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사흘 후 소예지는 병원을 찾았다. 임현욱이 곧 경주로 돌아가 요양할 예정이었기에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온 길이었다.조용한 병실 안에서 임현욱은 기력은 눈에 띄게 회복된 상태였다. 짧게 깎인 머리 오른쪽에는 칩을 이식했던 자리가 보였고 머리카락이 조금만 더 자라면 흔적조차 거의 보이지 않을 것이었다.“경주에 주 총장님이랑 조 박사님이 계시니까 안심이에요.”소예지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임현욱 역시 소예지를 바라봤다. 며칠간 충분히 쉰 덕분인지 안색은 한결 나아져 있었다.“고 대표는 아직 안 돌아왔어요?”임현욱이 물었다.소예지는 그가 고이한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비록 아버지 쪽 인연으로 이어진 일이긴 해도 임현욱은 은혜를 반드시 갚는 사람이었다.“아직이에요. 일주일 일정으로 갔거든요.”소예지가 고개를 저었다.임현욱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다음에 만나면 그때 직접 인사할게요.”그 말에는 은근한 결심이 담겨 있었다.임현욱은 이번 은혜를 마음에 새겨 두고 있었다. 언젠가 기회가 생기면 반드시 갚을 사람이라는 것도 소예지는 느낄 수 있었다.이후 병실에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가 흘렀다. 소예지는 과일을 깎아 접시에 담았다. 이번 뇌-컴퓨터 기술의 돌파 역시 어떤 의미에서는 임현욱이 임상 수혜자로 참여했기에 가능했던 일이기도 했다.“이번에 돌아가면 다음에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임현욱이 말했다. 어조에는 아쉬움이 살짝 묻어 있었다.“하슬이한테 맛있는 거 사주고 싶었는데.”“나중에 기회 있을 거예요.”소예지가 사과 한 조각을 건네며 말했다.“완전히 회복되면 언제든 놀러 오세요. 환영해요.”두 사람은 더 이상 연인 관계는 아니었지만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로 남아 있었다.임현욱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럴게요. 부대 복귀 전에 한 번 꼭 들를게요.”임현욱은 소예지를 바라보며 쉽게 꺼내지 못한 말을 마음속에 삼키고 있었다.고이한이 내민 손길이 단순히 자
소예지의 아름다움은 화려한 종류가 아니었다.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힘이 있었다.턱을 괸 채 밤하늘을 바라보던 소예지는 문득 아버지를 떠올렸다.‘고집스럽고 완고했던 아버지가 지금도 살아 있었다면 지금의 나를 보고 조금이라도 자랑스러워했을까.’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늘 엄격했지만 동시에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소예지가 세 살이었을 때부터 품에 안고 의학서를 읽어줬다고 했는데 어린 딸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은 지식을 심어주고 싶었던 것이다.소예지는 그 모습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었다. 어린 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동그란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봤을 테고 아버지는 그런 딸에게 커다란 기대를 걸고 있었을 것이다.‘만약 고이한을 만나지 않았다면 내 인생은 어떻게 흘러갔을까.’아마 순탄하게 대학을 졸업한 뒤 대학원을 거쳐 박사 과정을 밟았을 것이고 이후에는 연구계에 뛰어들어 자신의 길을 걸어갔을 것이다.살다가 어느 순간 고이한을 다시 만났을 수도 있고 전혀 다른 사람과 인연을 맺었을 가능성도 있었다.하지만 임현욱만큼은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그가 살아온 세계는 자신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으니까.‘반대로 고이한이 나랑 결혼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아마 심유빈과 결혼했을 것이다. 심유빈은 수완도 좋았고 계산도 빨랐으며 미모와 재능까지 갖춘 여자였다. 