分享

제6화

作者: 락희
성씨 본가를 나설 때 온채아는 다리를 더욱 심하게 절뚝거렸다.

지난 3년간 주율천이 함께 오지 않을 때면 늘 이런 식으로 벌을 내렸기에 온채아는 덤덤하기만 했다.

하지만 주율천은 알지 못했다. 그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진심을 증명할 때마다 그녀를 절망의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을.

성씨 가문은 남편의 마음조차 붙잡지 못하는 무능한 아가씨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집사 성탁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렇게 솔직하게 말했어요? 좀 심각한 이유라도 둘러대서 어르신을 속였다면 이렇게까지 다치진 않았을 텐데요.”

“집사님.”

온채아의 맑은 얼굴에 원망의 기색이라곤 전혀 없었다.

“할머니는 저를 키워주신 은인이세요. 다른 사람은 속여도 할머니는 절대 속일 수 없어요.”

“어휴.”

성탁수의 두 눈에 진심 어린 따뜻함이 더해졌다. 맞아서 새빨갛게 부은 그녀의 손바닥을 보며 말했다.

“지체하지 말고 어서 병원에 가서 치료받아요.”

“네.”

온채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이 운전기사 진명환을 진작 돌려보낸 터라 온채아는 홀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극심한 통증이 전해졌다.

어릴 때부터 온채아는 소원희가 신데렐라 속 악독한 계모의 환생은 아닌지 의심했었다.

주씨 가문의 어르신 최해경은 기껏해야 심서정에게 정원에서 무릎을 꿇으라고 했지만 성씨 가문의 어르신 소원희는 가정부들에게 그녀를 자갈이 깔린 길로 끌고 가 무릎을 꿇게 했다.

겨울이라 무릎을 금방 꿇었을 땐 오히려 시원했다. 눈이 쌓여 있었으니까. 춥긴 해도 그다지 아프진 않았다.

하지만 한참을 꿇다 보면 눈이 녹아내려 날카롭고 울퉁불퉁한 자갈만 남게 된다.

온몸이 얼어붙었을 무렵 가정부가 회초리를 들고 와 손바닥을 때렸다. 그때의 고통이 가장 심했는데 살이 다 터지고 피도 흘렀다.

성씨 본가가 둘레 산길 쪽에 있었고 산과 강에 인접해 있어 경치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온채아가 추가 요금까지 내고 겨우 콜택시를 불렀지만 밤이 깊은 데다가 눈까지 내리고 있어 기사는 산 아래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산을 내려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이 그녀에겐 고통이었다. 한겨울임에도 통증으로 등에 식은땀이 흥건했다.

눈길이 미끄러운 도로 위, 멀리서 검은색 벤틀리 리무진이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눈이 예리한 기사가 무의식적으로 속도를 내며 따라갔다.

“도련님, 앞에 저분 아가씨 같은데요?”

뒷좌석에 앉은 남자는 의자에 기댄 채 긴 다리를 느슨하게 꼬고 있었다. 어둠에 가려진 얼굴이 더욱 날카롭고 엄숙해 보였다. 누가 봐도 높은 자리에 있는 권력자였다.

“그래.”

기사의 말에도 눈 한 번 깜빡하지 않고 덤덤하게 말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조수석에 앉은 비서가 더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도련님, 아가씨를 그냥 이대로 두실 건가요?”

“신경 쓰고 싶어?”

남자의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비서는 더는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한참 뒤 남자는 앞 유리를 통해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온채아의 가냘픈 뒷모습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주율천이 오늘 밤 뭐 하러 갔는지 알아봐.”

“이미 알아봤는데 아마 지금 심서정과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겁니다.”

비서가 아주 빠르게 대답했다.

“도련님, 아가씨가 눈밭에서 몇 시간은 무릎 꿇었을 텐데 더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비틀거리며 걷던 그녀가 힘없이 쓰러졌다.

“도련님, 제가...”

쾅.

차 문이 세게 닫히는 소리와 함께 남자는 차가운 얼굴로 내려 눈밭에 쓰러진 온채아를 캐시미어 코트 속으로 끌어안고 번쩍 들어 올렸다.

비서가 황급히 내려 뒷문을 열었다.

“어디로 갈까요? 병원으로 가실 건가요?”

“일단 집으로 가자.”

“알겠습니다.”

“의사 불러.”

“이미 연락했어요.”

기사가 눈치 있게 히터 온도를 높였다.

