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우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설기웅은 가문만 생각하지 외부인에게는 무자비하고 냉혈한이었다.또 이틀이 지나고, 세 가지 세력은 여전히 성혜인을 찾고 있었으며 업계 내부는 시끄러웠다.그러나 성혜인은 여전히 실종 상태이다.이 이틀 동안 반승제는 줄곧 밖에 있었고 네이처 빌리지로는 돌아오지 않았다.네이처 빌리지의 모든 고용인은 한 사람도 남김없이 모두 실종된 성혜인을 찾으라는 명령을 받고 밖으로 나갔다.그리고 모두가 애타게 찾는 성혜인은 이제야 침대에서 서서히 깨어나고 있었다.눈앞이 어두웠기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침대 머리맡을 더듬으며 불을 켜려고 했다.이때 누군가 그의 손목을 잡았다.“몸은 좀 어때요?”몸이 뻣뻣해진 그녀는 이 목소리가 왠지 익숙한 듯 했다. 그러나 어디서 들었던지는 기억 나지 않았다.남성은 매너 있게 그저 성혜인의 손목을 살짝 쥐었을 뿐이었다.“많이 다쳐서 당분간 마구 움직이면 안 돼요.”“불 좀 켜주세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남성이 잠시 멈칫하더니 실내를 밝게 비추고 있는 햇빛을 바라보았다.그가 손을 들어 성혜인의 눈앞에서 흔들어 보였다.그러나 성혜인의 눈동자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성혜인 역시 금방 알아챘다. 그녀는 제 몸을 비추는 햇살의 온기를 느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건 없이 여전히 암흑이었다.“저 혹시 실명된 건가요?”머리를 세게 맞아서 신경이 손상된 건가?성혜인의 말투는 차분한 듯 했지만 한쪽에 늘어뜨린 손에 힘을 꽉 쥐고 있어 예쁘게 정리한 손톱이 손바닥을 깊숙이 파고들고 있었다.누군가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고 곧이어 누군가 그녀를 확인하는 듯했다.외부인인 것 같았는데 두 사람은 성혜인의 건강 상황이 어떤지 이야기하고 있었다.둘 중 한 사람이 회복할 수 있느냐 물었고, 다른 한 사람이 단기간 내에는 어려우며 일시적인 실명인지 영구적인 실명인지도 알 수 없다는 대답했다.성혜인은 온몸이 딱딱하게 굳은 채로, 심장이 땅 밑까지 철렁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이불에서 은은히 풍겨오는 한약 냄새가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듯했다.성혜인은 자신이 악몽을 꿀 거로 생각했지만, 혼수상태였지만 여전히 평온함을 느꼈다.남성은 침대 옆에 앉아 성혜인이 잠에 드는 것을 확인한 후 커튼을 내려 햇빛을 막았다.이때 방 안에 있던 다른 사람이 그에게 보고했다.“반승제와 설기웅이 결국 맞붙게 되었습니다. 설기웅은 이미 BH 그룹의 프로젝트를 전력으로 방해하고 있습니다.”“그렇군요.”그의 시선이 먼 곳의 화원을 향했다가 다시 성혜인에게로 옮겨갔다.성혜인은 곤히 잠들어 있었다.다음 단계는 반승제가 성혜인에 대한 집착을 거두게 하는 것이다.사랑이 깊어질수록 결국 성혜인의 미래 결정에 영향을 끼칠 뿐이었다.그는 남자 하나 때문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결책자가 필요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방이 고요해졌고 그는 타오르고 있는 향초를 만지작거리려다 옆에 있던 사람이 문득 입을 열었다.“이 향초는 신경을 안정시키는 효과는 있지만 당신이 혜인 씨에게 준 약과 함께 복용하면 정신을 흐리게 할 수 있어요. 이 두 가지는 신중하게 사용해야 합니다.”“저도 분수가 있죠. 절대 해치진 않을 겁니다.”다른 한 남자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방을 나갔다....