아무리 싫어도 피아노에 대한 재능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때 문득 고이한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먼저 마음이 움직인 쪽은 자신이었다고 했지만 소예지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아버지가 자신이 고이한의 병상을 지키며 간병하던 모습을 담은 영상을 들고 그를 찾아갔기에 결혼이 성사된 것은 아닌지, 자신에게 진 은혜를 갚기 위해 결혼을 선택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잇달아 떠올랐다.그 이상의 감정이 정말 존재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도대체 그날 아버지와 고이한 사이에 어떤 이야
강준석은 예의 바른 미소를 유지한 채 말했다.“수고랄 것도 없어요. 당연한 일이죠.”감정을 읽기 어려운 고이한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데려다줄 사람이 있다니 안심이네. 하슬아, 엄마한테 인사해.”고하슬은 얌전하게 잘 자라고 인사한 뒤 통화를 마쳤고 화면도 곧바로 꺼졌다.강준석은 액셀을 밟으며 소예지를 힐끗 바라봤다.“고 대표 지금 질투한 거야?”소예지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왜 질투를 해?”강준석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었다. 이미 이혼한 사이였으니 고이한에게는 질투할 자격이 없었다.그럼에도 조금 전 통화에서 느껴졌던 불편한 기색만큼은 분명했다. 이 늦은 시간에 자신이 소예지를 집까지 데려다주는 상황이 영 못마땅한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강준석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 소예지는 동료이자 친구였고 살아오면서 만난 사람들 가운데 가장 잘 통하는 존재였다.선을 넘을 생각도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었다.소예지를 아파트 입구에 내려준 뒤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까지 확인하고서야 차를 돌렸다.집으로 향하는 동안에도 머릿속은 좀처럼 조용해지지 않았다.조금 전 고이한의 말투에 스며 있던 불쾌함이 실마리가 되어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작은 단서들을 하나씩 끌어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소예지와 나눴던 채팅 기록이었다.고이한의 신분과 능력이라면 마음만 먹었을 때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확인하는 일쯤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물론 주고받은 내용은 대부분 의학과 연구에 관한 이야기였지만 교류가 워낙 잦았고 때로는 밤늦은 시간까지 대화가 이어지곤 했다. 남편의 입장에서 본다면 충분히 불편하게 느낄 만한 일이었다.그런데도 고이한은 소예지에게 직접 따지지 않았다. 강준석을 찾아와 문제를 만들지도 않았고 결국 참는 쪽을 선택했다.고이한 같은 성격의 사람이 그런 감정을 품고도 아무 일 없는 듯 견뎌냈다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정말 아무렇지 않았던 것인지, 아
“알겠어. 더는 안 물을게.”강준석은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시간도 늦었는데 내가 데려다줄게. 마침 네 집 근처에 볼일도 있고.”소예지는 그 말이 핑계라는 걸 알았다. 볼일 때문이 아니라 자신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는 것도.“강 선배, 나 운전할 수 있어.”“오늘 병원에서도 쓰러졌고 사흘 동안 밤을 거의 새웠잖아. 지금은 열 시도 다 됐는데 혼자 보내면 내가 어떻게 안심하겠어.”강준석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담겨 있었다.“알겠어. 고마워.”소예지는 그 마음을 받아들였다. 주차장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 초여름 밤공기는 서늘하면서도 상쾌했고 머리 위로 둥근 달빛이 비쳐 두 사람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차에 올라탄 강준석이 시동을 걸자 차량은 실험실 단지를 부드럽게 빠져나갔다. 소예지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오늘 밤만큼은 마음을 짓누르던 것들이 모두 내려앉은 것 같았고 집에 돌아가 푹 잘 수 있을 것 같았다.