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국회 본회의장에서 탄핵안이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되었다는생중계 속보가 경복궁에 전달된 순간,그동안 마치 태풍의 눈처럼 긴장감으로 팽팽하게 얼어붙어 있던 집무실 안은순식간에 뜨겁고 평화로운 공기로 가득채워졌다.평정심을 유지하던 집무실은 곧바로 안도의 한숨으로 가득 찼다."전하! 탄핵안이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되었습니다! 저희가 완벽하게 승리하였습니다!" 안 비서실장이 기쁨에 저절로 소리쳤다.안미소 비서실장의 목소리에는 그동안 숨겨왔던 떨림과벅찬 감격이 고스란히 묻어났다.그 외침과 동시에 그동안 한 번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으며버티고 버티던 어린 여왕, 의연하게 참아왔던 민 설 여왕의 어깨가미세하게 파르르 떨리며 긴장감이 한순간에 허물어졌다.스물 여섯이라는 어린 나이에 하루아침에 대한 제국의 왕좌에 올라,핏줄을 겨누는 보수 연합과 사방에서 조여오는 거대한 무게감.안 실장과 총리 외에는 의지할 곳도 없고,누군가의 위로나 도움도 없이 스스로 방패가 되어 버티며 이 자리에 오기까지의 수개월이,그 간의 막연함과 두려움들이 밀물처럼 밀려 들었다. 민 설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했고,그런 여왕을 안 비서실장이 급히 다가와 조용히 부축했다. "전하…고생 많으셨어요, 정말. 이제 다 끝났어요."민 설은 안 실장의 품에 잠시 얼굴을 파묻고 그대로 있었다.어린 여왕으로 한 나라와 국민을 이끌어야 하는 거대한 압박감과 책임감,그리고 자신을 위해 피 터지게 싸워준 지혁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그 모든 순간들이 영화 속 필름처럼 스쳐 지나갔다."제가… 그간 좀 힘들었나 봅니다. 당분간은 피곤이 쌓이지 않도록 무리하지 말아야 겠어요."민 설이 촉촉한 눈빛을 빛내며 잠시의 휘청거림이 무안했는지안 비서실장에 작은 소리로 말했다.뜨거운 눈물과 울음이 목끝까지 차올랐지만,민 설을 이를 악물고 눈꺼풀을 강하게 깜빡이며 꾸욱 삼켰다.여기서 울 수는 없었다.민 설은 대한제국의 군주였다."그간 엄청 무리하긴 하셨죠...."안 실장도
전광판의 숫자가 최종 집계를 향해 빠르게 멈추어 섰다.드디어 개표가 끝났다."개표 결과가 최종 집계되어, 제국민 여러분과 이 자리의 모든 의원님들앞서 지금 즉시 명백히 발표하겠습니다!"국회의장의 마이크를 통해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거세게 몰아치는긴장감으로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대한제국의 운명을 가를 거대한 벼랑 끝,본회의장 안은 침을 삼키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팽팽하고 무거운 고요가 지배했다.전면에 설치된 초대형 디지털 전광판 위로,찬성과 반대를 나타내는 최종 숫자가 강렬한 푸른빛과 붉은빛을 내뿜으며 선명하게 떠올랐다.[총 투표수 300표 / 찬성 101표 / 반대 194표 / 무효 5표]가결 정족수를 한참 밑도는 참담한 숫자의 찬성 표와,그를 압도하고도 남는 거대한 반대 표의 수치가눈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가결 정족수 과반 미달로…… 민설 여왕 전하에 대한 탄핵 소추안은……이로서 단호히 부결되었음을 선포
마침내 운명의 탄핵 표결 날이 밝았다.대한제국의 수도의 하늘은 새벽부터 차갑고 무거운 잿빛 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국회의사당 주변은 탄핵을 찬성하는 보수 단체와여왕을 지키려는 반대 단체와 시민들의 함성으로이른 아침부터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경복궁의 깊고 고요한 집무실 안.민 설 여왕은 창가에 서서 차가운 김이 서린 유리 너머로멀리 국회의사당 방향의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민 설은 조용히 차를 마시며 국회 본회의장에서 전해질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표정은 담담하고 차분했지만 눈빛은 잘게 흔들리고 있었고,손에는 따뜻한 온기가 담긴 찻잔이 들려 있었지만,찻잔을 쥐고있는 손끝은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비록 대국민 방송으로 1차 여론의 역풍을 일으켰고구지혁 총리가 사생결단으로 밖에서 표를 다잡고 있다지만,투표함의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는그 누구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살얼음판이었다.여왕의 겉모습은 여전히 의연하고 고고했으나,그 내면에서는 거대한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었다.같은 시각, 국회 본회의장은 숨이 멎을 듯한 거대한 정적과살벌한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의원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며 하나둘씩 투표함으로 걸어 나와저마다의 긴장된 표정과 손길로 투표용지를 밀어 넣었다.투표소 안의 공기는 양끝에서 잡아당긴 줄다리기처럼 팽팽했다.총리석에 앉아 있는 구지혁 총리의 모습은 조용히 힘을 숨기고 있는 사자 같았다.사흘 밤낮을 단 1시간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뛰어다닌 탓에그의 턱시도는 사방이 구겨져 있었고, 입술은 바짝 말라 터져 있었다.하지만 그의 두 눈은 사자처럼 서늘하고 날카롭게 빛나며본회의장 구석구석을 쏘아보고 있었다.구지혁 총리의 시선 끝에는,참관석에 여유로운 표정으로 앉아 있는 민 현 대공이 걸려들었다.민 현 대공은 승리를 확신한다는 듯 비열하고 오만한 미소를 지으며다리를 꼬고 편하고 거만하게 앉아 있었다.'밑바닥부터 악착같이 올라온 여왕의 왕좌를, 너 따위 얍삽한 여우같은 놈의 음모가 가로채게 둘 줄 알았
