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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된 진실

Author: Doong_E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08 21: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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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에 뜬 짧은 문장을 보는 순간, 서윤은 이상하게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무언가가 끝난 것 같기도 했고, 이제야 시작된 것 같기도 했다.

손끝은 차가웠다. 마우스를 쥔 손가락이 굳어 있었고,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배어 있었다.

유리문 밖에서는 여전히 기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 대표님! 입장문 올리신 겁니까?”

“자료 공개하신 거 맞습니까?”

“태경 측 반박에 대한 재반박입니까?”

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은 더 말하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방금 올린 글이 그녀의 첫 공식 대답이었다. 거기에 없는 말을 즉흥적으로 덧붙이면, 또 누군가 마음대로 잘라 쓸 것이다.

서윤은 노트북을 닫았다.

그때 유리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딸랑.

차태오가 들어왔다.

비에 젖은 코트 자락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 그는 기자들 사이를 지나온 사람답게 얼굴이 굳어 있었다.

“봤습니다.”

서윤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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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 우리 엄마 만난 적 있어요?” 서윤의 질문이 스튜디오 안에 떨어졌다. 태오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유리문 밖의 빗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조금 전까지 골목 끝에서 웅성거리던 기자들의 목소리도, 멀리 지나가는 차 소리도 모두 흐려졌다. 서윤은 태오만 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그는 모른다고 했다. 태경메디컬재단도, 엄마의 병원비도, 수첩도 전부 처음 듣는다고 했다. 그런데 엄마의 수첩 안에 그의 이름이 있었다. 차태오. 그 세 글자가 갑자기 둘 사이에 놓였다. “없습니다.” 태오가 말했다. 대답은 너무 빨랐다. 그래서 더 믿기 어려웠다. 서윤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생각도 안 해 보고 대답하네요.” “기억을 더듬을 일이 아닙니다.” 태오의 목소리는 낮았다. “만난 적 없습니다. 적어도 제가 알고 있는 한은요.” “그럼 왜 엄마 수첩에 당신 이름이 있어요?” 태오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침묵은 숨기는 사람의 침묵이라기보다, 답을 찾지 못한 사람의 침묵에 가까웠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재킷 안쪽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멈췄다. 휴대폰을 꺼내려던 손이었다. 기록을 확인하려던 것일까. 일정을 찾으려던 것일까. 아니면 자신조차 믿지 못해서, 과거의 증거라도 뒤지고 싶었던 것일까. 서윤은 그 작은 동작을 놓치지 않았다. “정말 몰라요?” 태오의 시선이 그녀에게 닿았다. 처음으로 그의 눈에 억울함 같은 것이 스쳤다. 하지만 그는 그 감정을 내세우지 않았다. “모릅니다.” 그가 말했다. “하지만 알아보겠습니다.” “그 말도 이제 너무 많이 들었어요.” 서윤은 외삼촌에게 다시 말했다. “삼촌, 수첩에 정확히 뭐라고 적혀 있어요?” 수화기 너머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가 났다. 서윤은 숨을 고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엄마가 남긴 수첩. 엄마가 직접 적은 이름. 그리고 그 이름이 차태오라는 사실. 모든 것이 그녀를 다시 과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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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후에야 남편이 후회했다   게시된 진실

    게시되었습니다. 화면에 뜬 짧은 문장을 보는 순간, 서윤은 이상하게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무언가가 끝난 것 같기도 했고, 이제야 시작된 것 같기도 했다. 손끝은 차가웠다. 마우스를 쥔 손가락이 굳어 있었고,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배어 있었다. 유리문 밖에서는 여전히 기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 대표님! 입장문 올리신 겁니까?” “자료 공개하신 거 맞습니까?” “태경 측 반박에 대한 재반박입니까?” 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은 더 말하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방금 올린 글이 그녀의 첫 공식 대답이었다. 거기에 없는 말을 즉흥적으로 덧붙이면, 또 누군가 마음대로 잘라 쓸 것이다. 서윤은 노트북을 닫았다. 그때 유리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딸랑. 차태오가 들어왔다. 비에 젖은 코트 자락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 그는 기자들 사이를 지나온 사람답게 얼굴이 굳어 있었다. “봤습니다.” 서윤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뭘요.” “입장문.” “내리라고 하려고요?” 태오의 입술이 굳었다. “아닙니다.” 서윤은 그제야 그를 보았다. 태오는 젖은 머리카락을 그대로 둔 채 서 있었다. 예전의 차태오라면 절대 보이지 않았을 모습이었다. 완벽하게 정리된 사람. 흐트러지는 법이 없던 사람. 그런데 지금 그는 엉망이었다. 이상하게도, 그 모습이 더 불편했다. “그럼 왜 들어왔어요?” “확인하려고 왔습니다.” “제가 괜찮은지요?” 태오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낮게 말했다. “네.” 서윤은 작게 웃었다. 웃음 끝이 마르지 않은 상처처럼 따가웠다. “괜찮지 않아요.” 태오의 눈이 흔들렸다. 서윤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런데 괜찮지 않아도 제가 한 선택이에요.” 그 말에 태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한 걸음 다가오려다 멈췄다. 서윤은 그 작은 멈춤을 보았다. 예전 같았으면 그는 다가왔을 것이다. 잡았을 것이다. 괜찮지 않으면 자신