차 안 조명이 켜져 있었다. 남자의 시선이 그녀의 무릎에 닿은 순간 새까만 눈동자에 냉혹한 빛이 스쳤지만 말투는 여전히 무심했다.

“참 세게도 때렸다.”

비서가 중얼거렸다.

“어르신이 언제 가볍게 때린 적이 있었나요?”

“윤혁이 요 며칠에 귀국한다고 했지?”

“네.”

“준비해.”

“어느 정도까지 준비할까요?”

비서를 힐끗거리던 남자의 두 눈에 사나운 기운이 담겼다.

“너라면 어떻게 하겠어?”

...

온채아가 깨어났을 때 몸이 힘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나른했다. 하지만 그리 힘들진 않았다.

원래 부어오르고 아파야 할 손바닥과 무릎도 보기엔 끔찍했지만 별로 아프지 않았다. 이틀간 욱신거리던 꼬리뼈도 한결 나아졌다.

하지만 그녀는 여기 있어선 안 되었다.

온채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호텔 프런트에 전화해 상황을 확인하려 했다. 그런데 몸을 움직인 순간 몸에서 옅은 침향목 냄새가 났다.

잠깐 멍해졌다가 정신을 차린 뒤 씩 웃고는 침대 옆 서랍 위에 놓인 익숙한 특제 연고를 집어 들고 체크아웃했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분위기가 유난히 화목했다. 지난 이틀간 분위기가 불편했던 게 그녀라는 불청객 때문이었던 것처럼.

“채아 씨 왔어요?”

심서정이 환히 웃으며 인사했다. 어젯밤에 주율천이 그녀를 잘 달랜 모양이었다.

온채아는 심서정과 말을 섞을 기분이 아니었지만 심서정은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는 듯 가까이 다가와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눈부시게 아름다운 핑크 다이아몬드 귀걸이를 자랑했다.

수집 가치가 있는 희귀한 핑크 다이아몬드였는데 온채아가 오랫동안 갖고 싶었던 보석 세트였다.

주율천은 나중에 경매장에 다시 나오면 사서 온채아에게 주겠다고 약속했었다.

이런 연한 핑크가 그녀에게 잘 어울린다면서 하고 다니면 분명 예쁠 거라고 했었다.

‘심서정한테 선물할 때도 같은 말을 했겠지.’

심서정은 온채아의 얼굴에 스친 실망감을 놓치지 않고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

“할머니가 그러는데 채아 씨도 보석에 대해 좀 안다면서요? 이 귀걸이 어때요? 율천이가 20억 넘게 주고 낙찰받은 거예요. 그만한 값어치가 있나요?”

“그럭저럭요.”

온채아는 속으로 자신을 비웃으면서 덤덤하게 말했다.

“아 참, 저랑 율천 오빠 아직 법적 부부예요. 이십몇억이 부부의 공동재산인 건 알고 있죠? 제 기억이 맞다면 정확히 24억 원이었어요.”

그러고는 핸드폰을 꺼내 두드리며 말했다.

“형님, 오늘 밤 자정까지 이 계좌로 12억 원을 입금하세요. 안 그러면 할머니한테 이 돈을 달라고 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심서정의 핸드폰에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확인해보니 은행 계좌번호였다.

심서정은 순간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나쁜 년, 맨날 그 할망구로 날 위협해? 12억 원을 어디 가서 구해? 주석현이 죽고 내가 받을 유산이 기껏해야 10억인데. 게다가 아직 받지도 못했다고.’

그녀에게 돈이 있든 없는 온채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샤워를 마친 뒤 딱히 할 일이 없어 방 정리를 시작했다. 필요 없는 물건들을 미리 정리해둬야 떠날 때 훨씬 수월할 테니까.

온채아는 우유부단한 사람이 아닌지라 물건들을 쓰레기통에 가차 없이 버렸다.

결혼할 때 입었던 웨딩드레스마저 오경애에게 아래층으로 옮겨 버려달라고 했다.

그때 마침 집으로 돌아온 주율천이 그 모습을 보고 말았다. 그의 시선이 웨딩드레스에 향한 순간 저도 모르게 불안감이 밀려왔다.

“웨딩드레스는 왜 꺼냈어?”

온채아는 눈을 피하지 않고 차분하게 답했다.

“버리려고요.”

쓸모없는 건 다 버릴 생각이었다.

