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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ผู้เขียน: 이야기보따리
바로 그때, 두 사람의 뒤편에 누군가 조용히 서 있었다. 방금 윤하준의 고백을 고스란히 들은 이는 다름 아닌 심유빈이었다.

그녀는 하종호의 연락을 받고 잠깐 내려왔다가, 뜻밖에도 윤하준의 진심을 듣게 된 것이다. 윤하준은 심유빈의 존재를 확인하자 말없이 고개만 살짝 끄덕인 뒤 조용히 자리를 떴다.

심유빈은 곁에서 술잔을 비우고 있는 하종호에게 다가갔다.

“그렇게 술 많이 마시지 마요.”

하종호의 마음은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윤하준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지만, 오래된 친구 사이가 틀어지는 건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언젠가는 윤하준과 고이한 사이도 결국 소예지때문에 멀어질 것이 분명해 보였다.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던 하종호는, 갑자기 심유빈의 손을 꼭 잡으며 애절하게 말했다.

“유빈 씨, 오늘 밤 내 곁에 있어 주면 안 될까?”

순간 심유빈은 놀란 듯 굳어졌고 이내 손을 뿌리치며 차분하게 대답했다.

“하종호 씨, 지금 많이 취했어요. 방에 가서 좀 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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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뢰의 붕괴는 언제나 작은 균열에서 시작된다. 고이한의 침묵과 해명 없는 태도는 소예지의 눈에 묵인이자 냉담함으로 비쳤다.소예지는 의심하기 시작했고 불안해하며 두 사람 사이의 모든 것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한때의 달콤함과 굳건한 믿음은 의심과 실망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닳아 없어졌다.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일에 있어 심유빈은 의심할 여지 없이 정확했다. 고이한의 침묵과 소예지의 지나친 사랑을 교묘하게 이용해 차분하게 거짓말과 오해를 쌓아 올렸고 결국 소예지가 고이한에게 품었던 사랑을 완전히 죽여버렸다.“유빈아, 무슨 생각 해!”옆에 있던 유미나가 심유빈을 불렀다. 또 무슨 궁리를 하고 있는 건지 궁금하기도 했다.심유빈은 정신을 차리고 창밖을 바라봤다. 눈빛이 점점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한때 도구로 써먹었던 고하슬은 이미 자라버렸고 예전에 쥐고 있던 무기들은 전부 쓸모를 잃었다.‘이제 소예지와 고이한에게 맞설 힘이 정말 남아 있지 않은 걸까.’바로 그때, 아래층에서 차 소리가 들려왔다. 유미나가 긴장하며 아이패드를 집어 들었다.“유빈아, 나 먼저 들어갈게. 일 있으면 연락해.”유미나는 방기성과 마주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래층으로 내려가다 보니 마침 집 안으로 들어서는 방기성과 딱 마주쳤다.“방 대표님, 들어오셨어요?”유미나가 환한 미소를 띠며 인사했다.“유빈이는 어때? 기분 좀 나아졌어?”방기성이 유미나에게 물었다.“오늘 기분 꽤 좋아 보이던데요!”유미나가 대답했다.방기성은 유미나를 한 번 흘끗 보더니 손을 가볍게 저어 내보냈다. 성큼성큼 계단을 오르는 그의 걸음이 공간을 압도했다. 심유빈은 입술을 깨물며 머릿속으로 계략을 서서히 다듬고 있었다. 방기성이 고이한에 대해 품고 있는 불만은 이미 꽤 깊었다.방기성이 문을 열고 들어올 즈음, 심유빈은 이미 얼굴에 다른 가면을 쓰고 있었다.요염하고 농염한 눈빛에 붉은 드레스가 그녀를 한층 화려하고 눈부시게 만들었다.방기성은 그녀를 보자마자 마음이 흔들렸다.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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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미나의 말이 심유빈에게 위로가 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쓰렸다. 