그때 휴대폰이 울렸고 확인해 보니 고이한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아직 일해? 집에는 도착했어?]소예지가 화면을 바라보며 잠시 말이 없자 강준석이 슬쩍 물었다.“고 대표가 보낸 거야?”“응. 하슬이랑 온천 리조트에 갔대.”소예지가 조용히 답했다.“예지야, 이번에 뇌-컴퓨터 프로젝트도 끝났으니까 좀 쉴 생각 없니? 너 2년 동안 제대로 쉰 적도 없잖아.”소예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일만 순조롭게 이어지면 나도 그렇게까지 무리하지는 않을 것 같아.”강준석이 피식 웃었다.“쉴 생각이 없다는 얘기네.”그때 또 알림음이 울렸다. 역시 고이한이었다.[하슬이가 영상통화하고 싶다는데 괜찮아?]소예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영상통화가 걸려 왔다. 급한 성격의 딸답게 기다리지도 못한 모양이었다. 전화를 받자 화면 가득 고하슬의 작은 얼굴이 들어찼다.“엄마! 저 고모랑 방금 온천 다녀왔어요. 발에 작은 물고기들이 막 달라붙어서 간질간질했어요!”발그레 달아오른 딸의 뺨을 바라보며 소예지의 눈빛이
강준석의 죄책감이 더욱 깊어졌다.“미안해, 예지야.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그냥 너랑 얘기하면 배우는 게 많아서... 결혼 생활에 영향을 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선배 잘못 아니야.”소예지가 고개를 저었다.“원래 우리 사이에는 문제가 있었어. 제대로 소통되지도 않았고, 신뢰도 부족했지. 이제는 다 지난 일이야.”강준석이 없었어도 심유빈이 있었다. 그때 고이한은 심유빈과의 관계를 털어놓으려 하지 않았을 것이고 소예지는 끝내 그 원망을 안고 살았을 것이다.물론 돌이켜보면 고이한이 몇 번 해명하려 했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소예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그가 설명했어도 달라지는 건 없었을 것이다.당시 소예지 상황으로는 딸아이의 유전 가능성을 알게 된 이상 오히려 더 빨리 이혼을 결심하고 고이한이 심유빈 곁에 있도록 비켜섰을지도 몰랐다.소예지는 강준석의 후회 가득한 얼굴을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강 선배, 그만 생각해. 진짜 선배 탓 아니야.”강준석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어 소예지를 바라봤다. 마음속 깊은 곳에 차마 드러내지 못하는 비밀 하나가 있었다.사실 소예지가 행복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을 때, 강준석은 마음이 흔들렸다. 귀국한 진짜 이유도 소예지 때문이었다.소예지는 모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고이한은 분명히 다 알고 있었을 것이다. 소예지가 실험실에 합류하는 것에 대해 고이한이 이 박사를 찾아가 압력을 넣었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실험실의 이론적 토대 자체가 소예지가 제시한 것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고이한이라도 그녀를 내쫓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예지야, 내가 없었더라도 너희 두 사람은...”강준석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끝을 흐렸다.“어차피 이혼했을 거야.”소예지가 확신하듯 말했다.강준석이 갑자기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근데 예지야, 너 처음에 고 대표를 어떻게 좋아하게 된 거야? 말해줄 수 있어?”조용한 사무실 안에서 소예지는 강준석이 이
