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눈에 확 띄는 빨간 스포츠카 한 대가 건물 앞에 거칠게 멈춰 섰다.문이 열리자 하이힐을 신은 경서가 차에서 내렸다. 풍성한 웨이브 머리를 손으로 가볍게 넘기며 걸음을 옮길 때마다 붉은 드레스 자락이 매혹적으로 흔들렸다.경서는 곧장 29층 스카이라운지 레스토랑으로 올라갔다.금세 반개방형 룸 안에 붙어 앉은 두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윤모는 옆에 앉은 은서의 말을 듣느라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있었다.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은서는 입을 가리고 연신 웃었다. 몸까지 윤모에게 바짝 붙일 듯 기울어 있어 다정한 분위기가 유난히 거슬렸다.
해 질 무렵, 하동테크.말끔한 정장 차림의 민찬이 커다란 선물 상자를 안고 은서가 근무하는 층으로 곧장 향했다. 뒤에는 쇼핑백 여러 개를 든 비서 두 명이 따라붙었다.누가 봐도 시선을 끄는 행렬이었다.밖에서 나는 소란스러운 소리를 들은 은서가 사무실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남자를 알아보자 눈이 반짝였다. 윤모 곁에서 일하는 민찬이었다.“조 비서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은서는 환하게 웃으며 서둘러 다가갔다.민찬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표정과 태도는 한 치 흐트러짐 없이 단정했다.“은서 씨, 저희 대표님께서 특별히
“왜 그래? 얼굴이 왜 이렇게 부었어? 누구한테 맞았어?”“아무것도 아니야.” 혜니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새연도 고개를 내밀었다. “부대표가 또 괴롭혔어? 우리 회사 안주인의 자리를 네가 차지했으니 속이 뒤집히겠지. 지금 네가 할 일은 대표님 꽉 붙잡고 자리 굳건하게 지키는 거야. 알았어?”말이 끝나자마자 큰 체격의 인우가 비서실로 들어와 계단 쪽으로 향했다.걸음을 멈추지도 않은 채 차갑게 한마디했다.“윤 비서, 올라와.”혜니는 자리에서 한참 마음을 가라앉힌 뒤에야 마지못해 위층으로 올라갔다.대표실에 들어가니 인우가
말을 마친 주비는 유선전화를 들어 곧바로 내선 번호을 눌렀다.“인사팀이죠? 남주비입니다. 대표이사 비서실 윤혜니 씨가 고의로 타인의 고가 물품을 훼손했습니다. 품행 문제로 즉시 해고 처리하고, 그룹 전체에 공지하세요.”전화 너머의 인사팀장은 화들짝 놀랐다.‘윤혜니 씨를 해고하라고?’‘미래의 대표 사모님이 될 사람인데 누가 감히 잘라?’전화를 끊은 인사팀장은 식은땀을 흘리며 곧바로 한 대표에게 상황을 보고했다.혜니는 분해서 온몸이 떨렸다. 주비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내며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제가 잘랐다는 증거가 있
봉정이는 통화를 끝내고 조라가 내민 찻잔을 받았다.조라가 다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병원에 한번 다녀오고 싶습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뵙고 싶어서요.”봉정이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날카로운 눈으로 조라를 바라봤다.“잡혀갈까 봐 겁도 안 나?”조라는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방금 밖을 좀 봤는데요. 인우 씨 쪽 사람들이... 다 철수한 것 같았습니다.”봉정이가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철수했다고?”찻잔이 탁자 위에 묵직하게 내려앉았다.“내가 너보다 인우를 훨씬 잘 알아.”“가만히 있을 때는 몰라도, 한번
주비는 휴게실 문 앞에 선 채 눈앞의 짙은 분위기를 바라봤다. 표정이 잠깐 얼었다.혜니는 화들짝 놀라 인우를 밀어냈다. 얼굴이 새빨개진 채 흐트러진 옷을 허둥지둥 정리했다.대표실 안에 민망한 정적이 내려앉았다.주비는 금세 평정을 되찾고 미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미안해. 두 사람을 방해했네.”잠시 말을 멈춘 주비가 인우를 바라보며 설명했다.“어젯밤에 N시로 돌아왔어. 회사에 들러 급한 일 좀 처리하다가 여기서 잠깐 쉬었고.”혜니는 어디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저 먼저 나가 볼게요.”고개를 숙인 채 급히 말하
혜니는 기분이 확 상해 곧바로 말했다.“대표님, 비서가 세 명이나 있잖아요. 박 비서에게 동행하라고 하셔도...”‘아무리 그래도 나만 붙잡고 끝까지 갈아 넣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인우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한마디를 던졌다.“윤 비서가 대표야, 내가 대표야?”“그야 당연히 대표님이십니다.”혜니는 이를 악물고 두 글자를 짜냈다.‘악덕 자본가.’“47분 남았어.”인우가 손목시계를 확인하더니 덧붙였다.혜니는 토끼보다 빠르게 뛰쳐나갔다.‘젠장...’집까지 가는 데 30분.화장하고 옷 갈아입는 데 17분.목을
게다가 혜니를 따로 태그까지 해 두었다.주소 하나.연락처 하나.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쓸데없는 말은 단 한 글자도 없었다.혜니는 체념한 듯 가방을 움켜쥐고, 곧장 택시를 잡아 그 주소로 향했다.차 안에서도 머릿속은 계속 윙윙거렸다.반년 전 재계약한 근로계약서에 경업금지 약정이 끼어 있었을 줄은 몰랐다.일방적으로 퇴사하면 회사에 43억 원대의 위약금을 물어내야 했다.혜니의 평생을 갈아 넣어도 갚을 수 있을지 모를 돈이었다.혜니는 지금 미칠 듯이 울적했다.어렵게 도착한 곳은 수리 옥션이었다.이름만 들어도 숨이 턱
혜니는 그 순간 생각했다.인우가 다른 여자를 만났다고.이제 이 남자는 깨끗하지 않다고.인우가 돌아왔을 때, 인우는 그저 일이 바빴다고만 말했다.그 외에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그래서 혜니는 이혼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더는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혜니의 눈가는 무섭도록 붉어져 있었다.하지만 이를 악물고 끝내 눈물을 떨어뜨리지는 않았다.‘한인우를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다음 날, 혜니가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인우의 호출이 내려왔다.혜니는 곧장 위층으로 올라가 대표실 문을 두드렸다.문이
“아!”혜니의 몸이 그대로 허공에 떴다.시야가 뒤집히고,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했다.인우가 혜니를 단번에 어깨에 둘러멘 것이다.단단한 어깨가 몸을 눌러 와 아플 정도였다.“뭐 하는 거야! 내려놔, 한인우!”혜니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공중에 뜬 두 다리가 허둥지둥 버둥거렸다.우진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어 버렸다.그러다 혜니의 입에서 나온 이름을 듣고서야, 온몸이 움찔 굳었다.한인우.소문으로만 듣던 A국 금융계의 거물.수십 조 원대 자산을 손에 쥔 남자였다....혜니는 끌려가는 내내 버둥거렸다.하이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