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심유빈은 어떻게 하면 참석을 피할 수 있을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하종호의 주변 사람들은 전부 아는 얼굴들이었다. 방기성의 팔짱을 끼고 나타나는 순간 쏟아질 경멸 어린 시선이 눈에 선했고 그동안 공들여 쌓아온 피아노 여신의 이미지 역시 산산조각 날 게 분명했다. 그야말로 공개 처형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그렇다고 불참할 수도 없었다. 방기성이 분명 불만을 품을 테고 지금의 심유빈은 그 버팀목을 잃을 수 없었다.결국 사흘 동안 버티다가 적당한 핑계를 만들어 빠지는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이 공개적인 망신만큼은 피해야 했다.저녁 여덟 시 반쯤 집에 돌아온 소예지는 집 안에 딸이 보이지 않자 양희순에게 물었고 고이한이 아이를 데리고 단지 아래로 놀러 나갔다는 말을 들었다.곧바로 고이한에게 언제 딸을 데리고 올라올 거냐는 메시지를 보냈고 답장은 금세 도착했다.[하슬이가 엄마랑 같이 있고 싶대. 우리 지금 어린이 놀이터에 있는데 잠깐 내려올 수 있어?]소예지는 메시지를 바라보며 잠시 망설이다가 편한 플랫슈즈로 갈아 신고 집을 나섰다.초여름 밤의 어린이 놀이터는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었고 곳곳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멀리서 보니 공주 드레스를 입은 고하슬이 또래 여자아이와 즐겁게 놀고 있었다. 소예지가 자세히 들여다보던 순간 반가움이 번졌다.이안이었다.시선을 옮기자 옆 휴게 공간에 눈길을 사로잡는 남자 셋이 서 있었다. 세 사람이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풍경 같았다.고이한은 늘 그렇듯 반듯한 자세로 서 있었고 차갑고 절제된 기품이 풍겼다. 윤하준은 온화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그 옆의 하종호는 편한 캐주얼 차림으로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무언가를 이야기하며 웃고 있었다.그 모습을 보자 소예지는 문득 이 년 전이 떠올랐다. 한때 늘 함께 다니며 누구보다 끈끈한 우정을 자랑하던 세 남자의 시절이었다.가장 먼저 소예지를 발견한 사람은 윤하준이었다. 시선이 마주치자 그의 눈빛에 오랜만의 반가움이 스쳐 지나갔고 이내
“그러게 말이야! 이한이 그놈, 행동 하나는 빠르다니까.”하종호가 전화 너머로 혀를 찼다. 잠시 후 살짝 떠보는 말투로 덧붙였다.“근데 솔직히 걔네 둘이 진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하슬한테는 좋은 일이잖아...”“응.”윤하준이 짧게 대답했다. 시선은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에 닿았고 눈빛은 복잡했다.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고이한의 변화가 눈에 띄게 분명했고 그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윤하준은 잘 알고 있었다.소예지도 마땅히 좋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다. 친구로서든 소예지에게 마음을 품었던 한 사람으로서든 윤하준은 그녀가 행복하길 바랐다.그 행복을 고이한이 줄 수 있고 소예지도 받아들일 마음이 있다면 윤하준이 할 수 있는 건 축복뿐이었다. 다만 마음 한구석이 살짝 허전할 뿐이었다.“알겠어, 결혼식에 일찍 가서 손님맞이하는 거 도와줄게.”“고마워.”하종호가 짧게 답하고 전화를 끊었다.차 안이 조용해졌다. 이안이 눈치 빠르게 고개를 들었다.“외삼촌, 기분 안 좋아요?”윤하준은 정신을 차리고 언제나처럼 온화하고 여유로운 표정을 되찾았다. 이안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아니야.”어떤 풍경은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 족한 법이었다. 어떤 설렘은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끝이 정해져 있었다. 