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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Autor: 마루콩

제1화

Autor: 마루콩
“전에 결혼하자고 했던 말, 아직 유효하면 받아들일게요. 우리 결혼해요.”

구청 앞.

강이주는 이미 문을 닫아버린 출입구를 바라보다가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오늘은 강이주와 심원후가 미리 약속한 혼인신고 날이었다.

하지만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강이주는 줄곧 그 자리에 있었다.

손에는 대기 번호표를 열 장 넘게 들고 있었다.

혼인신고를 하자고 한 사람은 심원후였고, 약속을 어긴 사람도 심원후였다.

강이주와의 약속을 이렇게 어긴 게... 벌써 세 번째였다.

강이주는 손에 들고 있던 이미 지나가버린 번호들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고 나서 곧바로 오랜 앙숙인 구기빈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이주는 처음 구청에서 혼자 남겨졌던 날을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구기빈은 강이주에게 결혼하자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강이주는 거절했다.

두 번째도 결과는 같았다.

그리고 오늘 아침, 구기빈은 또다시 강이주에게 결혼하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에는 강이주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조금 전, 강이주는 SNS에서 한 게시물을 보았다.

심원후의 첫사랑이 올린 글이었다.

사진 속에서 심원후는 단정히 앉아 사과를 깎고 있었고, 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내가 필요하기만 하면 언제나 곁에 있어 주는 사람. 이게 바로 일편단심이라는 거겠지. 내가 흔들리지 않는 이유.]

강이주는 입꼬리를 비틀듯 올리며, 아무 생각 없이 ‘좋아요’를 눌렀다.

그리고 댓글을 남겼다.

[와, 정말 대단하네요. 그렇게 한결같은 사람은 요즘 보기 드문데… 오래오래 잘 지켜가세요..]

이상하리만큼 강이주의 마음은 차분했다.

예전 같았으면 당장 화면을 캡처해 심원후에게 들이밀며 따졌을 것이다.

무슨 뜻이냐고, 도대체 나를 뭘로 보느냐고.

그러면 둘은 늘 그랬듯 크게 다투고, 마지막에는 심원후가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강이주는 화낼 기운도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분명히 깨달았다.

‘심원후... 이제 정말 필요 없어.’

그때,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던 강이주의 생각을 끊었다.

[현재 출장 중이라 일주일 후에 돌아갑니다. 그때도 이주 씨의 마음이 같다면, 9시에 구청 앞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구기빈의 말이 귀에 남았다.

그제야 강이주는 이해했다. 앞선 두 번, 구청 앞에서 직접 결혼 이야기를 꺼냈던 구기빈이 오늘은 메시지만 보낸 이유를...

‘일주일...’

강이주는 구기빈 말속에 담긴 뜻을 모를 만큼 둔하지 않았다.

심원후와의 관계를 정리할 시간, 그리고 마음을 바꿀 여지를 주는 것이었다.

강이주는 낮게 답했다.

“전... 기다릴게요.”

전화를 끊은 뒤, 강이주는 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갔다.

강이주가 사는 곳은 도심 한가운데 있는 아파트였다.

처음 이곳을 알게 된 뒤, 심원후는 바로 옆집을 사서 두 집을 하나로 이어버렸다.

같은 공간에 살면서도 각자의 영역은 별개였다.

아파트는 강이주 명의로 되어 있었다.

넓은 집 안을 둘러보자 강이주와 심원후가 함께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나란히 찍은 사진들, 수없이 맞춰 입느라 모아둔 커플템들, 집 안 구조마저도 심원후의 취향에 맞춰져 있었다.

그때는 그 모든 게 행복의 증거였지만, 지금은 차갑게 식어버렸다.

강이주는 몇 시간에 걸쳐 집 안에 있던 심원후와 관련된 물건들을 전부 한 방에 옮겨 모아두았다.

내일 전부 정리해 버릴 생각이었다.

