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화

Penulis: 이야기보따리
다음 날 아침, 소예지는 화장을 하고 고하슬이 가장 좋아하는 원피스를 들고 깨기를 기다렸다.

눈을 뜨자마자 엄마의 다정한 얼굴을 마주한 고하슬은 어색한 듯 새끼 고양이처럼 몸을 웅크렸다.

“하슬아, 예쁜 원피스 입을래?”

소예지가 웃으며 물었다.

고하슬이 몸을 뒤집더니 예쁜 핑크색 공주 원피스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입을래요.”

소예지는 예쁘게 꾸민 딸을 안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고이한이 이미 거실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매일 아침 딸을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회사에 나갔다.

“아빠, 나 예뻐요?”

신이 난 고하슬이 고이한 앞에서 빙글 돌았다.

고이한은 애정 어린 눈빛으로 아이를 보면서 망설임 없이 칭찬했다.

“응. 엄청 예뻐.”

고이한이 딸을 안았고 소예지는 양희순이 건네주는 가방을 받아 들고 함께 집을 나섰다.

유치원은 집에서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빌라 단지 바로 밖에 있었는데 A시에서 가장 비싼 사립 유치원이었다.

고하슬이 차에서 내리자 소예지는 딸을 유치원 문 앞까지 데려다주고 가방을 메어준 다음 물었다.

“오후에 엄마가 일찍 데리러 올게. 우리 같이 케이크 만들까?”

고하슬은 신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원장과 선생님에게 인사한 다음 유치원 안으로 들어갔다.

소예지는 다정한 눈빛으로 딸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차 안에 있는 남자를 돌아보았다. 빛과 그림자가 뒤섞인 그의 모습은 여전히 차분하고 매력적이었지만 눈빛은 늘 한겨울의 밤처럼 차갑고 냉랭했다.

“난 집에 걸어갈 테니까 이한 씨는 이만 회사 가봐.”

소예지가 운전석 옆으로 다가가 말했다.

그녀의 말에 고이한은 아무 말 없이 입술을 적셨다.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우아하게 핸들을 돌리자 검은색 롤스로이스가 차들을 제치고 떠나갔다.

소예지는 고이한의 차가 사라질 때까지 계속 보았다. 그와 결혼한 지 수년이나 되었지만 여전히 그를 잘 알지 못했다.

그동안 그녀에 대한 그의 마음이 사랑이 아니라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는 걸 알면서도 소예지는 어리석게 기다렸다. 그가 사랑해주기를.

그런데 그렇게 기다린 세월이 벌써 6년이었다.

소예지는 이젠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고 그저 사람을 잘못 고른 그녀의 탓이라고 생각하며 이 결과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양희순이 다가와 물었다.

“사모님, 아침에 뭐 드시겠어요?”

“계란 두 개랑 옥수수 반 개만 삶아줘요.”

소예지가 답했다.

양희순은 뜻밖이라는 듯 잠시 멈칫하더니 주방으로 향했다.

‘오늘 사모님의 눈빛이 평소와 달라 보여. 평소보다 더 차가워진 것 같기도 하고. 어젯밤에 사모님이랑 대표님이 싸우셨나? 아무 소리도 못 들었는데?’

평소 고이한이 몇 주 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을 때면 소예지의 안색이 몹시 좋지 않았다. 이번에는 딸이 입원해서 폐 세척까지 했는데도 말 한마디 꺼내지 않았다.

소예지는 3층 서재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겼다. 한 달 전 그녀는 최우수 졸업생으로 M국 의학 포럼에 서서 연설했는데 수많은 최고 제약 회사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그녀가 고개만 끄덕이면 바로 연구소에 들어가 수천억의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화려한 모습을 소예지는 단 한 번도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이 집에서,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눈에 비친 그녀는 그저 금으로 된 새장 속에 갇힌 쓸모없는 가정주부일 뿐이었다.

그녀의 남편 고이한은 18살에 M국 금융 중심지인 화얼스트리트의 최고 컨설턴트가 되었고 23살에는 회사를 물려받아 투자 업계의 냉혈 신화가 되었다. 불과 4년 만에 국내 재산 순위 1위에 올랐다.

그때 소예지의 변호사 친구 박시온에게서 문자가 왔다.

[예지야, 오늘 점심에 내가 거래처 만나다가 누굴 봤는지 알아?]

이어서 사진 세 장이 도착했다.