지금 윤하준에게 가장 중요한 건, 곁에 있는 이 꼬마를 잘 돌보는 것 그리고 마주쳐야 할 사람을 친구로서 담담하게 대하는 것이었다.방기성의 별장.밤 여덟 시, 심유빈은 거실 소파에 늘어져 심심하게 영화를 넘기고 있었다. 창밖으로 차 소리가 들리자 곧바로 정신을 바짝 차렸다. 머리를 매만지고 달콤한 미소를 띤 채 문 앞으로 나갔다.방기성이 차에서 내렸다. 약간 살이 오른 체형이 어둠 속에서 둔해 보였다. 희끗희끗한 백발은 고이한에게서는 묘한 매력과 고고한 기품으로 보였지만 방기성에게서는 그저 늙고 볼품없어 보일 뿐이었다.심유빈의 눈빛에 티 나지 않게 혐오감이 스쳤다. 하지만 얼굴에 걸린 달콤한 미소는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이제 그런 하종호가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한다.심유빈이 공들여 키워낸 충직한 대형견이 이제는 다른 사람의 개가 됐다. 도저히 억울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원래 하종호는 세상 물정 모르고 놀기나 좋아하는 재벌 2세였다. 그를 한 여자만 바라보는 사람으로 만든 건 심유빈이고 다정하고 살뜰한 남자로 다듬어낸 것도 심유빈이었다.그런데 그 열매를 엄가온이 가져가 버렸다.‘그때 고이한에게 집착하지 않았더라면 하종호의 아내 자리는 진작에 자내 것이 됐을 텐데.’이 모든 게 다 고이한 탓이었다. 손에 닿지 않는 빙산처럼, 언제나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거리를 유지하며 심유빈을 애태웠던 건 그였다. 그가 줄을 쥐고 놓지 않았다. 기회가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면서 끝내 눈앞에만 있고 절대 손에 넣을 수 없게 했다.그를 위해 심유빈은 미친 듯이 그의 세계에 끼어들려 했다. 우아함을 배우고 고귀함을 흉내 냈고 그가 좋아할 것 같은 모든 것을 익혔다.하종호처럼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좋은 남자를 내버려두고 불확실한 가능성 하나에 모든 걸 걸었다.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이 모든 것의 원흉은 고이한이었다. 심유빈은 자신의 욕심도 미웠다. 하지만 이게 자신의 잘못이라는 건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반드시 먼저 하종호와 결혼할 것이었다.그다음 온갖 수단을 동원해 고이한을 짓밟고 그와 소예지의 결혼을 완전히 박살 내서 그에게도 원하는 걸 손에 넣지 못하는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줄 것이었다.국제선 항로 위, 개인 전세기가 착륙하고 있었다.기체 문이 열리자 윤하준이 작은 책가방을 맨 이안의 손을 잡고 우아하게 걸어 내려왔다. 이안이 고개를 들어 올리며 신이 난 얼굴로 물었다.“외삼촌, 이제 저 외삼촌이랑 외할머니랑 같이 사는 거예요?”윤하준이 쭈그려 앉아 이안의 삐뚤어진 옷깃을 다듬어주며 부드럽게 웃었다.“응, 이제 계속 외삼촌이랑 외할머니랑 같이 사는 거야.”윤하준은 양육권 소송에서 이겼다.“야호! 저 빨리 어린이집 가고 싶고 하슬이
심유빈의 말은 정확하게 방기성이 고이한에 대해 품고 있던 불만을 건드렸다. 어쩌면 이건 기회였다. 고신 그룹의 이사회를 흔들 수 있는 계기, 주주들이 단체로 고이한의 다음 결정에 반기를 들게 만들어 그의 판을 흐트러뜨리고 고이한의 앞날을 막을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 될 수도 있었다.방기성이 손을 뻗어 심유빈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유빈아, 좋은 말 해줬어. 이 일은 내가 주시해 볼게.”심유빈은 고개를 숙였다. 눈빛 속으로 득의양양한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방기성이 나서서 고이한과 소예지에게 골칫거리를 만들어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때가 되면 이사들과 주주들의 의심과 압박에 시달리게 된 고이한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했다.‘소예지의 연구를 끝까지 지켜낼 것인가, 아니면 이사회의 비위를 맞춰 회사 내 자신의 입지를 굳힐 것인가.’조금 뒤, 방기성은 다시 볼일이 생겼다며 나갔다. 