텅 빈 공간을 한참 바라보다가 강이주는 부동산 공인중개사에게 전화를 걸어 집을 매물로 내놓겠다고 연락했다.

일단 결심한 이상 심원후와 관계된 모든 것을 남겨둘 이유는 없었다.

“네, 가격은 상관없어요. 최대한 빨리 정리되면 됩니다.”

공인중개사의 조심스러운 질문에도 강이주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무슨 집이야?”

등 뒤에서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강이주의 몸이 굳어버렸다.

전화를 끊은 뒤, 강이주는 하루 종일 자취를 감췄던 심원후를 돌아보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아는 사람이 집을 내놓는다고 해서 잠깐 도와달라고 하길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이주는 심원후의 뒤에 서 있는 백초아를 보았다.

강이주의 시선이 닿자, 마음이 가라앉았다.

심원후는 강이주의 말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초아의 우울증이 다시 심해졌어. 집에 혼자 두기엔 불안해서 며칠 우리 집에서 지내게 했어. 손님방 좀 정리해.”

그 말과 함께 백초아는 불안한 듯 심원후의 팔을 붙잡고, 조심스럽게 강이주를 바라보았다.

“이주 씨, 혹시 불편하시면... 제가 그냥 안 오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이주 씨가 별로 내켜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백초아의 한마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강이주를 정확히 겨냥했다.

눈빛에는 억울함이 묻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심원후의 얼굴이 곧바로 굳어졌다.

“기분 상한 티 내는 것도 적당히 해. 초아 상태 안 좋은 거 알면서 SNS에 그런 댓글까지 달아 놓고.”

“이제는 초아가 여기서 지내는 것도 안 된다는 거야? 언제부터 이렇게 이기적이었어. 나는 이런 속 좁은 여자 정말 싫어.”

심원후는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

“이 집의 소유권은 나한테도 있어. 누굴 들이든 그건 내 선택이기도 해. 너한테 말한 건 통보지, 네 허락을 구하는 게 아니야.”

강이주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말이 연이어 쏟아지는 상황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

“마음대로 해.”

심원후는 아마 잊고 있을 것이다.

이 집의 명의가 강이주라는 사실을.

하지만 심원후가 백초아를 데려오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강이주가 반대하는 것도 의미 없었다.

강이주는 심원후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아무 말 없이 계단을 올라갔다.

백초아가 있는 한, 심원후의 시선이 강이주에게 향할 일은 없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심원후는 약속을 어긴 일에 대해 아무 설명도 하지 않은 채, 백초아를 집에 남겨 두는 일을 먼저 생각했다.

어쩌면 심원후는 오늘 혼인신고를 하기로 했다는 사실 자체를 잊었을지도 모른다.

강이주는 더 이상 기대하지 않았다.

안방으로 돌아온 강이주는 샤워를 마쳤다. 옆방에서 들려오는 낮은 대화를 듣고, 심원후가 안방을 백초아에게 내주었다는 걸 알았다.

그렇다고 마음이 특별히 심란해지지는 않았다.

심원후와 백초아가 같은 침대에 눕는다 해도 강이주는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차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이주는 깨달았다. 심원후를 내려놓고 나니, 예전에는 견디기 힘들었던 일들이 이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정말 아무렇지 않아.’

그렇게 마음을 가라앉힌 강이주는 곧 잠에 빠져들었다.

잠과 깨어 있음의 경계에서, 옆에서 작은 움직임이 느껴졌다.

이내 강이주는 따뜻한 품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몸이 미세하게 굳었다.

뒤에서 심원후가 강이주를 꼭 안고, 얼굴을 강이주의 목에 묻은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오늘 일부러 안 나간 건 아니야. 초아 상태가 정말 안 좋았어.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어.”

“초아에게는 나밖에 없어. 초아를 혼자 두고 올 수가 없었어. 혼인신고는 조금만 미루자. 초아 상태 좋아지면 그때 가서 하면 되잖아.”

