처럼 상담 일정을 진행했다.하지만 대화의 흐름이 자꾸 어긋났다.“그 사람과의 관계가 이제 끝났다는 걸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요.”의뢰인의 말에, 수경은 자신도 모르게 대답했다.“그 마음, 잘 알아요.”“정말요?”“네. 누군가가 떠났다는 사실보다 그 사람이 더 이상 내게 설명해주지 않는다는 것이 더 괴로우니까요.”의뢰인은 잠시 멈췄다.“그 말… 선생님 이야기 같아요.”그녀는 미소 지었다.“그럴 수도 있죠.”상담이 끝나자, 하연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수경 선배… 오늘, 말투가 조금 다르셨어요.”“다르게 들렸어?”“네. 예전엔 ‘정리’하던 말투였는데, 오늘은… ‘기억’하는 말투였어요.”그 말이 이상하게 가슴에 박혔다.‘기억하는 말투… 그건 나리 선배가 늘 하던 방식이었는데.’저녁, 센터 불이 꺼지고, 수경은 나리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그녀의 손끝이 책상 표면을 천천히 더듬었다.서류의 각, 컵 자국의 흔적, 메모지 위의 희미한 글씨 자국.“이게 다 선배가 있었던 증거네요.”그녀는 낮게 말했다.책상 위에 놓인 작은 수첩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수첩 표지엔 볼펜으로 꾹 눌러 쓴 글자가 있었다.“이별은 늘 사람의 목소리로 남는다.”그 문장을 읽는 순간, 수경의 눈이 흔들렸다.‘이건… 나한테 남긴 말 같아요.’그녀는 천천히 책을 덮었다.그리고 손끝으로 그 문장을 쓰다듬듯 쥐었다.그 순간, 문이 열렸다. 제하였다.“아직 있었네.”“그

  • 이별전문가! 신나리   194화. 멈추려는 사람, 붙잡는 사람

    센터의 오후는 유난히 조용했다.비도, 바람도, 소음도 없었다.그런데 그 정적이 오히려 불안했다.나리는 창문 쪽 책상에 앉아 손에 든 펜을 돌리고 있었다.펜촉이 종이 위를 긁을 때마다 짧고 건조한 마찰음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책상 위에는 그녀가 직접 쓴 서류 한 장이 놓여 있었다.[운영 위임서]서류 상단에는 수경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그녀는 그 글자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이제 됐다.”그 목소리는 무언가를 끝내려는 사람의 어조였다.문이 열렸다. 수경이 들어왔다.손에는 의뢰인 리스트가 들려 있었다.“선배, 이번 주 일정 정리했어요.다음 주부터는 심리치료 협력팀도 같이 붙을 예정이에요.”“그래? 잘 됐다.”“네. 이제 시스템이 완전히 자리 잡은 것 같아요.”그녀는 종이를 내려놓고 미소 지었다.하지만 나리의 표정이 묘하게 굳어 있었다.“수경아.”“네?”“잠깐 앉을래?”“왜요?”“할 얘기가 있어.”수경은 잠시 눈치를 보며 자리에 앉았다.나리는 펜을 내려놓았다.“이건… 내가 써둔 서류야.”“무슨 서류요?”“센터 운영 위임서. 앞으로 네가 이 팀을 맡는 게 맞을 것 같아서.”순간, 공기가 멎었다.수경의 얼굴이 단단히 굳었다.“그게 무슨 말이에요?”“난 잠시 내려놓으려 해.”“왜요?”“이젠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가잖아.”“그게 이유예요?”“그래.”수경은 손으로 서류를 집어 들었다.그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이걸로 끝이에요?”“끝이라기보단… 잠시 멈춤.”“선배는 늘 그 말을 하죠. 잠시 멈춘다, 쉬겠다 근데 선배한테 잠시는 결국 끝이잖아요.”나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수경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선배, 이 팀… 선배가 만든 거잖아요. 근데 왜 아무 말도 없이 내려놔요?”“내려놓는 게 아니라, 넘기는 거야.”“같은 말이에요.”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왜 항상 혼자 결정해요? 우린 팀인데, 늘 마지막 순간엔 선배 혼자였어요.”“누군가는 책임져야 하잖아.

