แชร์

제2화

ผู้เขียน: 민민루
서재현이 병원에 나타났고, 강시원이 그의 뒤를 따라 들어왔다.

휠체어에 앉아 있기는 했지만 오랜 세월 몸에 밴 고귀한 분위기는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강시원은 휠체어를 밀고 있었다. 아이보리 원피스가 그녀를 더 다정하고 여리게 보이게 했다. 누가 봐도 한마디하게 될 조합이었다. 천생연분이라고.

“재현아...”

김옥주는 손자를 보자마자, 마치 쌓인 걸 쏟아낼 곳을 찾은 듯 울음을 터뜨렸다. 다리가 풀려 서 있기조차 힘겨운 모습이었다.

“네가 어떤 며느리를 들였는지 봐! 네 할아버지 돌아가셨는데, 저건 울지도 않아! 양심 없는 것, ”

“할머니, 그런 말은 하지 마세요...”

그가 말을 끊어냈다.

“지금은 먼저 할아버지를 편히 모시는 게 제일 중요해요. 윤지도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탓하려면... ”

서재현은 옆에서 굳어 있는 하윤지를 복잡한 눈으로 바라봤다. 왼쪽 뺨은 살짝 부어 있었고, 선명한 손자국 다섯 개가 박혀 있었다.

그의 눈 밑으로 알아채기 힘든 아픔이 스쳤다. 언제나처럼, 습관처럼, 그는 잘못을 끌어안았다.

“탓하려면 저를 탓해요. 거래 얘기하느라 휴대폰을 안 봐서 윤지 전화랑 메시지를 놓쳤어요. 할머니, 정말 화가 안 풀리면 저를 때려서 풀어요. 제가 할아버지께 죄지었어요...”

하윤지는 그가 진심을 다해 말하는 얼굴을 바라봤다. 꼭 아내를 지키는 데 미쳐 있는 사람 같았다.

하지만 그가 수년 동안 장애를 가장하지 않았더라면, 자신이 이런 모욕을 대체 왜 받아야 했을까. 명백한 원흉이면서도 구원자인 척했다.

김옥주는 하윤지를 욕할 수는 있어도, 친손자인 서재현을 탓할 수는 없었는지, 그저 울기만 했다.

그 틈을 타 강시원이 앞으로 나와 김옥주의 등을 다독였다. 눈물이 맺힌 얼굴은 더 애처로워 보였다.

“할머니, 오빠 말이 맞아요. 할아버지 떠나셨으니까, 이제 서씨 가문은 할머니가 나서서 버티셔야 해요. 할머니가 너무 슬퍼하다가 쓰러지면, 할아버지가 어떻게 편히 계시겠어요?”

강시원은 서씨 가문 셋째의 양녀였다. 셋째가 세상을 떠난 뒤로는 줄곧 김옥주 곁에서 자랐다. 김옥주가 가장 아끼는 손녀였다.

소문으로는 6년 전 강시원이 유학을 간다며 출국하던 날 김옥주가 밤새 울었다고 했다.

김옥주는 강시원을 애틋하게 한번 바라보고는, 하윤지를 향해 사납게 눈을 부라렸다.

“꺼져! 남편도 조상도 잡아먹는 재수 없는 년. 우리 서씨 가문에서 당장 꺼져!”

독한 말이 끊이지 않자, 서재현은 더는 듣기 힘든 듯했다.

그는 휠체어를 조작해 하윤지를 엘리베이터 앞까지 데려다줬다. 넋이 나간 듯한 그녀를 보니 속이 복잡하게 뒤섞였다.

“뺨 아직 아파? 내가 좀 볼게.”

손을 뻗는 순간, 하윤지는 본능적으로 몸을 피했다.

서재현은 잠깐 굳었지만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다. 할아버지의 죽음이 충격이고, 억울한 일까지 겹쳐서 그럴 거라고만 여겼다.

