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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주말은 늘 고민거리였다. 특히 다희가 있을 때는 주말의 대부분을 그녀가 아이와 함께 보냈다.
평일엔 회사에 묶여 있던 그녀는, 주말만큼은 아이에게 시간을 온전히 쏟았다. 좋은 아내는 아니었을지언정, 나쁜 엄마만큼은 되고 싶지 않았던 그녀였다.
하지만 이제, 주말의 돌봄은 고스란히 준호의 몫이 되었다.
준호는 처음엔 혼자서 아이를 데리고 나가보려 했다. 하지만 혜정은 말없이 그 곁을 지켰다. 아이 엄마의 빈자리를 그녀는 알았고, 그 자리를 비워두고 싶지 않았다.
혜정은 아이에게 줄 간단한 도시락을 싸고, 외출에 필요한 옷과 물건들을 차근차근 챙겼다. 큰소리나 부산함 한번 내색하지 않고 준비하는 그녀의 손길을 준호는 조용히 바라보았다.
능숙한 동작, 익숙한 리듬. 그 안에 스며든 수십 년 삶의 무늬. 그리고—어젯밤 떠올린 상상이 불현듯 가슴 한켠을 찔러왔다.
‘미안해요, 장모님... 내가 무슨 생각을 한 거야…’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시선에는 고개를 들 수 없는 마음이 얹혀 있었다.
낮의 햇살은 이마를 눌렀고, 저녁의 바람은 팔을 스치며 끌어당겼다. 덥고도 쌀쌀한, 익숙한 일상이 미묘하게 어긋나는 계절.
그런 날, 혜정은 오랜만의 외출을 앞두고 옷장을 열었다. 이사를 했음에도 아직 풀지 않은 케리어에서 꺼낸 원피스가 오늘의 선택이었다.
그녀는 평소에도 돈을 목적 있게 쓰는 사람이었다. 불필요한 자리에선 삼천 원짜리 티셔츠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필요한 자리에선 꼭 그 차림에 맞는 백을 챙겼다.
주름이 가늘게 패인 손가락엔 늘 금붙이나 다이아로 그 흔적을 덮었고, 엄마나 할머니의 자리로 돌아왔을 때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깔끔하고 정갈한 자세로 돌아왔다. 그녀는 사치와 검약을 적절히 분배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오늘의 원피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눈에 띄게 비싸 보이지는 않았지만, 재질과 색감, 실루엣 하나까지 무심히 고른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발에 신은 구두는 차 조수석의 광택을 따라 반짝였고, 그녀가 타자 공간 안은 샴푸와 향수가 뒤섞인 향기로 채워졌다.
준호는 그 향기에서 무심코 다희를 떠올렸다.
다희 역시 그런 여자였다. 겉은 담백했지만 포인트를 정확히 아는 여자. 명품 한두 개로 균형을 맞추고, 정해진 자리에선 절대 후줄근하게 보이지 않던 태도. 지금의 혜정과 닮아 있었다.
차 안, 준호는 힐끔 조수석을 보았다. 모호한 실루엣이 겹쳐들자, 순간 두 여자가 하나로 포개지는 듯했다. 그리고 그때—어젯밤의 장면들이 불쑥 되살아났다. 향기와 움직임이 다희와 겹쳐지는 찰나, 그의 머릿속은 아찔하게 흔들렸다.
‘괜히 모녀가 아니네…’
준호는 서둘러 창밖을 향했다. 황금빛 햇살이 조수석에 내려앉아 있었고, 그 빛 위에서 혜정의 손가락에 낀 반지가 조용히 반짝였다.
—
나들이가 거의 끝나가던 무렵, 햇살은 주황빛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아이의 킥보드가 고르지 못한 인도를 달리던 순간, 앞바퀴가 턱에 걸렸다. 아이는 앞으로 휘청이며 쓰러졌다.
“아악!”
바로 뒤따르던 혜정이 손을 뻗었지만 제대로 붙잡지 못했고, 그녀 역시 중심을 잃은 채 무릎부터 바닥에 주저앉았다.
“괜찮아? 어머님도 괜찮으세요?”
준호가 서둘러 달려왔다. 아이도 놀랐는지 울음을 터뜨렸고, 혜정은 무릎을 감싸쥔 채 얼굴을 찡그렸다.
