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대표님, 앞에 신호등이 빨간불로...”“무시해!”“알겠습니다.”경호원 또한 심지경의 말을 거역할 배짱이 없었다. 가는 길 내내, 신호등을 무시하고 과속하며 달렸다. 다행히 자정이라 경찰들이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바로 쫓아왔을 것이다.김호진은 백미러를 통해 심지경이 가까스로 참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심화영에 대한 걱정만큼이나 성수연을 걱정하는 게 느껴졌다.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대표님, 저도 이렇게 말하면 안 된다는 거 아는데 목숨 걸고 한마디 하겠습니다. 성수연 씨의 상태가 걱정된다면 오늘 밤 왜 성수연 씨를 데려가신 겁니까? 데려가지 않으셨다면 위험에 빠지는 일도 없었을 텐데요.”심지경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갈라진 듯 쉬어 있었다.“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어.”지난 수년 동안, 성수연을 곁에 두는 것, 성수연의 보호를 받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래서 곁에 성수연이 있으면 마음이 조금은 놓였다.“성수연은 몸놀림이 좋잖아. 심현 그룹 전체를 통틀어 봐도 몸놀림이 성수연보다 더 나은 사람은 없어.”성수연의 능력에 대한 인정이자 이것은 칭찬이었다.그런데 듣고 있자니 왠지 성수연이 불쌍하게 느껴졌다.김호진이 한숨을 쉬었다.“몸놀림이 아무리 좋아도 여자인데...”“그 방에 있는 사람들 합쳐도 성수연의 상대가 안 될 거야.”심지경은 붉게 충혈된 눈을 감으며 힘껏 숨을 몰아쉬었다. 김호진에게 대답하는 듯했지만 그것보다도 스스로를 위로하는 톤이 더 강했다.“아무 일도 없을 거야, 분명 절대 아무 일도 없을 거야...”고급 세단이 최고 속도로 내달려 컬러 나이트로 돌아왔다.미친 듯이 달려 룸 앞으로 온 심지경은 이스테이트 조직의 타격수들이 사방에 혼잡하게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벽과 바닥 곳곳에 핏자국이 가득해, 처참하고 공포스러웠다.고승민은 사라졌고 성수연 역시 종적을 감췄다.등골이 서늘해진 심지경은 불길한 예감이 온몸을 휘감는 듯했다. 달려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이스테이트 부하
룸 문이 닫히는 순간 성수연은 자신이 어둡고 차가운 바닷속에 던져진 것 같았다. 끝이 안 보이는 깊은 곳에 빠른 속도로 추락하고 있었다.고승민이 큰 손으로 성수연의 몸을 주무르며 주사기로 성수연의 창백한 볼을 스쳤다.“봐, 너희 심 대표가 얼마나 박정한지. 너를 가차 없이 버리네. 그가 남자답게 싸움 잘하는 것 외에 전혀 남자 같지 않잖아?”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있는 성수연은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차라리 내 곁에 있는 게 어때? 심지경을 따르면 평생 경호원으로만 있어야 할 거야. 하지만 내 곁에 있으면 너를 이스테이트 조직의 황후로 만들어 줄게... 악!”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성수연은 무덤덤한 얼굴로 그녀의 아랫배를 만지려던 고승민의 손목을 부러뜨렸다.“네 이 더러운 손, 내 아이에게서 떼!”팔을 든 고승민은 축 처진 자신의 손을 보고 놀라 기절할 뻔했다.“도련님!”이스테이트의 부하직원들이 음침한 검은 안개처럼 한꺼번에 달려들어 성수연을 에워쌌다....컬러 나이트 안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불행 중 다행인 것은 많이 다친 사람은 있어도 사망자는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사태는 통제 불가능해졌을 것이다. 만약 심현 그룹 대표이사 심지경이 신문 헤드라인에 오르면 대표이사 자리에서도 물러나야 할 뿐만 아니라 매사에 엄격한 심태수가 아들을 이사회에서 쫓아내 절대 찾을 수 없는 해외로 보낼 것이다.“오빠, 내 목... 너무 아파...”고급 세단이 심씨 가문으로 향하고 있었다. 안전해진 차 안에 있는 심화영은 심지경의 품에 안긴 채 울고 있었다. 그녀의 눈물은 피 냄새가 묻은 심지경의 옷깃을 적셨다.“나 정말... 죽을 줄 알았어... 오빠를 다시 못 볼까 봐 너무 무서웠어...”“바보야, 너 이제 안전해. 앞으로 다시는 아무도 너를 괴롭히지 못할 거야. 그러니 쓸데없는 생각 마.”심지경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여동생을 위로했지만 마음은 딴 데 있었다.심화영의 머리끝을 쓰다듬는 손은 아직도 미세하게 떨렸다
