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29화

허문혜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자신의 처지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나도 한때는 순진하고 착했어!”

“결혼 후 나와 선우 씨는 여자아이 한 명을 입양했는데 예쁘고 순수해서 난 내 모든 사랑을 다 줬는데... 하지만 몇 년 후, 어리기만 하던 아이는 어느덧 어엿한 성인이 되고 예쁜 꽃처럼 아름답게 자랐지. 그런데 그년이 글쎄 내 남편과 잠자리를 가질 줄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

“내 남편이 내 양녀와 잤다고!”

“언니, 그거 알아? 그해 그 여자는 열여덟 살이었고 선우 씨는 마흔 살이었는데 어떻게 그 어린 몸에 자신을 담고 그 여자를 열정적으로 품었는지... 그들은 내가 고른 침대에서 미친 듯이 뒹굴고 남자와 여자의 사랑을 속삭였어.”

“그리고 선우 씨는 아이에게 가장 사랑하는 여자는 그 아이라고 말했었지.”

...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그 아이라고 하더라. 그럼 나는 뭐야? 다 늙고 노쇠한 보모와 하인이야? 난 그들이 언제부터 함께 하기 시작했는지 생각조차 할 수 없었어. 그리고 선우 씨가 언제부터 그 꽃을 눈에 들였는지는 더 상상할 수 없었어.”

“선우 씨는 그 여자와 함께 할 땐 느낌이 다르다고 했어.”

“난 예쁘지 않은 거야?”

“그래서 난 선우 씨를 죽여버렸어. 물론 그 천한 년도 죽여버렸어. 나는 그 희고 보드라운 몸이 썩어 악취가 나도록 구렁텅이에 던져버렸지... 정말 속이 후련하더라고.”

...

함은숙은 하마터면 그녀의 앞에서 토할 뻔했다.

“이 변태 같은 놈 같으니라고.”

허문혜는 더 이상 그녀를 상대하지 않았다.

그녀는 곧장 조은서에게 다가가 입가에 기괴한 웃음을 머금었다.

“비교하자면 난 당신들에게 너무 인자한 것 같아.”

그녀는 조은서의 목을 덥석 조르고 그녀의 절망적인 시선 아래 그 물약을 천천히 그녀의 팔 안에 밀어 넣었다.

함은숙이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지만 소용이 없었다.

“은서 건드리자 마!”

이안이도 울면서 엄마를 불렀다.

그러나 조은서의 절망적인 눈에는 오히려 평온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녀는 허문혜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