“그때는 내가 꼭 자기한테 제대로 된 결혼식 해줄게. 초아가 여기 있는 동안만, 자기 조금만 참고 초아를 잘 보살피면 안 될까? 나중에 내가 다 보상할게.”

백초아 때문에 또다시 혼인신고를 미루자고 했지만, 강이주의 마음은 놀랄 만큼 잔잔했다.

이어서 입가에는 비웃음에 가까운 미소가 걸렸다.

심원후의 말 속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백초아뿐이었다.

고개를 낮춘 듯 보이면서도 강이주가 백초아를 힘들게 할까 봐 경계하고 있었다.

강이주는 잠든 척하며 넘어가려 했지만, 심원후의 품에 안긴 상태가 점점 불쾌하게 느껴졌다.

결국 강이주는 조용히 몸을 빼낸 후, 등을 돌린 채 말했다.

“너랑 백초아 일은 내가 상관할 바 아니야. 네가 뭘 하든 네 마음이니까, 나한테 설명 안 해도 돼.”

“이주야.”

심원후의 목소리에 불쾌함이 묻어났다.

심원후에게 강이주의 말은 분명 투정처럼 들렸을 것이다.

‘초아 얘기만 나오면 이주는 늘 이런 식이었지.’

‘내가 이렇게까지 몸을 낮추고 이야기하는데, 계속 이러면 의미 없잖아.’

심원후의 감정을 느끼지 못한 건 아니었지만, 강이주는 등을 돌린 자세를 유지한 채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 태도에 심원후는 결국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표정이 굳은 채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밖에서 누군가 급하게 들어오더니 뒤에서 심원후를 꽉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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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30화

    강이주가 막 짐을 전부 옮기고 나오자마자, 심원후의 비서가 곧바로 백초아를 데리고 들어와 사무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각종 화분과 초록 식물들, 공기청정기까지 하나둘씩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마치 온 회사에 공표라도 하듯 요란한 움직임이었다.이미 불만이 쌓여 있던 미스틱레벨 내부 분위기는 그 장면으로 인해 더욱 거칠어졌다.하지만 강이주가 한 번 눈빛을 주자, 모두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렸다.누구도 더 이상 나서지 않았다.잠시 후, 심원후가 백초아와 함께 다시 미스틱레벨로 돌아왔다.심원후는 사무실 문 앞에서 말했다.“먼저 둘러봐. 마음에 안 드는 거 있으면 말하고.”백초아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번졌다.“다 마음에 들어. 전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야.”“원후야, 고마워. 괜히 나 때문에 번거롭게 한 건 아닌지 모르겠네.”그리고 덧붙였다.“나 예전에 프로그래밍도 배웠잖아. 오래돼서 좀 낯설 뿐이지, 다시 감 찾으면 이주 씨 일도 많이 도울 수 있을 거야.”백초아가 강이주의 이름을 입에 올리자, 심원후는 무심코 유리창 쪽을 바라봤다.강이주의 자리는 한쪽 벽면이 전부 투명 유리로 되어 있었다.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지만, 안에서는 공용 사무 공간이 훤히 내려다보였다.심원후의 시선은 구석 자리에서 모니터를 바라보며 일에 집중하고 있는 강이주에게 멈췄다.간간이 동료들이 노트북을 들고 다가와 이야기를 나누면, 강이주는 하던 일을 멈추고 차분하게 설명해 줬다.심원후는 그런 강이주를 오래간만에 본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심원후가 미스틱레벨에 직접 나오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처음 강이주가 게임 회사 미스틱레벨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도 심원후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투자를 결정한 것도 사업성보다는 강이주와의 관계 때문이었다.돈을 벌든 말든, 심원후에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하지만 심원후는 알았다.강이주는 이 회사에 진심이었다.그래서 모든 걸 직접 챙겼고, 하나하나 신경 썼다.그때 심원후는 돈 좀 써서 강이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29화