심유빈은 소파에 앉아 뉴스를 뒤적이다가 재경 페이지에서 눈에 띄는 기사 하나를 발견했다. 하경 그룹과 한빛 그룹이 최근 혼사를 맺었으며 결혼식은 사흘 뒤에 열린다는 내용이었다.심유빈의 기분은 더욱 가라앉았다. 하종호와 엄가온이 결혼을 한다. 엄가온이라는 이름을 떠올리자 절로 이를 갈았다. 오랫동안 누군가에게 그렇게 무시당한 적이 없었는데 엄가온은 하종호의 총애를 등에 업고 번번이 심유빈에게 망신을 줬다.심유빈은 휴대폰을 들어 하종호와의 채팅창을 열었다. 미친 듯이 위로 넘기다 마침내 2년 전 기록에 닿았다. 그때 하종호가 보내온 사진 한 장이 있었다. 야구 모자를 쓰고 세계적인 야구 챔피언과 나란히 찍은 사진이었다. 햇살 아래서 눈부시게 환하게 웃고 있었다.그의 채팅창은 거의 전부 그가 먼저 보낸 메시지들로 가득했다.[유빈 씨, 일어났어요? 사인받아왔어요.][다음에 기회 되면 저랑 같이 그분이랑 기념사진 찍어요.][유빈 씨 학교 옆에 프렌치 레스토랑 새로 생겼더라고요. 디저트 엄청 맛있다는데 주말에 시간 돼요? 같이 가요.][지난번에 좋다고 했던 그 브랜드 가
신뢰의 붕괴는 언제나 작은 균열에서 시작된다. 고이한의 침묵과 해명 없는 태도는 소예지의 눈에 묵인이자 냉담함으로 비쳤다.소예지는 의심하기 시작했고 불안해하며 두 사람 사이의 모든 것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한때의 달콤함과 굳건한 믿음은 의심과 실망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닳아 없어졌다.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일에 있어 심유빈은 의심할 여지 없이 정확했다. 고이한의 침묵과 소예지의 지나친 사랑을 교묘하게 이용해 차분하게 거짓말과 오해를 쌓아 올렸고 결국 소예지가 고이한에게 품었던 사랑을 완전히 죽여버렸다.“유빈아, 무슨 생각 해!”옆에 있던 유미나가 심유빈을 불렀다. 또 무슨 궁리를 하고 있는 건지 궁금하기도 했다.심유빈은 정신을 차리고 창밖을 바라봤다. 눈빛이 점점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한때 도구로 써먹었던 고하슬은 이미 자라버렸고 예전에 쥐고 있던 무기들은 전부 쓸모를 잃었다.‘이제 소예지와 고이한에게 맞설 힘이 정말 남아 있지 않은 걸까.’바로 그때, 아래층에서 차 소리가 들려왔다. 유미나가 긴장하며 아이패드를 집어 들었다.“유빈아, 나 먼저 들어갈게. 일 있으면 연락해.”유미나는 방기성과 마주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래층으로 내려가다 보니 마침 집 안으로 들어서는 방기성과 딱 마주쳤다.“방 대표님, 들어오셨어요?”유미나가 환한 미소를 띠며 인사했다.“유빈이는 어때? 기분 좀 나아졌어?”방기성이 유미나에게 물었다.“오늘 기분 꽤 좋아 보이던데요!”유미나가 대답했다.방기성은 유미나를 한 번 흘끗 보더니 손을 가볍게 저어 내보냈다. 성큼성큼 계단을 오르는 그의 걸음이 공간을 압도했다. 심유빈은 입술을 깨물며 머릿속으로 계략을 서서히 다듬고 있었다. 방기성이 고이한에 대해 품고 있는 불만은 이미 꽤 깊었다.방기성이 문을 열고 들어올 즈음, 심유빈은 이미 얼굴에 다른 가면을 쓰고 있었다.요염하고 농염한 눈빛에 붉은 드레스가 그녀를 한층 화려하고 눈부시게 만들었다.방기성은 그녀를 보자마자 마음이 흔들렸다. 성큼
유미나의 말이 심유빈에게 위로가 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쓰렸다. 고이한이라는 남자를 너무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토록 자존심 강한 남자가, 진심으로 신경 쓰지 않는 상대를 위해 공항 마중이며 짐을 들어주는 시시한 일을 했을 리 없었다.지난 십 년 동안, 심유빈이 고이한에게 짐을 들어달라고 부탁한 건 딱 한 번뿐이었다. 하종호의 소개로 재력가들의 식사 자리에 끼게 됐을 때였다. 그 룸 안에는 부유한 부부 두 쌍이 있었고 심유빈은 어떻게든 그 자리의 사모님들 틈에 섞이고 싶었다. 주차장에서 고이한과의 우연한 만남을 연출한 뒤, 룸에 들어가기 직전 머리를 올려 묶겠다며 가방을 들어달라고 했다.고이한이 가방을 받아 들자 심유빈은 일부러 느릿느릿 머리를 매만지며 가방을 돌려받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룸 안으로 들어서면서 두 사모님의 눈에 고이한이 짐을 들고 따라 들어오는 장면을 자연스럽게 보여줬다.