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인우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그래도 제가 업어 드리겠습니다. 어머님이 한쪽 발로 계단 오르다가 다른 발까지 다치시면 혜니가 한 달은 쉬면서 간호해야 합니다.”진춘심은 그 말에 곤란해졌다.뒤를 돌아 김 기사에게 도움을 청하듯 쳐다봤다.김 기사는 뜻을 알아채고 바로 허리를 잡으며 얼굴을 찡그렸다.“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비 오는 날만 되면 허리가 너무 아파서 힘을 못 쓰겠네요.”김 기사는 인우가 직접 나선 일을 뺏을 배짱은 없었다.혜니는 옆에서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엄마, 그
윤모는 그대로 서서 머릿속이 웅웅 울리는 걸 느꼈다.혜니는 인우의 여자였고 두 사람은 이미 다시 만나고 있었다.그런 혜니가 자신과 그토록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눈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었을 터였다.‘이혼한 뒤 외로워서 그런 건가?’아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았다.오히려 그런 생각을 한 자신이 더 터무니없게 느껴졌다.핸드폰을 쥔 윤모의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리고 손등에 핏줄이 불거졌다.조금 뒤 민찬이 추가로 받은 메시지를 확인하고 다시 다가왔다.“대표님, 전에 ‘달님’ 씨에게 바이올린을 배송했던 주소가 장명
윤모는 핸드폰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회색으로 바뀐 ‘요청 전송됨’ 표시가 차가운 조롱처럼 느껴졌다.윤모는 몇 번이고 ‘달님’에게 친구 요청을 보냈다.그 뒤 승인 알림이 오기만 기다렸다.‘받아 줘.’‘달님아, 제발 받아 줘.’핸드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 손가락 마디가 새하얘졌다.새로고침하고, 계정에 로그아웃했다가 다시 로그인하는 일을 계속 반복했다.화면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달님’에게서는 어떤 반응도 없었다.가슴 한가운데가 누군가 억지로 한 조각 뜯긴 것처럼 텅 비었다.그 빈자리로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는
그래서 하늘은 출근하고 싶은 날만 나가도 됐다.조만간 아예 GU그룹 법무팀으로 옮길 생각이었다....경서는 이야기를 듣다가 눈물까지 날 만큼 웃었다.“너 진짜 대단하다. 침대까지 끌고 갔는데 결국 남자가 도망갔네... 하하.”“우리 둘이 이렇게 큰 비밀을 알아 버렸는데 고이헌이 사람 시켜 입막음하는 거 아니야?”하늘도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용훈 오빠한테 월 정액 경호라도 끊을까 해. 내 목숨은 지켜야지.”“해. 너 비상금 많잖아.” 경서는 말리지 않았다. “석 달쯤 끊으면 용훈 선배가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하늘은 머리가 울릴 정도로 당황하며 다시 그날 밤을 떠올렸다.이헌은 하늘을 집까지 데려다준 뒤 그대로 안아 올려 안으로 들어갔다.집사에게 해장국을 준비하라고 지시하고 하늘을 안은 채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방에 들어간 하늘은 술에 취해 흐린 눈으로 이헌을 바라봤다. 볼수록 더 잘생겨 보였다.“나... 삼촌 좋아해.” 하늘이 취중에 고백했다.이헌의 가슴이 크게 흔들렸다.“오늘은 그냥 일단 자.” 이헌은 하늘을 침대에 조심스럽게 눕혔다.하지만 하늘은 두 팔로 이헌의 목을 꽉 감고 놓지 않았다.“삼촌이랑... 같이 잘래
얼마 지나지 않아 윤모는 민찬의 보고를 받았다. 상민이 하씨 집에 찾아와 경서를 만났고, 둘이 서로 안았으며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경서가 바이올린을 연주했고 상민이 떠났다는 내용이었다.핸드폰 화면의 희미한 빛이 윤모의 얼굴을 비췄다.민찬의 보고는 짧았지만 한 문장 한 문장이 신경을 긁었다.“하.”낮은 비웃음 속에 강한 소유욕이 묻어났다.‘내 여자라고 해 놓고 연상민이랑 아직도 저렇게 얽혀?’‘거기다 바이올린까지 켜 줬다고?’‘날 없는 사람 취급하는 거야?’윤모는 장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목소리엔 온기가 전혀 없었다
엘리베이터 안의 공기가 그대로 굳어 버린 듯했다.사실 혜니는 어젯밤에도 인우의 꿈을 꾸었다....은행나무 아래, 매트, 별빛, 이혼하던 날의 마지막 작별. 혜니가 울부짖었고, 인우는 뜨거운 숨을 귓가에 뿌리며 끝을 정하는 건 자신이라고 했다. “한인우, 이제 그만해.”혜니가 참다못해 목소리를 높였다.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마음까지 산산이 부서지는 기분이었다.인우는 낮게 숨을 내쉬며 혜니를 내려다보았다.뜨거운 기운이 가까이 닿았지만, 인우의 눈빛은 이상하리만큼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그렇게 소리칠 힘은 남아 있
“공주님, 얼른 신발 신자. 늦겠다!” 바쁜 아침, 시간에 쫓기는 윤혜니의 목소리에는 초조함이 묻어 있었다.“싫어! 오늘 어린이집 안 갈래!” 나래는 미꾸라지처럼 몸을 비틀며 말랑한 목소리로 항의했다.“아이고, 우리 착한 아가. 오후에 엄마가 딸기 생크림 케이크 사 줄게. 딸기 맛이야.” 혜니는 온갖 방법을 다 써 목소리를 한껏 부드럽게 낮췄다.달콤한 회유가 통하자 나래는 마지못해 조그만 발을 내밀었다.혜니는 잽싸게 신발을 신기고 아이를 안아 들었다. 계단을 내려가며 핸드폰을 꺼내 소새연에게 전화를 걸었다.“새연아,
‘내가 취한 건가?’샴페인 한 잔 마셨다고 이럴 리가 없었다.혜니는 접시를 내려놓고 서둘러 인우를 찾았다.인우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하지만 또다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그때 키 큰 남자 하나가 갑자기 혜니의 앞을 가로막았다.“아가씨,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저랑 잠깐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죄송합니다. 지금 급한 일이 있어서요.”혜니는 남자를 피해 지나가려 했다.그러나 남자는 웃으며, 휘청이는 혜니의 몸을 덥석 붙잡았다.“좀 취하신 것 같은데요. 제가 정원에 모시고 나가서 바람 좀 쐬게 해 드릴게요.
뜨거운 박수가 연회장 안을 가득 채웠다.얼마 지나지 않아, 각계 기업인들이 겹겹이 인우 주변으로 몰려들었다.그 사이에는 화려하게 꾸민 예쁜 여자애 세 명도 섞여 있었다.손목에 찬 시계만 봐도 웬만한 아파트 한 채 값은 되어 보였다.딱 봐도 어느 집안의 귀한 딸들이었다.혜니는 적당한 핑계를 대고, 조용히 사람들 틈에서 빠져나왔다....혜니가 막 문밖으로 나와 숨을 돌리려던 때였다.하이엔드 맞춤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혜니 앞을 막아섰다.“한인우 대표님 비서죠?”“안녕하세요.”혜니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였다.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