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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작가: 민민루
서재현이 아빠고 강시원이 엄마라면, 하윤지는 대체 뭐가 되는 걸까.

이번에는 연지아가 말이 없었다. 무슨 말이라도 꺼내기도 전에, 하윤지가 일부러 가볍게 웃는 척하며 말을 끊었다.

“언니, 내가 서재현이랑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 그렇게 막더니, 이제 이혼하겠다는데 왜 안 도와줘?”

“그거랑 이거랑 같아?”

연지아는 당장이라도 달려와 하윤지 머리를 세게 두 대쯤 두드리고 싶은 얼굴이었다.

“그때 결혼 못 하게 한 건, 네가 은혜 갚는다고 불구덩이에 뛰어들까 봐서였고. 지금 너를 말리는 건, 서재현이 장애인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잖아. 그리고 너희 부모님도 있고...”

그녀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너, 그 사람이랑 이혼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

“언니, 서재현이 사실은...”

진실을 전부 털어놓으려는 순간, 아래층에서 귀를 찢는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윤지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전화도 끊지 못한 채 휴대폰을 던지고 뛰쳐나갔다.

1층 안쪽의 펫룸 안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자그마한 비숑이 바닥에 누워 몸을 떨며 버둥거리고 있었다. 예전의 발랄한 모습도 볼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짓을 벌인 장본인은 멀뚱히 서 있었다.

“개새X, 이래도 나를 놀라게 할 거야?!”

강민우가 소리치며 또다시 딸기를 향해 다가가려고 했다.

“비켜!”

하윤지가 눈가를 새빨갛게 물들인 채 소리쳤다. 비틀거리며 그 작은 몸 옆으로 주저앉아 손이 덜덜 떨렸다.

“딸기... 딸기야?”

비숑은 바닥에서 아주 약하게 끊어질 듯한 신음만 흘렸다.

소란을 듣고 임미진이 달려왔다가 장면을 보는 순간 그대로 얼어붙었다.

곧장 강민우를 옆으로 끌어당기고는 더는 체면을 따질 겨를도 없이 터져 나왔다.

“작은 도련님, 제가 잠깐 눈을 떼었을 뿐인데... 대체 왜 또 이런 일을 하셨어요?!”

“...”

“사모님...”

임미진은 바닥에 있는 딸기와 하윤지의 새하얗게 질린 얼굴을 차마 똑바로 보지 못했다.

“차라리... 딸기를 동물병원에 데려가 보실까요? 혹시... 혹시라도 살릴 수 있을지도...”

말끝으로 갈수록 임미진 자신도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하윤지는 그 말이 마치 마지막 밧줄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딸기를 품에 안고 그대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별장 문을 막 나서자마자 누군가와 정면으로 부딪쳤다. 그때 귓가에 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

하윤지는 원래도 중심이 흔들린 상태라 바닥에 넘어졌다. 팔꿈치가 바닥에 부딪혀 찌릿하게 아팠지만, 품속의 딸기만은 끝까지 감싸안았다. 숨이 거의 끊긴 듯한 몸이었다.

서재현은 반사적으로 일어나려 했다가 문득 무언가가 떠올랐는지 손이 허공에서 그대로 굳었다. 그는 여전히 휠체어에 앉은 채, 대신 함께 부딪쳐 균형을 잃고 자기 쪽으로 넘어질 뻔한 강시원을 붙잡아 세웠다.

그리고 곧바로 미간을 찌푸리며 하윤지를 나무랐다.

“윤지야, 너 뭐야. 그렇게 급하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시선이 그녀 품속의 강아지를 훑었다. 서재현은 한눈에 알아봤다.

“딸기?!”

그가 놀라 외쳤다.

“이게 뭐야, 딸기가 왜 이렇게 됐어?”

하윤지는 설명할 틈도, 아픈 것을 따질 여유도 없었다.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켜 다시 뛰려 했다.

서재현은 곧바로 운전기사에게 지시했다.

“사모님을 동물병원으로 모셔.”

강시원은 속으로는 ‘뭐 저 정도로 난리야’ 싶으면서도 겉으로는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다.

“오빠, 윤지 언니 괜찮아? 개 한 마리 때문에 저렇게 허둥대다가 오빠까지 치고... 정말...”

“딸기는 윤지가 오래 키운 강아지야. 다르지.”

서재현이 말을 끊었다. 목소리가 아주 미세하게 굳어 있었다.

5년 전, 그가 하윤지를 택시에서 끌어냈을 때도 하윤지는 이렇게 딸기를 품에 꼭 끌어안고 있었다.

병원에서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묻던 것도 딸기가 어디 있냐는 말이었다.

