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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마루콩
다음 날 아침, 강이주는 웨딩 업체로부터 전화받았다.

며칠 전 주문해 두었던 맞춤 웨딩드레스가 완성되었다는 연락이었다.

처음 주문할 당시 강이주가 남겨 둔 배송지는 심원후와 함께 살던 아파트 주소였다.

그래서 이른 아침부터 웨딩 업체 직원이 그쪽으로 직접 배송했다는 설명이었다.

그제야 강이주는 물건이 웨딩드레스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강이주는 곧바로 차를 몰아 아파트로 향했다.

현관문을 여는 순간, 강이주는 저절로 미간을 찌푸렸다.

하룻밤 사이였을 뿐인데, 분명 비워둔 집 안에 눈에 띄게 물건들이 늘어나 있었다.

하나같이 심원후의 취향과는 거리가 먼 물건들이었다.

심원후가 아니라면, 떠오르는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백초아였다.

그 생각이 들자 강이주의 속에서 불쾌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이 집은 빨리 정리해야겠네.’

강이주는 부동산 공인중개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매각을 서두르겠다는 뜻을 다시 한번 분명히 전했다.

그 사이, 강이주는 계단을 내려오는 심원후의 인기척을 알아채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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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582화

    “제가 아버지를 실망하시게 했습니다. 별것도 아닌 일을 이렇게 크게 만들었고, 강이주 한 사람도 제대로 상대하지 못해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렸습니다.”“제 벌은 백 대로 하겠습니다. 다음부터는 이런 수준 낮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습니다.”구희도는 스스로 백 대의 벌을 받겠다고 말했다.아버지가 선택권을 준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구희도가 구호민이 만족할 답을 내놓지 못하면 벌은 오히려 더 심해질 터였다.구희라에게 정해진 쉰 대는 구희도가 대신 받으면 백 대가 됐다.자기 잘못에 대한 벌까지 백 대보다 적게 말한다면 구호민이 받아들이지 않을 게 분명했다.구희도가 알아서 벌을 정하자 구호민은 그나마 만족한 듯했다.구호민은 구희라를 보며 말했다. “희라야, 네 작은오빠가 네 벌을 대신 받는다. 똑바로 봐라. 네가 구씨 집안 사람으로 사는 동안은 이 집 규칙을 따라야 해.”“오늘 희도가 맞는 건 너 대신이야. 다음에 생각 없이 결정하고 입부터 열기 전에 오늘 일을 떠올려.”“혼자 옳은 줄 알고 계속 사고 치면서 다른 사람에게 네 어리석음에 대한 대가까지 대신 치르게 하지 마.” 구호민은 차갑게 경고했다.구희라는 원망스러운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봤다. “말로 사람 죄책감 느끼게 만들지 마세요. 아빠 마음대로 만든 논리로 독단적인 행동까지 정당화하지도 마시고요.”“저도 잘못한 거 없고 작은오빠도 잘못한 거 없어요. 아빠라는 이유, 어른이라는 이유로 우리를 억누르는 거잖아요. 전 이런 억지는 받아들일 수 없어요.”말을 마친 구희라는 구희도 곁으로 가서 바닥에 무릎 꿇은 오빠를 일으키려 손을 뻗었다.이미 오래전부터 구호민의 일방적인 훈계가 지겨웠다.사람을 자기 뜻대로 통제하려는 집착도 뿌리 깊이 싫었다.구희라가 맞서자 구호민의 분위기는 더 서늘해졌다.구희도가 구희라를 바라보며 무겁게 불렀다. “희라야!”더 말하면 결국 다치는 건 구희라 자신이라는 뜻이었다.구희라는 오빠를 일으키려던 손을 멈췄다. 왜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581화