민 설 여왕이 궁 안에서 의연한 태도로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대국민 방송으로 1차 여론의 반전을 이끌어내는 동안,구지혁 총리는 궁 밖에서 그야말로 피 터지는 정치적 사생결단을 치르고 있었다.탄핵안의 국회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표결까지 남은 단 나흘의 시간 동안,보수 연합의 압박에 흔들리는 중도파 의원 30명의 마음을 완벽하게 돌려놓아야만 했다.한 번 눈앞의 공천권과 기득권에 눈이 멀어 넘어간 마음을다시 돌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하지만 지혁은 냉혹한 현실정치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기득권에 눈이 멀어 한 번 변심한 자들은,결국 위기가 닥치면 그만큼 또다시 쉽게 변하게 마련이지.'지혁은 그 약점을 정확하고 집요하게 파고들었다.그는 곧바로 특유의 천재적인 두뇌와 철저한 정보력을 가동해의원들 개개인의 성향과 약점을 분석했다.그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의원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사무실과 골프장은 물론 비밀 요정과 자택을 일일이 찾아다녔다.자신의 탄탄한 정치적 인맥은 물론,
국회에서 탄핵 소추안이 전격 발의되었다는 디지털 속보가 전 제국을 뒤흔들고 있던 시각, 대궐의 깊은 정무실은 태풍의 눈처럼 기이할 정도로 고요했다. 수백 년 동안 제국의 중심을 지켜온 거대한 석조 기둥들 사이로, 찬란한 늦가을의 햇살이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화려한 왕관과 적의 대신 수수하고 단정한 정장을 입고 있던 민 설 여왕은 집무실 창가에 홀로 서서 가상 광장의 혼란스러운 홀로그램 풍경을 침착하고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민 현 대공 측이 파놓은 음모의 늪과, 사방에서 조여오는 정치적 압박. 여왕의 어린 나이와 국정 경험 부족을 물고 늘어지는 야당의 성명서가 시야를 어지럽게 메웠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흔들림
다음 날 오전, 대한제국 도심의 중심 상공.수백 미터 높이의 초대형 홀로그램 전광판들이일제히 붉은색 경보 신호를 뿜어내며 시내를 피빛으로 물들였다.제국 전역의 시민들이 착용한 스마트 렌즈와 공중 가상 공간마다일제히 국회 중계 방송이 송출되었다.보수 연합의 대표 의원이 비장한 표정으로 의사당 단상에 올라 중대 발표를 강행했다.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단어들은 가상 공간의 네트워크 서버를순식간에 과부하시키며 정국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보수 연합 의원 160인은 국가 통치 제어 권한 상실 및 국기 문란의 책임을 물어, 민 설 여왕 전하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전격 발의합니다!"속보가 전송되자마자 전 제국은 거대한 충격과 데이터 폭풍 속에 휩싸였다.각 공중파 및 메타버스 방송국은 정규 송출을 일제히 긴급 중단했고,시민들의 시야에 떠 있는 AR(증강현실) 창마다 붉은색 긴급 자막이 사정없이 깜빡였다.[속보: 국회, 여왕 탄핵 소추안 전격 발의!][메타버스 여론 지수 폭락… 표결 결과에 따라 여왕의 왕실 계정 및 직무 정지 위기]억지 명분과 모함으로 얼룩진 탄핵안이었지만,이미 국회 의석수의 과반을 든든하게 장악한 보수 연합이작정하고 밀어붙이자 탄핵안은 순식간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되어이미 실시간 표결 알고리즘에 돌입했다.도심 상공의 거대 홀로그램 광장과 디지털 커뮤니티 공간에는탄핵 찬성을 주장하는 보수 성향의 AI 봇 군단과,이를 저지하려는 여왕 지지파들의 실시간 아바타 시위가거대한 폭풍처럼 뒤엉켜 있었다.가상 네트워크 안팎으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의 데이터가 쏟아져 내렸다.총리관 집무실에서 이 긴급 소식을 홀로그램 화면으로 접한 구지혁 총리의 눈빛이차가운 결의로 날카롭게 빛났다.그는 손에 쥐고 있던 태블릿 펜을 단단히 움켜쥐었다.펜의 압력 센서가 경고음을 울리며 고요한 집무실 안에 서늘한 여운을 남겼다."민 현 대공, 이 교활하고 악랄한 여우같은 놈이 결국 자신의 무덤을 스스로 파는구나. 감히 전하를 탄핵하겠다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