그때—찢어진 치마 자락이 바람에 젖혀 올랐다. 허벅지 안쪽의 매끄러운 살결, 그 위로 아슬하게 드러난 팬티의 윤곽까지 눈에 들어왔다.
준호는 숨을 삼켰다. 황급히 아이를 달래며 가방을 뒤져, 혹시나 싶어 챙겨온 타월을 꺼냈다.
“일단… 이거라도 두르세요.”
그녀는 무릎을 오므린 채 앉았고, 준호는 타월을 펼쳐 허리 쪽으로 감싸주려 다가갔다. 그 순간, 그의 손등이 스치듯 그녀의 엉덩이에 닿았다.
부드럽고도 묘하게 단단한 감촉. 찰나였지만, 어젯밤 영상 속 장면이 떠올랐다. 처음 손끝이 살에 닿았을 때의 긴장과 떨림이 현재로 이어진 듯했다.
“괜찮으세요…? 상처는…”
준호는 애써 시선을 피하며 물었다. 그러나 이미 너무 많은 것을 보았고, 깊이 느껴버렸다.
혜정은 아이를 끌어안은 채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의 울음은 조금씩 잦아들었고, 상황은 차분히 진정되어 갔다.
그러나 준호의 눈에는 타월 아래로 드러나던 희미한 곡선, 그리고 방금 스쳐간 손끝의 촉감이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는 금세 잠에 들었다. 뒷좌석 카시트에서 느리게 오르내리는 숨결이 유일한 리듬이었다. 집까지는 삼십여 분 남짓. 아이를 재우느라 틀었던 동요의 볼륨을 줄이자, 조용한 배기음만이 차창을 가볍게 울렸다.
‘음악이라도 틀 걸 그랬나…’
하지만 지금에서야 틀기엔 오히려 어색할 것 같았다.
아이 얘기를 몇 마디 주고받은 후 두 사람 사이엔 다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무슨 말을 꺼낼까 고민하던 찰나, 준호의 뇌리에 어젯밤의 장면이 번쩍 스쳤다. 그 방 너머 들려오던 신음소리. 베개에 묻혀 짓눌리던 숨결.
준호는 상상을 밀어내듯 억지로 말을 꺼냈다.
“불면증은… 좀 괜찮으세요? 불편하시면 약을 좀 드셔보셔도…”
혜정은 창밖을 본 채 짧게 답했다.
“그럴까…”
짧고 낮은 말이었다. 그러곤 잠시, 웃는 듯 말하는 듯 모호한 말투로 덧붙였다.
“괜찮아. 뭐, 몇십 년째니까.”
“그래도… 가위 눌리고 그러시면, 힘드시잖아요.”
그 말에 혜정은 작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살짝 떨궜다. 그리고 무릎 위, 찢어진 치마를 덮은 타월을 내려다보았다. 준호는 그 시선을 따라 타월을 바라보았다. 그 속에 감춰진 아까의 살결과, 자신이 스쳤던 감각이 스멀스멀 되살아났다.
잠깐의 정적.
그가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그날도… 어머님 소리에 깼어요. 너무 괴로워하시던데…”
“휴… 근데, 약을 먹으면… 낮에도 너무 피곤해서...”
“저희 약국 위에 후배가 하는 내과가 있어요.”
준호가 말했다.
“거기서 한번… 가볍게 처방 받아보시는 것도 괜찮아요.”
혜정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창밖을 바라보며 혼잣말처럼 말했다.
“뭐가 좀 달라지려나…”
차 안은 여전히 조용했다. 하지만, 방금 전의 고요와는 어딘가 결이 달랐다. 뒷좌석에서 잠들어 있던 아이가 작게 몸을 뒤척였다.
“하윤이가… 자면서도 참 많이 뒤척이네…”
혜정이 말끝을 흐리며 안전밸트를 풀고 몸을 틀어 아이 쪽으로 돌아앉았다. 불편한 자세로 꺾여진 머리를 고쳐주려는 듯, 무릎을 돌리고 몸을 뒤집었다.
그 순간—
옆자리에서 그녀를 바라보던 준호의 시야에, 내려앉은 타월 자락 너머로 가려져 있던 속살과 속옷이 드러났다.