악몽을 꾼 반승제가 잠에서 깨 벌떡 몸을 일으켰다. 정신을 차린 그는 숨을 헐떡였다.주위를 둘러보고 나서야 자신이 소파에서 잠들었다는 것을 발견했다.벌써 며칠째 쉬지 못한 탓인지 눈은 온통 핏발이 섰고, 결국 더 버티지 못하고 소파에서 잠든 것이었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악몽까지 꾸었다.꿈속의 내용을 떠올리며 그는 옆에 놓여있던 물컵을 들었다. 두려움을 누그러뜨리려고 했지만 손은 속절없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고, 컵 속의 물도 덩달아 떨렸다. 그러다 마침내 컵에 손에서 떨어지며 ‘쨍그랑’ 맑은 소리를 내었다.이때 누군가 거실 문을 밀며 들어왔다. 심인우였다.반승제가 다급하게 물었다.“찾았어?”심인우가 어두운 안색으로 고개를 저었다.“대표님, 이 며칠 사이 반승우 씨가 회사 일을
심인우도 안타까운 마음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심 비서, 계속 찾아요. 모든 사람을 동원해서라도 찾아요.”반승제가 명령하며 소파에서 일어나 옆에 구겨진 채로 아무렇게나 놓인 외투를 집어 들었다.“저도 찾으러 갈 테니.”네이처 빌리지에 사람 그림자라곤 보이지 않는다. 반승제가 모든 인력을 동원해서 성혜인을 찾도록 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슨 영문인지 절대 찾을 수 없었다. 도대체 왜?반승제는 초조했다.그는 심인우를 따라 차에 올라타 등을 뒤로 기댄 채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았다.네이처 빌리지 내부는 여전히 으리으리했지만 안에 인기척은 없었다. 거의 팔리지 않는 빈집 같았다.또 꼬박 하루를 찾으러 돌아다녔지만 여전히 아무 정보도 얻지 못했다.이제 반승제는 차를 어디로 몰아야 할지조차 몰랐다. 제원 전체가 자신의 땅이라 생각했는데, 혜인이를 완벽하게 보호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자신은 항상 그녀를 위험에 빠뜨렸다.그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막연히 운전대에 엎드렸다. 그는 심지어 전에 성혜인이 없었을 때 자신이 어떻게 살아갔는지조차 생각 나지 않았다.그는 정말 무기력함의 극치에 달했다. 사랑하는 사람은 실종되었고, 그랬음에도 얻은 정보는 아무것도 없다.이때 장미가 전화를 걸어왔다.“승제야, 내가 보낸 메일 못 봤어?”반승제는 지하 격투장과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의 God 신분을 숨기기 위해.이 사이 바쁘게 돌아치다 보니 장미 누나가 보낸 메일은 줄곧 확인하지 못했다.“나중에 다시 얘기해.”이 말을 남기고 반승제는 전화를 끊었다. 그는 마치 살기를 포기한 사람처럼 다시 힘겹게 운전대에 엎드렸다.장미는 놀라며 통화가 끊긴 휴대폰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왠지 반승제의 상태가 이상한 것 같았다.적어도 설인아가 설씨 가문의 친 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 무엇이라도 말했어야 했다.그러나 그는 전혀 관심 없는 듯 굴었다.장미는 더 이상 반승제를 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아 그가 먼저 연락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칸막이 안에서 인기척이 들렸다.누군가 있었다. 누군가 자신의 말을 들었다.그가 천천히 칸막이로 다가가 문을 발로 차버리니 어색한 표정을 하고 있는 임경헌이 보였다.임경헌은 자신이 이곳에서 사촌 형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그는 요즘 가난하게 지내고 있었다. 