    강이주는 백초아의 속셈을 모를 리 없었다.이런 수법을 백초아는 이미 여러 번 써먹었고, 심원후는 늘 그 수에 넘어갔다.하지만 강이주는 달랐다.심원후는 미간을 찌푸린 채 강이주를 바라봤다. 갈수록 이 여자를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심원후는 당연히 강이주가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자기 사무실로 옮기게 해 주겠다고 하면, 망설임 없이 받아들일 줄 알았다.사실 심원후가 자기 사무실을 내주겠다고 한 데에는 속내가 있었다.최근 백초아 때문에 강이주에게 소홀히 한 걸 알고 있었고, 이번 기회에 관계를 조금이라도 만회해 보려는 계산이었다.그런데 강이주는 고민조차 하지 않고 거절했다.이건 심원후의 예상 밖이었다.심원후의 눈빛이 서서히 차가워졌다.결국 단호하게 말했다.“네 사무실 물건 다 내 사무실로 옮겨. 이 방은 초아가 쓰는 걸로 하고, 이걸로 끝이야.”심원후는 더 이상 여지를 주지 않았다.그리고 주변에 모여 있던 사람들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뭣들 해? 강 대표 짐 옮기는 거 도와. 설마 내가 직접 나서길 바라는 건 아니겠지?”사람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이내 모두의 시선이 강이주에게 쏠렸다.강이주는 손짓으로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냈다.그리고 심원후를 바라봤다.“심 대표님, 지금 이건 결정이야? 최대 투자자라는 위치에서 나한테 사무실 비우라고 명령하는 거고?”강이주는 심원후의 대답을 기다렸다.그 말이 심원후의 귀에 몹시 거슬렸다.좋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강이주는 단번에 상황을 권력 문제로 만들어 버렸다.‘왜 이렇게 말이 안 통하지?’심원후의 속이 점점 답답해졌다.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네가 어떻게 받아들이든 상관없어. 요즘 왜 이래? 꼭 그렇게 비꼬아야 해?”강이주는 시선을 거뒀다.“알겠어. 이해했어.”“심 대표님이 사무실을 내놓으라는데, 내가 무슨 자격으로 거절하겠어?”강이주는 곧바로 도하늘을 불렀다.“하늘 씨, 여기에 있는 직원 몇 명에게만 부탁해. 내 사무실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28화

    월요일 아침, 강이주가 미스틱레벨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심원후가 백초아를 데리고 먼저 와 있었다.사무실 안에는 사람들이 제법 모여 있었고, 여기저기서 낮은 목소리로 웅성거리는 소리가 이어졌다.아직 가까이 가지도 않았는데, 도하늘의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심 대표님, 이건 강 대표님 오신 다음에 이야기하시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심원후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그 옆에 선 백초아는 어딘가 억울한 기색을 띠고, 작은 목소리로 반복해서 말했다.“그만해요.”공기는 눈에 띄게 가라앉아 있었다.“무슨 일이야?”강이주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 앞으로 나오며 굳어 있던 분위기를 끊었다.도하늘은 강이주를 보자마자 곧바로 다가왔다.“대표님, 오셨군요. 심 대표님이 대표님 사무실을 백초아 팀장님께 쓰게끔 한다고 하셔서요.”백초아의 갑작스러운 합류만으로도 내부 불만은 충분히 쌓여 있었다.그런데 출근하자마자 강이주의 사무실까지 내놓으라는 말이 나오자, 비서인 도하늘이 가장 먼저 반발했다.미스틱레벨의 다른 직원들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그래서 자연스럽게, 강이주 사무실 앞에서 심원후와 대치하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었다.도하늘의 말을 들은 강이주는 고개를 들어 심원후를 바라봤다.강이주의 시선을 받은 심원후는 코끝을 만지며, 헛기침한 뒤 설명했다.“네 사무실이 북향 남향 다 트여 있고, 채광도 좋잖아. 초아한테 더 맞을 것 같아서.”강이주의 사무실은 넓었고, 볕도 잘 들었다.처음 이 사무실을 정할 때도, 심원후가 직접 강이주의 사무실로 골랐다.그때 심원후는 강이주가 기분 좋게 일해야 효율도 오른다며 웃었다.그런데 이제 와서 그 사무실을 백초아를 위해 내놓으라고 하고 있었다.강이주가 미스틱레벨을 위해 해 온 일들은,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그래서 심원후의 결정은 더욱 반감을 살 수밖에 없었다.강이주는 주변의 불편한 시선을 느끼며 심원후 뒤에 반쯤 숨어 있는 백초아를 힐끗 바라봤다.그리고 다시 심원후를 보며 입꼬리를 아주 옅게 올렸다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27화