그는 가볍게 숨을 내쉬며 달랬다.

“할머니가 말이 심하긴 했어. 그래도 너무 슬퍼서 그러는 거니까 마음에 담아두지 마. 조금 있다가 집에 가면 아줌마한테 얼음찜질 준비해달라고 해. 할머니 쪽은... 내가 다시 말해볼게. 너는 걱정하지 마.”

“재현아.”

하윤지는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시선이 그의 무릎 뒤쪽에 머물렀다.

“너 다리...”

“응? 다리가 왜?”

그도 그녀 시선을 따라 보았다. 병실 쪽에서는 울음이 계속 들려왔다. 서재현은 뭔가를 알아챈 듯했다.

사람 마음을 놓이게 하는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

“걱정하지 마. 나 괜찮아. 무리해서 상태가 더 나빠질 일은 없어.”

“...”

그가 진실을 말할 생각이 없다는 걸 확인하자, 하윤지는 복잡하면서도 실망스러운 눈으로 그를 한번 바라봤다.

마침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그녀가 안으로 들어가고 문이 닫히는 순간, 마치 이 5년의 인연도 함께 잘려 나가는 것 같았다...

병원을 나와 하윤지는 택시를 타고 별장으로 돌아갔다.

문을 밀자마자 정면에서 물줄기가 확 끼쳐왔다.

하윤지는 반사적으로 눈을 감고 몸을 틀었다. 그다음 들려온 건 아이가 꺄르르 웃으며 장난치는 소리였다.

“하하, 나쁜 놈 쓰러졌다! 내가 히어로야!”

“사모님!”

도우미 임미진이 놀라 소리치며 주방에서 뛰어나왔다. 휴지를 몇 장 뽑아 들고 허겁지겁 다가왔다.

“괜찮으세요? 얼른 닦으세요.”

하윤지는 손으로 물기를 훔치고 눈을 떴다. 그러자 네댓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물총을 들고 그녀를 겨누고 있었다.

이 아이는 하윤지도 알고 있었다.

이름은 강민우, 강시원의 아들이었다.

하윤지가 강시원의 소송을 맡았을 때 여러 번 봤다. 그때의 강민우는 귀엽고 말랑해서 입만 열면 ‘이모’하고 부르던 아이였다.

사건이 끝난 지 한 달도 채 안 됐는데, 순한 양이 마왕이 되어 있었다.

하윤지가 묻기도 전에, 임미진이 급히 변명했다.

“저, 그게... 도련님이요. 도련님이 요 며칠은 본가에서 할아버님 일로 정신이 없어서, 작은 도련님을 챙기기 어렵다면서 데려오셨어요. 저한테 며칠만 봐달라고 하셔서요.”

“아니야!”

강민우가 목을 빳빳이 세우며 말을 끊었다.

“재현 아빠가 그랬어! 내가 원하면 앞으로도 계속 여기서 살아도 된대!”

“아이고, 도련님...”

임미진은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바로 손을 들어 아이 입을 막았지만 세게 누르지도 못해 이마에 땀이 맺혔다.

“둘째 도련님은 작은 도련님 어머니의 사촌오빠예요. 아빠가 아니라 삼촌이라고 불러야 해요...”

강민우는 임미진의 손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큰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엄마가 말했어! 아빠는 엄마 친오빠 아니래! 아빠가 나더러 이렇게 부르라고 했어!”

하윤지는 임미진이 설명하려다 말문이 막혀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며, 괜히 웃음이 나왔다.

만약 강민우의 이 말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자신이 서재현이 3년 내내 거짓을 꾸민 걸 직접 보지 않았다면, 아마도 또 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파고들 마음조차 없었다.

변호사를 오래 해온 하윤지는 잘 알고 있었다. 거짓의 가면이 한번 벗겨지면, 그 뒤에 가려진 건 늘 가장 더럽고 추한 진실이라는 걸.

하윤지는 아무렇지 않게 화제를 돌렸다.