  • 이별전문가! 신나리   193화. 나로 끝나지 않을 이야기

    월요일 아침, 센터의 유리문이 열렸다.그 문을 밀고 들어온 나리는 잠시 멈춰 섰다.익숙한 공간이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딘가 조금씩 달라져 있었다.책상 배치가 바뀌었고, 하연의 자리 옆엔 새 화분이 있었다.벽에는 새 문구가 붙어 있었다.“이별은 관계의 끝이 아니라, 나의 회복의 시작이다.”그 문장은 나리의 말이었다.그녀가 한 인터뷰에서 했던 말.그 말이 인용되어, 이제는 팀의 좌우명처럼 벽에 걸려 있었다.그녀는 그 문장을 한참 바라보다가 작게 웃었다.‘내 말인데, 이젠 내 말 같지가 않네.’“선배!”뒤에서 들려온 목소리. 수경이었다.활기찬 얼굴, 단정히 묶은 머리, 단정한 셔츠. 그녀의 손에는 스케줄표가 들려 있었다.“돌아왔어요?”“응.”“정말요?”“그렇게 놀랄 일이야?”“아니요. 그냥… 조금 더 쉬실 줄 알았어요.”“쉬는 게 체질에 안 맞더라.”둘은 짧게 웃었다.그 웃음은 따뜻했지만, 묘하게 낯설었다.오전 회의가 열렸다.회의 테이블엔 수경, 하연, 그리고 제하가 앉아 있었다.나리가 오랜만에 그 자리에 앉자, 공기 속에 살짝 긴장감이 감돌았다.“그동안 내가 없을 때 많이 바빴지?”나리가 조용히 물었다.수경이 고개를 끄덕였다.“방송 나가고 나서 문의가 폭주했어요. 상담은 예약제로 돌렸고, 의뢰인 선정 기준도 새로 세웠어요.”“어떤 기준?”“긴급성, 지속 기간, 감정 회복 가능성 세 가지를요.”“그건 나한테도 말해줬어야지.”“보고는 드리려 했는데, 선배가 휴식 중이었으니까요.”나리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말보다 묘한 정적이 먼저 흘렀다.그 정적 속에서, 제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좋은 시스템이네. 효율도 생겼고, 팀의 밸런스도 맞아가고.”“고마워요.”수경이 미소 지었다.그 미소가 나리의 눈에 스쳤다.낯설 만큼 자신감이 있었다.나리는 자료를 넘기며 말했다.“효율이 나쁜 건 아니지만, 우린 효율을 위해 일하는 팀은 아니야.”“알아요. 그래서 상담 시간을 줄이지 않았어요. 대

  • 이별전문가! 신나리   192화. 다시, 그날의 얼굴

    하루 종일 흐린 날이었다.햇빛 대신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고, 잔잔한 먼지가 공기 중을 떠다녔다.나리는 카페 창가 자리에서 커피를 식혀가며 앉아 있었다.한 모금 마실 때마다,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그녀는 며칠째 휴식 중이었다.일정표엔 아무 일정도 없었다.대신 마음속에는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남아 있었다.“이제는 정말…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싶은데.”그녀는 커피잔을 내려놓았다.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익숙한 발소리, 하지만 얼굴을 보기 전까지는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혹시… 신나리 씨 맞으시죠?”낯선 여자의 목소리였다.그녀는 고개를 들었다.마주 선 얼굴은 너무 익숙했다.“저… 기억하시겠어요?”“혹시…”“3년 전, 남편과의 이별을 의뢰했던… 정윤서예요.”시간이 멈춘 듯했다.그 이름은 오래된 상자 안에 묻어둔 기억 같았다.“윤서 씨…”“이렇게 만나 뵙게 될 줄은 몰랐어요.”그녀의 미소는 어딘가 밝고, 또 어딘가 슬퍼 보였다.둘은 카페 구석자리에 앉았다.창밖엔 흐린 빛이 퍼져 있었다.“그날 이후, 저 많이 달라졌어요.”“그래요?”“처음엔… 아무것도 못 했어요. 숨 쉬는 것도 버거웠고,당신이 해준 말들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어요.”“제가 무슨 말을 했죠?”“사랑은 끝나도, 사람은 남아요. 그 말이요.”나리는 그 문장을 듣는 순간, 심장이 미세하게 움찔했다.그 말은, 그녀가 너무도 자주 꺼내던 문장이었다.하지만 지금은 이상하게 낯설었다.“그 말 덕분에… 제가 살아 있었던 것 같아요.”“그건 제 말이 아니라, 당신이 스스로 선택한 생이에요.”“아니에요. 그 말이 없었으면 저는… 그때 진짜로 끝났을지도 몰라요.”윤서의 목소리가 떨렸다.그녀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그래서… 감사했어요. 근데 요즘엔 또 무서워요.”“무서워요?”“그 말이 저를 너무 오래 붙잡고 있어서요.이제는 그때의 이별조차 제 삶의 일부가 돼버린 것 같아요. 그래서 새로 시작이 안

