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태성그룹 소유의 최고급 6성급 호텔, 그랜드 볼룸.
스텔라 인베스트먼트가 새롭게 출범하는 우주 항공 및 인공지능 프로젝트의 공식 론칭 파티가 화려하게 열리고 있었다.수백 개의 샹들리에가 쏟아내는 눈부신 빛 아래,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빅테크 CEO들과 글로벌 투자자들이 연신 샴페인 잔을 부딪쳤다.
그 거대한 권력의 중심에는, 몸의 곡선을 우아하게 감싸는 블랙 실크 드레스를 입은 서연우가 완벽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대표님. 이번 저궤도 위성망 프로젝트의 스케일에 실리콘밸리 전체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스텔라의 자본력이 우주로 뻗어 나가다니, 저희에게도 투자의 기회를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거물들이 앞다투어 연우에게 허리를 굽히며 찬사를 늘어놓았다.
연우는 가볍게 샴페인 잔을 들어 올리며, 가장 오만하고도 고결한 눈웃음으로 그들의 아부에 화답했다."야! 차레오! 너 너무 빠르잖아! 같이 가!"레오의 뒤를 이어, 편안한 휴양지 차림으로 갈아입은 막내 은우가 헉헉거리며 모래사장을 달려오고 있었다."레오! 안 돼! 아빠 다리 덥석 물면 안 된다고!"은우의 다급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주인의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은 레오는 꼬리를 모터처럼 흔들며 태경과 연우의 곁으로 단숨에 뛰어왔다."이 빌어먹을 똥개 녀석! 감히 내 등에 업힌 여왕님을 놀라게 할 참이냐!"태경이 짐승처럼 흉흉한 눈빛으로 레오를 쏘아보았지만, 태성그룹 회장의 살기 따위는 레오에게 전혀 통하지 않았다.레오는 헥헥거리며 태경의 바짓가랑이에 얼굴을 비비적거렸고, 연우를 향해 반갑다는 듯 짧게 짖으며 애교를 부렸다."우리 레오, 섬에 와서도 아침부터 에너지가 넘치네."연우가 태경의 등에서 한 손을 뻗어, 펄쩍펄쩍 뛰는 레오의 황금빛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었다."아침부터 아주 요란들 하네."레오의 뒤를 따라, 화려한 실크 로브를 걸친 시아가 금발의 약혼자와 팔짱을 낀 채 여유롭고 도도한 걸음으로 다가왔다."아빠, 레오한테까지 질투하고 기싸움 하는 건 25년이 지나도 여전하시네. 우리 엄마 독점하려는 그 무식한 집착증은 죽을 때까지 못 고칠 거야, 아마."시아가 혀를 끌쯧 차며 콧방귀를 뀌었다."내가 내 아내를 독점하겠다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냐! 너도 네 약혼자 등에나 업혀서 다녀!"태경이 지지 않고 으르렁거리자, 시아의 곁에 섰던 금발의 귀족 청년이 화들짝 놀라며 당장이라도 등을 내어줄 듯 자세를 낮췄다.그 우스꽝스러운 광경에 연우는 기어이 참지 못하고 맑은 폭소를 터뜨렸다."두 분, 아침 운동치고는 꽤 유별나고 격렬한 애정 행각이시군요."어느새 도윤과 지안 부부까지 다가와, 왁자지껄한
"여러분. 후대의 역사가들이 왜 이 두 사람을 '전설'이라 부르며 교과서의 가장 중요한 챕터에 기록했는지 아십니까?"강의실 안의 수백 명의 학생이 일순간 숨을 죽인 채 교수의 입만 바라보았다."단순히 그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이고, 세계 경제를 장악했기 때문이 아닙니다."홀로그램 스크린 위로, 어느 옛날 지중해의 붉은 석양을 배경으로 서로를 꽉 끌어안은 채 미소 짓고 있는 두 남녀의 흐릿한 복원 사진 한 장이 떠올랐다."가장 척박하고 잔혹했던 자본주의의 지옥 속에서. 서로를 향한 절대적인 믿음과 사랑만으로 기어이 세상을 발밑에 꿇리고, 가장 완벽하고 찬란한 구원을 스스로 쟁취해 냈기 때문입니다."노교수의 묵직한 설명이 대강당을 꽉 채웠다."어떤 권력의 암투도, 시간의 흐름조차도 두 사람의 그 지독한 순애보를 갈라놓지 못했죠. 그들의 삶 자체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승리이자 신화였던 겁니다.""……와아."학생들의 입에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벅찬 탄성이 터져 나왔다.그것은 단순히 교과서 속 옛 위인들을 향한 존경이 아니었다.모든 것을 잃은 바닥에서 시작해 세상의 정점에 서기까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던 여왕과 그녀를 위해 세상을 찢어발긴 폭군이 만들어낸 그 압도적인 서사에 대한 순수한 전율이었다."이 챕터를 끝으로 이번 학기 거시 경제사 강의를 마치겠습니다."딩동댕동-.마침내 수업의 끝을 알리는 경쾌한 홀로그램 종소리가 강의실에 울려 퍼졌다."수고하셨습니다, 교수님!"학생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마친 뒤에도, 아무도 섣불리 강의실을 빠져나가지 못했다.그들은 허공에 떠 있는 교과서 412페이지의 삽화, 차태경과 서연우의 이름을 홀린 듯이 응시하고 있었다.