在 APP 繼續免費閱讀本書
掃碼下載 APP
評論 (1)
goodnovel comment avatar
happyhomejoa
하나같이 똑같은 중국소설. 두여자 거느리고 왔다리갔다리 하려는 중국남자 이야기.
查看全部評論

最新章節

  •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제788화

    하도연은 어머니의 말에 담긴 속뜻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녀를 억지로 떠밀지는 않지만, 내심 그녀가 과거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그녀는 죽 그릇을 든 채 조용히 대답했다. 마치 그 말을 가슴 깊이 새겨듣는 듯했다.대각선 맞은편에 앉아있던 구민호는 고개를 숙인 채 죽을 먹다 말고, 숟가락 끝을 입술에 갖다 대고 잠시 멈칫했다.하지만 이내 아무 일 없다는 듯 평소처럼 행동했다. 그는 구운 만두를 하나 더 집어 먹었지만, 이번 것은 앞선 것만큼 맛있지 않았다. 입안은 마치 왁스를 씹는 듯 텁텁했고, 삼킬 때마다 목구멍이 아려왔다. 그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우유를 한 모금 들이켰다.시선은 자연스럽게 하도연을 훑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무언가 답장을 입력 중이었다. 최윤서에게 보내는 메시지일 터였다. 그는 서둘러 시선을 돌려 자기 앞의 반쯤 남은 죽그릇을 내려다보았다. 갑자기 입맛이 뚝 떨어졌다.바로 그때, 하도연의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발신자를 확인한 하도연의 입가에 자신도 모르게 옅은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채아야, 이렇게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전화기 너머로 온채아의 웃음 섞인 다정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도연 언니,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요? 성유준 생일이라 다 같이 모여서 파티 좀 하려고요. 아, 여사님이랑 오빠들도 다 올 수 있죠? 유경애 씨한테 음식 많이 준비하라고 했거든요.”하도연의 눈가에 다정한 기색이 서렸다.“당연히 갈 수 있지. 네가 직접 전화까지 했는데 우리가 다 가야지.”“와, 다행이다! 그럼 저녁에 집에서 기다릴게요. 일 다 끝나면 얼른 와요.”“그래, 이따가 지훈이한테도 말해둘게.”전화를 끊자마자 하도연이 입을 떼기도 전에 강미진이 웃으며 물었다.“온채아한테 온 전화야? 뭐라고 하든?”비록 하도연이 이름을 부르지는 않았지만, 강미진은 단번에 채아의 전화임을 짐작했다. 자신의 이 큰딸이, 온채아를 대할 때는 저렇게나 표정이 밝아졌으니 말이다.

  •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제787화

    다음 날, 구민호는 늦잠을 잤지만 시간은 아직 일렀다. 내려갈 때 그는 흰색 터틀넥 스웨터와 짙은 색 캐주얼 바지를 입고 있어 산뜻해 보였다. 유일하게 보기 좋지 않은 것은 그의 눈 아래 희미하게 드리워진 두 개의 푸른 기운이었다.강미진이 가장 먼저 그를 발견했다. 그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하며 그녀가 살짝 멈칫했다.“민호야, 어젯밤 잠 못 잤니?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래?”“아니에요. 여사님.”구민호는 그녀에게 다가가 부축하며 억지 미소를 지었다.“어제 일 때문에 늦게 잤어요.”그는 구정훈의 전화 때문에 잠을 설쳤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일도 중요하지만 몸이 더 중요하지.”강미진이 못마땅하다는 듯 말하며, 그가 부축해 주는 대로 식탁에 앉았다. 그러고는 위층을 향해 소리쳤다.“희민아, 도연아. 내려와서 아침 먹자. 손님 기다리게 하면 안 되지.”계단 쪽에서 곧 발소리가 들려왔다. 하희민은 어젯밤 출장에서 돌아와 새벽 한두 시가 넘어서야 도착했다. 이때 그는 다림질이 잘 된 옅은 푸른색 셔츠를 입고 있었지만, 정신은 꽤 말끔해 보였다. 다만 그의 눈 밑에도 약간의 피로감이 엿보였다.그는 식탁으로 걸어와 앉으며 구민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은 아침.”“형님, 좋은 아침입니다.”구민호는 편안한 말투로 자연스럽게 불렀다.하도연이 그 뒤를 따라 내려왔다. 그는 흰색 니트 가디건을 입고 있었고, 머리는 낮게 틀어 올려 뒤로 묶었다. 평소의 날카로움은 사라지고 편안하고 가정적인 분위기가 더해졌다.“어젯밤 잠은 잘 잤어?”“푹 잤어요.”구민호는 태연하게 대답했다.하도연이 그의 맞은편에 앉자 가정부가 이미 죽과 반찬들을 내왔다. 강미진은 스스로 미숫가루 죽을 한 그릇 퍼 담고는, 구민호에게 구운 만두를 하나 집어주었다.“먹어봐. 주방 이모가 한 건데, 도연이 어릴 때 제일 좋아하던 거야.”“네.”구민호는 고개를 숙여 한 입 베어 물었다. 바삭한 밑바닥이 입안에서 부서지며, 신선하고 뜨거운 속이 입안 가득 퍼졌다. 정말 맛있었다. 옆에 놓