  • 이별전문가! 신나리   191화. 우리가 버티는 방식

    늦은 새벽, 창문을 두드리던 빗소리가 잦아들 무렵이었다.나리는 여전히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모니터엔 수십 통의 메일이 켜져 있었고,각기 다른 이름의 사연들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남편이 떠난 지 6개월이 지났어요.”“이별을 예쁘게 마무리하고 싶어요.”“다시는 사랑하지 않게 도와주세요.”문장마다, 낯선 얼굴들이 그녀의 가슴에 파문을 일으켰다.마치 그 모든 문장들이 자신을 부르는 것 같았다.“이젠… 이걸 다 감당할 자신이 없는데.”그녀는 속삭이듯 말했다.커피잔을 손에 쥐었지만, 잔 안의 액체는 이미 식어 있었다.그녀의 손끝도 마찬가지였다.아침이 되자, 센터는 평소보다 일찍 소란스러워졌다.전화벨 소리, 프린터 돌아가는 소리,그리고 하연의 빠른 발걸음이 얽혀 있었다.“수경 선배! 오늘 오전에 새 의뢰 두 건 더 들어왔어요.”“두 건?”“하나는 3년 연애 후 결혼 직전 파혼, 하나는 불륜 관계 정리 요청이래요.”“둘 다 오늘 안에 미팅 잡히겠네.”수경은 서류를 들고 정신없이 움직였다.“하연, 일정 다시 재조정해. 기존 예약자 중 긴급 아닌 사람은 내일로 미뤄.”“네!”그녀는 일의 흐름을 따라 움직이면서도, 어딘가에서 ‘불안한 정적’을 느꼈다.나리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 그 빈 의자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선배는 오늘도 안 오시는 거죠?”“응. 이틀째.”그녀는 대답했지만, 스스로에게 하는 말 같았다.“이럴 때일수록 내가 중심 잡아야 해.”그녀는 그렇게 되뇌었다.그 시각, 나리는 집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아무 약속도 없었고, 오랜만에 일정표가 비어 있었다.하지만 그 ‘비어 있음’이 낯설었다.그녀는 핸드폰을 꺼내다, 이내 화면을 껐다.“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말자.”햇빛이 가볍게 떨어지고, 나무 사이로 새들이 오갔다.그녀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이런 평범함이, 이렇게 어렵게 느껴질 줄은 몰랐네.”머릿속엔 수경과 제하의 얼굴이 번갈아 떠올랐다.‘둘 다 잘하고 있겠지.’그 생각에 미소가

  • 이별전문가! 신나리   190화. 조용한 폭주

    방송이 나간 지 일주일째 되는 날이었다.센터 전화는 끊이지 않았다.메일함은 ‘상담 요청’ 제목으로 가득 찼고,SNS에는 ‘이별을 도와주는 사람들’이라는 해시태그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선배, 오늘만 스무 통이에요.”수경이 노트북을 열어보이며 말했다.“다 신규 문의예요. 근데 진짜로 다 받아도 될까요?”나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녀의 시선은 멍하니 창가 쪽에 머물러 있었다.“선배?”“응.”“괜찮아요?”“괜찮다는 말, 요즘은 쉽게 못 하겠네.”그녀는 커피잔을 들었지만,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잔 위로 미세한 김이 맴돌았다.그 김조차 무겁게 느껴졌다.“이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야.”“그럼 어떻게 해요?”“줄여야지. 선택을 해야 해.”“누굴요?”“우릴 믿고 연락한 사람들 중, 지금 당장 가장 절실한 사람만.”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그 대신, 나머지 사람들에겐 답장을 꼭 보내줘. 당신의 마음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문장으로.”그 말이 끝나자 수경은 화면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답장 하나에도 온도를 담을 줄 아는 사람, 그게 나리다.’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점심 무렵, 제하가 센터에 들어왔다.카메라 가방을 내려놓고, 손에 들린 서류를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방송사 쪽에서 후속편 제안이 왔어.”나리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거절해.”“이유는?”“지금은, 보여줄 게 아니라 버텨야 할 때야.”“그래도 이 반응이면”“제하.”그녀는 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만으로 대화를 끊었다.그건 말보다 더 명확한 거절이었다.그는 더 말하지 않았다.그 대신 카메라를 꺼내 창가 쪽으로 렌즈를 돌렸다.나리의 옆모습이 프레임 안에 들어왔다.조용한 피로, 그리고 그 속에 묘하게 살아 있는 단단함. 그는 셔터를 누르려다가, 결국 멈췄다.“오늘은 찍지 않을래.”“왜?”“지금의 넌, 기록이 아니라… 사람이야.”“그게 무슨 뜻이야.”“렌즈가 닿으면 깨질 것 같아서.”그 말에 그녀는 짧게 웃었다