전에 친구와 자동차 경주대회에 나가고 싶다고 말한 뒤 어머니가 모든 은행 카드를 정지시켰었다.비록 반승제가 준 카드에 돈이 많이 있긴 했지만, 그는 왠지 사촌 형의 돈을 더 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본래 그에게 있는 돈으로 스카이웨어에는 들어올 수 없었다. 하지만 오늘 밤 그의 파트너가 이곳에서 접대하기로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왔어야 했다. 어찌 되었든 차량 행렬도 그들이 함께 산 것이었기에 술도 함께 마셔야 했다.그런데 칸막이 안에서 사촌 형의 미친 소리를 들을 줄은 몰랐다.밖에는 분명 아무도 없는데 그는 흉악한 눈빛으로 누군가에게 으름장을 놓고 있었다.하여 깜짝 놀라 숨어버렸는데 사촌 형이 화장실 문을 발로 차 열어젖힐 줄은 몰랐다.그가 어색한 웃음을 터뜨리며 어설프게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형, 이런 데서 다 보네요.”배현우의 안색이 일순간 굳어졌다. 계속 온화한 사람인 척 연기하려 했지만 임경헌이 자신의 말을 모두 들은 것 같았다.아예 죽여버릴까?끔찍한 생각이 뇌리를 스치자마자 누군가 화장실 문을 똑똑 노크하더니 건들거리며 물었다.“경헌아, 화장실에 빠졌어?”임경헌 역시 다른 사람의 비밀을 캐내는 데는 영 취미가 없었다. 결국엔 비즈니스 협력뿐인데.누군가 들어오자 배현우의 미간이 다시 살짝 펴졌다. 그는 임경헌을 훑어보곤 자리를 떠났다.임경헌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문 앞에 있던 사람이 배현우가 자신을 스쳐 지나갈 때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곧이어 잔뜩 겁을 먹은 채 걸어 나오는 임경헌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겁이 참 많네.”그가 임경헌의 어깨에 팔을 올리며 씩 웃었다.최근 두 사람은 가까이 지냈다. 그들은 술도 함
임경헌은 거리에서 물건을 사 들고 포레스트로 반승제를 보러 갈 심산이었다.그에게는 아직 직접 벌었던 60만 원이 있었다. 전에 밥만 축내며 떠돌이 생활했기에했기에 이것이 그에게 유일하게 남은 돈이었다.그는 40만 원을 들여 반승제에게 줄 술 한 병을 샀다. 반승제에게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물건인 걸 알았지만 지금 그에게 있는 돈으로 살 수 있는 전부였다.이때 친한 형이 옆에서 말을 걸어왔다.“그거 월세방 세 들려고 모으던 돈 아냐? 남은 돈으로 이제 어쩌려고. 이미 60만 원으로도 외진 곳이라야 세 들 수 있는 건데.”임경헌이 술을 소중히 안고 차에 올라탔다.“그래도 써야죠. 사촌 형이 저한테 얼마나 잘해주셨는데. 승제 형은 저한테 제일 좋은 사람이에요.”남성이 그를 따라 차에 올라탔다. 검은 가죽옷에 귀에 여러 개 피어싱을 단 모습이 보기에 차갑고 시크해보였다.“네 사촌 형이 그런 성격일 줄은 몰랐네. 다들 미친 사람이라 하던데.”임경헌이 또 그를 흘겨보았다.“형이랑 친한 사람들만 착하다는 걸 알아요.”차는 포레스트에 와서 멈췄고 그는 서둘러 내려 대문 앞으로 갔다.온 이유를 설명하자 경호원이 들여보내 주었다.별장 문을 열고 소파에 앉아 있는 반승제를 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해졌다.티브이에서는 영문으로 된 흑백 영화가 틀어져 있었는데 뒤돌아보지도 않는 거로 보아 누군가 포레스트를 찾아올 줄은 생각지 못한 것 같았다.그가 검지와 중지 사이에 담배를 끼우고 피고 있었고, 테이블 위의 재떨이에는 이미 담배꽁초가 가득 쌓여있었다.“형.”임경헌이 가져온 술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선물 가져왔어요. 형이 요새 기분이 안 좋을 것 같아서.”반승제의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술을 힐끗 보고 그는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네가 직접 벌어서 산 거야?”임경헌이 멈칫했다. 그는 어떻게 알아차린거지 생각하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반승제가 등을 뒤로 젖혔다. 초췌해진 얼굴에 그간의 피로가 드러났다. 여태 밖을 샅샅이 돌아다