  •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제786화

    구민호는 문을 닫으려다 잠시 멈칫했다. 하도연이 몸을 돌려 떠나려 하자, 무의식중에 그녀를 다시 불렀다.“누나.”하도연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장녀 특유의 차분하고 인내심 깊은 눈빛이었다.“왜? 뭐 필요한 거 있어?”하도연은 구민호가 뭘 빠뜨렸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가정부들이 새 옷이랑 세면도구도 다 챙겨뒀을 거야.”구민호는 목울대를 울리며 짐짓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최윤서 씨... 누나를 쫓아다니는 거예요?”너무나 돌직구 같은 질문에 복도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하도연은 문틀에 기대어, 그가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물어볼 줄 몰랐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래.”그녀는 부정하는 대신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너는 그 사람 어때 보여?”구민호는 그 맑은 눈망울을 보며, 그녀가 진심으로 자신의 의견을 묻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신뢰감에 마음 한구석이 찌릿하게 아려오면서도, 비밀스러운 환희가 차올랐다.“최윤서 씨... 참 좋아 보여요. 성격도 좋고, 교양도 있어 보이고요.”말할 때, 그의 시선은 하도연의 어깨 한쪽에 고정되어 마치 사실을 말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어진 다음 말에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낮추었다.“단지 누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뿐이에요.”하도연은 잠시 멈칫하다가 그의 대답에 흥미를 느낀 듯 물었다.“어디가 안 어울린다는 거야?”구민호는 하도연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시기가요. 시기가 안 맞아요.”그것이 그의 진심이었다. 최윤서는 하도연이 막 이혼하려 하고, 숨 돌릴 틈도 없었을 때 나타났다. 이렇게 모든 것이 완벽한 사람은 오히려 하도연에게 부담이 될 것이다. 그녀는 모든 감정을 혼자 소화하는 데 익숙했고, 갑자기 누군가 그 짐을 덜어주려고 하면 오히려 한 발짝 물러설 것이다.하지만 그는 그녀가 진정으로 앞을 향해 나아갈 준비가 되었을 때까지 기다리라 마음먹었다.하도연은 분명 이런 말을 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듯했다. 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가볍게 웃었다.“나도 그렇게 생각해.

  •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제785화

    최윤서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손목시계를 확인하고는 때를 맞춰 자리에서 일어났다.“시간이 늦었네요. 먼저 호텔로 들어가 봐야겠어요.”그는 다시 구민호를 향해 상냥하게 물었다.“같이 나갈까요? 태워다 줄게요.”구민호의 동작이 아주 잠깐 멈췄다. 그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하도연을 바라보았다.“누나, 저 오늘 밤 여기서 자고 가도 될까요?”하도연은 뜻밖이라는 듯 살짝 놀랐지만, 이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물론이지. 지훈아, 가서 아줌마들한테 민호 방 좀 준비하라고 해. 나는 최윤서 씨 배웅 좀 하고 올게.”“알았어.”하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구민호를 의미심장하게 쳐다본 뒤, 자리에서 일어나 유경애를 찾으러 갔다.하도연과 최윤서는 나란히 현관을 향해 걸어갔다. 마당 입구에 다다랐을 때, 최윤서가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돌아보며 부드럽게 물었다.“구씨 집안 그 아이, 전남편 동생이죠?”“네.”최윤서가 고개를 끄덕였다.“도연 씨랑 사이가 꽤 좋아 보이네요.”하도연이 가볍게 웃었다.“어릴 때부터 봐온 사이라 반쯤은 친동생이나 다름없어요.”최윤서는 더는 묻지 않고 가볍게 웃어 보였다.“그럼 먼저 가볼게요. 나중에 시간 날 때 같이 식사해요.”그는 길가에 세워둔 차로 걸어가 운전석에 올라타더니 창문을 내리고 그녀에게 먼저 들어가라는 신호를 보낸 뒤 차를 몰고 사라졌다.거실 안, 하지훈은 앞마당을 뚫어지게 응시하는 구민호를 훑어보며 흥미롭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우리 누나 예쁘지?”“예쁘죠...”구민호는 무심결에 대답하다가 아차 싶어 말을 멈췄다. 그는 자연스러운 척 시선을 거두었지만, 귓바퀴가 터질 듯 붉어져 있었다. 애써 태연한 척 그가 덧붙였다.“누나는 항상 예쁘셨어요.”그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훈은 아직 그를 추궁할 생각이 없었다. 지금은 때가 아니었으니 말이다.“그래, 이혼 서류 도장도 아직 안 찍었는데 벌써 누나를 쫓는 남자가 줄을 섰지 뭐야.”그는 웃으며 말을 마친 뒤, 차 키를 챙겨 자리에서 일