“딸기는 밥 먹였어요?”

임미진은 잠깐 멍하더니, 그녀가 집에 있는 작은 비숑을 말하는 걸 알아차리고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먹였어요, 먹였어요. 지금은 펫룸에서 놀고 있어요.”

하윤지는 고개를 끄덕이고 침실로 들어갔다.

서종석은 너무 갑작스럽게 떠났다. 게다가 서씨 가문은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집안이라 장례를 허투루 치를 수 없었다.

일주일 내내 본가에는 조문객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하윤지는 본가 문턱을 밟을 자격조차 없었다.

서재현은 김옥주가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다며 당분간 본가에는 가지 말라고 했다. 모든 건 자기와 강시원이 챙길 테니, 하윤지는 집에서 강민우만 잘 돌보면 된다고도 했다.

겉으로는 그녀를 위한 말뿐이었지만, 실은 그녀를 점점 바깥으로 밀어내는 과정이었다.

예전에도 서씨 가문 모임은 늘 그랬다. 서재현은 이런저런 이유를 만들어 하윤지가 빠지게 했다.

하윤지도 멍청했다. 그 온화하고 점잖은 얼굴에 속아 그렇게 오랫동안 넘어갔다.

이제는 상관없었다.

다만 아쉬운 건 있었다. 서종석은 살아 있을 때 자신을 꽤 아껴줬는데, 마지막 길조차 배웅하지 못했다는 것.

장례가 끝날 때까지도 서재현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집이 조용하지는 않았다. 아래층에서는 하루 종일 탁탁, 쿵쿵 소리가 났고, 강민우는 원숭이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소란을 피웠다. 그 소리에 하윤지는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그런데도 하윤지는 굳이 말리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전화에 깨었을 때는 바깥이 이미 어스름했다.

하윤지는 서재현인 줄 알고 반쯤 잠긴 눈으로 전화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들려온 건 연지아의 목소리였다.

“윤지야. 네가 나한테 부탁한 강시원 건, 소식 나왔어.”

연지아는 그녀의 선배였다. 졸업 후 로펌의 파트너가 되었고, 하윤지는 몇 년째 그 로펌에서 일하고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던 내용 말고도, 강시원이 그때 출국한 이유가 좀 이상해. 해외 학교에 합격한 게 아니더라고. 서 회장이 돈 쓰고, 인맥 써서 유학 보낸 거야. 출국 전에 기록이 거의 없어. 누가 일부러 지운 것처럼.”

수화기 너머로 연지아가 서류를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예전 동창들 말로는, 강시원이 학교 다닐 때부터 행실이 좋지 않았대. 집안 오빠랑 관계가 애매했다는 말도 있고. 정확한 건 다들 모르겠다고 하는데, 아마 서 회장이 가문 체면 때문에 밖으로 보낸 거겠지... 윤지야, 너 설마 강시원이랑 서재현이...”

변호사로 오래 일한 사람의 감각은 날카로웠다. 연지아는 단번에 핵심을 짚었다.

하윤지는 숨기지 않았다.

“언니는 어떻게 생각해?”

연지아는 잠시 말이 없었다. 다시 입을 열었을 때는 목소리가 묵직했다.

“그럼 너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내가 제일 잘 하는 게 뭔지 잊었어?”

연지아가 대수롭지 않게 받았다.

“네가 제일 잘 하는 건 당연히 소송이지.”

말하다가 뭔가 떠올랐는지, 그녀는 놀라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너 이혼하려는 거야?”

하윤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다 말한 것 같았다.

같이 일한 시간이 길었다. 연지아는 하윤지를 잘 알았지만, 그래도 너무 성급한 선택 아닌가 싶었다.

“윤지야, 그게 다 6년 전 일이잖아. 확실한 증거도 없는 데 감정적으로 움직여서...”

“충동 아니야.”