고이한이라는 남자를 너무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토록 자존심 강한 남자가, 진심으로 신경 쓰지 않는 상대를 위해 공항 마중이며 짐을 들어주는 시시한 일을 했을 리 없었다.지난 십 년 동안, 심유빈이 고이한에게 짐을 들어달라고 부탁한 건 딱 한 번뿐이었다. 하종호의 소개로 재력가들의 식사 자리에 끼게 됐을 때였다. 그 룸 안에는 부유한 부부 두 쌍이 있었고 심유빈은 어떻게든 그 자리의 사모님들 틈에 섞이고 싶었다. 주차장에서 고이한과의 우연한 만남을 연출한 뒤, 룸에 들어가기 직전 머리를 올려 묶겠다며 가방을 들어달라고 했다.고이한이 가방을 받아 들자 심유빈은 일부러 느릿느릿 머리를 매만지며 가방을 돌려받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룸 안으로 들어서면서 두 사모님의 눈에 고이한이 짐을 들고 따라 들어오는 장면을 자연스럽게 보여줬다.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날 저녁, 두 사모님이 먼저 다가와 심유빈에게 친근하게 굴었고 덕분에 원하던 인맥을 손에 넣었다.다만 심유빈이 몰랐던 건 그날 소예지도 그 식당에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고이한이 심유빈의 가방을 들어주는 장면을 소예지도 봤다.한 번 마음을 접은 여자가 같은 남자를 다시 사랑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 남자가 고이한이라면 이야기는 달랐다. 그가 기꺼이 자존심을 내려놓고 정성을 들여 다시 다가온다면 흔들리지 않을 여자는 많지 않았다. 더구나 두 사람 사이에는 딸이라는 끈까지 이어져 있었다.그리고 고하슬은 심유빈이 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아이였다.처음 고하슬을 만났던 날로 기억이 흘러갔다. 아이가 생후 열여덟 달쯤 되었을 때였다. 어렵사리 기회를 잡아 D국의 고씨 별장을 찾아가 고씨 가문 사람들 앞에서 다정하고 상냥한 면모를 보여주려 했다.그런데 고하슬이 문제였다. 그 아이는 고이한에게 찰싹 달라붙어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평소 외부인 앞에서는 차갑고 거리를 두던 고이한이 딸을 볼 때만큼은 눈빛에서 애정과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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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 소식은 보통 유미나가 가장 먼저 파악했다. 하지만 오늘 뜬 기사는 심유빈에게 보여줄지 말지 한참을 고민했다. 요즘 심유빈의 기분이 별로였고 성질도 예민하게 변해 있었다.그래도 이미 고이한과 사이가 틀어진 상황에서 그의 최근 동향을 알게 해주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결국 유미나는 태블릿을 들고 이층으로 올라갔다.“오늘 나온 기사야. 한번 봐봐.”유미나가 태블릿을 심유빈 앞에 내밀었다.심유빈은 소파에 나른하게 기대어 최신 패션 잡지를 무심히 넘기고 있었다. 그러다 선명한 헤드라인이 눈에 들어오자 잡지 모서리를 잡은 손가락에 힘이 쑥 들어갔다.옆에서 유미나는 조심스럽게 심유빈의 표정을 살폈다.심유빈은 잡지를 내던지고 태블릿을 집어 들었다. 이를 악물며 냉소를 흘렸다.“재결합?”하지만 손가락은 계속 사진을 넘겼다. 결국 고이한이 소예지를 집중해서 바라보는 장면에서 멈췄다. 노트북 가방을 챙겨 들고 차에 탈 때 머리 위로 손을 받쳐주는 장면 하나하나가 달군 바늘처럼 눈을 찌르고 가슴속까지 파고들었다.유미나가 조용히 물었다.“설마 고이한이랑 소예지 진짜 재결합하는 거 아니지?”두 사람이 재결합하면 심유빈에게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말도 안 돼.”심유빈이 차갑게 받아쳤다. 하지만 가슴은 심하게 오르내렸고 눈빛에는 질투가 타올랐다. 자극이 단단히 담긴 게 분명했다.말은 그렇게 했지만 심유빈은 잘 알고 있었다. 소예지는 더 이상 예전의 그 여자가 아니었다. 자신이 정교하게 만들어낸 모호한 분위기에 속아 결혼 생활 속에서 스스로를 잃어버리던 그 여자가 아니었다. 지금의 소예지는 모든 본질과 진실을 꿰뚫어 보며 감정의 안개를 걷어낸 채 차갑고 강하며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이혼은 그녀에게 독립적인 커리어뿐만 아니라 인격적인 매력까지 가져다주었다. 