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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웃음광란
그 눈빛에 추월녀는 칼로 도려내듯 마음이 아팠다.

오랜 세월을 함께 해왔고 다음 달이면 혼례를 올릴 예정이었지만 만난 지 고작 보름도 채 안 된 여인을 위해 그녀에게 살의를 품었다.

유봉진의 눈에 스쳐 지나간 살기를 본 순간 오랜 정과 의리는 갑자기 덧없는 것이 돼버렸다.

추월녀는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렸다.

“대군 나리께서는 이 여인을 위해 복수라도 해주시겠다는 말씀입니까?”

“내가 못할 것 같으냐?”

유봉진이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싸늘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자운선이 당황해하며 재빨리 달려왔다.

“대군 나리, 이 일은 아씨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선우원영이 먼저...”

“저리 썩 꺼지지 못할까!”

유봉진은 자운선을 매몰차게 걷어찼다. 그 바람에 자운선은 바닥에 넘어져 붉은 피를 토해냈다.

“운선아.”

조급해진 추월녀가 큰 소리로 말했다.

“정신 좀 차려 보거라.”

자운선은 어릴 적부터 그녀의 곁을 지켰다. 비록 시녀였지만 두 사람은 자매처럼 가까웠고 추월녀는 그녀를 가족처럼 여겼다.

추월녀의 다급하고 불안한 모습에 유봉진의 분노도 조금 가라앉았다.

추월녀가 이토록 당황하는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었기에 본능적으로 위로를 건네려던 그때 품 안의 선우원영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

“빌... 빌어먹을 놈. 너무... 아프구나.”

그 말을 끝으로 선우원영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유봉진은 그녀의 창백한 얼굴과 가슴에서 계속 흘러나오는 피를 보고 있자니 추월녀에 대한 연민이 확 사라졌다.

“이미 칼로 찔렀으니 앞으로 그 누구도 이 일을 언급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입 밖에 꺼냈다간 절대 용서치 않겠다. 월녀 넌... 운선이를 데리고 가서 치료해주거라.”

그러고는 기절한 선우원영을 안고 황급히 가버렸다.

그의 다급한 발걸음과 불안한 뒷모습만 봐도 품 안의 여인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다른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날 추월녀는 자운선을 방에 눕히고 잘 돌보라고 시킨 후 줄곧 추소하의 곁을 지켰다.

해 질 무렵 추소하가 깨어났다. 하지만 깨어나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멍하니 있기만 했다.

추월녀도 뭐라 하지 않고 그에게 물을 먹인 후 다시 눕혔다. 추소하는 끝까지 입을 열지 않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한밤중에 추소하가 다시 눈을 떴는데 이번에는 냉정함을 되찾은 듯했다.

“월녀야, 대군 나리께서 지금 그 계집을 많이 신뢰하고 있다...”

그는 한숨을 내쉬고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단지 어린 계집으로만 생각하실 뿐 다른 뜻은 없으니 괜한 생각 하지 말거라. 오라버니가 보기에 대군 나리의 마음속에는 너밖에 없다.”

추월녀는 순간 마음이 울컥했다. 오라버니는 본인이 이 지경이 됐는데도 여전히 그녀를 위로했다.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추소하가 갈라진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

“다음 달 초하루가 너와 대군 나리의 혼례 날이다. 알고 지낸 시간이 얼마인데 이런 사소한 오해로 무너져서야 하겠느냐?”

“오라버니, 전 괜찮으니 위로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추월녀는 그의 손을 잡고 나서야 얼음처럼 차갑다는 걸 알았다. 그녀의 마음처럼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오라버니, 빨리 나으세요. 나중에 꼭 방법이 있을 겁니다.”

추월녀가 다정하게 말했다.

“그래.”

추소하는 다시 눈을 감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눈가에 맺힌 눈물이 베개에 떨어지는 걸 숨기려고 고개를 살짝 돌렸다.

가장 아끼는 여동생에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다 알고 있었지만 오라버니의 자존심을 위해 모른 척했다.

그 후 3일 동안 추월녀는 유봉진을 만나지 못했다.

사흘째 되는 날 밤, 유봉진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뜰 밖에서부터 걸어 들어왔다.

“월녀야, 나도 내가 요즘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제발 좀 도와다오. 뭔가에... 홀린 것 같은 기분이 자꾸 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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