    구희라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손을 휘둘러 반대쪽 뺨도 그대로 때렸다.눈가가 붉어진 구희라가 분노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빠랑 작은오빠한테 사람 목숨은 대체 뭐예요?”구희라는 분명 ‘둘’에게 묻고 있었다.옆에서 차갑게 지켜보던 구호민까지 함께 겨냥한 말이었다.그때 구희라의 마음에는 서늘한 허무함이 깊게 번졌다.큰오빠가 납치됐을 때도 아버지와 작은오빠는 가족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무심했다.이제는 자신 때문에 일에 휘말린 주선하에게도 손을 댔다.이 집안 자체와 구호민의 비정상적인 통제 방식에 대한 반감이 오래전부터 쌓여 있었다.주선하가 폭행당한 일을 계기로 구희라의 감정은 결국 한꺼번에 터졌다.구호민은 구희라의 질문을 듣고 비웃었다. “구씨 집안에서 자라 놓고도 끝까지 그렇게 순진한 부잣집 막내딸이구나. 네 큰오빠가 너를 너무 감싸 키웠어. 세상 물정도 모르는 철부지로.”구희라의 순진함을 한심하게 여기는 기색이 말투에 가득했다.구희라가 반박하려 했지만 구호민은 이미 시선을 구희도에게 돌렸다. “내가 그 녀석 빨리 정리하라고 했지. 일을 망친 것도 모자라 반성은 안 하고 동생이나 감싸고 있어?”“좋아. 오늘 너희 남매간 우애가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보자.”구호민은 두 사람을 훑어본 뒤 거실 소파에 앉아 구희도에게 말했다. “서재 가서 가죽 채찍 가져와.”채찍이라는 말을 듣자 구희라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어릴 때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구호민은 그 채찍으로 직접 벌을 내렸다.몇 번은 구기빈이 구희라 대신 맞았다.구씨 집안의 사적인 가칙은 누군가 잘못했을 때 그 사람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가족에게 더 큰 책임을 묻고, 두 배로 벌을 주는 식이었다.구기빈은 구희라를 감싸려다 두 배를 넘어서 세 배 가까운 벌까지 대신 받은 적이 여러 번 있었다.그럴 때마다 피를 토할 정도로 맞고 며칠씩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고열까지 앓은 적이 몇 번이나 있었고, 그 모습을 본 뒤 구희라는 정면으로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는 일을 점점 두려워하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580화

    구희도가 구희라에게 낮게 말했다. “말 들어. 방으로 올라가.”오늘 밤 구호민의 화는 이미 한계치에 가까이 쌓여 있었다.구희라가 여기 더 남아 있으면 그 불똥이 그대로 구희라에게 튈 가능성이 컸다.구희도는 그 상황을 원하지 않았다.구희도 역시 하나뿐인 여동생 구희라를 아꼈다.구희라는 구희도의 눈빛이 무슨 뜻인지 알아보고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가려 했다.“서!”구희라가 몸을 돌리자마자 구호민이 불러 세웠다. 실은 움직임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앞에 서 있던 구희도의 표정도 굳었다.구희도가 구호민을 바라봤다. “아버지.”구호민은 두 사람을 번갈아 훑어본 뒤 비웃었다. “남매애가 참 대단하구나. 네 일도 아직 계산 안 끝났는데 지금 네 처지에 희라 걱정할 여유가 있어?”구희도가 낮게 답했다. “아버지, 그런 뜻이 아니었습니다.”말을 마친 뒤에는 더 입을 열지 않았다. 괜히 말을 덧붙였다가 실수라도 하면 구희라까지 끌려들 수 있었다.구호민은 코웃음을 쳤다. “동생 감싸 주고 싶어? 네가 희라 이름으로 희라 남편을 불러내서 거의 죽도록 팼다는 걸 알면, 그래도 희라가 너한테 고마워할 것 같아?”구희도는 입을 다물었다.그 말을 들은 구희라가 돌아서 구희도를 봤다. “작은오빠, 아빠 말이 무슨 뜻이야? 내 핸드폰 오빠가 가져갔어? 선하한테 무슨 짓 했어?”구희라가 잘못 알아들은 게 아니라면 구희도가 자신의 핸드폰으로 주선하를 불러내 폭행했다는 뜻이었다.화가 치밀어 오른 구희라는 바로 구희도 앞까지 달려가 따졌다. “선하한테 대체 무슨 짓 했는데?”구희도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별거 안 했어. 그 녀석한테 너랑 이혼하라고 했지. 너랑 급이 안 맞는 놈이니까. 말을 안 듣길래 사람 시켜서 좀 때렸고. 갈비뼈 몇 대 나갔을 수도 있겠네. 안 죽었어. 목숨은 질기더라.”구희도는 여동생 앞에서도 주선하를 때렸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어차피 이 말을 하게 만드는 것이 구호민의 목적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구호민은 구희도가 구희라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579화