심지경은 온몸이 얼어붙었다. 분노로 끓어오르던 피가 이 순간 얼음처럼 굳어버린 듯했다.멍해진 성수연은 전례 없는 공포가 심장 깊은 곳에서 솟구쳤다.이보다 더 위험한 상황도 겪어봤기에 두려울 것이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성수연에게는 뱃속에 지켜야 할 아이가 있었다.그래서 피가 묻었지만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린 손으로 무의식중에 아랫배를 감쌌다.그런데 이 미세한 동작을 알아챈 심화영은 눈에 음흉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성수연은 긴 속눈썹을 살짝 떨며 심지경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심지경은 시종일관 그녀를 보지 않았다.“어이, 그냥 일개 경호원인데 선택하기 그렇게 어려워?”고승민은 눈을 동그랗게 부릅떴다. 바늘 끝은 이미 심화영의 살갗에 박혔다. 심화영은 아파서 계속 비명을 지르며 공포감에 끊임없이 고개를 저었다.“이 한 방이면 심 대표가 그렇게 아끼는 동생이 평생 이 물건을 떠날 수 없게 될 거야.”“안 돼... 안 돼...”심지경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당황한 심화영은 더 처참하게 울었다.“오빠! 살려줘... 나 너무 무서워!”“그래, 알았어.”잠시 고민하던 심지경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선택을 내렸다.“내 여동생 돌려줘!”성수연은 저도 모르게 온몸이 떨렸다. 얼굴은 백지장이 된 채 자리에 멈춰 섰다.폐 속으로 들이쉬는 공기마저 오장육부를 찢는 듯 아팠다.이 순간 영혼마저 텅 빈 듯 몸과 영혼이 전부 흩어진 것 같았다.물론 심지경이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을 이해해야 했다. 그녀는 결국 이 남자의 경호원일 뿐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분수를 모르고 작은 환상을 품고 있었다.심지경이 둘 다 데려가겠다고 말했다면... 적어도 단호하게 그녀를 버리고 심화영을 선택한 것보다는 나았을 텐데 말이다.“심, 심 대표님! 그게...”옆에 있는 경호원도 어리둥절한 얼굴로 말을 더듬더니 걱정 가득한 얼굴로 성수연을 바라보았다.경호원 또한 심지경과 성수연의 관계를 잘 알고 있었다. 경호팀에서 두 사람이 어떤 사이인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화영아!”심지경은 심장이 칼로 찢기는 듯했다. 분노에 가득 찬 기세로 발로 문을 걷어차 열었다.어둑하고 어두운 방 안에는 연기가 자욱했다. 엉망이 된 탁자와 바닥은 지저분하기 그지없었다.들어서자마자 코를 찌르는 냄새에 성수연은 숨이 멎을 것 같았다.담배 냄새뿐만 아니라 다른 이상한 냄새도 나는 것 같았다.이내 유리 탁자 위의 흰 가루와 바닥에 사용된 주사기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 모습을 본 순간 간담이 서늘해져 참지 못하고 구역질이 났다.눈앞의 화면에 심지경은 벼락을 맞은 듯 얼어붙었다. 그야말로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가장 아끼는 여동생이 고승민에게 안겨 있었고 남자의 오른손에는 주사기가 쥐어져 있었다. 심화영의 가느다란 목에 주사기가 닿아 있었고 바늘 끝은 이미 그녀의 피부를 찔러 주위에 새빨간 핏방울이 맺혀 있었다.“오빠! 살려줘...!”눈물범벅이 된 심화영은 옷차림이 단정치 못한 걸 보니 무슨 일을 당한 것 같았다.통제를 잃은 심지경은 목이 찢어질 듯 분노했다.“고승민! 감히 내 여동생을 건드려? 너 오늘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심 대표, 여동생... 참 향기롭네.”고승민은 심지경을 뚫어지게 보며 심화영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독하게 빨아들였다.성수연은 이내 고승민의 이상함을 눈치챘다.아마도 약물을 과다 복용한 것 같았다. 현장을 보니 한 가지 종류만 복용한 것도 아니었다.이 남자는 지금 자신이 뭘 하는지도 모를 터,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상태였다.“네 그 더러운 입! 내 여동생에게서 떼!”심지경은 이마의 핏줄마저 툭 튀어나왔다. 소리 지르며 막 달려들려 할 때 성수연이 한 손으로 그를 붙잡으며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대표님, 경거망동하면 안 됩니다! 고승민은 지금 약에 취해서 미치광이와 다름없어요. 무턱대고 가면 오히려 자극해서 바늘로 정말 아가씨 목을 찌를지 몰라요!”그 말에 심지경은 온몸에 살기가 퍼졌다.그 주삿바늘은 심화영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칼이나 다름없었다.동시에 룸 문