아까 보았던 바로 그것. 얇은 레이스가 섞인 속옷.
평범한 기능성 대신, 취향이 드러나는 선택. 몸을 따라 흐르는 곡선이 단정하면서도 은밀하게 드러났다. 중심을 부드럽게 감싸며 살짝 파고든 그 형태는 그녀의 나이를 잊게 할 만큼 단정하면서도, 지극히 ‘여자’였다.
그 속에서, 문득 살결의 냄새가 코끝에 닿는 듯한 착각이 밀려왔다. 준호의 시선이 그대로 멈춰 있었다.
그때였다.
“휴… 됐다.”
몸을 돌리던 혜정이 고개를 들었고— 그와 눈이 마주쳤다.
“아…”
준호가 짧게 숨을 들이켰다. 들킨 시선은 재빨리 옆 창 쪽으로 튀었고, 그는 서둘러 사이드미러를 바라보며 더듬었다.
“사이드 미러가 안보여서..”
혜정은 잠시 말을 잇지 않았다. 그러곤 흘러내린 타월을 다시 다리 위로 끌어올려 무심한 듯 허벅지를 감쌌다. 자세를 고쳐잡은 그녀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입술을 다물었다.
다시 내려앉은 침묵. 그러나 이번 침묵은, 더 많은 것을 남기고 있었다.
—
“뭐? 뭐가 어떻게 됐다고?!”
은행에서 날아온 등기. 딱딱한 문장과 붉은 도장이 딸의 손끝을 마비시키고 있었다. 떨리는 그 종이 너머로 혜정이 불안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숨겨보려 했지만, 결국 들키는 건 시간문제였다. 상황을 파악한 딸 앞에서 터져 나온 것은 한숨뿐.
다희는 성격은 급했지만, 위기의 순간엔 오히려 침착했다. 그 모습이 혜정을 더욱 미안하게 만들었다.
5억 원. 온 가족이 몇 년을 모아도 부족할 금액이 공중으로 날아갔다. 그럼에도 다희는 혀를 차는 대신 조용히 계산기를 들었다. 은행이 요구하는 5억을 어떻게 마련할지, 벌써 머릿속으로 숫자를 더하고 있었다.
혜정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내가… 집을 내놓을게.”
정적이 흘렀다. 다희는 머릿속으로 무언가를 계산하다 무심한 듯 흘리듯 말했다.
“그게 말이 돼? 그럼 어디서 살려고?”
“원룸이라도 들어가지, 뭐…”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지금 머리아프니까 아무말도 하지마, 생각도 하지마.”
혜정은 후회했다. 부산에 사는 사람이 뭐한다고 서울에 땅을 샀을까… 그린밸트가 풀린다는 그 말을 왜 믿었을까… 몇 억이 올랐다고 하던 마지막 기회에서 왜 팔지 않았을까… 번복된 뉴스를 보던날, 그냥 조용히 죽어버릴 걸.
딸에게는 왜 말을 꺼냈을까.. 무슨 좋은 꼴을 보려고…
다음 날, 딸과 사위가 찾아왔다. 놀랍게도, 담담한 표정이었다.
“엄마 집은 전세로 돌리고, 우리 집으로 들어와. 하윤이 봐줘. 그리고 모자란 돈은… 우리가 어떻게든 해볼게.”
사위를 볼 낯이 없었다. 그런데도 준호는 웃으며 말했다.
“차라리 잘됐어요. 하윤이 봐주시면 우리도 돈도 좀 더 모으고… 좋잖아요? 하윤이도, 할머니 좋아하고요.”
그 말을 들으며 혜정은 목이 메었다. 사람답게 산다면, 돈 몇 푼 때문에 딸의 삶을 무너뜨릴 순 없었다. 하윤이를 봐준다는 건 분명 핑계였다.
하지만 그렇게 말해주는 사위가 고마웠고, 미안했다. 가족이 없는 사위를 아들로 받아들이겠다던 장모가, 이제는 짐이 되었다는 죄책감이 그녀를 짓눌렀다.
“…내가 뭐라도… 할게.”
조용히 뱉은 말에 준호가 고개를 들었다.
“뭐라도요?”
그 눈빛이 점점 가까워졌다.