성혜인이 두 번째로 잠에서 깨어났을 때 주위는 여전히 어두컴컴했다.그녀가 벽을 더듬으며 몸을 일으키려 할 때, 옆에서 여성 도우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혜인 씨, 화장실에 가고 싶으세요?”성혜인이 고개를 끄덕였고 도우미의 부축을 받으며 화장실로 향했다.화장실 주변에는 모서리마다 부딪힘 방지 스펀지가 섬세하게 붙여져 있었다. 그녀가 혼수상태에 빠져 있을 때 미연에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모두 준비해 놓은 것이 분명했다.세면대에서 더듬거리다 수도꼭지를 틀었고 찬물 세수로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느낌적으로 자신의 곁에 누군가가 서 있다는 것을 알았다.“혜인 씨, 필요한 게 있으면 모두 말씀해 주세요.”“여기가 어디예요?”전 언제 돌아갈 수 있어요?도우미가 몇 초간 침묵을 지키다 입을 열었다.“죄송해요. 그건 대답해 줄 수 없어요.”성혜인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설기웅의 별장에서 탈출하고 땅에 떨어졌을 때 그녀는 자신의 앞에 누군가 서 있는 것을 어렴풋이 보았다.그 남자는 검은 우산을 쓰고 있었는데 키가 매우 컸기에 그녀의 각도에서 바라보면 마치 신의 강림처럼 느껴졌다.하지만 성혜인은 불안했다.부축을 받고 침대로 돌아온 성혜인은 음식을 먹은 후 창가에 섰다.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꽃향기를 머금고 있다. 주위가 조용한 것으로부터 미루어 볼 때 이곳은 아마 독립된 별장일 것이다.설마 이미 제원을 벗어난 건가?그녀가 다른 질문을 하려는데 방문이 누군가에 의해 열렸다. 여성 도우미가 그를 보며 인사했다.“K 씨.”“내려가요.”“네.”도우미가 자리를 뜨자 남성은 문을 살며시 닫고 성혜인에게로 다가왔다.“몸은 좀 나아졌어요?”“당신, 누구예요?”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성혜인은 그저 초점 없이 눈을 멍하게 뜨고 있었다.남성의 시야 속 그녀는 얇은 잠옷을 입은 채 얼굴은 방금 세수한 흔적인지 물방울이 방울방울 묻어 있다. 그 창백하고 초췌한 모습은 못내 사람을 측은하게 여기게 했다.“눈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제가 누군지 자연스레 알게 될
성혜인의 방에서 나간 남성은 곧바로 다른 방으로 향했다.이미 여러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아 그가 이 무리에서 가장 높은 지위에 있다는 것은 잘 알 수 있었다.“K 씨, 세 군데 세력이 수색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서 오래 버티긴 힘들 겁니다.”2주 동안 버틴 것도 모두가 최선을 다하며 수색을 방해했기에 이루어낸 결과였다.남성이 천천히 손에 든 찻잔을 내려놓았다.“그럼 반승우한테 언질 줘요. 이 기회에 반승제를 죽이지 못하면 이제 그 몸 통제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고.”그의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은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몸을 통제한다고?가볍게 웃는 남성의 눈이 사악하게 빛났다.