사진 속에서 고이한이 룸에 앉아 외국 손님들을 접대하고 있었고 그의 옆에 심유빈이 요염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심유빈은 몸에 딱 붙는 원피스를 입고 우아하고 매혹적인 자태를 뽐냈다. 세 번째 사진에서는 무슨 농담이라도 했는지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고이한이 시선을 늘어뜨리고 그녀를 보고 있었는데 그야말로 선남선녀가 따로 없었다.

[예지야, 좋게 생각해. 충격받지 말고.]

박시온이 위로를 건넸다.

[괜찮아.]

소예지가 답장했다.

고이한에게 있어서 소예지는 사람들 앞에 내세우기 창피한 아내였지만 심유빈은 달랐다.

세계적인 유명 피아니스트이자 패션계에서 각광받는 사람이고 또 주얼리 홍보모델로도 활동할 뿐만 아니라 얼굴까지 예뻤다. 어느 것 하나 고이한의 체면을 살려주지 않는 게 없었다.

오후 3시 30분, 소예지는 서둘러 차를 몰고 딸의 유치원으로 향했다. 가장 먼저 유치원으로 들어가 딸을 데려오고 싶었다.

4시쯤 빨간색 페라리 한 대가 그녀의 맞은편에 멈춰 섰다. 소예지는 저도 모르게 핸들을 꽉 잡았다. 왜냐하면 심유빈도 온 것이었다.

심유빈이 차 안에서 화장을 고치고 있었다. 고이한이 딸을 데리러 오는 걸 알고 일부러 미리 와서 기다린 게 분명했다.

고이한의 마음을 사로잡은 제삼자라면 수단과 방법이 뛰어난 여자일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소예지는 대놓고 심유빈과 맞서지 않았다. 아무리 소란을 피워도 어느 정도 선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하면 고이한이 가정으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더욱 심하게 굴면 굴었지 덜하진 않았다.

이번에는 소예지도 더는 가만히 있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차 문을 열고 먼저 내려 심유빈의 차량을 차갑게 노려보았다. 소예지를 본 심유빈이 화들짝 놀랐다.

‘오늘 이한 오빠가 하슬이를 데리러 안 온 건가?’

소예지가 그녀의 차를 뚫어지게 쳐다보자 심유빈은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차 문을 열고 매혹적인 자태로 차에서 내려 소예지에게 다가갔다.

소예지는 주먹을 꽉 쥐고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심유빈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안녕하세요, 예지 씨. 내가 누군지 알죠? 정식으로 자기소개할게요. 난 심유빈이고 이한 오빠의... 친한 동생이에요.”

“그쪽이 누구든 상관없으니 내 딸한테서 떨어져요.”

소예지는 경고하듯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다.

그녀를 쳐다보던 심유빈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예지 씨, 혹시 내가 예지 씨 남편을 좋아해서 나쁜 여자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소예지는 그녀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심유빈이 콧방귀를 뀌며 계속 말했다.

“그럼 내가 좋아하는 남자를 예지 씨가 빼앗아간 거라면 예지 씨도 괘씸한 사람이 아닐까요?”

“그쪽처럼 이렇게 뻔뻔하기 짝이 없는 사람은 처음 봐요.”

소예지가 거침없이 평가했다.

심유빈이 손가락으로 목에 한 목걸이를 어루만지자 소예지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가느다란 목에 파란색 사파이어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그녀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고이한이 선물한 것이라는 걸 소예지는 알고 있었다. 어쨌거나 지난 2주 동안 두 사람이 함께 있었으니까.

소예지는 유치원 문이 열린 걸 보고 문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심유빈은 소예지의 뒷모습을 보면서 씩 웃더니 두 눈에 가소롭다는 빛이 스쳐 지나갔다.
Lanjutkan membaca buku ini secara gratis
Pindai kode untuk mengunduh Aplikasi