하윤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지아 언니, 서재현이 강시원 애한테 자기를 아빠라고 부르게 했어.”
อ่านหนังสือเล่มนี้ต่อได้ฟรี
สแกนรหัสเพื่อดาวน์โหลดแอป

บทล่าสุด

  • 이혼하고 실검 1위 찍었습니다   제30화

    하윤지는 이미 집을 나간 상태였다. 이 별장에는 이제 여자라고는 강시원 혼자뿐이었다.강시원은 망설임도 없이 그 보석을 들고 침실로 들어가 착용해 보았다.한껏 들뜬 마음으로 서재현에게 보여 드리려고 거실로 나왔을 때는 이미 그가 발코니에 없었다.잠시 의아해진 강시원은 주방으로 가 물었다.“아줌마, 재현 오빠 어디 갔어요?”“회사에 급한 일이 생겼다고 하셨어요. 잠깐 다녀오신대요.”임미진의 말투는 차가웠다.강시원은 기분이 들떠 있던 터라 그 미묘한 태도를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거울 앞으로 가 자신을 감상했다.잠시 후, 초인종이 울렸다.강시원은 마치 집주인처럼 말했다.“아줌마, 문 좀 열어 주세요.”주방에 있던 임미진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마지못해 현관으로 갔다.다음 순간, 거실에 밝은 목소리가 울렸다.“사모님! 드디어 돌아오셨어요!”“네, USB 하나를 두고 간 것 같아서요. 그거 찾으러 왔어요.”하윤지는 임미진이 이렇게 반가워할 줄 몰랐다.아직 안으로 들어오기도 전에, 임미진은 이미 몸을 숙여 슬리퍼를 꺼내 놓고 있었다.“감사합니다.”하윤지는 현관 수납장에 손을 짚고 신발을 갈아 신었다.거실로 들어서자마자, 강시원이 허리를 살짝 흔들며 다가왔다.얼굴에는 노골적인 도발이 담겨 있었다.“윤지 언니가 다시 오셨네요. 정말 오랜만이라 손님 같아요.”손님?하윤지는 피식 웃었다.“강시원 씨, 여기가 어딘지 잊으신 건 아닌가요. 제 집입니다.”강시원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가, 이내 다시 그 가식적인 미소로 바뀌었다.“아, 그렇죠. 제가 잠깐 착각했네요. 언니가 워낙 오래 안 들어오셔서, 주인이라는 것도 잊을 뻔했어요.”“제 신분을 잊는 건 상관없습니다.”하윤지는 시선을 내리깔며 담담히 말했다.“다만, 본인 신분은 잊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그때, 하윤지의 시야에 강시원의 목에 걸린 보석이 스쳤다.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강시원은 그 반응을 정확히 놓치지 않았다.강시원은 입꼬리를 올렸다. 눈매와 입가에는 노골적인 자만

