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rtir

제4화

Autor: 이야기보따리
소예지는 가장 먼저 교실에 도착했다. 정성껏 꾸민 덕에 고하슬도 으쓱해 하면서 가방을 들고나와 친구들에게 말했다.

“이 사람은 우리 엄마야.”

소예지는 손을 뻗어 딸을 번쩍 안았다.

“하슬이 오늘 정말 잘했어.”

집으로 돌아온 후 양희순에게 케이크와 쿠키 재료를 준비해달라고 했다.

고하슬은 신난 얼굴로 소예지를 졸졸 따라다니며 케이크를 어떻게 만드는지 지켜보았다. 소예지는 미리 만들어둔 쿠키 반죽을 오븐에 넣었다. 아몬드의 달콤한 향기가 거실에 퍼지자 저도 모르게 군침이 돌았다.

고하슬이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쿠키 먹고 싶어요.”

“금방 되니까 조금만 기다려.”

소예지는 일부러 밀가루를 찍어 자기 얼굴에 발랐다.

고하슬은 바로 알아챘지만 엄마에게 말하지 않고 몰래 휴지를 가지러 갔다. 휴지를 가져와서야 엄마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엄마, 얼굴에 밀가루 묻었어요. 내가 닦아줄게요.”

소예지가 놀란 척했다.

“어머. 정말?”

그러고는 몸을 숙여 고하슬이 진지하게 얼굴을 닦아주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눈시울이 갑자기 붉어졌다. 딸 때문에 가끔 속상하긴 해도 착한 아이였다.

고하슬은 얼굴을 꼼꼼하게 닦아준 후 의기양양하게 물었다.

“엄마, 나 잘했죠?”

“정말 잘했어.”

소예지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는 가장 좋은 재료로 딸에게 케이크를 만들어주었다. 동시에 설탕의 양도 조절했기에 밖에서 파는 것보다 더 깨끗하고 영양가가 있었다.

드디어 예쁜 작은 케이크가 완성되었다. 시간이 어느덧 저녁 6시 30분을 가리켰다. 고하슬은 곧 어두워지는 밖을 내다보면서 입을 삐죽거렸다.

“아빠는 왜 아직도 안 와요?”

소예지는 고이한이 집에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걸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오늘 유치원에서 심유빈에게 정식으로 선전포고를 했기 때문에 지금쯤 고이한은 심유빈의 옆에 있을 것이다.

그때 전화벨이 울리자 양희순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알겠습니다. 사모님께 말씀드릴게요.”

양희순이 전화를 끊고 소예지에게 말했다.

“사모님, 대표님께서 저녁 약속 있으시다고 밖에서 식사하고 오신대요.”

소예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 저녁은 우리 셋이 먹어요.”

지금부터 소예지는 그 누구도 그녀와 딸의 기분을 망치게 하지 않을 것이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소예지는 딸과 함께 잔디밭에서 공놀이를 했다. 일부러 넘어지는 척하자 고하슬이 곧바로 달려와 걱정했다. 소예지는 다리를 저는 척했다. 딸의 두 눈에 걱정과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소예지는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어느덧 잘 시간이 되어 고하슬을 씻겼다. 노느라 지쳤던 고하슬은 9시 30분에 스스로 잠자리에 들었다. 소예지는 조용히 방 문을 닫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곧장 서재로 가서 실험 계획서를 작성했다. 이건 그녀가 연구하는 과제였는데 줄곧 포기하지 않은 걸 다행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동안 좋은 아내가 되기 위해, 그리고 고이한이 싫어할까 봐 많은 것을 숨겨왔다.

조명 아래 소예지의 모습은 자신감으로 가득 찼다. 이제부터는 숨기지 않고 자기의 삶을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소예지의 아버지 소영욱은 국내 최고의 의학 박사였고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수많은 엘리트 인재들을 길러냈다. 소예지는 실험실을 설립하여 아버지가 완성하지 못한 의학 성과를 세상에 내놓기로 했다. 이 또한 아버지의 소원이었다.

컴퓨터를 덮고 미간을 주무르면서 딸과 함께 자려고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 아직 잠들지 않은 소예지는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고이한이 집에 들어온 것이었다.

평소 고이한이 늦게 들어올 때마다 소예지는 밖으로 나가 챙겨주었다. 그가 술을 마셨다면 해장국을 끓여주었고 단순히 피곤하다고 하면 따뜻한 우유를 데워 잠들도록 도와주었다.