Bab terbaru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572화

    소예지는 편정우를 호텔까지 안전히 안내한 뒤, 로비에서 잠시 쉴 틈도 없이 임재석과 업무 보고를 나누었다. 최근 진행 중인 프로젝트와 일정에 대해 간단히 논의하며 약 삼십 분가량 대화를 이어간 뒤에야 임재석이 자리를 떴고 그제야 소예지는 홀로 호텔 1층 로비의 응접 소파에 몸을 기댔다.긴장이 풀리자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그녀는 이마를 짚은 채 눈을 감고 잠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고요를 즐겼다. 유리창 너머로 붉게 물든 석양이 로비 안으로 부드럽게 스며들며 그녀의 어깨 위로 금빛을 드리웠고 소예지의 옆모습에는 잔잔한 빛이 내려앉았다.그때였다.누군가 맞은편 소파에 조용히 앉는 기척이 느껴졌다.소예지는 대수롭지 않게 그저 기다리는 손님이겠거니 생각한 채 눈을 감고 그대로 있었지만 어딘가 낯익고도 강렬한 시선이 피부에 닿는 듯했다. 그녀가 천천히 눈을 뜨자 정면에서 마주한 자리에 한 쌍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순간 소예지의 표정이 단숨에 굳었다.그는 보일 듯 말 듯한 얄미운 웃음을 띤 채 입을 열었다.“박사 학위 받았다고 들었어. 축하해.”소예지는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냉랭하게 응수했다.“당신 축하 따위 필요 없어. 그런 가식은 집어치워.”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떠나려 했다.하지만 그 순간, 고이한이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특유의 여유로운 목소리로 덧붙였다.“편 박사님이 귀국해서 실험실을 다시 여신다고 하더군. 하지만 내 연구소에 남는다면 당신을 위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수 있어. 생각해 볼만하지 않을까?”소예지는 그 말에 코웃음을 쳤다.‘이 남자, 정말 끝까지 뻔뻔하네.’모든 것을 돈과 조건으로만 판단하고 이기적인 욕망을 포장해 상대를 흔들려 드는 그 수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쓸데없는 말은 이제 그만둬. 당신이 어떤 조건을 내걸든 나는 절대 그곳에 남지 않아.”소예지는 단호하게 고개를 돌리며 그 어떤 미련도 남기지 않은 채 등을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571화

    “의과대학 공식 홈페이지를 봤어요.”허민이 조심스럽게 대답하자 편정우의 눈에 흐뭇한 칭찬의 빛이 스쳤다.“소 교수님이 이 소식 들으시면 분명 무척 자랑스러워하실 거다.”레스토랑의 프라이빗 룸 안.소예지는 조심스럽게 찻잔에 따뜻한 물을 따라 편정우에게 건넸다.“지난번에 말씀하신 실험실 재가동 건... 정말 사실인가요?”편정우는 찻잔을 받아 들고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한 눈빛을 보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 남은 삶 동안은 정말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거든. 후회 없이 말이야.”소예지는 그의 눈빛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그럼 투자 쪽은 어떻게 되셨어요?”편정우는 그녀를 안심시키듯 고개를 끄덕였다.“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우리 실험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있어.”지난번 실험실이 문을 닫았던 이유는 단순했다.연구 자금이 지나치게 많이 들었고 당시에는 외부에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프로젝트 자체를 현실성이 없는 연구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창 진행 중이던 실험 역시 투자자들이 중도에 손을 떼면서 그대로 멈춰버렸다.그래서 이번에 실험실을 다시 열기로 결심한 편정우는 투자자 섭외에 특히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지 않는 이상 그는 애초에 이 연구를 다시 시작할 생각조차 없었다.소예지도 그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식사를 마치고 세 사람이 룸 밖으로 나서는 순간, 맞은편 룸의 문이 열리며 일행과 정면으로 마주쳤다.그 순간, 고이한 역시 이쪽을 향해 시선을 옮겼고 그의 눈동자에 분명한 놀람이 스쳤다.곧 그는 예의 바른 태도로 다가와 말했다.“편 박사님, 또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잠시 시간 괜찮으실까요?”소예지의 숨이 순간 멎는 듯했다.‘저 사람이... 편 아저씨를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하지만 편정우의 얼굴에는 이미 차가운 기색이 내려앉아 있었다.“고 대표님. 지난번 제안은 분명히 거절했다고 말씀드렸을 텐데요.”고이한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570화

