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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데이트인 줄 알았던 사람

Author: 새벽윤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28 19:10:45

친구 생일 모임이 끝난 날.

태현은 수진에게 처음으로 전화번호를 물었다.

“번호 알려줄래요?”

수진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왜요?”

태현이 조금 당황했다.

“연락하려고요.”

“왜 연락하려고요?”

태현은 한참 고민했다.

그리고 아주 솔직하게 말했다.

“한 번 더 보고 싶어서요.”

수진은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괜히 멋있는 척하지 않고,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지도 않았다.

그냥 보고 싶어서.

수진은 웃으며 번호를 알려줬다.

그리고 다음 날 오후 3시 17분.

태현에게 첫 메시지가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어제 그 사람입니다.]

수진은 메시지를 보고 한참 웃었다.

어제 그 사람이라니.

이름도 알고 있는데 왜 저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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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태현은 편집실에서 카메라를 켰다.이번 영상 제목은 간단했다.[첫 데이트라고 생각한 사람]촬영이 시작되자 태현은 카메라를 바라보며 웃었다.“오늘은 전부인과 처음 단둘이 만났던 날 이야기입니다.”잠시 말을 멈췄다.“저는 당연히 데이트라고 생각했습니다.”그가 조금 억울한 얼굴을 했다.“그런데 그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태현은 그날 있었던 일을 하나씩 이야기했다.파스타를 먹었던 일.서점에서 함께 책을 구경했던 일.카페에서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눴던 일.그리고 집 앞에서 어색하게 헤어졌던 순간까지.“지금 생각하면 제가 좀 이상하긴 했어요.”태현은 웃으며 말했다.“데이트 신청을 해 놓고 정작 데이트라는 말은 안 했거든요.”영상에는 수진이 보냈던 메시지도 언급됐다.친구끼리 밥 먹는데 무슨 재미가 있어요.태현은 그 문장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그때 진짜 당황했습니다.”영상이 공개되자 댓글창은 웃음으로 가득 찼다.[남자 답답ㅋㅋㅋㅋ][전부인이 왜 삐졌는지 알겠다.][밥 먹자=데이트는 본인만 알지ㅋㅋㅋ][두 분 너무 귀여웠다.]수진 역시 점심시간에 영상을 확인하고 있었다.처음에는 웃으며 보고 있었다.태현이 그날의 일을 얼마나 진지하게 기억하고 있는지 신기했다.하지만 영상 후반부.태현의 목소리가 조금 달라졌다.“그런데 한 가지.”수진은 화면을 바라봤다.“그날 제가 집에 바로 가지 않았다는 건, 아마 그 사람도 몰랐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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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진은 다음 날 아침부터 휴대폰을 몇 번이나 확인했다.특별한 이유는 없었다.정확히는, 없다고 생각하고 싶었다.이태현이 또 연락했는지.새로운 영상이 올라왔는지.그런 걸 기다리는 건 아니었다.적어도 수진은 그렇게 믿고 싶었다.출근 준비를 하면서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도, 회사 앞 횡단보도에 서 있으면서도 자꾸 휴대폰으로 손이 갔다.그리고 오전 9시 12분.익숙한 알림이 화면에 나타났다.[T의 기록님이 새 동영상을 업로드했습니다.]수진의 발걸음이 멈췄다.영상 제목은 짧았다.[전부인을 처음 만난 날]“……진짜 올렸네.”어제 카페 앞에서 자신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병원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자신의 이야기도 허락 없이 공개하지 말라고.그러면서 무심코 덧붙였다.처음 만났을 때 이야기나 해 보라고.그랬더니 정말 그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었다.“말 참 잘 듣네.”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리면서도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다만 곧바로 마음이 걸렸다.어제 분명 올리기 전에 보여 달라고 했는데.태현은 이번에도 영상을 먼저 공개했다.수진은 메시지를 보내려다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일단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부터 확인할 생각이었다.하지만 출근하자마자 영상을 볼 수는 없었다.회의가 있었고, 처리해야 할 업무도 쌓여 있었다.한 시간.두 시간.수진은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이어폰을 꺼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박지현이 슬쩍 물었다.“뭐 봐요?”“아무것도.”“그 유튜브요?”수진이 고개를 들었다.지현은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 웃고 있었다.“표정에 다 써 있어요.”“밥이나 먹어요.”“먼저 보세요. 궁금해서 아침부터 계속 휴대폰 확인하셨잖아요.”“안 봤거든요.”“지금 재생 버튼 누르고 계시면서?”수진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조용히 좀 해 봐요.”영상이 시작됐다.이번에는 태현이 카페처럼 보이는 공간에 앉아 있었다.화면 아래 자막이 나타났다.[그 사람을 처음 만난 날]태현은 카메라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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