결혼은 그녀를 가사노동자로 만들었다. 빨래, 요리, 눈치 보는 것... 그러다가 결국에는 힘들기만 하고 보람은 없는 도우미로 훈련되었다.

발소리가 방문 앞에 멈추자 소예지는 재빨리 눈을 감았다.

문이 열리고 훤칠한 그림자가 소예지의 침대 앞으로 다가왔다. 공기 중에 술 냄새와 여자의 향수 냄새가 은은하게 섞여 있었다. 심유빈이 즐겨 쓰는 향수였다.

고이한은 몸을 숙여 딸의 이불을 여며준 다음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소예지가 자는 척한 바람에 그의 입맞춤을 피하지 못했다.

따뜻한 입맞춤이 이마에 닿았다.

그 순간 소예지는 온몸이 굳어지는 듯했다. 고이한이 떠나자마자 재빨리 물티슈를 꺼내 입술이 닿았던 곳을 닦았다.

방금 다른 여자와 함께 시간을 보낸 남자라 더럽게 느껴졌다.

그 후 3일 동안 소예지와 고하슬의 관계가 많이 회복되었다. 어릴 때부터 품에 안고 키운 딸이라 관계를 개선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딸의 사랑을 단지 다른 사람에게 빼앗긴 것일 뿐 사라진 건 아니었다. 소예지가 인내심 있게 기다린다면 딸이 그녀에게 의지하던 모습을 되살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금요일 점심, 소예지는 서재에서 오전 내내 계획서를 작성하다가 목이 말라 아래층으로 내려가던 중 계단을 올라오는 고이한을 보았다.

소예지는 3층 서재에서 내려갔고 결국 두 사람은 마주치고 말았다. 하지만 소예지는 그를 그냥 지나쳐 아래층으로 내려가 차를 마셨다.

“아직도 화났어?”

고이한의 목소리에 불쾌감이 섞여 있었다.

소예지는 잠깐 멈칫했다가 돌아섰다.

“내가 왜 화를 내?”

“아니면 됐어.”

고이한은 더는 말하고 싶지 않은 듯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최근 두 사람 사이의 많은 일들을 잊어버린 건 사실이었다.

몇 분 후 마침내 기억이 났다. 보름 전 소예지는 고이한과 심유빈의 해외 데이트를 막으려고 충동적으로 고이한의 여권을 찢어버렸다.

그 일로 고이한과 소예지는 일주일 동안 냉전을 펼쳤다. 결국 소예지가 고하슬이 잠든 틈을 타 그의 침실로 들어가 먼저 스킨십하면서 부부 관계를 가지고 나서야 화해했다.

조금 전 고이한이 말한 일이 바로 이 일이었다.

소예지는 그녀가 아무리 막아도 고이한은 결국 심유빈과 함께 해외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려고 고하슬을 데리고 갈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멍하니 있던 그때 소예지의 휴대폰이 울려 웃으면서 전화를 받았다.

“윤혁 선배.”

“예지야, 네 논문 전부 다 읽어봤는데 정말 대단하더라. 너랑 빨리 만나서 얘기하고 싶어.”

전화기 너머로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게 봐줘서 고마워요, 선배.”

“요 며칠 시간 돼? 우리 만나서 얘기하자. 내가 거기 갈게.”

“나중에 내가 시간 정하면 안 될까요?”

“그래, 그럼. 시간 될 때 만나자.”

소예지는 찻잔을 들고 위층으로 올라가면서 손목시계를 보았다. 고하슬의 하원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고이한은 어젯밤에도 새벽이 지나서야 집에 들어왔기에 지금쯤 방에서 곤히 자고 있을 것이다. 소예지도 그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고이한은 자지 않고 2층 거실에서 계속 통화하고 있었다.

“다음 주 월요일 비행기야. 응, 하슬이도 데려갈 거야. 갖고 싶은 선물 있으면 뭐든지 말해.”

소예지는 몸을 돌려 현관에 숨었다. 고이한이 방으로 들어가면서 이렇게 말했다.