  • 이혼하고 실검 1위 찍었습니다   제29화

    하윤지는 거의 도망치듯 뛰쳐나갔다.차에 올라타 문을 닫고, 그곳을 가능한 한 빨리 벗어났다.조금만 더 머물렀다가는 정말로 무너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하윤지는 유우진과 달랐다. 하윤지는 술이 정말 약했다. 신경을 마비시킬 수 있는 건, 사실상 일뿐이었다.그래서 하윤지는 한밤중에 차를 몰아 로펌으로 향했다.길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하윤지는 막힘없이 달렸고, 신호등 앞에서 창문을 내렸을 때 옆 차 운전자가 왠지 낯익다는 걸 알아챘다.눈을 가늘게 뜨고 자세히 보니 유우진의 의사 친구처럼 보였다.하지만 하윤지는 그 사람을 단 한 번 본 게 전부라 확신할 수는 없었다.인사를 할까 고민하는 사이, 신호가 바뀌었고 상대 차량은 하윤지와 반대 방향인 동쪽 외곽으로 쏜살같이 사라졌다.다음 날.유우진은 머리를 짓누르는 통증에 미간을 찌푸리며, 우젠 빌리지의 빌라에서 눈을 떴다.숙취 때문인지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이불을 걷고 일어나려는 순간, 침실 문손잡이가 돌아갔다.“대표님, 일어나셨습니까?”방성훈이 들어왔다. 표정에는 난감함이 묻어 있었다.“꿀물 한 잔 드세요. 이모님이 방금 준비하셨습니다.”“그래요.”유우진은 꿀물을 받아 들었다. 막 깬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일은 다 끝났어요?”방성훈은 더 난감해졌다.“소유권 변경은 절차가 한두 개가 아닙니다. 그렇게 빨리 끝날 수가 없죠...”“강시원 말하는 거예요.”“아... 그건.”방성훈은 말을 고르듯 머뭇거렸다.“일단... 일단은 됐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유우진의 미간이 더 깊게 접혔다.“일단은? 그게 무슨 말이에요.”유우진은 방성훈을 잘 알고 있었다. 평소에는 허술해 보여도, 일만큼은 대충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래서 더 이상했다.“‘일단’이라는 건, 강시원은 서재현 곁으로 돌아갔는데... 그게 우리 쪽에서 풀어 준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뭐라고요?”유우진은 물을 마시던 동작을 멈췄다.계속하라는 듯 눈으로 재촉했다.“제가 사람 보내서 동쪽 외곽 창고에서 풀어

  • 이혼하고 실검 1위 찍었습니다   제28화

    이건 거의 치명적인 질문이었다.옆에서 지켜보던 방성훈조차 그 안에 깔린 실망을 단번에 알아챘다.하윤지는 한때 눈앞의 남자를 사랑했다. 목숨을 건 인연, 생사를 함께 넘나들던 동행. 정말로 목숨까지 내어줄 수 있을 만큼 진심이었다.그런데 결과는 뭐였나.하윤지는 버려졌다.영화로운 부와 권세, 대저택, 산해진미, 미인들이 가득한 세계.그 남자에게는 그를 위해 달려들 사람들로 넘쳐났고, 더는 누구와도 생사를 함께할 필요가 없었다.그리고 하윤지가 서재현과 결혼한 건, 다만 ‘안정’ 때문이었다. 죽음 앞에서라도 끝까지 하윤지를 살리려 했던 그 한순간의 안정감.프러포즈할 때 서재현도 하윤지에게는 온갖 맹세를 했다. 하지만 끝은 어땠나. 결국 그것도 속임수였다.10년. 두 남자.과정은 달랐지만 결말은 같았다.차이가 없었다.하윤지는 반걸음 앞으로 나아가, 유우진의 복잡하고 깊은 눈을 정면으로 마주했다.그리고 비웃음이 살짝 스쳤다.“어쨌든 저와 서재현은 법적으로 부부예요. 서재현이 강시원에게 돈을 썼다 한들, 그게 뭐가 중요해요. 적어도 서재현은 저에게 명분과 안정은 줬어요.”하윤지가 애써 버티고 있다는 걸, 일부러 저러는 걸 유우진도 모를 리 없었다.그런데도 유우진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눌러 내지 못했다.“좋아. 좋아.”유우진의 눈에 숨길 수 없는 폭풍이 서서히 맺혔다.유우진은 몇 걸음 뒤로 물러나 하윤지와 거리를 벌렸다.유우진은 하윤지를 똑바로 노려봤다.“네가 그렇게 끝까지 가고 싶다면, 박애주의자에다가 장애인인 남자 옆을 평생 지키며 살고 싶다면, 내가 미리 축하하지.”유우진은 이를 악물고 마지막 말을 뱉었다.“평생, 원하던 대로.”유우진은 등을 돌렸다.들썩이는 어깨가, 그의 숨이 얼마나 거칠어졌는지 그대로 드러냈다.룸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유우진은 갑자기 몸을 돌려 테이블 위 술병을 집어 들고 입에 들이부었다.방성훈은 그 모습을 보며 몇 번이나 말을 꺼내려 했지만 끼어들 틈이 없었다.결국 방성훈은

