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성민도 행사장에 도착했다.그의 자리는 두 번째 줄, 연미혜와 경민준 자리의 바로 옆 뒷줄이었다.조금 늦게 도착한 그는 막 자리에 앉으려다가 경민준이 몸을 살짝 돌려 연미혜에게 먼저 말을 거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연미혜가 아무 반응도 안 했는데, 경민준의 그 웃음은 뭐지...’염성민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이상하게도 그는 경민준이 연미혜에게만은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최근 몇 달간, 둘 사이에서 특별히 수상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기에 그는 경민준이 이미 연미혜에게 마음이 떠났다고 생각
안전을 위해 연미혜는 연선아를 돌볼 사람을 두 명 더 붙였다. 이들과 함께 1003호의 상황도 살펴달라고 부탁해 두었다.그날 밤 1003호 환자가 예정보다 일찍 퇴원했다는 소식을 받았다.박영순이 퇴원한 건 맞고, 퇴원 전까지 별다른 일도 없긴 했지만, 연미혜는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두 간병인을 그대로 두기로 했다. 그들은 연선아 곁을 지키기로 했다.한편 김태훈은 자율주행차 관련 사업 미팅이 한창이라 요즘 유난히 바빴다. 그래서 이번에 정부 주관으로 열린 고품질 기업 발전 대회에는 연미혜가 대신 참석하게 되었다.이 행사는 우
연미혜가 조심스레 물었지만, 담당 의사가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간호사가 먼저 말했다.“1003호요? 어제 고혈압으로 갑자기 쓰러지신 어르신이에요. 검사해 보니까 큰 문제는 없었고요. 사실 당일 퇴원도 가능했는데... 가족들이 완강하게 입원시키겠다고 해서요. 상태도 금방 호전됐는데, 일반 병실은 못 쓰겠다 하시고 꼭 VIP 병동을 쓰셔야 한다고 해서...”간호사는 목소리를 낮추긴 했지만 마치 불만을 토로하듯 말이 점점 길어졌다.“사실 요즘 VIP 병동 예약이 꽉 찼거든요. 그런데 어디 대단한 가문 어르신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경민준의 메시지를 본 연미혜는 잠시 눈을 내리깔았다. 그리고 조용히 답장을 보냈다.[나는 따로 더 추가할 건 없어.]그에 대한 경민준이 곧바로 답장을 보내왔다.[알겠어.]그 한마디 이후, 두 사람 사이엔 더 이상 어떤 메시지도 오가지 않았다. 이젠 정말로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뜻이었다.진명옥에게 진료를 맡긴 이후, 연선아는 보다 정밀한 검사와 치료를 위해 요양병원에서 나와 도원 중앙대병원 VIP 병동으로 옮겼다.그다음 날 아침, 연미혜와 허미숙은 병문안을 위해 병원을 찾았다.치료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연선아는
경다솜이 연씨 가문에서 머문 지 사흘째 되는 날 밤 연미혜는 방에서 머리를 말리던 중이었다.그때 경다솜의 휴대폰이 울렸고 화면을 본 경다솜이 활짝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엄마! 아빠 전화야!”연미혜는 짧게 ‘응’ 하고 대답했고 경다솜은 바로 전화를 받더니 스피커폰으로 돌렸다.“아빠!”“저녁은 먹었어?”“먹었어요!”잠깐의 안부 인사가 오간 뒤 경민준은 오늘 전화한 진짜 이유를 꺼냈다.“내일 우리 지유 이모랑 놀러 가기로 한 날이잖아. 아빠가 이따 사람 보낼 테니까 그때 집으로 오면 돼.”경다솜은 연씨 가문에 머무는 동
그날 밤, 연미혜가 집에 돌아왔을 때 경다솜은 이미 그녀의 방 침대에서 잠들어 있었다.세수를 마치고 조용히 침대에 누운 순간 경다솜이 잠결에 몸을 돌리며 연미혜의 품으로 파고들었다.“엄마... 다녀오셨어요?”“응. 다솜이 먼저 잤어?”경다솜은 대답 없이 숨소리만 고르더니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연미혜는 딸아이의 이마를 살짝 쓰다듬으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다음 날 아침, 김태훈은 외부 업체와의 협의차 자리를 비웠고 연미혜는 넥스의 엔지니어 몇 명과 함께 경문 그룹을 찾았다.오전 내내 기술 관련 이야기에 몰두하느라 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