서재현이 왜 그 개가 그렇게 중요하냐고 물었을 때, 하윤지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그저 그 아이가 자기에게 마지막 가족이라고만 했다.

강시원은 서재현에게 담담하게 제지당하자 억울한 기색을 띠었다.

“오빠, 나 화나게 하려는 말이 아니라... 윤지 언니 팔꿈치도 다친 것 같아서 걱정돼서 그런 거였어.”

“너는 먼저 들어가서 민우를 챙겨줘. 나는 윤지 보러 갈게.”

서재현은 강시원이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다른 운전기사에게 자신을 차로 옮겨 달라고 했다.

동물병원에 도착했을 때, 의사는 딸기를 살리지 못한다고 했다.

하윤지는 진료실 안에서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서재현은 마음이 불편해 다가가 몇 마디 위로라도 하려 했다. 그런데 그때 강시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목소리를 낮춰 몇 마디 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휠체어를 조작해 하윤지의 곁으로 다가갔다.

“윤지야, 의사한테 물어봤어. 지금은 반려동물 장례도 있대. 딸기가 이렇게 됐으니까... 우리 잘 보내주자. 제대로.”

하윤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수술대 위에서 이미 숨이 멎어버린 작은 몸만 바라봤다.

‘마음에 들면 너 가져. 대신 죽이지는 마.’

‘오빠, 걱정하지 마. 내가 정말 조심조심 키울게. 절대 얘한테 조금도 서운한 일 없게 할게!’

‘오빠라고 부르지 마.’

‘그럼 오빠 말고 뭐라고 불러?’

‘이름으로 불러. 우진이라고.’

10대의 하윤지는 아주 조심스럽게 젖내 나는 작은 강아지를 품에 받아 안았다. 마치 귀한 물건을 받드는 것처럼.

그리고 꽤 오랫동안, 하윤지는 잠을 잘 때도 그 아이를 안고 있어야 했다.

서재현은 그녀가 그럴수록 속이 쓰렸다. 집에서만도 4년을 같이 지낸 강아지였다.

“아까 시원이한테 전화 왔는데, 민우가 너무 놀라서 입원했대.”

서재현은 손을 뻗어 하윤지의 손등 위에 살며시 얹고 아주 약하게 한번 쥐었다.

“윤지야, 딸기 장례까지 마치고 나랑 같이 병원 가자. 가능하면... 민우한테 사과도 했으면 해.”

“사과?”

하윤지는 붉게 부어오른 눈을 들어 올렸다. 그제야 겨우 반응이 돌아왔다.

서재현은 난처한 듯했다.

“민우가 고열이 안 내려. 계속 딸기가 자기를 물려고 했다고 울면서 말해. 애가 받은 충격이 커. 그리고 그때 너도 집에 있었잖아. 어쨌든... 책임이 없다고 하기는 어렵지.”

하윤지는 믿기지 않았다.

“서재현, 강민우가 쇠망치로 딸기를 때려죽였어.”

“딸기가 먼저 민우를 놀라게 했으니까 민우는 자기 보호를 한 거야. 그리고 딸기는 올해 12살이야. 민우가 안 그랬어도 어차피...”

서재현은 한숨을 쉬며 감정으로 설득하려는 듯 말했다.

“윤지야, 딸기는 늙었어. 언젠가는 이렇게 되는 날이 오긴 했을 거야...”

“서재현, 너 사람 맞아?”

하윤지는 손을 거칠게 빼냈다. 눈이 핏빛으로 번졌다.

“너 딸기가 나한테 얼마나 중요한지 알잖아!”

하윤지는 숨이 가쁘게 치밀어 올랐다.

“딸기 죽을 때, 걔는 펫룸 안에 있었어. 아줌마가 딸기를 꺼내놓지도 않았어. 강민우가 혼자 펫룸으로 들어가서 딸기를 건드린 거잖아. 그런데 너는 어떻게...”

“그만해, 윤지야.”

서재현은 드물게 짜증을 드러냈다.

“민우는 다섯 살이야. 그런 애랑 무슨 진실 공방을 해.”

하윤지는 변호사였다. 습관처럼 사실을 되짚는 것이 몸에 배어 있었다. 하지만 서재현 눈에는 그게 과민반응처럼 보이는 모양이었다.

“딸기는 이미 죽었어. 아무리 소중해도 그냥 동물이야. 민우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니고...”

하윤지는 목이 터져라 외쳤다.

“걔가 딸기를 학대한 거잖아! 그런데도 일부러가 아니라고?”

“무슨 학대야. 그건 자기 보호하다가 실수한 거지. 너 진짜 애한테 짐승 때문에 고개 숙이고 사과하라고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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