  • 이혼하고 실검 1위 찍었습니다   제27화

    “서재현, 진짜 배짱은 있네. 수천억짜리 프로젝트를 말 한마디로 포기해 버리다니.”유우진은 입꼬리를 비틀며 말을 이었다.“근데 그게 더 궁금하다. 너, 네 아내한테도....”유우진은 몸을 살짝 숙이며 일부러 말을 길게 끌었다.“이 정도로 돈 써 본 적은 있어?”서재현은 휠체어를 돌려 나가려던 동작을 그대로 멈췄다.서재현의 머릿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하윤지의 얼굴이 떠올랐다.맑고 단정한 얼굴, 그 안에 꺾이지 않는 단단함이 있었다.사람이 풀이나 나무도 아닌데, 결혼한 5년 동안 서재현이 어떻게 하윤지가 자신에게 진심이었다는 걸 모를 수 있겠는가.그래서 더더욱 서재현은 하윤지의 앞에 설 때마다 죄책감에 시달렸다.서재현은 손가락을 천천히 오므렸다. 억지로 평소의 온화한 표정을 붙들어 매며 되묻듯 말했다.“계약서는 이미 체결했습니다. 그렇다면 언제쯤 사람을 풀어 주실 생각이십니까?”유우진은 낮게 웃더니 느긋하게 소파로 가 앉았다.“급할 거 없어. 계약 정리 끝나면 그때 이야기하지.”“그럼 그동안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서재현은 마음이 급했지만, 지금은 정면으로 맞설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리고... 그 기간 동안 강시원의 신변 안전만은 꼭 보장해 주십시오.”“당연하지.”유우진은 술을 한 잔 따라 천천히 마셨다.주연성이 서재현의 휠체어를 밀고 나가자, 룸 안에는 다시 정적이 내려앉았다.화장실에서 하윤지의 곁에 있던 여자가 문을 열고 나왔다. 하이힐이 바닥을 두드리는 또각또각한 소리가 울렸다.유우진은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그러다 화장실에서 익숙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그제야 잔을 내려놓고 눈썹을 치켜올렸다.“다 봤지?”유우진의 목소리는 태연했다.“네 남편이 다른 여자 때문에 전부 걸어버리는 거. 어떤 기분이야?”“유 대표님께서는... 제가 어떤 기분이길 바랍니까?”하윤지는 차갑게 웃었다. 말끝은 낮고 조심스러웠다.그제야 하윤지는 유우진이 말한 ‘볼거리’가 무엇인지 깨달았다.한때 자신을 버렸던 남자 앞에서,