고이한이 국내에 숨겨두고 보호하던 얌전한 아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심유빈의 생각은 제 의지와 상관없이 8년 전으로 흘러갔다. 그때 고이한이 국내에서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심유빈은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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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시온은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소예지의 일이 고도의 기밀과 관련되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대신 잠시 뜸을 들이다가 다른 질문을 던졌다.“미움이 없어졌다면... 그럼 너 아직도 사랑해?”박시온의 질문에 소예지는 잠시 말을 멈췄다.하지만 이내 눈빛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솔직한 말 들을 거야?”소예지가 웃으며 되물었다.“당연하지. 난 네 진짜 속마음이 궁금한데? 솔직히 말해서 난 아직도 고이한이 과거에 한 짓들이 안 잊혀. 나한테는 여전히 최악의 전 남편이거든.”그동안 소예지는 지난 1년 동안 있었던 일들을 박시온에게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았다.그래서 박시온의 기억 속 고이한은 여전히 바람을 피우고 가정을 망친 형편없는 남자에 머물러 있었다.쉽게 지워질 수 없는 이미지였다.“지금 내 머릿속에 들어 있는 건 실험 일정이랑 데이터 분석뿐이야.”소예지가 담담하게 말했다.“앞으로 뭘 해야 할지도 이미 정해져 있고.”“그러니까 지금은 일밖에 안 보이고 남자는 안 보인다는 거네?”박시온이 웃으며 물었다.소예지는 솔직히 그 문제를 생각해 볼 여유조차 없었다.지금의 그녀에게 개인적인 감정은 아주 작은 구석으로 밀려나 있었다.눈앞에는 반드시 넘어야 할 거대한 산이 있었고 온 힘을 다해 올라가도 부족할 만큼 벅찬 길이 기다리고 있었다.다른 것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누구를 사랑하고 말고는 지금 나한테 중요한 문제가 아니야.”소예지가 솔직하게 말했다.“알겠어, 알겠어.”박시온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주변에 좋은 사람들 많잖아.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그때 생각해도 안 늦어. 기다려 줄 사람도 있을 테고.”박시온도 더 이상 친구의 감정을 분석하려 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고하슬 이야기를 몇 마디 더 나눈 뒤 통화를 끝냈다.그날 인터넷 연예 기사 헤드라인에는 이런 제목이 걸렸다.[파경 후 재결합? 재계 1위 고이한, 직접 공항 마중 나간 전 아내 소예지... 다정한 행동에 재결합설 확산]기사에 실린 사진들은 선명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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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예지는 먼저 위층으로 올라가 노트북을 내려놓았다. 자리에 앉아 이메일을 확인하자 이호연과 이지원이 오늘 새로 보낸 데이터가 도착해 있었다. 그녀는 곧바로 파일을 열어 내용을 살폈다.십오 분쯤 지난 뒤, 서재 문 앞에 고이한이 나타났다.“국수 다 됐어. 내려와서 먹어.”소예지는 화면에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금방 내려갈게.”그녀는 고이한을 따라 계단을 내려왔다. 양희순이 직접 담근 밑반찬을 막 꺼내놓고 있었다. 국수와 딱 어울리는 반찬이었다.국수에는 각각 달걀 프라이가 두 개씩 얹혀 있었다. 국물은 진하고 깊어 보기만 해도 맛있어 보였다.고이한과 소예지는 양희순의 솜씨를 늘 높이 평가해 왔다. 예전에도 고이한이 출장에서 돌아오면 양희순은 종종 저녁을 차려주었고 대부분 국수였다.소예지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 국수를 먹었고 맞은편에 앉은 고이한도 말을 걸지 않았다. 