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듣고 있습니다. 회사는 안 팝니다.”
나는 노트에 적은 20억 원 아래로 선을 그었다. 직원 이름에는 펜을 대지 않았다.
“가격을 더 들어 보지도 않고?”
“가격 때문에 안 파는 건 아닙니다.”
“신 대표 혼자 옮기는 회사잖아요. 직원들은 우리가 고용하면 되고.”
“그건 직원들한테 물으셔야 합니다.”
수화기 너머가 잠깐 조용해졌다. 나는 다음 달 작업표를 당겼다. 안쪽 운반 일정은 찼는데 묶음 작업 인원 칸은 비어 있는 날이 있었다.
“대신 맡길 일이 있습니다.”
“누가 누구한테?”
“저희가 만금 물류에요. 묶음 전문 하청으로 계약하면 됩니다.”
공대환이 짧게 웃었다.
&
“네. 제가 없으면 태근 씨가 작업을 멈출지, 계속할지 정하시면 됩니다.”방태근이 공문을 책상에 내려놓았다.“계속하라는 게 아니라 멈출 수도 있는 거네요.”“못 옮길 짐을 받으면 안 됩니다.”민해성이 작업표를 돌렸다. 내 이름으로 채워진 안쪽 운반 칸 아래에 빈 종이를 놓았다.“대표 부재 때도 평소 양을 옮긴다고 쓰면 안 됩니다. 실제로 남는 사람과 장비로 할 수 있는 일부터 적겠습니다.”소라가 자기 용량 기록을 당겼다.“저는 0.8톤까지인데, 한 번에 전부 넣지는 않겠습니다. 인수 확인할 자리가 필요해요.”“약하고 서류부터 맡아 주세요.”추영호의 이름 옆에는 게이트 밖 구간이라고 적었다. 트럭은 안에 들어가면 멈췄다. 없다고 치는 것과 밖에서 쓸 곳을 정하는 것은 달랐다.오경자가 포터 계약서를 펼쳤다.“20명한테 작업 가능한 날짜를 다시 받아야겠네요. 계약했다고 매일 여기 있는 건 아니니까.”방태근은 펜을 받아 자기 이름 아래에 현장 지휘라고 썼다.나는 그 옆에 대체 지휘 확인이라고 적었다. 내 이름이 없어도 읽히는 작업표를 만드는 데 종이가 더 들었다.◉7월 20일(월), 관리청 심사장에 들어가기 전에 방태근이 서류 봉투를 내게서 가져갔다.“형, 오늘은 제가 먼저 꺼내겠습니다.”“네.”지난번에는 질문을 받으면 내가 대답했고, 자료가 필요하면 내가 찾았다. 오늘은 의자에 앉아 손을 무릎 위에 뒀다.심사관이 첫 장을 넘겼다. 예전에 받은 보류 사유도 그 옆에 놓여 있었다.“
“듣고 있습니다. 회사는 안 팝니다.”나는 노트에 적은 20억 원 아래로 선을 그었다. 직원 이름에는 펜을 대지 않았다.“가격을 더 들어 보지도 않고?”“가격 때문에 안 파는 건 아닙니다.”“신 대표 혼자 옮기는 회사잖아요. 직원들은 우리가 고용하면 되고.”“그건 직원들한테 물으셔야 합니다.”수화기 너머가 잠깐 조용해졌다. 나는 다음 달 작업표를 당겼다. 안쪽 운반 일정은 찼는데 묶음 작업 인원 칸은 비어 있는 날이 있었다.“대신 맡길 일이 있습니다.”“누가 누구한테?”“저희가 만금 물류에요. 묶음 전문 하청으로 계약하면 됩니다.”공대환이 짧게 웃었다.“우리한테 짐 묶으라고요?”“그 일을 하는 분들이 계시잖습니까.”나는 육만길이 표시해 둔 작업일을 봤다. 갑각은 모서리를 덮어야 했고, 광석은 자루 입구부터 확인해야 했다. 아공간에 넣는 시간보다 그 앞의 일이 길었다.“포터 일당은 20만 원 보장하겠습니다. 지급 조건은 계약서로 드리고요.”“단가는 우리가 정합니다.”“그러면 견적을 주십시오. 다만 포터한테 돌아가는 일당은 깎지 않는 조건입니다.”“신 대표가 우리 직원 월급까지 정하겠다는 겁니까?”“제가 맡기는 일의 조건입니다.”공대환은 대답하지 않았다. 수화기에서 종이를 넘기는 소리가 났다.“인수 제안은 생각 바뀌면 전화해요.”
