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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작가: 마루콩
“혼자 있기 좀 무서워서.”

강이주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백초아의 떨리는 목소리를 들었다.

심원후는 곧바로 손을 뻗어 백초아의 손을 잡고, 낮은 목소리로 달랬다.

“왜 그래? 낯선 환경이라 불편한가?”

백초아는 말 없이 고개만 작게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심원후는 더 이상 숨기지 못하고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내가 같이 있을게. 겁내지 마.”

“미안해... 내가 혹시 너랑 이주 씨 시간을 방해한 거야?”

백초아의 시선이 그제야 강이주에게로 옮겨갔다.

마치 이제야 강이주의 존재를 알아차린 것처럼.

목소리는 조심스러웠다.

“이주 씨가 사실 저를 반기지 않는다는 거 알아요. 다 제 잘못이에요. 저 때문에 두 분이 다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냥 가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심원후는 무의식적으로 강이주를 한 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니야, 이주는 그렇게 속이 좁은 사...”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이주는 몸을 돌려 일어나며 비웃듯 웃었다.

“백초아 씨, 조심히 가. 배웅은 못 해.”

강이주는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백초아는 계속해서 화살을 강이주 쪽으로 돌리고 있었다.

아무리 참고 넘어가는 성격이라 해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강이주는 원래 참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백초아는 잠시 멍해진 표정을 지었다. 늘 참고 있던 강이주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내쫓을 거라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곧 눈가가 붉어지며,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눈으로 심원후를 올려다보았다.

백초아가 울먹이는 모습을 보자 심원후의 표정은 단번에 굳어졌다.

“이주야, 너무한 거 아니야? 초아는 내가 데려온 손님이야. 네가 무슨 권리로 사람을 내쫓아?”

“초아 우울증 있는 거 알잖아. 그렇게까지 몰아붙여야 해? 너 언제부터 이렇게 매정해졌어?”

그는 강이주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몸을 돌려 백초아의 눈가를 닦아주며 말했다.

“괜찮아. 내가 있잖아. 이주가 너 괴롭히게 놔두지 않아.”

백초아는 조심스럽게 심원후의 품으로 몸을 기댔다.

“나를 걱정해 주는 거 알고 있어. 그래도 이주 씨가 네 약혼자인데, 내가 너무 민폐를 끼쳤어. 내가 너무 너한테 의지했어.”

“나도 내가 이러면 안 된다는 거 아는데,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은 너뿐이잖아. 누구를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어. 제발 나 때문에 둘이 싸우지 마.”

그렇게 말하면서도 백초아는 강이주를 향해 슬쩍 시선을 던졌다.

그리고 입 모양으로 분명하게 말했다.

“네가 졌어. 빨리 인정해. 넌 나를 못 이겨.”

강이주는 이미 자기 마음이 다 식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심원후가 아무 망설임 없이 백초아의 편에 서는 모습을 보는 순간, 가슴 깊은 곳이 다시 아려왔다.

백초아의 도발에는 더 이상 반응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했다.

강이주는 차갑게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둘 다 나가.”

분명한 퇴거 선언이었다.

심원후는 강이주의 흔들림 없는 시선을 마주하며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심원후는 잘 알고 있었다. 강이주가 자신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여러 번 약속을 어기는 자신을 참지 않았을 것이다.

예전의 강이주는 조금만 달래주면 금세 풀렸다.

하지만 지금의 강이주는 달랐다.

심원후가 무언가 더 말하려는 사이, 품에 있던 백초아가 스스로 빠져나왔다.

백초아는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강이주 앞에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이주 씨, 아직 화났어요?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사과할게요. 원후랑 싸우지 마세요.”

백초아의 손이 닿으려는 순간, 강이주는 반사적으로 손을 세게 뿌리쳤다.

백초아와 닿고 싶지 않았다.

그 자체가 역겨웠다.

강이주의 손짓에 백초아는 짧게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졌다.

그대로 심원후 발치에 주저앉았다.

“초아야.”

심원후는 급히 몸을 낮춰 백초아를 안아 올렸다.

거의 동시에 백초아는 억울한 듯 울먹였다.

“원후야, 이주 씨 탓 아니야. 내가 이주 씨를 화나게 한 거야. 이주 씨가 화 풀려고 그런 거겠지. 제발 이주 씨 탓하지 마.”

몇 마디 말로 백초아는 자신이 넘어졌다는 사실의 책임을 모두 강이주에게 넘겼다.

강이주는 백초아를 건드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말은 분명 심원후에게 이렇게 들렸을 것이다.

강이주가 밀었다고.

예상대로 심원후는 분노한 눈빛으로 강이주를 노려보았다.

“적당히 해. 초아한테 사과하고.”

심원후는 아무것도 확인하지 않은 채 백초아의 말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강이주에게 명령하듯 말했다.

그 모습에 강이주는 헛웃음이 나왔다.

“나는 밀지 않았어. 내가 왜 사과해야 해? 심원후, 그 있으나 마나 한 눈은 필요한 사람한테 기증이라도 해.”

자신이 하지 않은 일까지 뒤집어쓰는 건, 강이주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강이주의 태도에 심원후는 완전히 분노했다.

“강이주, 우리 정말 말이 안 통해.”

“참...”

강이주는 짧게 웃었을 뿐이었다.

더 이상 이 문제로 심원후와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았다.

백초아는 심원후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기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 발목이 좀 삔 것 같아... 너무 아파.”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백초아는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그 눈물이 심원후의 마음을 그대로 흔들어 놓았다.

심원후는 이를 악문 채 강이주를 노려보았다.

“초아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각오해야 할 거야.”

