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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作者: 마루콩

제1화

作者: 마루콩
“전에 결혼하자고 했던 말, 아직 유효하면 받아들일게요. 우리 결혼해요.”

구청 앞.

강이주는 이미 문을 닫아버린 출입구를 바라보다가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오늘은 강이주와 심원후가 미리 약속한 혼인신고 날이었다.

하지만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강이주는 줄곧 그 자리에 있었다.

손에는 대기 번호표를 열 장 넘게 들고 있었다.

혼인신고를 하자고 한 사람은 심원후였고, 약속을 어긴 사람도 심원후였다.

강이주와의 약속을 이렇게 어긴 게... 벌써 세 번째였다.

강이주는 손에 들고 있던 이미 지나가버린 번호들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고 나서 곧바로 오랜 앙숙인 구기빈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이주는 처음 구청에서 혼자 남겨졌던 날을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구기빈은 강이주에게 결혼하자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강이주는 거절했다.

두 번째도 결과는 같았다.

그리고 오늘 아침, 구기빈은 또다시 강이주에게 결혼하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에는 강이주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조금 전, 강이주는 SNS에서 한 게시물을 보았다.

심원후의 첫사랑이 올린 글이었다.

사진 속에서 심원후는 단정히 앉아 사과를 깎고 있었고, 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내가 필요하기만 하면 언제나 곁에 있어 주는 사람. 이게 바로 일편단심이라는 거겠지. 내가 흔들리지 않는 이유.]

강이주는 입꼬리를 비틀듯 올리며, 아무 생각 없이 ‘좋아요’를 눌렀다.

그리고 댓글을 남겼다.

[와, 정말 대단하네요. 그렇게 한결같은 사람은 요즘 보기 드문데… 오래오래 잘 지켜가세요..]

이상하리만큼 강이주의 마음은 차분했다.

예전 같았으면 당장 화면을 캡처해 심원후에게 들이밀며 따졌을 것이다.

무슨 뜻이냐고, 도대체 나를 뭘로 보느냐고.

그러면 둘은 늘 그랬듯 크게 다투고, 마지막에는 심원후가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강이주는 화낼 기운도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분명히 깨달았다.

‘심원후... 이제 정말 필요 없어.’

그때,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던 강이주의 생각을 끊었다.

[현재 출장 중이라 일주일 후에 돌아갑니다. 그때도 이주 씨의 마음이 같다면, 9시에 구청 앞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구기빈의 말이 귀에 남았다.

그제야 강이주는 이해했다. 앞선 두 번, 구청 앞에서 직접 결혼 이야기를 꺼냈던 구기빈이 오늘은 메시지만 보낸 이유를...

‘일주일...’

강이주는 구기빈 말속에 담긴 뜻을 모를 만큼 둔하지 않았다.

심원후와의 관계를 정리할 시간, 그리고 마음을 바꿀 여지를 주는 것이었다.

강이주는 낮게 답했다.

“전... 기다릴게요.”

전화를 끊은 뒤, 강이주는 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갔다.

강이주가 사는 곳은 도심 한가운데 있는 아파트였다.

처음 이곳을 알게 된 뒤, 심원후는 바로 옆집을 사서 두 집을 하나로 이어버렸다.

같은 공간에 살면서도 각자의 영역은 별개였다.

아파트는 강이주 명의로 되어 있었다.

넓은 집 안을 둘러보자 강이주와 심원후가 함께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나란히 찍은 사진들, 수없이 맞춰 입느라 모아둔 커플템들, 집 안 구조마저도 심원후의 취향에 맞춰져 있었다.

그때는 그 모든 게 행복의 증거였지만, 지금은 차갑게 식어버렸다.

강이주는 몇 시간에 걸쳐 집 안에 있던 심원후와 관련된 물건들을 전부 한 방에 옮겨 모아두았다.

내일 전부 정리해 버릴 생각이었다.

텅 빈 공간을 한참 바라보다가 강이주는 부동산 공인중개사에게 전화를 걸어 집을 매물로 내놓겠다고 연락했다.

일단 결심한 이상 심원후와 관계된 모든 것을 남겨둘 이유는 없었다.

“네, 가격은 상관없어요. 최대한 빨리 정리되면 됩니다.”

공인중개사의 조심스러운 질문에도 강이주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무슨 집이야?”

등 뒤에서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강이주의 몸이 굳어버렸다.

전화를 끊은 뒤, 강이주는 하루 종일 자취를 감췄던 심원후를 돌아보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아는 사람이 집을 내놓는다고 해서 잠깐 도와달라고 하길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이주는 심원후의 뒤에 서 있는 백초아를 보았다.

강이주의 시선이 닿자, 마음이 가라앉았다.