    소예지가 사무실로 돌아오자 이서연이 커피 두 잔을 들고 들어왔다.“자, 커피 사러 간 김에 네 것도 하나 챙겨왔어.”“고마워.”소예지는 커피를 받아 들며 미소 지었다.이서연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책상 위에 놓인 꽃다발로 옮겨갔다.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감탄했다.“이 꽃, 꽤 예쁘다.”하지만 소예지에게 그 꽃은 더없이 거슬리는 존재였다. 그녀는 시선을 돌린 채 무심하게 말했다.“너 키울래? 줄게.”“정말?”이서연의 눈빛이 환하게 밝아졌다. 이런 꽃은 관리만 잘하면 열흘도 넘게 싱그럽게 피어 있을 수 있었다.“응. 난 돌볼 시간이 없을 것 같아. 네가 데려가.”소예지는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이서연은 기쁜 마음으로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을 나섰고 소예지는 다시 자리에 앉으려던 순간 휴대폰이 진동하며 메시지 알림이 떴다.화면에는 윤하준에게서 온 축하 메시지가 떠 있었다. 그녀는 뜻밖이라는 듯 잠시 눈을 깜빡였다가 마음이 은근히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고마워요.]소예지는 짧고 정중하게 답장을 보냈다. 곧바로 윤하준의 메시지가 다시 도착했다.[앞으론 ‘소 박사님’이라고 불러야겠는걸요?]그의 가벼운 농담에 소예지는 저절로 미소를 지었다. ‘박사’라는 호칭은 아직 익숙하지 않았지만 그 말 안에 담긴 진심 어린 축하만큼은 분명히 전해졌다.그때 또 하나의 이메일 알림이 떴고 그녀는 곧장 확인했다.발신자는 편정우였다.[나 목요일에 귀국해. 도착하면 연락하자.]소예지는 망설임 없이 휴대폰을 들어 자신의 연락처를 메일로 회신했다.[귀국 환영해요. 공항에 도착하시면 제가 바로 마중 나갈게요.]편정우는 평소에도 메일로만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이었다. 오직 연구에만 몰두하는 성격답게 이미 국제 신경의학계의 권위자로 자리 잡은 인물이었다.그는 소예지의 스승이자, 아버지처럼 따랐던 존재였고 소영욱이 세상을 떠난 뒤, 그녀를 묵묵히 돌봐준 유일한 어른이기도 했다.소예지는 대학 2학년 때 자퇴했지만 그의 가르침은 어떤 학위보다 깊고 값졌다. 그녀가 지금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569화

    소예지와 이서연이 화장실을 나선 뒤, 남겨진 안채린은 세면대에 등을 기댄 채 입술을 세게 깨물고 있었다. 그러다 피식, 비웃듯 자조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하... 박사라고? 걔가 진짜 박사라니...”곁에 서 있던 서지나가 조심스럽게 위로했다.“선배, 너무 신경 쓰지 마요. 선배도 분명 곧 더 잘나가실 거예요.”하지만 안채린의 마음 깊숙한 곳에 도사린 질투와 부러움은 말로 다 달랠 수 있는 감정이 아니었다. 소예지가 받은 그 영예는 그녀가 밤잠을 설쳐 가며 그토록 갈망해 왔던 자리였다.그런데 이제 소예지는 그 모든 것을 그것도 학교의 파격적인 결정이라는 방식으로 손에 넣었고 그 사실은 안채린을 위로하기는커녕 오히려 더없이 초라하게 만들 뿐이었다.소예지가 자리로 돌아오자마자, 양정화가 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자, 한 번 더. 소예지를 위해 축배를 듭시다.”“건배!”사람들은 일제히 잔을 들어 올리며 환하게 웃었고 축하의 분위기는 다시 한번 무르익었다. 안채린 역시 조용히 자리로 돌아와 앉았지만 얼굴에 드리운 미묘한 표정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양정화가 있는 자리에서 감정대로 행동할 수는 없었기에 그녀는 그저 말없이 숟가락을 들었을 뿐, 그 이상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식사가 끝난 뒤, 소예지는 꽃다발을 안은 채 사무실로 돌아왔다. 강준석과 인사를 나누며 작별을 고하던 순간, 그녀는 고개를 숙여 꽃을 바라보다가 다시 그를 올려다봤다.“이 꽃... 혹시 강 선배가 보낸 거예요?”강준석은 잠시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가, 이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오늘은 급하게 오느라 꽃까지 챙길 여유는 없었어. 아마 양 교수님이 미리 준비하신 게 아닐까?”소예지는 눈을 한 번 깜빡이며 고개를 갸웃했다. 현장에 함께 있었음에도 양정화가 꽃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게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강 선배, 운전 조심해서 가세요.”그녀는 미소로 인사를 건넸고, 강준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떠났다.그 뒤, 함께 실험실로 돌아오던 이서연이 조심스럽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568화

