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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Author: 락희
“내가 잘못했어...”

온채아는 아직 머리가 띵했지만 그녀의 연기에 맞춰주며 말했다.

“음, 꿀물이나 타 줘. 그러면 용서해 줄게.”

“알았어!”

정다슬은 잽싸게 그녀의 가방을 현관 수납장에 올려놓고 능숙한 솜씨로 꿀물을 타서 거실로 돌아왔다.

그녀는 얼굴에 미소를 가득 띠며 물었다.

“진짜로 용서해 주는 거야?”

“당연하지.”

온채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애초에 이 엉망진창인 상황을 얼마나 오래 숨길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차 안에서 들통났을 때는 당황스러웠지만 집에 올라오는 동안 오히려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성유준이 비웃든 말든 거만하게 굴든 말든 상관없었다.

그녀는 모든 걸 내려놓기로 했다.

정다슬은 그녀의 안색이 비교적 평온해 보이자 잽싸게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럼 말해 줄 수 있어? 왜 네 전화를 성유준이 받은 거야?”

“무례한 사람이니까.”

온채아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그는 원래 제멋대로였고 이치에 맞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온채아는 오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있었던 일을 정다슬에게 털어놓았고 정다슬은 왠지 모르게 찜찜한 기분이 들어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분명히 강 선배가 너를 데려다줄 수도 있었는데 성 대표님이 굳이 자기가 데려다주겠다고 나선 거잖아. 그거, 혹시 성 대표님이 너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건 아닐까?”

“?”

온채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누가 그렇게 호감을 표시하는 걸 본 적 있어?”

“그럼 만약에 그가 정말로 너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거라면 다시 그와 잘해 볼 생각은 없어?”

“없어.”

온채아는 거의 망설임 없이 대답하며 꿀물을 한 모금 마셨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딱 한 번의 기회밖에 없는 거야.”

오직 단 한 번 완전히 믿을 수 있는 기회 말이다.

다시 좋아진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말이었다.

일단 신뢰가 깨지면 아무리 억지로 맞춰보려고 해도 틈과 의심으로 가득할 뿐이다.

모든 관계가 다 그렇듯이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언제 다시 버려질지 끊임없이 불안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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