    도하늘 역시 마음으로는 이미 알고 있었다.심원후가 직접 백초아를 단체 채팅방에 초대했고, 또 직접 나서서 발표까지 한 이상, 그건 명백하게 백초아를 보호하겠다는 뜻이었다.심원후는 분명 백초아를 지켰다.하지만 그 방식은, 강이주의 체면을 밟고 올라선 보호였다.‘강 대표님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네.’‘이게 무슨 약혼자라는 사람이 할 짓이야.’도하늘은 옆에서 보기에도 강이주가 너무 억울하다고 느껴졌다.강이주는 조용히 숨을 내쉬며 말했다.“이미 벌어진 일이야. 하늘 씨도 개인감정은 일에 섞지 말고, 알겠지?”도하늘은 강이주의 말이 자신을 위한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네, 대표님. 알겠습니다. 그런데... 대표님은 괜찮으세요?]“괜찮아. 진짜로.”강이주는 웃으며 대답했다.강이주는 정말로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심원후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으니, 자신의 체면을 신경 쓰지 않는 것뿐이었다.‘체면이 돈이 되나?’게임이 예정대로 출시되고, 몇 달을 고생한 사람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는다면,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었다.강이주에게는 팀원들의 수고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훨씬 중요했다.통화를 마친 뒤, 강이주는 다시 단체 채팅방을 열었다.그리고 직접 메시지를 남겼다.[전체 공지합니다. 새로운 팀원의 합류를 환영합니다. 또한 심 대표님의 지원 덕분에 게임이 일정에 맞춰 출시될 수 있게 된 점, 모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심 대표님은 미스틱레벨의 최대 투자자이고, 이번 결정에도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몇 달 동안 모두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이어 강이주는 다시 한번 메시지를 보냈다.[이 게임은 저 혼자 만든 게 아닙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든 분의 노력과 시간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그래서 더 잘되길 바랍니다. 심 대표님의 뜻도 이해해 주시고, 함께 힘을 모아 주셨으면 합니다. 감사의 의미로 작은 이벤트 준비했습니다. 곧 출시니까 분위기 좀 살려 봅시다. 모두의 적극적인 호응과 참여 바랍니다.]강이주는 단체 채팅방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26화

