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그때 임지유의 휴대전화 화면이 번쩍하며 알림이 울렸다.또다시 정범규였다.정범규는 경민준이 한참 동안 답장을 하지 않자, 단체 채팅방에서 그를 태그했다.[민준아? 보고 있어?]잠시 후에야 경민준의 답장이 올라왔다.[무슨 일인데?]정범규는 기가 막힌 듯 줄임표만 보냈다.[...]정범규는 그제야 경민준이 단톡방을 보고도 답장하지 않은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경민준이 굳이 답할 말이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민준이는 원래 하루라도 빨리 이혼 절차를 끝내고 싶어 했었지. 숙려 기간이 끝나갈 때마다 이런저런 일이 겹쳐 연미
약속했던 날짜가 되자 다음 날 아침 연미혜는 예정된 시간에 법원에 도착했다.경민준은 이미 와 있었다. 약속 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한 듯했다.이혼 절차는 별다른 문제 없이 빠르게 진행되었다.모든 서류 처리가 끝난 뒤 건물을 나서는 길에 경민준이 조용히 물었다.“며칠 뒤에 다솜이가 바다에 나가서 놀고 싶다는데... 시간 돼?”연미혜는 걸음을 멈추고 잠시 생각한 뒤 답했다.“확실하진 않아. 생각은 해볼게.”“그래.”경민준은 고개를 끄덕였고 더는 붙잡거나 되묻지 않았다.연미혜는 뒤돌아보지 않은 채 그대로 걸어 나갔다.그
경민준은 금세 답장을 보내왔다.[그래. 알고 있어.]문자는 그렇게 왔지만 또다시 사흘, 나흘이 지나도록 이혼 일정 협의에 관한 연락은 없었다.경민준은 귀국한 지 이미 일주일이 지났지만 연미혜에게 법원에 가자는 말은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이 사실은 임씨 가문과 손씨 가문에도 빠르게 전해졌다.그뿐만 아니라, 지난 일주일 동안 경민준이 임지유와 만나는 횟수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점 역시 모두가 눈여겨보고 있었다.만약 경민준이 바빴다면 이해할 여지가 있을 테였지만 이들이 파악한 바로는 일주일 동안 그의 일정은 유독 널널한
사실 연미혜가 이 돈을 받기로 한 이유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 결혼을 끝내면서 받게 될 모든 것을 언젠가 경다솜에게 물려줄 생각이었다.아이를 위해 지금부터 차곡차곡 마련해 두어야 훗날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스스로 선택하고 버틸 힘이 생길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며칠 뒤, 경민준이 귀국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의 법률대리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6조 원 보상 계약서가 이미 준비되어 있다며 미리 문서를 보내 검토를 요청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전화를 끊은 뒤, 연미혜는 이 정도 금액이라면 까다로운
연미혜가 이혼 소송을 준비하겠다고 말했을 때 허미숙은 오히려 그 결정을 지지했다.허미숙과 이야기를 마치고 2층으로 올라간 연미혜는 배지호에게 전화를 걸어 소송 절차를 논의하려던 참이었다.그런데 그 순간 경민준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제시간에 못 돌아간 건 변명할 여지 없이 내 잘못이야. 미안해.]연미혜는 화면만 바라보았고 굳이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잠시 후 두 번째 메시지가 이어졌다.[소송만 하지 않으면... 6조 원 줄게. 합의로 끝내자.]연미혜는 이 메시지에도 아무런 답장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경민준이 소송을 막
한편, 연미혜는 임지유 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요즘 그녀의 마음은 비교적 가벼웠다. 허미숙의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져 이제 거의 회복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녀와 경민준의 ‘이혼 의사 확인’ 기간도 어느새 절반 이상 지나 있었다.그럼에도 경민준은 여전히 출장에서 돌아오지 않았다.며칠 전 경다솜에게 들은 바로는 아직도 일이 많아 당분간 귀국 날짜조차 확정할 수 없다고 했다.날짜는 계속 흘러가고 이혼의사 확인 기일이 끝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잠시 고민하던 연미혜는 결국 메시지를 보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