“그냥 그렇게 전해주면 돼요. 그리고 이거, 반승우한테 꼭 전해줘요.”그가 건네는 물건은 어르신이 성혜인에게 선물한 팔찌였다. 그녀가 종래로 착용하지 않은.공교로운 것은 반승제와 사이가 좋았던 그 며칠간, 성혜인이 마침 그 팔찌를 착용하고 그에게 어르신한테서 받은 것이라고 말했었다는 것이다.지금 이 남성이 그 팔찌를 반승우에게 준다는것은 반승우더러 시나리오를 쓰라고 명령하는 것이었다.그리고 그는 사람들 뒤에 숨어서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그들이 서로 죽이고 죽는 과정을 구경할 수 있었다.부하는 빠르게 팔찌를 들고 시야에서 사라졌다.남성은 먼 곳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반승우가 상자를 받을 때 그는 회사 꼭대기 층에서 일을 하던 중이었다.프런트 데스크에서 누군가 상자를 가져다주며 말을 보탰다.“대표님, 배달원이 말하길 성혜인 씨 물건이랍니다.”배현우가 놀라며 즉시 상자를 열었고, 눈에 띈 것은 팔찌였다.성혜인에게서 본 적이 있는 팔찌였다. 성혜인을 데려간 사람이 팔찌를 보내온 것이다.배현우가 눈을 가늘게 뜨며 일순간 냉소했다.곧이어 그의 휴대폰에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대표님은 이 기간을 틈타 몸 통제권을 완전히 가져야 합니다.]이 메시지에 그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대표 사무실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 어두운 빛이 빠르게
그의 옆에 앉은 반승제는 몰골은 초췌했지만 기세는 절대 밀리지 않았다.“고작 팔찌 하나 들고 있으면서 모든 주식을 내놓으라니. 제가 바보인 줄 아세요?”배현우가 입꼬리를 치켜올렸다.“설마 팔찌겠어? 사인만 하면 혜인이를 데려와 네 곁에 있게 하겠다고.”“좋아요.”반승제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일으켰다.“그럼 우리가 계약하는 날, 전 반드시 혜인이 봐야겠어요. 혜인이가 눈에 보이게 되면 사인해 드리죠. 형, 자꾸 저 가지고 놀지 마세요. 저 미치면 반씨 가문 전체가 뒤집힐 수도 있어요.”이렇게 말하며 그의 시선이 담담하게 고택 내부를 훑었다. 그곳에 대한 미련이 전혀 없는 것처럼.배현우는 반승제가 말하는 바는 꼭 지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게 뭐 어때서. 반승제가 회사 대표가 아니게 되는 날엔 반씨 가문의 세력조차 쓸 수 없을 텐데.그때가 되면 그는 직접 반승제를 찾아 반승우가 똑똑히 두 눈 뜨고 보고 있을 때 죽여버릴 것이다. 그럼 이 지겨운 두 형제를 드디어 완전히 해결해 버릴 수 있다. 그리고 이후엔 전체 반씨 가문에 제 것이 되겠지.그렇다면 기꺼이.“그래. 그럼 소식 기다리고 있어.”배후에서 이 모든 것들을 계획한 사람이 팔찌를 자신에게 보냈다는 것은 제 편에 서겠다는 말과 같다.배후의 사람은 반승제가 모든 것을 잃기를 원한다.아직 배후의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 목적은 확실히 안다.적의 적은 친구라고 하지 않던가?설령 지금 이 순간 성혜인이 그의 손에 없다 하더라도, 반승제가 주식을 포기하고 싶어 한다는 소문을 퍼뜨리기만 하면 배후의 사람은 잠깐만이라도 성혜인을 보내줄 것이다.반승제가 금방 고택에서 나올 때, 집으로 들어오는 반기훈을 발견했다.둘째 아들을 본 반기훈의 눈이 일순간 일렁였다. 그러나 스쳐 지나가면서도 반승제는 그에게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이에 일순간 화해하고 싶었던 마음이 한순간에 차갑게 식어버렸다.과연, 이 둘째 아들은 영원히 길들지 않는 야생 늑대 같았다.역시 반승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