수백 년의 세월이 흐른 아득한 미래. 과거 대한민국 서울이라 불렸던 땅 위에 세워진, 세계 최고의 영재들만이 모인다는 초일류 스텔라 아카데미의 대강당.허공에 띄워진 거대한 투명 홀로그램 스크린 앞으로, 은발의 노교수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자, 오늘은 글로벌 경제사 강의 중에서도 여러분이 가장 고대하던 챕터입니다."노교수가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학생들의 책상 위로 푸른빛의 디지털 교과서가 일제히 떠올랐다. 홀로그램 교과서의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가더니, 412페이지에서 멈춰 섰다.[ 제7장. 세상을 바꾼 위대한 부부 (The Great Couple Who Changed the World) ]그 화려한 챕터의 제목 아래에는, 수백 년 전 전 세계의 자본과 권력을 완벽하게 통제했던 두 사람의 이름이 황금빛으로 아로새겨져 있었다. 태성그룹의 차태경, 그리고 스텔라 인베스트먼트의 서연우."교수님! 질문 있습니다!"가장 앞자리에 앉아 있던 남학생 하나가 흥분한 얼굴로 손을 번쩍 들었다."이 챕터에 나오는 이야기들 말입니다. 솔직히 후대 역사학자들이 만들어낸 과장된 신화 아닙니까?""어떤 부분이 그렇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까?"노교수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반문했다."전부 다요! 한낱 쫓겨난 이혼녀였던 여자가 맨손으로 세계 금융을 쥐락펴락하는 스텔라의 여왕이 되었다는 복수극도 영화 같지만요."남학생이 홀로그램 속 차태경의 흑백 사진을 가리키며 열을 올렸다."저 차태경이라는 남자의 기록은 더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역사서에는 그를 '자비 없는 자본주의의 포식자'이자 '피도 눈물도 없는 폭군'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괴물이 평생토록 자기 아내 한 사람에게만 맹목적인 복종을 바쳤단 말입니까?"남학생
"아무도 당신을 방해하지 못하게. 오직 이 차태경의 시야 안에서, 내 숨결만을 들이마시며 살아가게 만들 겁니다."스르륵.어느덧 보랏빛이었던 하늘이 옅은 주황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그리고 마침내, 잔잔한 수평선 너머로 거대하고 붉은 아침 해가 그 찬란한 모습을 서서히 드러냈다."아."연우의 입술 사이로 경이로운 탄성이 새어 나왔다.지중해의 검푸른 바다 위로 붉은 금가루를 흩뿌린 듯, 눈부신 아침 햇살이 해변을 향해 찬란하게 밀려들었다.25년 전, 서로의 목적을 위해 차가운 계약서에 서명부터 했던 두 사람.지옥 같은 어둠 속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벼려냈던 그들의 치열했던 밤이 완벽하게 끝나고, 진정한 승리와 평온의 아침이 밝아오는 순간이었다."태경 씨, 저것 봐요. 해가……."연우가 벅찬 얼굴로 수평선을 가리키며 태경을 돌아보았다.하지만 태경의 시선은 단 한 번도 떠오르는 태양을 향하지 않았다.그는 떠오르는 붉은 아침 해의 빛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눈부시게 빛나는 연우의 얼굴만을, 마치 신을 마주한 광신도처럼 맹목적으로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왜 해는 안 보고 나만 뚫어지게 봐요."연우가 귓바퀴를 붉게 물들이며 태경의 단단한 가슴을 찰싹 때렸다.하지만 태경은 시선을 거두기는커녕, 커다란 손을 뻗어 연우의 뺨을 아주 소중하게 감싸 쥐었다."저깟 붉은 불덩어리가 눈에 들어올 리가 있겠습니까."태경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파도 소리를 가르며 연우의 고막을 아찔하게 울렸다."내 세상의 유일한 태양은, 이미 내 품 안에 이토록 완벽하게 안겨 있는데 말입니다.""……!""오히려 저 건방진 태양이 떠오르는 것이 원망스러울 지경이군요. 오직 나만