심원후는 강이주의 말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초아의 우울증이 다시 심해졌어. 집에 혼자 두기엔 불안해서 며칠 우리 집에서 지내게 했어. 손님방 좀 정리해.”

그 말과 함께 백초아는 불안한 듯 심원후의 팔을 붙잡고, 조심스럽게 강이주를 바라보았다.

“이주 씨, 혹시 불편하시면... 제가 그냥 안 오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이주 씨가 별로 내켜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백초아의 한마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강이주를 정확히 겨냥했다.

눈빛에는 억울함이 묻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심원후의 얼굴이 곧바로 굳어졌다.

“기분 상한 티 내는 것도 적당히 해. 초아 상태 안 좋은 거 알면서 SNS에 그런 댓글까지 달아 놓고.”

“이제는 초아가 여기서 지내는 것도 안 된다는 거야? 언제부터 이렇게 이기적이었어. 나는 이런 속 좁은 여자 정말 싫어.”

심원후는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

“이 집의 소유권은 나한테도 있어. 누굴 들이든 그건 내 선택이기도 해. 너한테 말한 건 통보지, 네 허락을 구하는 게 아니야.”

강이주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말이 연이어 쏟아지는 상황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

“마음대로 해.”

심원후는 아마 잊고 있을 것이다.

이 집의 명의가 강이주라는 사실을.

하지만 심원후가 백초아를 데려오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강이주가 반대하는 것도 의미 없었다.

강이주는 심원후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아무 말 없이 계단을 올라갔다.

백초아가 있는 한, 심원후의 시선이 강이주에게 향할 일은 없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심원후는 약속을 어긴 일에 대해 아무 설명도 하지 않은 채, 백초아를 집에 남겨 두는 일을 먼저 생각했다.

어쩌면 심원후는 오늘 혼인신고를 하기로 했다는 사실 자체를 잊었을지도 모른다.

강이주는 더 이상 기대하지 않았다.

안방으로 돌아온 강이주는 샤워를 마쳤다. 옆방에서 들려오는 낮은 대화를 듣고, 심원후가 안방을 백초아에게 내주었다는 걸 알았다.

그렇다고 마음이 특별히 심란해지지는 않았다.

심원후와 백초아가 같은 침대에 눕는다 해도 강이주는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차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이주는 깨달았다. 심원후를 내려놓고 나니, 예전에는 견디기 힘들었던 일들이 이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정말 아무렇지 않아.’

그렇게 마음을 가라앉힌 강이주는 곧 잠에 빠져들었다.

잠과 깨어 있음의 경계에서, 옆에서 작은 움직임이 느껴졌다.

이내 강이주는 따뜻한 품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몸이 미세하게 굳었다.

뒤에서 심원후가 강이주를 꼭 안고, 얼굴을 강이주의 목에 묻은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오늘 일부러 안 나간 건 아니야. 초아 상태가 정말 안 좋았어.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어.”

“초아에게는 나밖에 없어. 초아를 혼자 두고 올 수가 없었어. 혼인신고는 조금만 미루자. 초아 상태 좋아지면 그때 가서 하면 되잖아.”

“그때는 내가 꼭 자기한테 제대로 된 결혼식 해줄게. 초아가 여기 있는 동안만, 자기 조금만 참고 초아를 잘 보살피면 안 될까? 나중에 내가 다 보상할게.”

백초아 때문에 또다시 혼인신고를 미루자고 했지만, 강이주의 마음은 놀랄 만큼 잔잔했다.

이어서 입가에는 비웃음에 가까운 미소가 걸렸다.

심원후의 말 속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백초아뿐이었다.

고개를 낮춘 듯 보이면서도 강이주가 백초아를 힘들게 할까 봐 경계하고 있었다.

강이주는 잠든 척하며 넘어가려 했지만, 심원후의 품에 안긴 상태가 점점 불쾌하게 느껴졌다.

결국 강이주는 조용히 몸을 빼낸 후, 등을 돌린 채 말했다.

“너랑 백초아 일은 내가 상관할 바 아니야. 네가 뭘 하든 네 마음이니까, 나한테 설명 안 해도 돼.”

“이주야.”

심원후의 목소리에 불쾌함이 묻어났다.

심원후에게 강이주의 말은 분명 투정처럼 들렸을 것이다.

‘초아 얘기만 나오면 이주는 늘 이런 식이었지.’

‘내가 이렇게까지 몸을 낮추고 이야기하는데, 계속 이러면 의미 없잖아.’