“다 들어줄게.”
Continúa leyendo este libro gratis
Escanea el código para descargar la App

Último capítulo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726화

    심유빈은 자신이 이미 모든 걸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화면 속 두 사람을 바라보는 순간 마음 깊은 곳에 억눌러두었던 질투와 미련 그리고 원망이 걷잡을 수 없이 다시 치밀어 올랐다.그러나 이제 자신이 어떤 감정을 품든 저 두 사람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두 사람은 세계 정상에 서서 수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고 있었지만 자신은 이제 완전히 혼자가 되었다.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감옥에 있었기에 이 세상 어디를 둘러봐도 의지할 가족 하나 남지 않았다.심유빈은 저택을 나와 차에 올라탄 뒤 아무런 표정도 없이 아주 오랫동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제9군구 기지.하루 훈련이 막 끝난 뒤라 벽에 걸린 TV에서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임현욱은 식판을 들고 구석 자리를 찾아 앉았다. 막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터라 몸에는 아직 먼지와 피로가 그대로 묻어 있었다.잠시 후 구온도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다 무심코 TV를 올려다본 구온이 웃으며 말했다.“빨리 뉴스 봐.”임현욱이 곧바로 고개를 들었다.마침 뉴스 화면이 바뀌면서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고 임현욱의 손이 그대로 멈췄다.TV 속 소예지는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시상대 위에 서 있었다.“우리나라 과학자가 상 받았대.”“대단하다.”“소예지? 이 이름 되게 익숙한데? 우리 기지에 온 적 있지 않아?”“맞아. 생각났다. 나도 저번에 본 적 있어.”식당 안이 순식간에 떠들썩해졌다.임현욱은 말없이 화면을 바라보다 입가에 천천히 미소를 띠었다.소예지가 해냈다.그것도 자신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잘해냈다.“예지 씨, 진짜 대단하다.”구온이 감탄하듯 말했다.임현욱은 그제야 시선을 돌리며 웃었다.“응. 예지 씨는 충분히 받을 만한 사람이야.”화면에는 고이한의 모습도 비쳤다.임현욱은 TV 속 고이한을 바라보았다.지금 보니 저 사람은 확실히 소예지의 곁에 설 만한 사람이었다.그때 한 대원이 달려와 물었다.“대위님, 소 박사님이랑 친하시지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725화

    1년 후.10월, 스톡홀름.아침 햇살이 호텔 커튼 틈새로 스며들어 바닥을 금빛으로 물들였다.소예지는 통유리창 앞에 서서 창밖 풍경을 바라보았다. 이유 없이 심장이 조금 빠르게 뛰었다.그때 뒤에서 커다란 두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잠이 안 와?”막 잠에서 깬 고이한의 목소리는 낮게 잠겨 있었다. 그가 소예지의 어깨에 턱을 기댔다.소예지는 그의 품에 몸을 기대며 작게 대답했다.“응.”고이한이 그녀의 목덜미에 다정하게 입을 맞췄다.“긴장돼?”소예지는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조금.”고이한은 그녀의 몸을 돌려 자신과 마주 보게 했다. 아침 햇살 속에서 그의 두 눈은 유난히 밝게 빛났다.“결과가 어떻든 내 마음속에선 이미 당신이 받은 거나 마찬가지야.”소예지는 고이한을 바라보았다. 가슴속으로 따뜻한 감정이 밀려들었다.지난 1년 동안 수많은 일을 겪었고 그 모든 순간마다 고이한은 늘 그녀의 곁에 있었다.“고마워.”소예지가 고개를 들어 말했다.고이한이 살짝 웃으며 되물었다.“그게 끝이야?”“그럼 뭐라고 해야 하는데?”“내가 당신한테 누군데?”그제야 고이한이 무슨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 알아챈 소예지가 피식 웃었다.소예지는 평소 고이한을 ‘여보’라고 부르는 일이 거의 없었다. 처음 결혼했을 때부터 그런 호칭 자체가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아무래도 누군가는 그 말을 무척 듣고 싶은 모양이었다.소예지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웃었다.“고마워, 내 남편.”그제야 만족한 듯 고이한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난 당신이 그렇게 부르는 게 좋더라.”고이한은 상이라도 주듯 그녀에게 입을 맞추고 웃었다.“고마워할 필요 없어. 가자. 이제 준비해야지.”노벨상 시상식은 콘서트홀에서 열렸다.소예지는 맞춤 제작한 짙은 남색 드레스를 입었다. 긴 머리는 단정하게 올려 아름다운 목선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이한은 검은색 정장을 입고 그녀의 곁에 서 있었다. 그의 시선은 줄곧 소예지를 향해 있었다.소예지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724화