“뭐라도” 라는 말이… 어떤 의미로 흐르고 있는지 혜정은 직감했다.
그리고, 그 순간— 자신의 몸에 아무것도 걸쳐져 있지 않다는 걸 알아챘다. 어두워진 공간. 텅 빈 방. 그 안엔, 자신과 사위. 단둘 뿐이었다.
“흐어억!!!!!”
날카로운 숨소리와 함께 혜정은 몸을 일으켰다. 숨이 가빴고, 손끝은 떨렸다. 벽 시계의 초침이 새벽 네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수면제… 힘들면 한번 드셔보세요.”
사위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혜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았다.
“하아.. 하아… 하아….”‘싸고 싶어… 쌀것 같아…’ 라며 허리에 매달리는 사위를 상상하며 겨우 숨을 골라보는 혜정.그는 이미 곁에 와 있었다.손끝이 턱선을 따라오르더니, 땀에 젖은 얼굴을 가볍게 끌어당겼다.입술이 맞닿는 순간, 서로의 숨이 다시 맞부딪혀 번졌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들어온 그의 혀끝이 뜨겁게, 그러나 섬세하게 그녀의 안쪽을 더듬었다.— 츄릅움직임은 길을 찾는 듯 더디다가도, 이내 익숙하게 그녀의 숨결을 휘감았다.발끝이 단단한 물건에 닿았다. 열기가 아직도 살아 있다. 혜정의 손끝이 저절로 그 방향으로 향했다.손에 닿자마자 느껴지는 미묘한 젖음. 조금만 더 흔들어주면 터질 것 같은 맥동. 손바닥은 그것을 감싸쥐며 천천히 움직였다.촉촉히 스며든 열이 손바닥에 번져왔다.“헤에…”혜정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아직 이 단단한 것에 남은 시간이 있다는 생각에, 몸이 다시 저릿하게 반응했다.준호는 그녀의 입가에 걸린 웃음을 바라보다
입 안과 입 밖, 경계는 무너졌다. 서로의 숨과 열기가 뒤엉겼다. 거칠게 발기한 사위의 손은 가녀린 장모의 몸을 던지듯 소파에 돌려세웠다.“하읏!!!”짧은 비명이 튀어나왔다. 소파 등받이를 짚고 그 위에 무릎을 꿇은 혜정. 자세를 가다듬기도 전에, 그녀의 등 뒤에서 준호의 거친 숨이 내려앉았다.“하아…”당황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는 그녀. 입가엔 방금 전의 키스에서 풀려난 침방울이 가느다란 실처럼 늘어져 있었다. 떨리는 눈빛. 불안과 당혹, 기대감.그것은 오히려 그의 본능을 자극했다. 망설임이 사라지고, 이성의 얇은 껍질도 함께 벗겨졌다.“못 참겠어… 도저히…”말끝이 갈라지며 그의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다. 하얗게 드러난 엉덩이 사이, 그 사이를 가린 것은 손바닥만 한 검은 천 조각 하나뿐.두 다리 사이의 깊은 틈. 그곳에서 반짝이며 맺힌 습기 한 줄기가 그녀가 이미 충분히 준비되어 있음을 말하고 있었다.준호는 말없이 손을 뻗었다. 양손으로 천을 단숨에 잡아당겼다.—지이익!“아흣!!!”
새근거리는 아이의 숨.두어 번 더 아이의 가슴을 토닥인 뒤에야 준호는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작게 숨을 고르고, 문고리를 잡았다. 그녀가 기다리고 있을까. 그 생각 하나로, 그는 문을 열고 조심스레 나왔다.캄캄한 거실.창밖의 불빛이 커튼 틈을 타 들어와 바닥에 희미한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 준호는 발끝으로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하윤이… 잠들었어?”적막 속에서 들려온 목소리. 준호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소리는 거실 쪽, 소파에서 나왔다.그곳엔 혜정이 앉아 있었다.조명도 켜지지 않은 어둠 속, 그녀의 눈빛만이 은은히 빛나고 있었다. 희미한 달빛 아래, 실루엣이 뚜렷했다. 그녀는 늘 입던 잠옷이 아니었다.푸른빛을 반사하는 하얀 셔츠 한 장. 그것만 걸친 채였다.준호는 멈출 수 없이 다가섰다. 그녀의 어깨선이 부드럽게 내려앉아 있었다. 소매는 몇 번을 접은 듯 손끝만 겨우 드러나 있었고, 그제야 그는 알아챘다.그것은 자신의 셔츠였다.오늘 하루 종일 입었던, 자신의 냄새가 남아 있을 그 옷. 그녀의 허벅지 위로는 허연 살결이 천의 자락과 함께 숨을 쉬듯 들썩였다.