소예지는 실험실에서 마무리 작업을 했다. 팽팽하던 긴박감이 사라지자 소예지와 이호연, 이지원은 여유 있게 데이터를 정리할 수 있었다.조금 늦게 강준석도 와서 거들었다. 주로 소예지의 잡다한 일들을 도맡았다. 이지원에게 소예지가 갑자기 쓰러졌다는 얘기를 들었고 고이한이 곁을 지켰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걱정되긴 했지만 괜한 오해를 만들고 싶지 않아 참기로 했다. 자신이 소예지와 고이한의 관계에 적잖은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것도 뒤늦게 깨달았다.강준석은 그 생각 때문에 며칠째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예민한 사람이 아니었는데 이번만큼은 자꾸 되짚게 됐다.처음 귀국해서 실험실에 합류했을 때, 고이한이 자신을 대하던 태도를 떠올렸다. 분명 연적을 바라보는 불쾌함과 경계심 같은 것이었다.그 생각이 들자 강준석은 소예지와 4년 전에 나눈 채팅 기록을 뒤졌다. 소예지는 삭제했겠지만 강준석의 것은 남아 있었다. 그는 두꺼운 서류 뭉치들을 소예지 자리에 옮겨놓고 손을 탁탁 털며 걸어와 물었다.“예지야, 우리 채팅 기록 너는 다 지웠지? 고 대표가 당시 우리가 채팅한 거 알았다면... 혹시 너도 바람피웠다고 의심하지는 않았을까?”그 말이 불쑥 마음속으로 파고들었고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이 잠시 멈췄다.소예지는 미간을 좁히며 기억을 더듬었다.“채팅 기록은... 다 지웠어.”“의심했는지는 몰라. 그 사람이 한 번도 꺼낸 적이 없으니까.”하지만 이혼 전 2년 동안, 고이한은 확실히 더 차가워졌다.심유빈과의 관계를 이전에는 소예지 앞에서 피하려 했지만 마지막 2년 동안은 소예지가 보는 앞에서 심유빈의 전화를 받기도 했다.어조가 묘하게 친밀할 때도 있었다. 혹시 일부러 보여준 건 아닐까 싶었다.‘설마 그때 이미 강 선배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알고 있었던 걸까.’대화 내용 대부분은 학술적인 교류에 불과했지만 고이한은 자존심 강하고 예리한 사람이었다. 알고 있었다면 마음에 응어리가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그래서 침묵을 택한 걸까. 더 차갑게 구는 방식으로 벌을 준
그러나 최현숙이 하도 주겠다고 고집한 탓에 계속 거절하면 어르신으로서 분명 화를 낼 것 같아 일단 받아두기로 했다. 이혼 후에 다시 최현숙에게 돌려주기로 마음먹었다.설 저녁 식사가 끝난 뒤 고수경은 친구를 만나기로 약속했다며 밖으로 나갔다. 진가영은 고하슬과 함께 영화를 보고 있었고 고이한은 옆에서 휴대폰을 확인하고 있었다. 위층에서 내려온 소예지는 무슨 핑계를 대어 딸을 데려갈지 고민하고 있었다.“오늘 저녁에 하슬이는 여기에서 재우고 너희 둘은 집에 가!”진가영이 손녀를 안으며 말했다.시어머니가 딸을 여기에 재우려는 것을
소예지는 돌아와서 조용히 고이한의 선물을 가방에 넣었다. 그 사이 아이들은 케이크를 먹자며 옆에서 성화를 부리고 있었다.정교하게 쌓인 6단 케이크 위에는 반짝이는 촛불이 별빛처럼 아롱거렸고 부드럽게 퍼지는 빛이 케이크의 층층을 감싸며 따스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그 순간, 박시온이 소예지를 꼭 껴안으며 속삭였다.“내 친구, 영원히 행복하길 바라. 네 모든 꿈이 이루어지고 웃음이 끊이지 않길 진심으로 기도할게.”그 말에 윤하준과 강준석도 절로 미소 지었다. 그들 곁에서 심주원은 장난기 가득한 박시온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최현숙의 얼굴엔 설명하기 어려운 표정이 떠올랐다. 그녀 역시 심유빈이 이미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눈치였다.소예지는 이미 지난번 심유빈이 입덧하는 장면을 목격한 바 있었기에 묵묵히 딸에게 국을 떠먹이며 식사를 이어갔다.“이한아, 네가 가서 좀 봐봐.”진가영이 아들에게 조용히 재촉하자, 고이한은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안쪽으로 향했다.이번에는 고수경도 따라나서지 않았고 예전처럼 예민하게 반응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단순히 유빈 언니가 몸이 안 좋은가 보다 여겼고 오빠가 가는 게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고이한이 샤워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왔다. 부드러운 조명 아래 느슨하게 걸친 목욕가운 사이로 그의 날렵한 쇄골과 탄탄한 가슴 근육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는 그의 몸에서는 특유의 건강한 생기가 느껴졌다.“가서 씻어.”소예지는 시선조차 들지 않은 채 무심히 대꾸했다.“먼저 자. 난 좀 이따 나갈 거야.”“이 밤에 어딜 간다고?”고이한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친구네 집.”소예지는 짧게 답했다. 그때 박시온의 메시지가 마침 도착했다. 소예지는 바로 가방을 챙겨 방을 나서서 고씨 가문의 저택을 벗어났다.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