그 말을 남기고 심원후는 백초아를 안아 들고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심원후의 다급하고 초조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강이주는 눈이 시릴 정도로 쓰라림을 느꼈다.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심원후가 백초아를 얼마나 아끼는지...

하지만 직접 눈앞에서 감싸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지금의 강이주는 자신의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말할 수 없었다.

날카롭지 않은 통증.

그리고 그 뒤에 남은 건 감각이 무뎌진 공허함뿐이었다.

강이주는 한참 후에 정신을 추슬렀다.

다시 침대에 누웠지만, 잠은 전혀 오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심원후가 분노에 찬 얼굴로 자신을 몰아붙이던 모습만 떠올랐다.

그날 밤, 강이주는 거의 잠들지 못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머리가 무겁고 속이 불편했다.

그녀는 계단을 내려가며 관자놀이가 은근히 욱신거렸다.

강이주는 자연스럽게 주방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예전 같았으면, 이 시간에 강이주는 이미 주방에 있었을 것이다.

심원후를 위해 조심스럽게 좁쌀죽을 끓이면서.

심원후는 어릴 때부터 위장이 약했다.

함께 살기 시작한 이후로는 강이주가 하루 세 끼를 빠짐없이 챙겼다.

원래는 죽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심원후와 함께 몇 년이나 좁쌀죽을 먹어왔다.

쌀통을 열어 쌀을 씻으려던 여자의 손이 그제야 멈췄다.

‘습관이라는 게 참 무섭네.’

강이주는 쌀을 다시 제자리에 넣고, 자신을 위한 간단한 서양식 아침을 준비했다.

잠시 후, 진한 블랙커피 한 잔과 샌드위치를 만들어 식탁으로 가져왔다.

의자에 앉으려던 순간, 밝고 가벼운 기운의 그림자가 눈앞을 가로막았다.

백초아였다.

백초아는 쇄골이 훤히 드러나는 낮은 목선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목소리는 지나치게 경쾌했다.

“이주 씨, 아침부터 기분 좋아 보이네요. 어젯밤에 너무 상심해서 한숨도 못 잤을 줄 알았는데요.”

그 말과 함께 강이주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백초아의 쇄골로 내려갔다.

그 위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몇 개의 흔적이 숨길 생각도 없이 드러나 있었다.

강이주의 시선을 알아챈 백초아는 일부러 고개를 치켜들며 웃었다.

“원후도 참... 어제는 살살하라고, 자국 남지 않게 하라고 했는데도 말을 안 듣더라고요.”

그리고 이어지는 말은 노골적인 악의였다.

“원후가 그러더라고요. 이주 씨는 너무 재미없어서 손대고 싶은 마음도 안 든대요. 이주 씨는 여자로서 인생 실패한 거 아닌가요? 제가 이주 씨였으면, 진작 벽에 머리 박고 끝냈을 거예요.”

백초아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강이주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일부러 강이주를 자극하려던 백초아는 전혀 반응 없는 강이주에게 눈에 띄게 실망했다.

마치 주먹으로 허공을 친 기분이었다.

백초아는 이를 악물며 강이주를 노려보았다.

그때, 백초아의 시야 한쪽에 계단을 내려오는 심원후의 모습이 들어왔다.

백초아는 곧바로 몇 걸음 만에 강이주 앞으로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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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지나지 않아 강이주는 백초아에게서 또 다른 메시지를 받았다.이번에도 내용은 다르지 않았다.백초아와 심원후가 지나치게 가까워 보이는 사진이었다.강이주는 핸드폰 화면을 잠시 바라보다가 아무 표정 없이 그대로 캡처해 저장했다.그렇지만 마음속에는 어떤 파문도 일지 않았다.강이주는 감정의 흔들림 없이 해야 할 일을 계속해 나갔다. 집 문제는 이미 정리했고, 아직 손봐야 할 문제들이 남아 있었다.원래는 다음 날 사람을 만나기로 되어 있었지만, 이튿날 아침 일찍, 도하늘의 전화가 강이주를 깨웠다.강이주는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전화기 너머로 도하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단체 채팅방 보셨어요?]“아니. 무슨 일인데?”강이주는 그제야 정신이 또렷해졌다.전화를 스피커로 전환한 뒤, 곧바로 단체 채팅방을 열었다.이 채팅방은 과거 ‘심쿵 다이어리’ 게임 개발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었다.방장은 심원후였다.채팅방 안은 이미 소란스러웠다.누군가가 새로 추가된 뒤, 분위기가 완전히 뒤집혀 있었다.[게임 테스트도 코앞인데, 갑자기 낙하산을 꽂아 넣는 게 말이 됩니까?][우리는 몇 달을 밤새워가며 작업했는데, 그 결과물로 남 좋은 일 시키는 거예요?][저는 강 대표님만 믿습니다. 강 대표님이 직접 말씀해 주세요.][저도 강 대표님만 믿어요.][저도요.][저도...]...[그래서 강 대표님은 어디 계신가요?][...]강이주는 채팅방에 쏟아지는 멘션을 확인하며 위로 스크롤을 올렸다.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려는 참이었다.그때 도하늘이 다시 말을 이었다.[심 대표님이 사람 하나를 갑자기 끌어들였어요. 그러고는 공개적으로 그 사람이 기획팀 팀장이라고 발표했어요.][기존 팀원들 다 반발 중이에요. 몇 달 동안 다 같이 고생했는데, 심 대표님이 마음대로 끼워 넣고, 기획팀장 이름도 그 사람으로 올린다고 하니까요.][대표님, 원래 테스트 정식 오픈 이후에 내부에서 기획팀장 선발하기로 했잖아요. 심 대표님은 왜 이런 결정을 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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