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날 저녁, 두 사모님이 먼저 다가와 심유빈에게 친근하게 굴었고 덕분에 원하던 인맥을 손에 넣었다.다만 심유빈이 몰랐던 건 그날 소예지도 그 식당에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고이한이 심유빈의 가방을 들어주는 장면을 소예지도 봤다.한 번 마음을 접은 여자가 같은 남자를 다시 사랑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 남자가 고이한이라면 이야기는 달랐다. 그가 기꺼이 자존심을 내려놓고 정성을 들여 다시 다가온다면 흔들리지 않을 여자는 많지 않았다. 더구나 두 사람 사이에는 딸이라는 끈까지 이어져 있었다.그리고 고하슬은 심유빈이 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아이였다.처음 고하슬을 만났던 날로 기억이 흘러갔다. 아이가 생후 열여덟 달쯤 되었을 때였다. 어렵사리 기회를 잡아 D국의 고씨 별장을 찾아가 고씨 가문 사람들 앞에서 다정하고 상냥한 면모를 보여주려 했다.그런데 고하슬이 문제였다. 그 아이는 고이한에게 찰싹 달라붙어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평소 외부인 앞에서는 차갑고 거리를 두던 고이한이 딸을 볼 때만큼은 눈빛에서 애정과 온
소예지와 임재석이 연회장에 들어선 지 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입구의 레드카펫 위로 단연 눈길을 끄는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가장 앞엔 우아하게 차려입은 심유빈과 고수경, 그 뒤를 따라 고이한, 윤하준, 하종호 세 명의 훤칠한 남성들이 천천히 걸어들어오고 있었다.그 세 남자는 A 시 재계 권력의 상징이라 불릴 만큼 막강한 존재들이었다. 순식간에 연회장 안의 시선이 일제히 그들 쪽으로 쏠렸고 여기저기서 낮은 목소리의 수군거림이 흘러나왔다.특히 사회 명문가 출신의 아가씨들은 그들에게 매혹된 듯 반짝이는 눈빛을 감추지 못하고 저마다
최현숙의 얼굴엔 설명하기 어려운 표정이 떠올랐다. 그녀 역시 심유빈이 이미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눈치였다.소예지는 이미 지난번 심유빈이 입덧하는 장면을 목격한 바 있었기에 묵묵히 딸에게 국을 떠먹이며 식사를 이어갔다.“이한아, 네가 가서 좀 봐봐.”진가영이 아들에게 조용히 재촉하자, 고이한은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안쪽으로 향했다.이번에는 고수경도 따라나서지 않았고 예전처럼 예민하게 반응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단순히 유빈 언니가 몸이 안 좋은가 보다 여겼고 오빠가 가는 게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주현우가 반갑게 웃으며 다가왔다.“두 분도 이 호텔에 묵는 거였군요? 진작 알았더라면 함께 올 걸 그랬네요.”소예지와 강준석은 가볍게 웃으며 프런트로 향했고 이내 체크인을 마쳤다.늦은 시간이었기에 모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기에 두 사람은 곧장 객실로 올라가 휴식을 취했다.다음 날 아침 7시 30분.소예지와 강준석은 호텔 조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다.소예지는 여전히 장모가 빌려준 회색 체크무늬 자켓을 입고 있었고 그 안에는 흰 티셔츠에 청바지를 매치해 입었다.멀리서 보면 막 대학을 졸업한 신입 사원처럼 풋풋한 인상이었다.같
“나는 원본 데이터가 필요할 뿐이야.”소예지는 침착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당장 내놓는 게 좋을 거야.”그 순간, 마치 공기마저 얼어붙은 듯한 정적이 흘렀다.안채린은 이를 악문 채 돌아서더니, 파일 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책상 위에 툭 던졌다.“가져가.”소예지는 묵묵히 자료를 확인한 뒤, 그것을 조심스럽게 접어 가방에 넣었다.“고마워.”그녀가 몸을 돌리려는 순간, 안채린의 조수가 작게 투덜거렸다.“뭘 그렇게 잘난 척이야. 결국 아빠랑 전남편 덕 아니야...”소예지의 걸음이 멈췄다. 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