    얼마 지나지 않아 강이주는 백초아에게서 또 다른 메시지를 받았다.이번에도 내용은 다르지 않았다.백초아와 심원후가 지나치게 가까워 보이는 사진이었다.강이주는 핸드폰 화면을 잠시 바라보다가 아무 표정 없이 그대로 캡처해 저장했다.그렇지만 마음속에는 어떤 파문도 일지 않았다.강이주는 감정의 흔들림 없이 해야 할 일을 계속해 나갔다. 집 문제는 이미 정리했고, 아직 손봐야 할 문제들이 남아 있었다.원래는 다음 날 사람을 만나기로 되어 있었지만, 이튿날 아침 일찍, 도하늘의 전화가 강이주를 깨웠다.강이주는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전화기 너머로 도하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단체 채팅방 보셨어요?]“아니. 무슨 일인데?”강이주는 그제야 정신이 또렷해졌다.전화를 스피커로 전환한 뒤, 곧바로 단체 채팅방을 열었다.이 채팅방은 과거 ‘심쿵 다이어리’ 게임 개발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었다.방장은 심원후였다.채팅방 안은 이미 소란스러웠다.누군가가 새로 추가된 뒤, 분위기가 완전히 뒤집혀 있었다.[게임 테스트도 코앞인데, 갑자기 낙하산을 꽂아 넣는 게 말이 됩니까?][우리는 몇 달을 밤새워가며 작업했는데, 그 결과물로 남 좋은 일 시키는 거예요?][저는 강 대표님만 믿습니다. 강 대표님이 직접 말씀해 주세요.][저도 강 대표님만 믿어요.][저도요.][저도...]...[그래서 강 대표님은 어디 계신가요?][...]강이주는 채팅방에 쏟아지는 멘션을 확인하며 위로 스크롤을 올렸다.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려는 참이었다.그때 도하늘이 다시 말을 이었다.[심 대표님이 사람 하나를 갑자기 끌어들였어요. 그러고는 공개적으로 그 사람이 기획팀 팀장이라고 발표했어요.][기존 팀원들 다 반발 중이에요. 몇 달 동안 다 같이 고생했는데, 심 대표님이 마음대로 끼워 넣고, 기획팀장 이름도 그 사람으로 올린다고 하니까요.][대표님, 원래 테스트 정식 오픈 이후에 내부에서 기획팀장 선발하기로 했잖아요. 심 대표님은 왜 이런 결정을 한 거죠?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25화

    장 여사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는 듯 강이주에게 이것저것 당부했다.장 여사는 심원후가 다시 강중그룹을 도와준 것만 봐도 강이주가 이제 화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장 여사의 말을 듣는 동안, 강이주는 입술을 꼭 다물고 있었다.어떤 이야기들은 아무리 말해 봐도 장 여사와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강이주는 이미 알았다.그래서 더 답답했다.강이주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장 여사는 다시 말했다.“내가 지금 너한테 말하고 있잖아. 듣고 있기는 하니?”강이주가 이런 태도를 보이자, 장 여사는 속이 타들어 갔다.혹시라도 딸이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을까 봐 장 여사는 다급한 마음에 강이주의 팔을 잡아당겼다.“말 좀 해 봐.”강이주는 장 여사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알겠습니다.”그 외의 말을 해 봐야 장 여사는 듣지 않을 게 뻔했다.강이주는 더 말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적어도 이렇게 하면, 귀는 좀 편해지니까.강이주는 심원후에게 일부러 잘 보일 생각은 없었지만, 장 여사의 부탁을 완전히 거절할 수도 없었다.결국 강이주는 절충안을 택했다.주방에서 옆에서 거들기만 했다.마지막 요리가 식탁에 올라갈 즈음, 심원후가 늦게 도착했다.심원후는 강이주를 한 번 보고는 말했다.“일이 있어서 좀 늦었어.”강이주는 고개만 끄덕였고, 굳이 할 말은 없었다.장 여사는 얼굴 가득 웃음을 띠었다.“괜찮아, 괜찮아. 딱 맞게 왔네. 자, 밥 먹자.”그러고는 강이주를 향해 말했다.“이주야, 원후 국 좀 떠 줘.”강이주가 움직이기도 전에 심원후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제가 할게요.”심원후는 직접 국을 떠서 먼저 강이주 앞에 내려놓았다.“이주야, 천천히 먹어.”그리고 다시 한 그릇을 떠서 장 여사에게 건넸다.“어머님도 드세요.”장 여사는 흐뭇한 표정으로 그릇을 받았다.“자네도 많이 먹어. 이제 우리 집도 자네 집이라고 생각하게. 편하게 먹어.”그러면서 장 여사는 강이주를 향해 계속 눈짓을 보냈다.심원후를 좀 더 챙기라는 신호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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