두 사람은 각자 조용히 저녁을 해결하며 익숙한 침묵 속에서 편안함을 느꼈다.양희순은 부엌에서 조리대를 닦다가 무심코 식당 쪽을 돌아봤다. 이미 여러 번 본 장면이었지만 그 익숙함이 마음 한켠을 따뜻하게 스쳤다.저녁을 마친 뒤 고이한이 먼저 자리를 떴다. 아홉 시 전까지 고하슬을 재워야 해서였다. 소예지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 업무에 집중했다.아홉 시 반, 고하슬이 깡충깡충 뛰며 집으로 돌아왔다. 귀엽기 그지없었다. 이제 유치원 졸업반이 된 아이였고 어느새 여섯 살이 되어 곧 일곱 살이 될 터였다. 초등학교에 들어갈 날도 머지않았다.“엄마! 나 왔어요!”고하슬이 집에 들어서자마자 소예지를 찾았다.“엄마, 여기 있어!”소예지가 계단을 내려오며 대답했다.고하슬은 달려와 다리에 매달리며 살짝 애교를 부린 뒤, 이내 아빠 손을 잡아당겼다.“아빠, 나랑 놀아줘요.”“하슬아, 벌써 늦었어. 아빠 가서 쉬게 해드려.”소예지가 딸에게 말했다.“너도 이제 씻어야지.”고하슬이 아쉬운 듯 입을 삐죽 내밀었다.“아빠가 조금만 더 놀아주면 안 돼요?”소예지가 말을 잇기도 전에 고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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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의가 시작되자 각 지역의 지사 대표들이 차례로 단상에 올라 성과를 보고했다.그중 가장 중심이 되는 앞줄 한가운데 자리한 고이한은 진지한 표정으로 발표를 경청하고 있었다.이내 주현우의 차례가 되었다.그가 발표한 AI와 의학의 융합 성과는 실로 눈부셨고 참석자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미래 핵심 산업으로서의 가능성이 명확히 드러나는 내용이었다.발표가 끝나자 회의장은 뜨거운 박수로 가득 찼다.자리로 돌아온 주현우는 소예지를 향해 몸을 살짝 숙이며 정중히 말했다.“오늘의 성과는 전적으로 소예지 선생님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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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그런 소리 두 번 다시 하지 마.”하지만 고이한의 말투도 냉정하고 단호했다.고수경은 씩씩거리며 전화를 끊어버렸고 잠시 후 진가영이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여보세요, 엄마.”고이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을 나서더니 마당 한쪽으로 걸어가 전화를 받았다.“이한아, 예지가 정말 특효약 개발자 맞니?”진가영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재차 확인했다.“네, 맞아요.”이미 사실을 확인한 고이한은 확실하게 대답했다.“잘됐네. 그럼 내일 집에서 축하 파티를 열자. 가족끼리 모여서 성대하게.”“알겠어요.”한편, 불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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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 씨가 나한테 한 달 시간을 줬어. 그 안에 맞는 골수 기증자를 찾아내라는 거야. 준석 선배, 선배 인맥 좀 빌려줄 수 있을까?”소예지는 간절하게 부탁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강준석의 인맥이라면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강준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 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수락했다.그날 오후, 실험동 회의실에서 중요한 회의가 열렸다. 이성열이 직접 와서 새로 연구팀을 이끌게 될 양정화를 소개했다.“제가 이번 프로젝트의 연구팀을 새로 꾸릴 겁니다.”양정화의 차가운 시선이 회의실을 훑었다.순간 소예지는 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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