소라가 장부의 마지막 줄을 손가락으로 가렸다.“그것도 적어요?”“측정할 때 있었던 일이니까요.”오경자는 펜 뚜껑을 닫았다. 소라는 가리고 있던 손을 떼고 장부를 한 번 더 봤다. 0.35라는 숫자 아래에 눈물 자국은 없었다. 오경자가 종이를 옮긴 덕분이었다.나는 측정용 묶음이 모두 나왔는지 목록을 확인했다. 빈 아공간을 확인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었다.“돌아가서 오늘 기록까지 맞추겠습니다.”소라가 자기 가방을 들었다.“내일도 그 일 하면 되죠?”“네. 무거운 걸 더 넣으려고 하지는 마십시오.”“50킬로그램 더 들어가는데요.”“들어가는 것하고 맡아도 되는 건 다릅니다.”소라는 가방 안에서 노트를 꺼냈다. 적을 자리를 찾다가 측정 결과가 적힌 쪽을 다시 펼쳤다.나는 다 쓸 때까지 기다렸다.◉6월 29일(월), 창고 안 온도계는 문을 열어 놓아도 내려가지 않았다.육만길은 묶음 작업대 옆에서 끈을 감고 있었다. 운동화 끈은 묶여 있었고, 작업복 등은 젖어 있었다. 나는 선풍기를 작업대 쪽으로 돌린 뒤 벽에 붙일 종이를 가져갔다.민해성이 종이 위쪽을 잡아 줬다.『폭염 시 작업 수칙갈증이 나기 전에 물을 마십니다.젖은 끈과 풀린 매듭은 다시 확인합니다.어지러우면 짐을 내려놓고 알립니다.쉬는 시간 때문에 일당을 깎지 않습니다.』육만길이 마지막 줄을 읽고 내 쪽을 봤다.“이건 크게 써야겠는데.”나는 종이를 떼려다 멈췄다.“얼마나 크게요?&
나는 소라의 노트에 적힌 날짜를 봤다. 펜을 쥔 손이 빈칸 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들고만 다녀서는 안 커집니다.”소라가 의자를 당겼다. 가방은 그대로 어깨에 걸려 있었다.“그러면 뭘 해야 해요?”“받아서 전해 줘야 합니다. 무게하고 거리도 관계가 있고요.”“넣었다 꺼내는 횟수요?”“횟수만은 아닙니다. 한자리에서 제 물건을 넣었다 꺼내 봤는데, 그걸로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나는 닫았던 노트를 다시 폈다. 뒤쪽에 저쪽에서 쓰던 기록을 옮겨 둔 페이지가 있었다. 물통과 밀가루 자루, 목적지와 걸린 시간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소라는 글씨보다 숫자를 먼저 봤다.“무게에 거리를 곱하는 겁니까?”“네. 받은 짐을 받을 사람에게 전해 준 만큼입니다.”“확실해요?”“20년 동안 그렇게 썼습니다. 다만 소라 씨 것도 그런지는 확인해야 합니다.”소라가 가방을 벗어 의자 옆에 놓았다.나는 책상에 남아 있던 서류 봉투를 집어 들었다. 반출 창구에서 받아 온 원본이었다.“이걸 소라 씨한테 주고, 소라 씨가 경자 씨한테 가져다주면 운반입니다. 넣었다가 저한테 바로 돌려주는 건 시험부터 해 봐야 하고요.”“서류도 무게가 얼마 안 되는데요.”“그래서 무게를 재야 합니다.”소라는 노트에 쓰다가 멈췄다.“제 것도 커질 수 있다는 말씀이죠?”“그걸 알아보자는 말씀입니다.”나는 벽에 붙인 보류 통지
