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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0화

의식이 사라지고 눈앞이 점점 흐려진다.

귓가에서는 이안이의 울음소리가 계속하여 엄마를 부르고 있다.

죽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녀에게는 이안이도 있고 이준이도 있고... 그리고 유선우도 있다.

오늘 그들은 화해했고 그렇게 절박하게 서로를 품에 안고 그들에겐 아직 수없이 많은 날들이... 유선우가 그녀에게 말했던 새해 복 많이 받으라던 말은 축복이 아니라 약속이다.

유선우가 약속을 이행하는 모습을 얼마나 보고 싶을까.

얼마나 그와 함께 아들딸이 자라는 것을 눈에 담고 싶은데. 그리고 얼마나 그와 검은 머리가 파 뿌리가 되도록 함께 사랑하고 싶은데. 두 사람은 가까스로 화해했고 그들 모두 어렵게 기다린 사랑이란 말이다.

이대로 죽기에는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사를 맞았고 게다가 지금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정말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얼마나 세상을 그리워하고 얼마나 그녀의 아이들을 그리워하고 얼마나 떠나고 싶지 않은지... 하지만 조은서는 어쩔 수 없이 약속을 지킬 수 없을 것 같았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별장으로 돌아가 안주인이 될 수 없고 더 이상 유선우의 부인이 될 수 없다고 말해야 할 것 같았다.

그토록 아이들을 사랑하니 그들이 자라는 것 또한 잘 지켜볼 수 있겠지.

유선우는 아이들을 잘 돌볼 것이다.

...

조은서는 허문혜를 꽉 껴안고 있는 힘을 다해 동굴 입구를 향해 비틀거리며 달려갔다.

그리고 동굴 밖은 끝이 보이지 않는 벼랑이었다.

조은서도 당연히 무서웠다.

그녀도 예쁜 것을 좋아한다. 그녀 역시 한때 엄마 아빠의 작은 공주였다. 그러나 지금, 만약 그녀의 죽음이 이안이의 평안을 바꿀 수 있다면 그녀는 달갑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 순간 함은숙은 무언가를 깨달은 듯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애원했다.

“은서야! 그건 안돼! 안된단 말이다!”

그러나 조은서는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슬픈 눈빛과 함께 한 마디의 구화를 남겼다.

“저 이제 용서했어요.”

마지막의 마지막.

조은서는 용서를 선택했고 힘껏 함은숙을 향해 외쳤다.

“은숙 아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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