"그 빌어먹을 하늘을 통째로 찢어발겨서라도, 내 여자의 옷깃에 단 한 방울의 비도 닿지 않게 만들겠어. 다음 생이든, 그다음 생이든, 네가 존재하는 모든 우주는 오직 나 차태경이 완벽하게 지배하고 지켜낼 테니까."망설임조차 섞이지 않은, 세상에서 가장 폭력적이고도 완벽한 맹세.신을 저주하고 지옥을 부수어서라도 기어이 그녀의 곁에 도달하겠다는 그 압도적인 순애보 앞에, 연우는 기어이 눈시울을 붉히며 환한 미소를 터뜨리고 말았다."정말 당신다운 대답이네요."연우가 눈물이 맺힌 눈으로 태경을 올려다보며, 아주 매혹적인 눈웃음을 지었다."그럼 나는 마음 편히 기다리고 있을게요. 당신이 그 무식하고 거대한 힘으로 지옥을 부수고, 가장 오만하게 나를 데리러 올 때까지.""기대해도 좋습니다. 나는 단 한 번도 내 사냥감을 놓쳐본 적이 없는 맹수니까.""그래요. 나의 완벽한 사냥개, 나의 유일한 구원자."연우가 태경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아주 깊고 평온한 숨을 내쉬었다.죽음의 경계를 넘어서라도 기어이 서로를 찾아내겠다는 영원한 서약.그 어떤 계약서나 서명보다도 무겁고 절대적인 맹세가, 지중해의 서늘한 밤공기를 세상에서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태경은 자신의 품에 완벽하게 안긴 연우를 안아 들고, 하얀 모래사장 위를 천천히 거닐기 시작했다.자신들의 발밑에 꿇린 제국의 영광도, 전 세계를 쥐락펴락했던 자본의 위용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오직 내 품 안에 존재하는 단 한 명의 여자.그녀가 자신의 곁에서 숨을 쉬고, 자신의 체온을 느끼며, 영원한 다음 생까지 허락해 주었다는 사실만이 이 남자를 미치도록 살아 숨 쉬게 만들고 있었다."사랑합니다."태경이 연우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에 깊게 입을 맞추며, 짐승처럼 앓는 소리로 속
지중해의 짙푸른 밤하늘에서 은하수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고요한 파도 소리만이 일정한 박자로 모래사장을 적시는 해변.서연우는 차태경의 넓고 단단한 품에 빈틈없이 갇힌 채, 아주 느릿하고 평화로운 호흡을 내쉬고 있었다."밤바람이 찹니다."태경이 자신의 턱시도 재킷을 벗어 연우의 어깨 위로 꼼꼼하게 덮어주었다.그의 커다란 두 손이 연우의 가는 허리와 등허리를 감싸 안고, 행여나 찬 공기가 스며들세라 자신의 뜨거운 체온을 아낌없이 나누어주고 있었다."당신 품이 이렇게 난로처럼 뜨거운데, 추울 리가 있겠어요."연우가 나른한 미소를 지으며 재킷의 깃을 여몄다.태경의 심장이 뛰는 묵직한 박동 소리가 연우의 귓가를 기분 좋게 울렸다.그 규칙적이고 단단한 소리는, 지난 수십 년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 속에서도 그녀를 지탱해주었던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자장가였다.연우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자신만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는 태경의 칠흑 같은 동공을 마주 보았다.전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며 수백만 명의 운명을 결정짓던 짐승 같은 폭군.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 남자의 눈빛 속에는 오직 자신의 여자에게 맹목적으로 복종하는 절대적인 순애만이 가득 차 있었다."차태경 씨."연우가 하얀 손을 뻗어 태경의 날렵한 턱선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왜 그러십니까, 나의 여왕님."태경이 연우의 손길에 짐승처럼 뺨을 부비며, 아주 낮고 짙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문득, 이 완벽한 밤하늘을 보고 있으니까…… 아주 조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드네요.""억울하다고요?"태경의 미간이 일순간 좁아졌다.그의 눈동자에 당장이라도 그녀를 억울하게 만든 세상의 모든 것을 부숴버리겠다는 서늘한 살기가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