나는 공문을 뒤집어 마지막 장을 펼쳤다.민해성이 내려놓은 가방을 다시 열었다. 펜으로 표시한 곳은 물량과 시간이 아니라 그 아래의 제출 서류였다.“등짐 운송 이름으로 등록되는 겁니까?”“네. 대표님 개인 능력 등록과는 다릅니다.”“운반은 됩니다.”“그건 압니다. 이번에는 된다는 걸 서류로 보여 줘야 합니다.”나는 노트에 적은 1,000톤 옆에 줄을 그었다. 민해성은 회사 도장, 직원 명부, 보험 서류를 차례로 짚었다.“이건 제가 준비하겠습니다. 운반 계획은 대표님이 써 주시고요.”“거리도 정해져 있습니까?”“심사 자료를 받아야 합니다.”사무실 밖에서 추영호가 접이식 의자를 밀어 넣는 소리가 났다. 나는 공문이 바람에 넘어가지 않게 물컵을 옆으로 옮겼다.운반 계획은 많이 써 봤다. 회사 이름으로 심사를 받는 건 처음이었다.◉6월 10일(수), 관리청 심사장에는 긴 책상이 놓여 있었다.나는 회사 서류철을 앞에 두고 앉았다. 민해성은 보험 가입 확인서를 따로 꺼냈고, 오경자는 제출한 사본과 원본의 순서를 맞췄다.방태근은 의자를 뒤로 조금 빼고 다리를 폈다. 소라는 큰 가방을 발 사이에 놓았다. 추영호는 트럭 열쇠를 책상에 내려놓았다가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심사관은 직원 명부부터 읽었다.“대표 포함 전원 오셨네요.”“각자 맡는 일을 설명하려고 왔습니다.”“좋습니다. 우선 운반 능력부터 보겠습니다.”심사관이 종이로 된 지도를 펼쳤다. 입구에서 물자 집결지까지 4.5킬로미터
나는 안내문을 잡아당기려던 손을 멈췄다.민해성은 손가락을 거두고 서류 가방을 내려놓았다. 구두 옆으로 들것에서 털어 낸 흙이 조금 남아 있었다.“어느 부분이 문제입니까?”“운송장에 적힌 짐인지도 안 따지고, 포장을 누가 했는지도 안 따집니다. 저 문구대로면 깨진 물건을 맡겨도 대표님이 값을 줘야 합니다.”“받기 전에 확인합니다.”“묶음 안쪽까지 전부요?”나는 바닥에 펼친 들것을 봤다. 접히는 부분의 모래는 털어 낼 수 있었다. 자루 안에 든 광석을 전부 꺼내 보는 일은 달랐다.오경자가 책상에서 돋보기를 벗었다.“파손 배상하러 오신 분입니까?”“아닙니다. 운송 일을 맡기는 쪽 계약을 검토하다가 이 회사 양식을 봤습니다.”민해성이 가방에서 종이를 꺼냈다. 우리 운송장 사본이었다. 배상 문구 아래에 줄이 여러 개 그어져 있었다.“이대로 계약하면 의뢰인한테도 좋지 않습니다.”“전액 받는데요.”“한 번 받고 업체가 없어지면 다음 운송은 누가 합니까?”방태근이 들것을 닦던 천을 접었다. 소라도 가방을 내려놓고 종이 쪽으로 의자를 돌렸다.나는 손의 흙을 털고 책상 앞으로 갔다.“앉으십시오. 어느 것부터 고치면 됩니까?”◉민해성은 자루 대신 내 가방을 책상에 올려도 되느냐고 물었다.나는 빈 가방을 건넸다. 민해성이 지퍼를 닫고 바닥의 짧은 끈으로 둘렀다.“이렇게 묶으면 하나로 들어가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