이불을 조심스레 걷어 올리고 몸을 틀었다. 준호는 아직 잠들어 있었다. 밤새 그녀를 놓지 않았던 팔이며, 끝내 무너지는 숨결마다 그녀를 파고들던 입술. 그 얼굴이 너무도 편안해서, 혜정은 잠시 움직이지 않고 바라봤다.그는 쉽사리 잠들지 못했다. 아니, 잠이 든 후에도 완전히 놓지 못했다. 불안에 매달리듯, 무언가를 잃지 않으려는 사람처럼 그녀의 몸을 계속 더듬었다. 그 손길에는 탐욕보다 애착이, 욕망보다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사위라는 호칭을 지우고, 단지 남자이자 연인처럼 품에 매달려 있던 그의 체온은 여전히 시트 속에 남아 있었다. 그녀는 그의 팔에서 조심스레 빠져나왔다.“흐음…”팔을 겨우 들어올려 그의 이마를 쓸어보았다. 미간에 드리운 잔근육과, 아직 남아 있는 미소의 흔적.‘어쩌니, 우리… 이제…’“나 다자써어!!!!!!!”두 벽 너머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터지듯 들렸다. 준호가 반사적으로 튀듯이 몸을 일으켰고, 혜정은 이불을 몸에 감싸 안았다. 침대에서 내려가는 그의 등 뒤로 나지막한 목소리가 뒤따랐다.“옷!! 옷!! 입고 가야지!”—
“끄하아아아앙!!!”절정이 오고 있었다. 그녀의 몸 전체가 무언가에 꿰뚫린 채로 바닥에서 수직으로 솟구치고, 한순간 모든 감각이 꺼져버리는, 전류 같은 절정이 찾아오고 있었다.“으흐으그… 으그으윽… 어그윽…”이해할 수 없는 소리.통제되지 않는 몸.그 사이로 흘러나온 애액은 걸쭉하게, 두 사람의 사이를 흰 실처럼 뒤덮었다. 준호는 그녀에게 자지를 꽂은 채,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풀썩.시트가 펄럭이며 바닥에 착 가라앉았다.“허으윽…!”그녀의 신음 위로, 준호는 몸 전체를 그녀 위에 겹쳤다.그리고 허리를 거칠게 박아댔다.—철썩 철썩 철썩 철썩준호는 허공에 든 장모의 다리를 두 손으로 감싼 채, 온몸의 무게를 실어 혜정의 중심에 쏟아붓고 있었다.끝까지 빠졌다가, 다시 깊숙이.살이 마찰하며 내는 파열음. 걸쭉하게 섞인 체액이 내는 질척한 소리. 두 사람의 경계는 이미 녹아 있었다.
— 질퍽 질척젖어 있던 곳에서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은 억눌렀던 욕망의 흔적처럼, 적나라하게 넓게 퍼졌다.서로의 땀과 숨결, 그리고 막 터져나온 액체가 뒤섞이며 다리 사이를 뜨겁게 적셨다.혜정은 엉덩이를 한번 더 깊게 밀어넣듯 앉히며, 다리에 맺힌 감촉을 느꼈다.“흐그으으응!!!그리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철벅. 철벅.“아흑…”“아윽…!”일정하게 울리는 살과 살의 부딪힘. 음탕한 물소리가 방 안을 메우는 가운데, 혜정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몸이 위아래로 흔들릴 때마다, 시선 너머로 스쳐 지나가는 준호의 얼굴. 그는 혜정에게서 시선을 한 번도 떼지 않았다.아래에서, 위를 덮고 있는 그녀를 눈을 깜빡이지도 않은 채 바라보고 있었다.그 시선이, 뜨겁고 날카로웠다.‘지금…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기분은 좋은 걸까.&rsqu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