눈빛이 확 어두워진 심지경은 몸을 번뜩 움직였다.성수연의 적절한 경고 덕분에 재빨리 피할 수 있었다.타격수는 헛방을 치고 말았다. 성수연이 이내 기회를 잡아 맹렬한 손놀림으로 그의 팔을 붙잡아 놈의 몸을 계단 난간에서 아래층으로 내동댕이쳤다.일 층 반 정도 되는 높이라 떨어져도 죽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이트클럽은 층고가 높아 반쯤 죽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도련님의 지시다! 때려죽이지는 않더라도 죽을 때까지 때려!”누군가 한바탕 고함을 지르자 이스테이트의 부하 직원들이 더욱 흉악한 얼굴로 달려들었다. 저마다 무기 하나씩 꺼내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심현 그룹의 부하들과 엉키며 싸웠다.비록 그들 손에 총은 없었지만 그들 중 누군가가 칼을 들고 있었기에 상황은 여전히 매우 위험했다.나이트클럽 안에 분노의 욕설과 고함소리가 지붕을 날려버릴 듯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피가 벽에 튀는 장면은 범죄 사건 현장이 연상될 정도로 공포스러워 보는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건달 조직에서 활동하는 자들은 쉽게 총을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만약 총격전이 발생하면 경시에서 반드시 경찰의 엄중한 처벌을 받을 뿐만 아니라 일이 더욱 번거롭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일반적으로 손으로 휘두를 수 있는 무기만 사용했다.이렇게 하면 죽을 때까지 때려도 기껏해야 집단 싸움일 뿐이었다.불구로 만들어도 돈을 배상하면 끝났고, 사람을 죽여도 대신 죄를 뒤집어쓸 부하 직원을 몇 년 감옥에 보내면 쉽게 해결되었다.귀신 같은 속셈을 갖고 있는 이스테이트 사람들이기 때문에 심지경에게 이렇게 함부로 손을 놀리는 것이었다.비록 심지경을 죽이지 못하지만 심지경의 팔과 다리를 잘라버려도 이스테이트 조직의 도련님 화를 대신 풀어준 셈이었다.하지만 심현 그룹의 부하들도 하나같이 만만한 자들이 아니었다.그런데 상대방이 손에 칼을 쥐고 있는 탓에 심현 그룹 경호원들은 칼에 베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바닥에 피가 가득했다.성수연은 싸우는 내내 심지경을 보호했다. 이스테이트 쪽 건달
“만약 이 시점에 혹시라도 실수해 다른 사람들의 죄를 뒤집어쓴다면 앞으로 심현 그룹은 경시 비즈니스계에서 다시는 큰 성취를 이룰 수 없을 겁니다. 심현 그룹도 점차 정부에서 성장 못 하게 짓누를 거고요. 이렇게 큰 대가를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심지경은 눈 밑이 새빨개졌다.“그럼 너라면 어떻게 할 건데?!”“때가 되면 경호원들이 도착할 겁니다. 컬러 나이트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가 제가 대표님과 함께 올라가서 그들과 이야기할게요. 가능한 한 평화적인 방식으로요. 이스테이트 쪽이 더 이상 아가씨를 곤란하게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성수연은 여전히 매우 냉정했다.“지금은 법치 사회입니다. 그 사람들이 비록 길거리에서 활동하지만 그저 큰소리만 칠 뿐, 진짜로 뭘 하려는 건 아닐 것입니다.”사실 오는 길 내내 성수연은 이번 일이 말할 수 없이 괴이하다고 느꼈다.이렇게 큰 나이트클럽에서 고승민이 어떻게 심화영이 심지경의 여동생이라는 것을 알아봤는지 의아했다. 이스테이트가 컬러 나이트에서 큰 기세를 부린 것만 봐도, 현재 정부의 상황을 잘 알면서도 난리를 치며 요란하게 행동한 것은 뭔가 일부러 설치한 함정 같았다.하지만 이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심지경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성수, 미쳤어? 너 그 무리의 쓰레기들과 협상한다고? 꿈 깨. 단순한 생각 따위 집어치우라고!”성수연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정말 이 주먹으로 심지경을 때려 기절시키고 싶을 뿐이었다.배 속의 아이가 어쩌다 이렇게 감정이 불안정한 아비를 만났는지, 정말 한탄스러웠다.“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일이 뭔지 알아? 바로 짐승 앞에서 양반인 척 연기하는 거야, 네가 아무리 사람 말로 설득하려고 해도 상대방이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라면 네 말을 못 알아듣는다고!”심지경은 화가 너무 난 나머지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러더니 이상한 눈빛으로 성수연을 훑어보았다.“야, 너 오늘 좀 이상해.”성수연은 심장이 조여들었다.“왜요?”“평소에는 모두 내가 뭐라고 하든 그대로 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