  • 이별전문가! 신나리   159화. 새로운 의뢰, 같은 마음

    햇살이 부드럽게 창문을 스쳤다.이른 오전의 카페는 고요했다.에스프레소 머신이 예열되며 내는 낮은 진동음이 공기 속에서 잔잔하게 퍼져나갔다.나리는 그 소리에 맞춰 리듬을 타듯 천천히 커피를 내렸다.테이블 위에는 작은 노트북 한 대와 그녀가 손으로 직접 적은 메모들이 흩어져 있었다.‘감정 회복 컨설팅 1호 의뢰자 - 이지현(35).이별 후 8개월, 직장인, 미완의 감정 상태.’그녀는 노트를 덮었다.그 이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쪽이 미묘하게 저렸다.‘이제 진짜 시작이네.’문득, 카운터 옆에 놓인 카메라가 눈에

  • 이별전문가! 신나리   129화. 그늘의 온기

    햇살이 유리창을 따라 길게 번졌다.몇 날 며칠 이어진 비가 멈추고, 세상은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카페 안은 따뜻했다. 머신에서 새어 나오는 김,그 위로 둥글게 떠오르는 향, 모든 게 평화로워 보였다.하지만 평화란, 언제나 폭풍과 폭풍 사이에 잠시 들르는 손님이었다.“선배.”수경이 조심스럽게 불렀다.“응.”“그날, 그 의뢰인한테서 연락이 왔어요.”나리는 커피를 내리던 손을 멈췄다.“뭐래.”“감사하다고요.”“그래?”“근데…”“근데?”“이별하고 나니까, 너무 공허하대요.”“당연하지.”“그럼, 우리가 도

  • 이별전문가! 신나리   10. 이별의 디테일

    “이별에도 이렇게 생활 매뉴얼이 있군요.”“안전이 연애보다 먼저라는 규칙이 있죠.”현관 앞에 다다랐을 때, 그녀가 갑자기 나를 불렀다. “나리 씨.”“네.”“오늘 걷는 동안… 제 마음이 잠깐 멈춘 것 같았어요. 그 정지 버튼을 누른 사람이 저였으면 좋겠어요. 다른 누구도 아닌.”“지금 누르셨어요. 스스로.”그녀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고마워요.”문이 닫히고 나서야 나는 길가에 잠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은 희미했고, 구름은 얇았다. 히터도 켜지지 않은 바람이 목덜미를 비집었다. 그때 주머니

  • 이별전문가! 신나리   9. 당신의 호흡을 찾아서

    바람이 유리창 표면을 얇게 긁고 지나가던 오후, 카페 안쪽은 뜨거운 샷과 따뜻한 우유 냄새로 적셔져 있었다. 한쪽 벽면의 시계 초침이 분명한 소리로 나아갈 때마다, 내 머릿속 계획도 그와 같은 간격으로 정렬되었다. 오늘은 수경의 첫 관찰. 말끝이 매끄럽게 닫히는 사람일수록 행동의 기척이 더 느리게 드러난다. \그러니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문이 열리자 차가운 공기가 길게 들어왔다. 갈색 코트의 여자가 스카프를 두 손으로 풀며 들어섰다. 수경은 어제와 같은 단정함이었지만, 눈동자의 결이 더 얇아져 있었다. 밤새 잠이

続きを読む
無料で面白い小説を探して読んでみましょう
GoodNovel アプリで人気小説に無料で!お好きな本をダウンロードして、いつでもどこでも読みましょう!
アプリで無料で本を読む
コードをスキャンしてアプリで読む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