    고이한은 소예지를 바라보았다. 순식간에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정말... 나랑 다시 결혼해줄 거야?”고이한의 목소리가 떨렸다.소예지는 저도 모르게 웃었다.“당신이 싫으면 뭐...”“할 거야.”고이한이 갑자기 그녀를 품으로 세게 끌어안았다.“할 거야. 당연히 해야지.”소예지는 그의 품에 기대어 고개를 끄덕였다.“정말 마음 정한 거 맞아?”고이한은 그녀가 마음을 바꾸기라도 할까 봐 다시 한번 확인했다.“정했어. 당신 돈도 많고 잘생겼고 내 딸 친아빠잖아. 거기다 그쪽으로도 잘하고... 다른 여자 좋은 일 시켜주기 싫어.”소예지는 더없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그 말에 고이한이 웃음을 터뜨렸다.“지금 진심으로 하는 말 맞아?”소예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진심이야.”고이한은 그녀의 손을 잡아 입가로 가져가 가볍게 입을 맞췄다.“그럼 이제 호칭 바꿔야겠네. 여보.”소예지의 심장이 쿵 뛰었다.창밖의 햇살이 커튼 틈새로 스며들어 두 사람을 비췄다.“귀국하면 바로 혼인신고 하는 거야. 마음 바꾸면 안 돼.”고이한이 다시 한번 확인했다.“안 바꿔.”소예지도 확실하게 대답했다.고이한은 웃으며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길고도 다정한 입맞춤이었다. 무사히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다시 되찾은 사람을 향한 애틋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당신, 사랑해.”고이한이 낮은 목소리로 고백했다.매일 밤 서로에게 깊이 빠져들 때마다 고이한은 이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하곤 했다. 그럴 때는 소예지도 정신이 없어 제대로 들을 겨를이 없었지만 지금만큼은 그의 고백이 선명하게 가슴에 닿았다.이틀 뒤 고이한은 소예지의 손을 잡고 비행기에서 내렸다.두 사람을 마중 나온 사람은 김경환이었다.“서류는 전부 챙겼지?”고이한이 확인하듯 물었다.“대표님, 걱정 마십시오. 전부 챙겨왔습니다.”김경환이 웃었다.‘대표님의 행복이 걸린 일인데 내가 발목을 잡을 수는 없지.’오전 10시.혼인신고를 위해 찾은 구청에는 밝은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고이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723화

    “이제 괜찮아.”고이한의 목소리는 잔뜩 쉬어 있었다. 그는 소예지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리며 나지막이 달랬다.“이제 내가 왔어으니까 괜찮아.”소예지는 눈을 감았고 눈물 한 줄기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지난밤은 정말 견디기 힘들 만큼 무서웠다. 하지만 고이한이 올 거라는 생각이 끝까지 버틸 수 있는 희망이 되어주었다.복도에서는 구조대원들이 층마다 돌며 투숙객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 고이한은 소예지의 손을 꼭 잡고 밖으로 향했다.호텔을 빠져나가기 위해 로비에 들어선 순간 흰 천에 덮인 십여 구의 희생자 시신이 눈에 들어왔다.소예지의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 광경에 가슴이 철렁하는 건 고이한도 마찬가지였다.이번 테러는 그나마 소규모에 그쳤다. 만약 더 큰 규모의 공격이었다면 어떤 참변이 벌어졌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바닥 곳곳에는 총탄의 흔적과 핏자국까지 남아 있었다.고이한은 소예지의 얼굴을 자신의 가슴께로 끌어당겨 감쌌다.“보지 마.”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품에 기댄 채 밖으로 향했다.호텔을 빠져나오자 수많은 투숙객의 얼굴에는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듯한 안도감이 어려 있었다. 소예지도 마찬가지였다.두 사람은 밖에 세워진 차에 올라탔고 고이한은 이곳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소예지를 데려갔다. 경호 인원도 늘어나 세 대의 차량이 함께 부촌으로 향했다.차는 곧 조용한 고급 주택가 안으로 들어섰다. 주변에는 최고급 저택들이 즐비했고 보안 수준 역시 매우 높았다.이곳은 고이한 명의로 된 여러 부동산 중 하나였다. 소예지도 예전에 한동안 이곳에 머문 적이 있었다.정기적으로 관리하는 사람이 있어 집 안은 지금도 깨끗하고 아늑했다.“먼저 씻고 푹 자.”따뜻한 물줄기가 몸 위로 쏟아지자 소예지는 그제야 다시 살아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난밤 내내 느꼈던 공포와 긴장 그리고 무력감도 조금씩 씻겨 내려갔다.하지만 눈을 감으면 머릿속에는 여전히 떨쳐낼 수 없는 수많은 장면이 떠올랐다.샤워를 마친 소예지가 잠옷을 입고 밖으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722화