    “오늘 여러분을 모신 이유는 아주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입니다.”양정화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층 더 단단하고 또렷했다.“교내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의한 결과 소예지 씨에게 의학박사 학위를 수여하고 동시에 본교 초빙 교수로 정식 임명하기로 했습니다.”그 말이 끝나는 순간, 식당 안은 짧은 침묵에 잠겼다.그리고 이내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안채린의 표정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얼어붙은 미소 뒤로 쏟아지는 환호와 축하의 소리 속에서 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입술을 달싹이며 낮게 중얼거렸다.“말도 안 돼...”반면, 가장 먼저 소예지를 꼭 끌어안은 사람은 이서연이었다.“소예지, 진짜 대단해! 나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어. 정말로... 넌 해낼 줄 알았어!”뒤이어 동료들이 하나둘 다가와 축하 인사를 건넸고,강준석 역시 말없이 잔을 들어 소예지와 가볍게 부딪쳤다.“정말 축하해, 소예지.”소예지는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어느새 그녀의 주변은 축하와 환호로 가득 찼고 마치 한 사람만을 위한 작은 축제처럼 그 중심에는 소예지가 서 있었다.그때 식당 입구에서 꽃다발을 든 직원 한 명이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폈다.“실례합니다... 혹시 이 자리에 ‘소 박사님’ 계신가요?”누군가 소예지를 가리켰고 직원은 그를 따라 시선을 옮겼다. 머릿속에 그려 두었던 ‘박사’의 이미지와 달랐던 듯, 젊고 단정한 여성을 마주한 순간 잠시 당황한 기색이 스쳤지만, 곧 밝게 웃으며 다가왔다.“소 박사님, 이 꽃은 어떤 손님께서 주문하신 겁니다. 여기 서명 부탁드립니다.”누가 보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소예지는 조심스럽게 꽃다발을 받아 들며 미소 지었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양정화와 강준석을 향했고 두 사람 모두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고 있었다.‘아마... 두 분 중 한 분이겠지.’그렇게 생각하며 소예지는 마음속에 조용히 감사의 뜻을 담아 꽃다발을 품에 안았다.식사가 한창 무르익을 즈음, 소예지는 잠시 자리를 비워 화장실로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567화

    소예지는 충격에 휩싸인 채 두 손으로 입을 가리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임명장을 내려다보았다.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눈동자에는 놀람과 감격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었다.A시 의과대학.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최고 명문 의과대학의 박사 임명장이었다. 그 무게는 단순히 한 장의 종이로 가늠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이건... 너무 갑작스러워요.”소예지는 한참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전혀 그렇지 않아. 오히려 늦은 감이 있지.”양정화는 단호하면서도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네가 낸 특허 성과 하나하나가 이미 국제적인 수준을 넘어섰어. 특히 이번 신약 임상의 결과는 학교 측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지. 그래서 이사회에서도 네게 박사 학위를 파격적으로 수여하자는 안건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거야.”소예지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임명장 위에 새겨진 학교 로고를 어루만졌다. 그 순간, 그녀의 뇌리에는 생전 아버지의 모습이 또렷하게 떠올랐다.‘네가 꼭 박사 학위를 따는 걸 보고 싶다.’따뜻하면서도 단단했던 그 목소리가 이토록 늦은 시점에야 비로소 현실이 되어 다가왔다. 감정이 북받쳐 올라 숨을 고르는 것조차 잊은 채, 그녀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오늘은 내가 밥 사기로 했어. 점심에 실험실 팀 전부 불러 놨으니까 가서 일 마무리하고 내려와.”양정화는 소예지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환하게 웃었다. 그 순간, 소예지의 눈가가 붉게 물들더니 이내 감정을 참지 못한 채 그녀를 끌어안았다.“정말... 감사합니다, 교수님.”“고마워할 사람은 나보다도...”양정화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이번 건, 나랑 이 교수님이 공동으로 추천한 거였단다.”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참고 미소 지었다.“그럼 다음에 이 교수님 뵙게 되면 꼭 감사 인사드릴게요.”“네 성과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어. 이미 다들 인정하고 있어.”양정화는 흐뭇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네 아버님께서 살아 계셨다

Bab Lainnya
Jelajahi dan baca novel bagus secara gratis
Akses gratis ke berbagai novel bagus di aplikasi GoodNovel. Unduh buku yang kamu suka dan baca di mana saja & kapan saja.
Baca buku gratis di Aplikasi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