  • 이혼 후에야 남편이 후회했다   공식이라는 이름의 거짓말

    “태경 측은 한서윤 대표가 모든 조건을 알고 서명했다고 주장했습니다!”기자의 목소리가 골목에 울렸다.순간 모든 카메라가 다시 서윤을 향했다.서윤은 숨을 멈췄다.방금 전까지 그녀는 겨우 자신의 입으로 말하고 있었다. 자신이 알고 있던 것과 몰랐던 것을 구분해서 밝히겠다고, 더 이상 남의 입으로 설명되지 않겠다고.그런데 태경은 단 한 줄로 그녀를 다시 밀어냈다.한서윤은 모든 조건을 알고 있었다.그 문장은 너무 간단했다.그래서 더 잔인했다.“한 대표님! 정말 몰랐습니까?”“태경은 서명 당시 충분히 고지했다고 합니다!”“거짓 해명을 하신 겁니까?”질문들이 쏟아졌다.서윤의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옆에 있던 태오의 얼굴이 굳었다.“그 입장문, 누가 승인했습니까.”그의 목소리는 낮았다.그러나 기자들의 소음에 묻혔다.서윤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태오를 보았다.태오는 그녀가 묻기도 전에 말했다.“제가 낸 게 아닙니다.”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그 말을 믿어야 할까.믿고 싶지 않았다.믿는 순간, 또다시 상처받을 자리를 내주는 것 같았다.하지만 태오의 눈은 흔들리고 있었다.당황, 분노, 그리고 두려움.그는 정말 모르는 얼굴이었다.그때 한 기자가 휴대폰 화면을 높이 들어 보였다.“공식 입장문 전문입니다. 태경그룹은 ‘한서윤 씨가 혼인 계약 및 부속 합의 내용을 충분히 확인한 뒤 자의로 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서윤은 그 문장을 들으며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자의.충분히 확인.그 단어들이 그녀를 다시 가두려 했다.마치 모든 것이 그녀의 선택이었다는 듯.마치 그녀가 이제 와서 모르는 척하는 사람이라는 듯.서윤은 입술을 열었다.그러나 말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고 다른 질문이 날아왔다.“부친 채무를 갚기 위해 결혼한 게 맞습니까?”“어머니 병원비 지원도 알고 있었습니까?”“차태오 본부장과 짜고 피해자인 척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습니다!”피해자인 척.그 말에

  • 이혼 후에야 남편이 후회했다   한서윤입니다.

    플래시가 다시 터졌다.서윤은 유리문 앞에 선 채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작은 스튜디오 앞 골목은 어느새 기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검은 우산들, 젖은 카메라 렌즈, 휴대폰을 들고 있는 손들. 그 모든 것이 좁은 유리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윤을 향해 있었다.“한서윤 대표님! 계약 결혼 사실입니까?”“차태오 본부장과 이혼 절차 중인 게 맞습니까?”“부친 채무 때문에 결혼했다는 보도 인정하십니까?”“태경그룹에서 어머니 병원비를 지원했다는 자료가 나왔는데요!”질문들이 한꺼번에 쏟아졌다.서윤은 손을 꽉 쥐었다.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아팠다. 그 아픔이 오히려 정신을 붙잡아 주었다.도망치고 싶었다.불을 끄고, 커튼을 내리고, 아무도 없는 사람처럼 숨고 싶었다.하지만 그러면 또 누군가가 그녀를 대신 설명할 것이다.아버지는 속 깊은 딸이었다고 말할 것이다.차명환은 은혜를 모르는 여자라고 말할 것이다.기자들은 계약 아내라고 쓸 것이다.그리고 사람들은 그 모든 말을 서윤보다 먼저 믿을 것이다.그건 싫었다.서윤은 노트북 화면을 한 번 돌아보았다.공식 입장문 파일이 열려 있었다.저는 제 인생을 더 이상 타인의 입으로 설명하게 두지 않겠습니다.서윤은 그 문장을 오래 바라보았다.그리고 문손잡이를 잡았다.딸랑.문이 열렸다.비 냄새가 밀려들어 왔다. 동시에 플래시가 터졌다.서윤은 눈을 찡그리지 않았다.골목에 모인 기자들이 한꺼번에 앞으로 몰렸다.“한 대표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계약 결혼 인정하십니까?”“차태오 본부장과는 현재 어떤 관계입니까?”서윤은 문턱 안쪽에 섰다.밖으로 완전히 나가지도, 안으로 물러서지도 않았다.그 경계 위에서,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한서윤입니다.”짧은 한마디였다.그런데 이상하게도 골목이 잠시 조용해졌다.서윤은 숨을 들이켰다.목소리가 떨릴 것 같았다.그래도 말했다.“제 결혼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기자들의 녹음기가 앞으로 밀려왔다.서윤은 그것들을 보지 않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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