심원후의 감정을 느끼지 못한 건 아니었지만, 강이주는 등을 돌린 자세를 유지한 채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 태도에 심원후는 결국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표정이 굳은 채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밖에서 누군가 급하게 들어오더니 뒤에서 심원후를 꽉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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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114화

    강이주에 관한 기사의 관심도는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었다.마음 놓아도 된다는 말을 들은 구희라조차 다시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구희라는 몇 번이나 강이주를 바라보았다. 강이주는 먹을 거 다 먹고 마실 건 다 마시며, 창문 옆에 앉아서 여유롭게 책까지 넘기고 있었다.그 사이 심원후 쪽 사람들도 강이주에게 수도 없이 전화를 걸어왔다. 그러나 강이주는 단 한 통도 받지 않았다.전화가 계속되자 강이주는 결국 지겨워졌다. 아예 심씨 집안 사람들의 번호를 전부 차단하고, 그중 번호 하나만 남겨두었다.구기빈에게서도 메시지가 왔고, 도움이 필요한지 물었다.강이주는 구기빈의 호의를 정중하게 거절했고, 자신이 해결할 수 있다고 답했다.그 뒤 구기빈은 필요하면 자신이나 배진호를 찾으라고만 했다. 구기빈은 강이주의 선택을 존중했다.시간을 확인한 강이주가 고개를 들어 구희라를 바라보았다.“가자. 회사로.”“회사엔 왜?”구희라는 입으로는 묻고 있었지만 행동은 솔직해서, 곧바로 강이주의 걸음을 따라붙었다.회사 입구에서 장한미를 보자, 구희라는 그제야 강이주가 뭘 하려는지 알아차렸다.‘아, 이거였구나. 심원후 쪽 사람들한테 대놓고 보여주려는 거네.’‘이 회사의 핵심 지분이 이미 이주 손을 떠났다는 걸.’장한미는 웃으며 강이주에게 인사했다.“강이주 씨, 저는 조금 늦으실 줄 알았습니다. 정말 시간을 정확히 맞춰 오셨네요.”강이주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했다.“장 대표님께서 저보다 절차가 빨리 끝나길 더 바라셨을 것 같은데요.”실시간 이슈 키워드 일이 터졌으니, 심원후는 심명그룹에 남아서 일을 수습해야 했다.하지만 이 회사에도 심원후의 눈과 귀가 있었다. 강이주는 일부러 이곳에서 장한미와 계약서 및 지분 양도 서류를 작성하려고 했다.계약서는 이미 도하늘에게 준비하도록 해 둔 상태였다.강이주가 예상한 그대로였다. 회사 사람들 앞에서 계약서에 서명한 뒤, 누군가 핸드폰을 들고 강이주 곁으로 다가왔다.“강 대표님, 심 대표님 전화입니다.”강이주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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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넘어지는 순간, 강이주는 바로 짧게 비명을 질렀다. 다급해진 두 손은 허둥지둥 구기빈의 가슴팍을 짚었다.그러자 손바닥 아래로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이 전해졌다. 탄탄한 근육의 감각도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강이주가 쓰러지는 모습을 보자, 구기빈은 아직 제대로 입지 못한 셔츠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뻗어서 강이주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괜찮...”구기빈은 고개를 들어 강이주가 다친 곳은 없는지 확인하려 했다.마침 강이주는 두 손으로 구기빈의 가슴팍을 짚고 있었다. 남자의 목소리를 듣고 강이주도 따라서 고개를 들었다.강이주의 이마에 축축하고 따뜻한 감촉이 닿았다.구기빈의 입술이 공교롭게도 강이주의 이마에 닿은 것이었다.닿자마자 바로 떨어졌지만, 그 감각만큼은 너무도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강이주는 놀라 두 눈을 크게 떴다. 몸은 굳어 버린 듯 꼼짝도 할 수 없었다.강이주는 느낄 수 있었다. 지금 구기빈도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잔뜩 긴장한 근육만 봐도, 구기빈 역시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게 분명했다.강이주는 그저 눈만 깜빡였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눈으로 아래에 깔린 남자를 바라보았다.‘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두 사람의 자세는 아무리 봐도 너무 묘했다.강이주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뺨이 뜨겁게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구기빈의 손은 아직 강이주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손바닥에 닿은 부드러운 감촉은 구기빈에게 이제 손을 놓아야 한다고 일깨워주고 있었다.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강이주의 허리에서 손을 풀었다.강이주가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것과 달리, 구기빈은 훨씬 침착해 보였다.“저기... 먼저 일어나는 게 좋지 않겠어요?”구기빈의 말을 듣고 나서야 강이주는 겨우 정신을 차렸다.“아... 네, 죄송해요.”강이주는 자신이 왜 갑자기 사과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그녀는 구기빈의 가슴팍을 짚은 채, 허둥지둥 구기빈의 몸 위에서 일어났다.한바탕 정신없이 움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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