  •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제784화

    하지훈은 내색하지 않고 눈썹을 살짝 치켜들었다. 시선은 전방 도로에 고정했지만, 귀는 온통 옆자리에 쏠려 있었다.수화기 너머도 이 말에 막혔는지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그럼 뭘 원하는데? 엄마한테 말해봐.”구민호는 몇 초간 조용히 있다가 옆에 있는 하지훈을 힐끗 보고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삼켰다.“...됐어요. 끊을게요.”그는 전화를 끊고 휴대전화를 뒤집어 무릎 위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차창 밖을 응시할 뿐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훈은 백미러로 그를 흘끗 보았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에어컨 온도를 한 단계 올렸다.차는 밤길을 달려 경성에 들어섰을 땐 이미 밤 8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하지훈은 자신의 집으로 바로 가지 않고 그린 빌라로 직행했다.차를 대문 앞에 세우고 시동을 끈 하지훈이 조수석을 돌아보며 말했다.“도착했다. 들어가자.”안전벨트를 풀던 구민호의 손길이 멈칫했다.“제가 같이 들어가요?”“그럼? 호텔에 떨궈주고 돌아가라고?”하지훈은 이미 차에서 내려 차 지붕을 툭툭 쳤다.“가자. 누나한테 할 말도 있고, 들어가서 따뜻한 차나 한잔하고 가.”빌라 안은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하도연은 소파에 앉아 서류를 검토 중이었고, 가정부가 마침 차를 내려놓는 참이었다.현관 쪽 소리에 하도연이 고개를 들었다. 시선은 먼저 하지훈에게 머물렀고, 뒤이어 그 뒤에 선 구민호에게 향했다.하지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누나.”구민호는 그녀의 시선을 받자 걸음을 멈추고 인사했다.“누나.”목소리는 맑고 다정했다. 백송정에서 보여주었던 그 서늘하고 날카로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하도연은 펜을 내려놓았다.“밥은 먹었어?”“대충 때웠어.”하지훈은 소파 곁에 앉아 백송정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분위기는 한결 여유로웠다. 그때 가정부가 과자 접시를 내왔다.하도연이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려는 찰나, 저 멀리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늦은 시간에 손님이 있네요?”부드럽고 여유로운 말투였다. 하