  • 이혼하고 실검 1위 찍었습니다   제26화

    화장실 안에서 하윤지는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눈동자가 확 커졌다. 거의 반사적으로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옆에 있던 여자가 살짝 몸을 막았다.하윤지는 미간을 찌푸렸다. 머릿속에서는 계산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유우진이 대체 무슨 속셈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는 의미 없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경찰서에서 강시원을 빼내는 게 쉬운 일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공을 들였다는 건 반드시 노리는 게 있다는 뜻이었다.유우진은 옅게 웃을 뿐이었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마치 누군가의 말을 기다리는 사람처럼.잠시 룸 안에는 정적이 흘렀다.얼마쯤 지났을까.끝내 서재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삼촌께서 원하시는 조건이 있다면 말씀하세요.”“그래?”조명 아래에서 유우진의 눈빛에 깔린 조롱은 숨길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내 기억이 맞다면, 며칠 전 서씨 가문 저택에서 열린 가족 모임에서는 아내를 끔찍이 아끼는 남편처럼 보이던데. 그런데 지금, 다른 여자 때문에 나를 찾아와 조건을 거는 건가?”그는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이러다가는 ‘애처가’ 이미지가 들통나는 거 아니야?”유우진의 시선이 무심한 듯 화장실 쪽으로 스쳤다. 마치 안쪽에 누가 있는지 알고 있다는 듯한 눈길이었다.하지만 서재현은 온통 강시원 생각뿐이라 그 미묘한 시선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잠시 말을 고르던 서재현이 체면을 차린 목소리로 말했다.“강시원은... 제 사촌 동생이나 다름없습니다. 문제가 생겼는데 외면할 수는 없죠.”“사촌이나 다름없다?”유우진이 비웃었다.“사촌이면 사촌이고, 아니면 아닌 거지. ‘다름없다’라는 건 뭐야?”그는 다리를 풀고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순간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요즘 세상에 형제니 가족이니 하는 명분으로 더러운 짓 하는 사람들 참 흔하지. 설마 너... 내가 그렇게 속이기 쉬워 보이나?”말이 너무 노골적이었다.뒤에 서 있던 주연성조차 얼굴을 찌푸리며 한마디하려다가 서재현이 먼저 손을 들어 막았다.

  • 이혼하고 실검 1위 찍었습니다   제25화

    하윤지는 서재현이 누가 강시원을 보석으로 풀어 준 건지 알아내려는 걸 느꼈다.하지만 경찰은 고개를 저었다.“그건 저희도 모릅니다. 당사자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고, 변호사를 통해서 처리됐습니다.”변호사...서재현은 경찰서를 나서자마자 강시원에게 전화를 걸었다.한 번, 두 번, 몇 번을 눌러도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잠시 하늘을 올려다본 서재현은 곧장 주연성에게 지시했다.휠체어를 밀게 하고, 곧바로 하윤지가 근무하는 로펌으로 향했다.그 시각, 하윤지는 법률 상담을 받으러 온 여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시원이 어디 있어?”주연성이 휠체어를 밀었고, 서재현은 들어오자마자 본론부터 던졌다.“뭐?”하윤지는 영문을 몰라 상담자에게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무슨 일이야?”서재현은 분노를 꾹 눌러 담은 채 말했다.“공정하게 처리하자며. 근데 왜 뒤에서 이런 수작을 부려?”“무슨 수작?”하윤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하윤지, 모르는 척한다고 내가 넘어갈 줄 알아?”서재현은 결국 목소리를 높였다.“경찰이 그랬어. 강시원을 보석으로 꺼낸 사람이 변호사라고. 이게 우연일까? 네 로펌에는 죄다 변호사들뿐인데.”하윤지는 미간을 찌푸렸다.“서재현, 서울에 로펌이 우리 하나뿐이야?”“그럼 너 말고 누가 강시원이랑 원한이 있겠어?!”서재현은 끝내 분노를 터뜨렸다.결혼한 지 5년.평소에 언성을 높이는 법이 없던 서재현이 이렇게 화를 내는 모습을, 하윤지는 처음 봤다. 순간 멍해져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하윤지, 너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서재현은 낮게 위협했다.“네가 일할 때 쓰는 더러운 수법을 일상에까지 끌고 오지 마. 결과를 감당 못 할 수도 있으니까.”하윤지는 이런 서재현을 본 적이 없었다.겉으로는 늘 온화했지만, 이 사람은 서울에서 오래 살아남은 인물이었다. 서씨 가문을 쥐고 흔들 수 있는 힘이 괜히 생긴 게 아니었다.그런데 그 위협이 다른 여자

บทอื่นๆ
สำรวจและอ่านนวนิยายดีๆ ได้ฟรี
เข้าถึงนวนิยายดีๆ จำนวนมากได้ฟรีบนแอป GoodNovel ดาวน์โหลดหนังสือที่คุณชอบและอ่านได้ทุกที่ทุกเวลา
อ่านหนังสือฟรีบนแอป
สแกนรหัสเพื่ออ่านบนแอป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