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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유혹하는 건가? (2)

Author: 유청요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5 11:00:36

소원은 황급히 입을 가리고 고개를 숙였다.

지환의 입꼬리가 내려갔다. 그는 사람 얼굴을 읽는 게 특기인 남자였다. 그래서 방금 그 웃음이 어떤 종류인지도 즉시 알아봤다.

반한 얼굴이 아니었다.

'우스운가? 수호신의 가호까지 받아 발현을 했는데? 이 신비로움과 내 자태가 안 먹힌다고?'

꼬리가 뚝 멈췄다.

소원은 눈을 슬쩍 피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미안 해요, 여우님. 출제자의 의도와 전혀 다른 감상을 해 버렸네. 그런데 좀 전달이 되게 의도를 표현하란 말이야.'

"마마."

뒤에서 목소리가 났다. 소진이었다. 입가에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미소가 편하지 않았다.

"괜찮으십니까?"

"네."

"다행입니다."

소진이 소원의 옷매무새를 가볍게 살폈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오늘은 많이 달라지셨네요."

'저년 또 저러네.'

소원의 마음속에서 소진은 벌써 저년으로 격하되어 있었다.

'한번 해보자는 거니? 이제 슬슬 적응도 되어 가겠다, 내가 참는 사람이 아니야. 네가 덤비는 사람이 누군지는 아니? 꿈이든 환상 세계든 이기고 보자.'

"예전에는 이런 자리에 서 계시는 것만으로도 많이 힘들어하셨으니까요."

"제가 많이 아팠다고 들었습니다."

"그랬지요. 그래서 걱정했습니다."

소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아직 궁의 법도를 다 기억하지 못하실까 해서요."

"그럼 앞으로 많이 가르쳐 주시겠네요."

"물론이지요."

소진의 미소가 조금 깊어졌다.

"마마께서는 원래 배우는 속도가 조금 느리셨으니까요."

'와 선지 구성에 함정을 몇 겹으로 파놓은 거 봐라.'

소원은 인장이 들어 있는 보자기를 가슴 쪽으로 당겨 안았다. 그리고 소진을 똑바로 봤다.

"언니."

"예, 마마."

"방금 그 말 아주 설계가 잘 됐습니다."

소진의 눈이 살짝 커졌다.

"……예?"

"'원래'요."

소원이 손가락 하나를 폈다.

"거기가 이 문장의 포인트입니다."

"……"

"'원래 느리셨다'고 전제를 깔아버리면 제가 반박을 못 해요. 반박하려면 원래가 어떤 상태였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하는데 그 과정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소원은 손가락 하나를 더 폈다.

"게다가 '걱정'이라는 명분을 두껍게 발라놔서 화를 낼 수도 없게 만들었어요. 화를 내는 순간 속 좁은 사람이 완성되는 마법의 프레임이죠."

세 번째 손가락.

"그리고 마지막은 하이라이트였는데, 이걸 백관들이 다 듣는 공공연한 자리에서 시전하셨단 말이죠. 여론전의 정석입니다."

소원의 팩트 폭격에 가까이 서 있던 대신 하나가 티 안 나게 뒤로 빠졌다.

"아주 잘 만드신 고난도 문장입니다."

하지만 소진은 만만치 않았다. 흥분하지도 않고 말꼬리도 잡지 않고 침착하게 웃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아주 품위 있어 보였다. 왜 저 사람이 태녀가 아닌지 궁금할 정도였다.

정적이 길어졌다. 예관이 어디선가 헛기침했다.

'아, 나도 모르게 직업병 나와서 너무 분석했네. 비속어 안 쓰고 침착하게 멕여야 완승인데, 홈그라운드가 아니라 긴장했나? 평소 실력이 안 나오네.'

소원은 뒤늦게 정신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고, 늦은 김에 하나만 더 했다.

"아까 저의 절도 맞춰주셨으니."

소진의 얼굴을 똑바로 보면서.

"앞으로도 저한테 좀 맞춰주세요?"

소원의 뇌에서 도파민이 폭발했다.

'와 나 방금 좀 래퍼 같았는데. 이것이 펀치라인인가? 들어는 봤니, 펀치라인?'

소진은 데이터니 고난도니 이런 낯선 단어들을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히 깨달았다. 소원은 더 이상 내향적이고 쉽게 움츠러드는 사람이 아니었다.

소진이 생각보다 아무 대꾸 없이 고개를 숙였다.

"……물론입니다, 마마."

물러나는 걸음이 아까보다 반 박자 빨랐다. 아마도 지금까지의 소원과 완전히 달라진 기세를 접하고, 앞으로의 대응 방식을 원점에서부터 고민하려는 듯이 보였다.

뭐 아직 이 세계가 어떻게 굴러가는지는 하나도 몰랐다. 여기가 정확히 어딘지도 모르겠고. 그런데 말로 밀어붙이는 건 십이 년 해온 일이었다. 한이경은 말하는 능력 하나로 일 년에 몇십억을 버는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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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서령이 탕약을 들고 들어왔다.

"내일 대면식이옵니다."

"대면식이요?"

"네 분 공을 정식으로 뵙는 자리입니다."

'아, 오늘 그 잘생긴 남신 넷.'

"그리고 그 자리에서 폐하께서 선언하실 것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무슨 선언인데요?"

"소인은 듣지 못했습니다."

소원은 잔을 받아 들고 잠깐 가만히 있었다.

"서령."

"예."

"혹시 미리 알 방법 없어요?"

"……예?"

"좀 훔쳐듣는다든지. 아니면 뭐, 모후 쪽 상궁한테 뇌물을 먹인다든지."

서령이 눈을 깜빡였다. 저게 무슨 소리인가 싶은 눈빛이었다.

"소인이 알아볼 수 있는 일이 아니옵니다."

"알겠어요. 나가보세요."

소원은 탕약을 한 번에 들이켰다.

'범위 제시도 안 하고 시험을 보네, 이 나라는.'

창밖으로 궁의 지붕들이 겹겹이 보였다. 낮에 저 위에 네 마리가 서 있었다.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데, 이상하게 아직 거기 있는 것 같았다.

내일이면 그 넷을 마주 앉아서 봐야 한다.

'하나도 아니고 넷을.'

소원은 이불을 끌어당겼다.

'내일 무슨 말이 나와도 놀라지 말자.'

그 다짐은 이튿날 반나절도 못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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