    폭발의 진동에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물컵과 휴대전화가 바닥으로 떨어졌다.창밖에서는 날카로운 경보음이 쉴 새 없이 울렸고 사람들의 비명과 울부짖는 소리까지 뒤섞여 들려왔다.휴대전화 너머로 들려오던 고이한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달라졌다.“무슨 일이야?”소예지는 몸을 숙여 휴대전화를 주워 들었다. 목소리에도 긴장감이 역력했다.“아무래도... 호텔 아래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 같아.”말을 마친 소예지는 휴대전화를 든 채 창가로 다가가 밖을 내려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아래에서는 짙은 연기가 치솟고 있었고 사람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고 있었다.그 순간 또 한 번 폭발음이 터졌다.쾅!충격에 유리창이 덜덜 떨렸다.“창문에서 떨어져.”고이한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내 말 잘 들어. 방에 있어. 당분간 절대 밖으로 나가지 마. 지금 바로 경호원들 올려보낼게.”소예지의 심장도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휴대전화를 쥔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알았어. 방에 있을게.”“경호원들한테 바로 연락할게. 더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라고 할 테니까.”고이한은 다급하게 말을 마치고 영상 통화를 끊었다.소예지가 휴대전화를 확인하자 메시지 하나가 들어와 있었다. 이번 과정에 함께 참가한 동료가 보낸 것이었다.[소 박사님, 호텔이 테러 공격을 받았어요. 그런데 아래층에 아직 테러범들이 있다고 해요. 당분간 절대 밖으로 나오지 마세요.]메시지를 확인한 직후 고이한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소예지는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내 말 잘 들어. 무슨 일이 생겨도 겁먹지 마. 내가 바로 갈게.”소예지가 놀라 되물었다.“당신이 온다고?”“응. 지금 바로 공항으로 출발할 거야.”“하지만...”“기다려.”고이한은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소예지는 밖에서 울리는 사이렌과 폭발음에 몸이 굳은 채였다. 테러가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벌어질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바로 그때 창밖에서 총성이 들려왔다.소예지의 심장이 순간 팽팽하게 조여들었다.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721화

    오랫동안 서류를 작성한 탓에 소예지는 머리가 지끈거렸다.자리에서 일어나 고이한의 품에 기대자 그는 긴 팔로 소예지의 허리를 단단히 감쌌다. 그러고는 다른 한 손을 무릎 아래로 넣어 가뿐히 안아 들고 안방으로 향했다.방에 들어서자마자 고이한이 고개를 숙여 입을 맞췄다.창밖으로 밤은 점점 깊어갔고 방 안에는 따뜻하고 은은한 불빛이 내려앉아 있었다.고이한은 유독 불을 켜두는 걸 좋아했다. 소예지는 그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고이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늘 제멋대로였다.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사이 봄이 찾아왔고 만물은 다시 생기를 되찾았다. 모든 것이 유난히 아름다운 계절이었다.어느덧 계절은 5월에 접어들었다.따뜻하고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는 동안 주변의 일들도 차츰 제자리를 찾아갔다.주경화의 병세는 매우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었고 이제는 퇴원해 집으로 돌아간 상태였다. 지난주에는 소예지가 딸과 고이한을 데리고 윤하준의 집에 다녀왔는데 주경화가 직접 요리까지 해 세 사람을 대접했다.송세아에게서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새로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칩을 이식한 뒤 신경 신호 반응이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지난주 영상 통화에서는 무려 1분 동안 혼자 서 있는 데 성공했고 화면 속 송세아의 상태도 무척 좋아 보였다.모든 것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소예지는 몸을 돌려 책상 위에 놓인 M국에서 온 초청장을 바라보았다.M국의 최고 명문 교육기관에서 보내온 초청장으로 한 달간 진행되는 특별 과정에 참가해 달라는 내용이었다.이번 과정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모두 세계 정상급 연구진이었다. 소예지의 연구에도 큰 돌파구가 될 수 있는 기회였기에 고이한 역시 이번만큼은 그녀가 가기를 적극적으로 권했다.비록 두 사람이 한 달 동안 떨어져 지내야 했지만 말이다.소예지는 컴퓨터 앞으로 가 답장을 보내며 이번 일정을 확정했다. 저녁에는 딸에게도 이 사실을 이야기했고 고하슬은 엄마가 공부하러 가는 것을 적극 찬성했다. 그런 엄마가 무척 자랑스러운 모양이었다.그렇게

Más capítulos
Explora y lee buenas novelas gratis
Acceso gratuito a una gran cantidad de buenas novelas en la app GoodNovel. Descarga los libros que te gusten y léelos donde y cuando quieras.
Lee libros gratis en la app
ESCANEA EL CÓDIGO PARA LEER EN L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