    유예준은 정말 자기 목숨까지 걸어 강이주의 안전을 장담했다.구기빈은 그 말을 듣고 답했다. [네 목숨 내가 받아서 뭐에 쓰게. 그 목숨 잘 붙들고 내 아내나 제대로 지켜. 예준아, 부탁한다.]마지막 말에는 무거운 진심이 더해졌다.유예준은 오히려 진지하게 말했다. “내가 죽는 일이 있어도 제수씨는 끝까지 무사하게 지킬 거야.”구기빈이 바로 잘랐다. [거기까지 할 필요는 없어. 너 죽지 말고, 이주만 잘 돌봐.]구기빈은 J시에 유예준이라도 남아 있다는 사실이 다행이라고 느꼈다.유예준이 곁을 지켜 주면 자신도 조금은 마음 놓고 다른 일에 몰두할 수 있었다.통화를 끝낸 유예준은 병실 안으로 돌아갔다.침대 위에 누운 강이주를 보자 유예준도 마음 한쪽이 무거워졌다.유예준은 강서규 부부 앞에 서서 조심스럽게 말했다.“회장님, 사모님. 여기는 제가 지키겠습니다. 임설 비서와 함께 잠깐 댁에 다녀오시면서 제수씨 갈아입을 옷이나 필요한 물건을 챙겨 오시는 게 좋겠습니다.”유예준은 두 사람을 잠깐이라도 병실 밖으로 보내 구기빈이 영상으로 강이주를 볼 수 있게 해 볼 생각이었다.강이주는 아직 의식이 없었고 입원도 며칠은 해야 했기에 실제로도 갈아입을 옷과 생활용품이 필요했다.임설도 옆에서 말했다.“회장님, 사모님. 제가 모시고 다녀올게요. 대표님께 필요한 물건도 같이 챙기겠습니다.”임설의 눈에 강이주를 향한 걱정이 가득했다.강서규와 장숙연은 두 사람의 말을 듣고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임설이 먼저 두 사람을 모시고 집으로 다녀오기로 했다.배진호도 잠깐 생각한 뒤 함께 가기로 했다.이번에 돌아온 배진호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강이주를 보호하는 일이었다.그런데도 강이주가 사고를 당했으니 자신에게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었다.강이주가 다친 상황에서 강이주의 부모에게까지 일이 생기게 둘 수는 없었다.배진호는 강이주의 부모를 직접 곁에서 지키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일행이 나가고 병실에는 유예준만 남았다.유예준은 핸드폰을 꺼내 구기빈에게 영상통화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578화