  •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제783화

    “남 하나 기 살려주겠다고 여기서 이러고 있나. 정말 멍청하긴.”룸 안의 공기가 2초간 정적에 휩싸였다.구정훈은 생각할수록 기가 찼다.“구민호, 그 여자가 널 동생 취급 좀 해준다고 진짜 친동생이라도 된 줄 알아? 너랑 나, 우리가 피 섞인 친형제야...”“내 일에 신경 쓰지 마.”구민호가 그의 말을 바로 끊어버렸다. 평소 서늘하고 냉담하던 눈동자에 문득 아주 옅은 강단이 서렸다.그의 말투는 나른하고 가벼웠지만, 한 치의 여지도 없었다.“괴롭혔으면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지.”“네가 그 여자를 아끼지 않으면, 아껴줄 사람은 줄을 섰어.”말끝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룸 문이 밖에서 열렸다.문가에 서 있는 하지훈을 발견한 그가 말을 뚝 끊었다. 하지훈은 문간에 서서 대치 중인 형제를 훑어보더니, 이내 구민호에게 시선을 고정했다.“가요.”구민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 옷매무새를 다듬고는 문밖으로 향했다. 구정훈 곁을 지날 때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고,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하지훈은 몸을 비켜 길을 내주었고, 구민호가 곁에 서자 그제야 구정훈을 향해 덤덤하게 내뱉었다.“매형, 아니 전 매형. 식사 맛있게 하세요. 저희는 먼저 가보겠습니다.”하지훈과 구민호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백송정을 빠져나왔다.하지훈의 검은색 SUV에 올라탄 뒤에야 구민호가 입을 열었다.“형, 여긴 어쩐 일이에요? 누나가 한 번 보고 오라 했어요.”하지훈은 차를 출발시키며 무심하게 덧붙였다.“움직임이 생각보다 빠르네.”그는 고개를 돌려 옆을 훑었다.“해성엔 언제 들어왔어?”“오늘 오후요.”구민호는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오는 길에 들러서 처리할 일이 좀 있어서요.”“일은 다 끝났고?”하지훈은 주차장을 빠져나오며 물었다.“난 이제 경성으로 가야 하는데, 같이 갈 거야, 아니면 해성에 더 있을 거야?”“다 끝났어요. 형이랑 같이 경성 갈게요. 여사님 뵌 지도 꽤 됐으니까.”하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그 후로 두 사람은

  •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제116화

    민은하의 협박을 들은 온채아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사실 그녀는 털이 복슬복슬한 동물들을 매우 좋아했고 그중에서도 강아지를 가장 좋아했다.하지만 성유준이 털 알레르기가 있어서 어릴 적 강아지를 키울 수 없었다.그러다가 열여섯 번째 생일이 되던 날, 성유준은 작은 보더콜리 한 마리를 선물했고 이름을 코코라고 지어줬다.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온채아는 코코와 함께 잔인하게 버려졌다.그때부터 코코는 늘 온채아의 곁을 지켜주며 그녀의 유일한 안식처가 되어주었다.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코코가 사

  •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제627화

    성심 병원, VIP 병실.강미진은 어젯밤 온채아가 무사히 집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다시 푹 잠들었다.이제 막 깨어난 그녀 곁에는 하선호와 하도연이 한시도 떨어지지 않은 채 지켜보고 있었다.그녀는 하선호가 아닌 큰딸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너도 어젯밤 내내 집에 안 갔어?”“엄마가 아픈데 제가 어떻게 마음 편히 집으로 가요?”하도연의 눈가에 피로가 묻어났지만 이미 오랜 세월 익숙해져 있었다. 강미진을 화장실로 데려가 씻긴 뒤 그녀의 요구에 따라 어젯밤 일에 대해 사소한 것까지 꼼꼼히 보고했다.모두 무사

  •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제632화

    하씨 가문 사람들도 온채아의 건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무리하게 고집부릴 수 없었다.게다가 성유준의 말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강미진은 그가 온채아를 이토록 신경 쓰는 모습을 보고 더 안심되었다.“역시 네가 세심하게 챙기는구나.”이미숙은 소리 없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하씨 가문 사람들은 문안만 오면 됐지, 그녀의 손자며느리와 증손주까지 데려가려 했다.시간이 어느 정도 된 것 같아 그녀는 웃으며 말을 꺼냈다.“이제 밥 먹을 시간인데 간단히 함께 식사하시죠.”“그래요.”온채아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강미진에게 말했다.

  •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제618화

    하지훈은 자신의 감정이 그렇게나 명확하게 드러났을 줄은 몰랐는지 쑥스러운 듯 코끝을 만지작거렸다. “내가 그랬나?”“못났어.” 성유준은 하지훈을 한심하다는 듯 곁눈질하고는 더 지체하지 않았다. “채아 데리고 먼저 갈게. 박시훈 쪽은 성구가 이미 사람들을 데리고 따라붙었으니까 알고 싶은 게 있으면 직접 연락해 봐.””원래 성유준은 박시훈을 이곳에서 살려 보낼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박명하가 직접 손을 쓴 것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 만약 박시훈을 미끼 삼아 박명하의 행방을 찾아낼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하지

更多章節
探索並免費閱讀 優質小說
GoodNovel APP 免費暢讀海量優秀小說,下載喜歡的書籍,隨時隨地閱讀。
在 APP 免費閱讀書籍
掃碼在 APP 閱讀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