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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웃음광란
선우원영이 추소하의 아래쪽 그곳을 찌른 것이었다.

추월녀가 달려갔을 때 추소하는 침상에 누워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의원이 이미 상처를 싸맸고 벗어놓은 바지는 온통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옆에 있던 의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장군께서 아무래도... 후사를 보지 못하실 듯합니다.”

추월녀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 정신이 멍해졌다.

국공부는 대대로 나라에 충성했고 선대 국공의 세 아들은 모두 전장에서 장렬히 전사했다.

큰아들 충용후가 추월녀의 아버지인데 전사할 때 슬하에 추월녀와 추소하 둘 뿐이었다.

둘째와 셋째 작은아버지는 젊은 나이에 전장에 나가 목숨을 잃었다. 둘째 작은아버지는 혼인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전쟁터로 떠났고 셋째 작은아버지는 혼인조차 하지 못했다.

하여 추소하가 국공부에 남은 유일한 사내였다.

그런데 선우원영의 칼날이 국공부의 대를 완전히 끊어놓고 말았다. 평소 충직하고 성실했던 큰 오라버니의 삶을 송두리째 망쳐놓았다.

추월녀가 바닥에 떨어진 단도를 주워들고 뛰쳐나갔다.

“아씨! 진정하십시오, 아씨.”

자운선이 다급하게 그녀의 뒤를 쫓아갔다.

추월녀는 선우원영을 찾아 헤맬 필요도 없었다. 유봉진이 이미 선우원영을 잡고 뜰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놓아라!”

선우원영이 오만한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유봉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그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빌어먹을 놈, 놓으란 소리 못 들었느냐?”

유봉진은 그녀의 발길질에도 꿈쩍도 하지 않더니 추월녀가 손에 든 칼을 보자마자 낯빛이 확 변했다.

“월녀야...”

추월녀는 칼을 들고 빠른 걸음으로 두 사람에게 다가간 후 망설임 없이 선우원영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추월녀, 뭐 하는 짓이냐?”

유봉진이 한 손으로 추월녀의 손목을 잡고 다급하게 외쳤다.

“말로 하거라.”

“이 여인이 제 오라버니의 인생을 망쳤습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고 오라버니를 칼로 찌른 걸 똑같이 갚아줄 겁니다.”

추월녀가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자 유봉진이 다급하게 말했다.

“오해다, 월녀야. 지금 당장 원영이를 추 장군에게 데려가 사과하게 하겠다.”

“사과?”

추월녀는 어이가 없어 웃음이 다 날 지경이었다.

“제 오라버니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쳐놓았는데 그깟 사과로 보상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퉤! 사과 따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찌른 게 맞지만 날 어찌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선우원영은 계속 추월녀를 노려보았고 오만한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내 아버지와 오라버니가 추소하의 손에 억울하게 죽었다. 그것에 비하면 칼 한 방 찌른 건 아무것도 아니지.”

“네 아버지와 오라버니가 역모를 일으켜 얼마나 많은 백성이 두 사람의 손에 죽었는지 아느냐? 죽어 마땅하다!”

유봉진은 여전히 추월녀의 손목을 잡고 있었다. 추월녀는 고개를 들어 핏발이 선 두 눈으로 유봉진을 쳐다보면서 쉰 목소리로 말했다.

“제 오라버니는 난을 평정하는 데 공을 세운 공신입니다. 역적의 여식이자 나라의 공신에게 해를 끼친 이 여인을 감싸고 도시겠단 말씀입니까?”

“월녀야, 원영이는 아직 나이가 어려 아무것도 모른다...”

“아무것도 모르는데 국공부의 대를 끊는 방법은 잘 알고 있네요?”

추월녀와 유봉진이 서로를 알아온 세월이 길었지만 이렇게 서로를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건 처음이었다.

그녀의 성격이 하도 유순하여 유봉진과 싸운 적이 없었다. 유봉진은 심지어 그녀가 화를 낼 줄 모르는 건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화를 내는 모습을 보았다.

“우리 국공부 사람들은 함부로 괴롭힘을 당해도 되는 존재가 아닙니다.”

추월녀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그는 단도를 쥔 그녀의 손을 여전히 잡고 있었다.

바로 그때 그녀가 갑자기 손아귀의 힘을 풀자 단도가 툭 떨어졌다. 그녀는 재빨리 왼손으로 칼을 잡고는 손목을 돌렸다.

“으악...”

선우원영의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지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경련을 일으켰다.

모든 것이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나 유봉진조차도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빌어먹을 것 같으니라고!”

유봉진의 낯빛이 창백해지더니 추월녀를 확 밀쳐내고 선우원영을 끌어안았다.

선우원영의 가슴이 온통 핏빛으로 물들었다. 추월녀는 한창 꽃피울 나이의 여인의 몸을 아주 깊고 잔혹하게 찔러버렸다.

유봉진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여봐라! 당장 어의를 부르거라. 당장!”

그러고는 추월녀를 노려보았는데 두 눈에 자신조차 깨닫지 못한 살기가 감돌았다.

“아직 어린 계집애한테 어찌 이리 잔인할 수 있단 말이냐? 추월녀, 네가 이런 사람인 줄은 정말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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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나
유봉진 이개객끼야니거기도자르자휘발너무개끼가랄지쌈싸머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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