    유예준은 강이주의 상태를 숨기지 않고 구기빈에게 그대로 설명했다.구기빈의 감정도 아까보다 조금은 가라앉아 있었다.수술까지 필요하다는 말을 들은 구기빈이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화물차 운전자는 어떻게 된 거야?]현재 수사기관의 1차 판단은 일반 교통사고에 가까웠다.운전자의 생활 배경과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등을 종합하면 명백한 음주운전 상태였기 때문이다.바깥에서는 자신과 피해자의 안전을 모두 내팽개친 운전자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셌다.운전자의 배우자와 아이들에 관한 사생활까지 온라인에 속수무책으로 퍼지고 있었다.하지만 구기빈은 이번 사고가 단순한 우연이라고 믿지 않았다.유예준이 말했다. “사고 쪽은 나도 더 파볼게. 지금 제수씨 곁에는 임설 비서도 있고 배 비서도 있어. 강이주 대표님 부모님도 와 계시고 나도 여기 있으니까 너무 불안해하지 마.”유예준은 강이주 상태보다 지금 구기빈의 심리 상태에 더 신경이 쓰였다.강이주의 바이털 사인은 이미 안정된 상태였다.다만 온몸에 충돌로 생긴 상처가 있었고 복부도 다쳤다. 유예준은 진료기록까지 직접 확인했다.유리 조각의 위치가 조금만 달랐으면 자궁의 한쪽 나팔관까지 손상될 뻔했다.정말 아슬아슬하게 피한 것이었다.이마와 뺨에도 유리 조각에 긁힌 상처가 있었지만 깊지 않아 큰 문제는 없었다.현재 가장 심각하게 봐야 하는 곳은 오른쪽 발목이었다.서로 다른 부위에 미세 골절이 세 군데나 있었다.강이주가 다친 상황이라 앞으로 구기빈이 앞으로의 계획에 집중하지 못할 가능성도 컸다.구기빈이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영상통화 가능해? 나 이주 좀 보고 싶어.]유예준은 병실 안을 한 번 보고 답했다. “기빈아, 지금 제수씨 부모님도 같이 계셔. 조금 있다가 내가 몰래 사진 찍어서 보내 줄게.”현재 공식적으로 구기빈은 심하게 다쳐 치료받는 것으로 알려졌다.실제로는 연기라고 해도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안전했다.유예준은 구기빈이 강이주를 걱정하는 마음을 이해했지만, 지금 정체를 드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577화

    유리 조각을 제거하자 복부 상처에서 피가 거세게 쏟아졌다.유예준이 가까이서 확인해 보니 위치상 동맥까지 손상되었을 가능성이 컸다.문제는 하필 그때 제일병원에서 강이주와 같은 혈액형의 혈액 보유량이 크게 부족하다는 점이었다.오후에 삼유병원 인근에서 화학물질 폭발 사고가 발생해 제일병원이 보유하던 혈액 상당량이 응급 지원으로 이미 빠져나간 상태였다.유예준이 물었다. “혈액형이 어떻게 됩니까?”간호사가 답했다. “AB형입니다.”유예준은 바로 소매를 걷었다. “응급 지정헌혈 절차 진행해 주세요. 저도 AB형입니다.”말을 마친 유예준은 간호사와 함께 채혈과 필요한 검사를 받으러 이동했다.헌혈 절차를 마친 뒤 유예준은 더 이상 수술실에 남지 못하고 간호사의 부축을 받아 밖으로 나왔다.채혈을 막 끝낸 탓인지 유예준의 안색은 평소보다 창백했다.배진호가 한 걸음 다가서며 물었다.“강 대표님은... 지금 어떻게 됐어요?”배진호는 구기빈과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배진호는 유예준을 보며 더 불안해졌다. ‘그런데 안색은 왜 저렇게 안 좋지?’유예준은 복도 의자에 앉아 채혈한 팔의 거즈를 눌렀다. “헌혈하고 나왔어요. 안에서는 처치가 잘 진행되고 있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이어 강서규와 장숙연을 향해 말했다. “회장님, 사모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강 대표님은 괜찮을 겁니다.”유예준이 그렇게 말해도 강이주가 수술실에서 나오기 전까지 부모인 강서규와 장숙연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강서규는 유예준이 팔의 거즈를 누르고 있는 모습을 봤다.방금 유예준이 강이주를 위해 헌혈했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차린 강서규가 고마운 마음으로 유예준을 바라봤다. “우리 이주를 위해서 피까지 내줬구나. 고맙다.”유예준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같은 혈액형이라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어서 한 겁니다.”유예준은 정말 크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며 강서규를 안심시켰다.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장숙연은 오히려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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