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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성과 부를 끄는 능력을 각성했다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14 09:49:51

“기한? 하! 재미있는 친구네. 좋아, 특별히 주지. 이번 주 금요일 오후 6시까지.”

수요일 밤이었다. 만 이틀도 채 남지 않은 시간. 박 부장은 확인사살을 하듯 덧붙였다.

“아, 물론 지원 인력이나 예산은 없어. 오로지 김도윤 씨 개인의 역량으로 해결해야 할 거야. 이게 바로 내가 자네에게 주는 ‘기회’라는 거니까.”

그는 ‘기회’라는 단어에 힘을 주며 비열하게 웃었다.

나는 잠시 그를 말없이 응시했다. 그의 눈동자 속에서 나를 향한 질투와 시기, 그리고 경멸이 선명하게 보였다. 이하나 대리를 비롯한 여직원들의 관심, 오늘 낮에 있었던 나의 작은 반항. 그 모든 것이 그의 자존심을 긁어놓은 것이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의 경멸에 상처받는 나약한 김도윤이 아니었다. 그의 의도가 명확해지자, 오히려 머릿속이 맑아졌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해보겠습니다.”

“……뭐?”

“이번 주 금요일까지, 반드시 좋은 소식 들고 오겠습니다.”

내 대답에 박 부장은 잠시 말을 잃었다. 그의 얼굴에서 승리감에 찬 미소가 사라지고, 당혹감과 불쾌감이 뒤섞인 기묘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는 내가 이렇게 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더 이상 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뒤돌아섰다. 사무실을 나오는 내 등 뒤로, 무언가 집어 던지는 소리와 함께 그의 욕설이 희미하게 들려왔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전쟁이다.

내 자리로 돌아온 나는 컴퓨터를 켰다. 시간은 밤 10시 30분. 평소 같았으면 피로에 절어 꾸벅꾸벅 졸 시간이었지만, 이상하게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맑았다. 심장이 기대감으로 두근거렸다.

‘포인트 상점.’

나는 시스템 창을 열어 어제 얻은 1포인트를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했다. 여러 유용한 능력들이 있었지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단 하나였다.

[<체력 강화(1P)>를 구매하시겠습니까?]

‘구매한다.’

[포인트를 사용하여 ‘체력 강화’를 습득했습니다.]

[사용자의 신체 능력이 영구적으로 상승합니다.]

선택과 동시에, 온몸에 따뜻한 기운이 퍼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어깨를 짓누르던 피로감이 눈 녹듯 사라지고, 머릿속을 채우고 있던 안개가 걷히는 기분. 몸 안에서부터 새로운 활력이 솟아나는 것 같았다.

“좋아.”

나는 곧바로 ‘알테아 코스메틱’과 서유진 대표에 대한 자료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공개된 기사, 인터뷰, SNS까지. 사소한 정보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모든 신경을 곤두세웠다.

서유진 대표. 그녀는 알려진 대로 대단한 여자였다. 20대 후반의 나이에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해 단숨에 성공시킨 입지전적인 인물. 사진 속 그녀는 얼음처럼 차가운 표정이었지만, 그 너머에 숨겨진 강렬한 카리스마와 지성이 느껴졌다.

그녀는 인터뷰마다 ‘데이터에 기반한 완벽한 품질’과 ‘진정성 없는 감성 마케팅에 대한 혐오’를 강조했다.

‘이성의 이끌림’ 능력이 과연 그녀에게 통할까?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그녀는 감성보다 이성을 신뢰하는 인물이다. 단순한 매력 어필로는 그녀의 철벽을 뚫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 그녀가 신뢰하는 ‘데이터’와 그녀의 마음을 흔들 ‘진정성’. 그 두 가지를 모두 담은 제안서를 만들어야 한다.

나는 밤을 새워 키보드를 두드렸다. ‘체력 강화’ 능력 덕분인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새벽이 깊어질수록 오히려 집중력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그러다 문득, ‘부의 흐름’ 능력이 다시 한번 기묘한 방식으로 발동했다.

수많은 자료들 속에서 유독 한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3년 전, 알테아가 막 설립되었을 때의 작은 인터넷 언론사 인터뷰. 지금의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녀의 초창기 철학이 담긴 글이었다. 대부분의 내용은 다른 인터뷰와 비슷했지만, 마지막 문단에서 나는 숨을 멈췄다.

[“…저는 화장품이 단순히 얼굴을 꾸미는 도구를 넘어, 여성들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갑옷이 되길 바랍니다. 과거 저 역시 외모 콤플렉스로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기에… 알테아는 모든 여성들이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믿고 사랑하게 만드는, 그런 진정성 있는 브랜드가 될 것입니다.”]

‘자존감’. ‘갑옷’. ‘외모 콤플렉스’.

나는 이 단어들에서 희미한 황금빛 기운을 느꼈다. 다른 모든 기사들이 그녀의 성공과 완벽함, 냉철함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 잊혀진 기사만이 그녀의 내면에 숨겨진 ‘결핍’과 ‘열망’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거다.

나는 방향을 잡았다. 우리 회사의 신규 브랜드가 알테아의 완벽한 기술력과 만났을 때, 어떻게 여성들의 ‘자존감’이라는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지. 단순한 제품 콜라보가 아닌, 두 브랜드의 철학이 결합하는 거대한 프로젝트.

해가 뜰 무렵, 30페이지에 달하는 제안서 초안이 완성되었다. 밤을 꼬박 새웠지만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오히려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이건 성공할 수 있다.

오전 9시.

나는 완성된 제안서를 출력해 손에 들고 알테아 코스메틱의 대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예상대로 자신을 서유진 대표의 비서라고 밝히는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알테아 코스메틱 대표 비서실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노 마케팅’의 김도윤이라고 합니다. 서유진 대표님께 신규 브랜드 콜라보레이션 제안을 드리고 싶어 연락드렸습니다.”

[죄송하지만, 현재 신규 제안은 받고 있지 않습니다. 관련 자료는 이메일로 보내주시면 검토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기계적인 거절. 수십 명의 마케터들이 이 단계에서 좌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내 안의 ‘이성의 이끌림’ 능력을 목소리에 집중시켰다.

“알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제안이 대표님께 향하는지. 하지만 이 제안은 조금 다를 겁니다. 3년 전, 대표님께서 한 인터뷰에서 말씀하셨던 ‘자존감의 갑옷’이라는 철학. 저희는 그 철학을 완성시킬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내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지만, 이상한 힘이 실려 있었다. 전화기 너머의 비서는 순간 말을 잃었다. 그녀의 호흡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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